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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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 로버트 퍼시그


세기의 문제작으로 손꼽히는 <만들어진 신>은 그동안 금기시 되어왔던 신의 존재에 의문을 던집니다.
애둘러 말하는 법 없는 리처드 도킨스의 거침없는 서술이 돋보이는 책.
시작부터 아주 강렬한 책이지요.



당신이 어린 시절 가졌던 종교에 아직도 영향을 받는다면,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자문해보는 것도 괜찮다. 대개 어린 시절에 어떤 식으로든 종교를 주입받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당신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그 종교는 부모님의 종교와 같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으니까.


그는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콕 짚어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비종교인보다는 종교인에게, 자발적 종교인보다는 모태신앙을 가진 종교인에게 더욱 도발적인 책입니다.


추측하건대 종교를 믿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종교에 불만을 갖거나, 종교를 믿지 않거나,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사악한 행위를 우려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헉... 전데요;;;;




나는 확신한다. 부모의 종교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막연한 느낌과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으면서도 종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당신이 그들 중 하나라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종교에 대한 불만과 회의는 많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까지는 아닌데-
내가 정말 종교인이길 원해서 그런 건지, 내가 종교에서 벗어나겠다 선언하면 일어날 엄청난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게 헷갈릴 때가 있어요. 물론 행동의 이유가 단 하나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종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모진 구박과 비난을 받으며 고군분투 중인 동생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부모의 종교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책은 굉장히 위험한 유혹이에요. 탐스럽게 반짝이는 금단의 열매랄까요?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1장부터 4장까지창조론을 비판하며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논증합니다.
창조론의 주요 쟁점들에 대한 반박 이론을 제시하고, 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여러 논증들이 사실은 환각일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제 눈을 정말! 반짝이게 만든 것은 5장부터였어요.

리처드 도킨스는 여기서부터 신과 종교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설령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인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종교는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위안을 주지 않는가?
사람들에게 선한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지 않는가?
종교가 없다면, 무엇이 선한지 어떻게 알겠는가?
왜 그렇게 종교에 적대적인가?
그것이 거짓이라면, 왜 세계의 모든 문화가 종교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옳든 그르든, 종교는 어디에나 있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신의 존재 여부를 떠나서- 이건 정말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질문들 아닌가요?
그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하는데, 풍성하고 다양한 가설을 맛보는 즐거움은 물론이오
속이 다 시원해지는 사이다 비평, 깊이 있는 통찰과 사고에 감탄하느라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어요.

5장부터 10장까지 무엇 하나 흥미롭지 않은 부분이 없었는데,
'종교는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의 답을 찾는 5장에서는 '화물 숭배 의식'이 히트!
19세기 원주민들이 백인들의 불가사의한 물건들을 '내려주는' 엄청난 초자연적 존재(화물)를 숭배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종교가 얼마나 빨리 다양한 지역에서 비슷하게 생겨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아주 재밌더라고요~
종교와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화-----악 넓혀주는 책이에요.



"종교는 사람들에게 선한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지 않는가?"
"신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선하려 애쓰겠는가?" 하는 흔한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당신이 선하고자 애쓰는 이유가 오로지 신의 인정과 보답을 얻거나 신의 불만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말인가요? 그것은 당신의 모든 움직임, 심지어 온갖 속된 생각까지 감시하는 하늘의 거대한 감시 카메라를 돌아보면서 혹은 당신의 머리에 든 아주 작은 도청 장치에 대고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는 것이지 도덕이 아닙니다.



애둘러 말하는 법이 없는 오빠라니까요. 어찌나 화끈하게 대답을 해주시는지-
식곤증이 몰려오는 오후 2시에도 졸음은커녕 똘망똘망한 눈으로 읽을 수 있었어요.




제가 특히!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던 부분은 그가 밝힌 '내가 종교에 적대적인 이유'인데요,
그가 종교에 강한 반기를 드는 이유는,


과학자로서 나는 근본주의 종교에 적대적이다.
그것이 과학적 탐구심을 적극적으로 꺾으려 하기 때문이다.


근본주의 종교는 수많은 순진하고 선량하고 열의가 있는 젊은이들의 과학 교육을 망치려고 필사적이다.


과학적 탐구심을 꺾으려 하기 때문에, 과학 교육을 망치기 때문에,
의문을 품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논증을 견디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창조론만이 참된 진리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 아래에서 천문학과 진화학, 생태학 같은 건 구경조차 해 보지 못 한 저로서는...
심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인 거죠.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을 알려고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의심 없이 믿는 것이 미덕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분명 큰 부작용을 야기하니까요.




그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누차 강조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자유를'이에요.
자신들이 무엇을 생각할지 판단하는 것은 아이들의 특권이지 부모의 특권이 아니라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종교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는 말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것인지'보다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해결하는 질문은 '종교를 무엇으로 대체할까?'에요.
그동안 종교가 해왔던 역할들을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조목조목 제시하며
종교 없이도 행복하고 온전하게, 아니 종교가 있을 때보다 더 소중하게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종교를 버렸을 때 우리의 삶이 더 성숙해질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종교가 있냐/없냐, 신의 존재를 믿냐/안 믿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오늘 이 시간 나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겠지요.

프랑스 사람들이 존경하는 피에르 신부는
"사람을 굳이 둘로 나누어야 한다면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했대요.
대한민국의 개신교는 처절한 자기 반성이 필요합니다.
권력과 돈을 움켜쥐고 불관용의 자세를 계속해서 고수한다면 '종교는 해로운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이 책을 종교인에게, 유신론자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어요.
내 생각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뭐? 어쨌다고? 뭐래.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고 있네.'하며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 정말? 허어.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해보는 거지요. 달라도 들어보는 것. 다른 생각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
이건 다름이 틀림이 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600페이지의 분량으로 쉽게 도전하기 힘든 책이긴 하지만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에요.
두께가 있다 보니 한자리에서 다 읽을 수가 없었는데, 책장을 덮고 일어나야 할 때마다 아쉬움이 가득했답니다.
'아, 더 읽고 싶다. 끝까지 읽고 싶다.' 하면서요 ^^

지루할 틈 없이 책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어요~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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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보푸리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
다카하시 노조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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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저는 가급적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 읽으려고 노력하는 데요,
웬만해서는 잘 읽지 않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육아서예요.

물론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초보 엄마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런저런 육아서를 읽었지요.
육아서를 통해 배우게 된 것도 많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엄마'라는 틀이 내 목을 죄여오는 답답함을 느꼈어요. 
책을 읽다 보면 내 아이라는 개별성보다는 8개월 아기, 12개월 아기, 만 3세 아동이라는 평균적인 특징에 집중하게 되는 데,
그게 오히려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더라고요.

'지금 개월 수면 이 정도의 발달이 된다는 데 얘는 왜 이러지? 내가 뭘 잘 못 한 건가?'
'이렇게 교육을 시키면 혼자서도 잘 수 있다는 데 얘는 왜 이러지? 내가 잘못 키운 탓인가?'

우리 모두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아이들 또한 제각각의 성향과 속도를 가지고 있는데-
존재하지도 않는 평균의 아이나 저자의 아이와 비교하며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게 되는 게 영 불편했어요.
아이가 정상적으로 발달을 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확인할 필요는 있지만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평균치와 비교할 필요는 없잖아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하지만 불가능한 이상을 목표로 죄책감을 쌓아갈 필요도 없지요.

안 그래도 하루 종일 아이 엄마로 사느라 지치고 힘든데 책 읽는 시간까지 육아에 얽매여야 하나!
책 읽는 시간만큼은 자유롭게 나를 찾으리~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책을 읽으리~~ 외치며 실천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양육에 관한 배움을 아예 등질 수는 없으니 아동 발달과 심리에 관한 공부도 하고 있어요.
정말 많은 육아서를 섭렵하신 선배님께서 [육아서는 이 책 단 한 권이면 충분하다] 말씀 주신 <에밀>도 읽고 있고요.
더불어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그림책 읽기랍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로 역임하며 아동 문학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신 이상금 선생님의 책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에는 이런 말이 나와요.

아이 기르기의 첫걸음은 어린이 이해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어린이 이해에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어요.
하나는 어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방법,
다른 하나는 어린이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는 방법이지요.


어른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방법전문가의 강의를 듣거나 육아서를 읽는 것이에요.
때마다 돌풍을 일으키는 책들은 많지만 그 책을 그대로 따라 한다 한들 결과는 기대와 다른 경우가 많은데요,
선생님께서는 그러한 이유를 "아이의 개인차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채 어른의 입장만 강조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세요.
아이 기르기는 요리하는 것과 달라 소금 몇 그램 넣고 몇 분 끓이라는 식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이마다 개성이 있고 아이들은 살아서 움직이고 시시각각 변하니
우리는 어른의 입장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럼 어린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선생님께서 제일 확실하고 좋은 방법으로 소개한 것이 바로 '그림책 함께 보기'에요.
그림책을 함께 보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어린이를 좀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하세요?" 묻는다면,
저는 "아이들의 행동과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는 책"이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을 거예요.
좋은 그림책의 조건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있지만 이것만은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내 아이의 모습, 나의 어릴 적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내 친구 보푸리>도 이런 기준에 잘 부합하는 책이에요.
아이의 마음이 보이는 책,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좋은 그림책'이요.

내용을 살짝 소개해드릴게요~ 뽀글뽀글 빨간 머리가 사랑스러운 우리의 주인공을 만나 보아요♡

 


꼬마 아가씨에게는 '보푸리'라는 친구가 있답니다.
아이는 노란 스웨터에 달린 보푸리와 함께 먹고 놀아요.
보푸리는 아이의 가장 소중한 친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꼬마 아가씨는 심부름을 다녀오라는 엄마의 말씀에 집을 나서요.
그런데 이를 어쩌나요! 울타리 밖으로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보푸리가 걸려버렸어요!!
아이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마을을 빙~~ 돌아 빵과 우유를 사서 돌아옵니다.

"앗, 큰일 났다!"
집에 돌아와보니 노란 스웨터가 흔적 없이 사라져버렸어요.
아이는 깜짝 놀라 뛰어나가요. 보푸리를 찾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아이는 보푸리가 걸린 곳에 도착했지만 보푸리는 없었어요. 대신 노란 털실 뭉치만 한아름이 되었지요.


엄마는 털실 뭉치를 들고 온 아이에게 향긋한 우유 한 잔을 건네고, 바로 뜨개질을 뜨기 시작!
눈 깜짝할 사이에 노오란 스웨터를 다시 만들어 주십니다.

그럼 보푸리는요???
물론 보푸리도 돌아왔답니다 ♡


 

참 귀여운 그림책이죠? 크기도 어찌나 앙증맞은지- 일반 그림책보다 작은 사이즈라 보기만 해도 깜찍한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저에게도 소중한 친구가 있었거든요~
꼬마의 보푸리처럼 소중했던 나만의 친구를.. 참으로 오랜만에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었답니다.


1. 아이들의 세계, 상상의 세계

6살? 7살? 아마도 그 즈음-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었을 거예요. 어디를 가든 데리고 다니던 곰돌이 인형이 있었답니다.
유난히 복슬복슬- 부드러운 털에 포근한 옷까지 입고 있던 곰돌이는 쿵쾅쿵쾅 심장 뛰는 소리도 들리는 마법의 인형이었어요.
저는 그 인형을 꼭 끌어안고 누워야만 잠을 잘 수 있었는데, 그 버릇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도 지속되었으니 정말 오래된 친구죠?
꼬마의 보푸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 친구는 아니었지만, 곰돌이 역시 저에겐 더없이 소중한 나만의 상상 친구였어요.

매일 밤 침대에 누워 곰돌이에게 속닥속닥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곤 했어요.
속상했던 일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잔뜩 흥분해서 열을 올리기도,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지요.
그때마다 곰돌이는 토닥토닥 저를 위로해주었고 따뜻하게 제 마음을 감싸주었어요.
저는 분명 곰돌이와 대화를 나눴고- 곰돌이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이러한 '상상 친구'가 아동기의 주요한 특징이며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에 사는 존재라고 해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물, 이성적인 사고가 가득한 우리들과 달리
아이들의 세계는 상상과 환상이 가득하죠. 아이들에게 일상은 그저 상상을 위한 소재에 불과할 뿐이라고 합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능력도 없어 답답한 아이들은 상상을 통해 욕구를 충족시켜요.
현실의 불만을 견디는 힘! 불가능한 소망을 이루는 힘! 이 모든 것은 상상을 통해 발현되지요.

<내 친구 보푸리>의 꼬마는 밥을 먹을 때도, 놀이를 할 때도, 심부름을 갈 때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보푸리가 있어요.
이 꼬맹이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다른 옷을 마다하고 노란 스웨터만 고집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으시나요?

짤막한 그림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우리는 느낄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상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이들이 특정한 물건에 왜 애착을 하는지..
열 마디의 설명 보다 강렬하지 않은가요?
그림책은 잊고 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되살려주고, 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드라이기로 곰돌이 인형을 말려주시던 친정 엄마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곰돌이 없이는 잠자리에 들지 못 하는 딸내미를 위해 빨래를 한 날이면 늘 드라이기로 인형을 말려주셨지요.
스무 살이 될 때까지도 곰돌이 인형에 집착하는 딸내미에게 싫은 소리 한 번을 하신 적이 없으세요.

성인이 된 후로는 곰돌이의 존재를 아예 잊고 살았는데, 요즘은 곰돌이를 자주 만납니다.
제 딸아이와 함께 친정집에 놀러 갈 때마다 등장하거든요~
엄마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곰돌이는 이제 딸아이의 장난감으로 활약하고 있어요.

<내 친구 보푸리>의 엄마 역시 아이를 향한 사랑과 배려, 이해가 가득해요.
도대체 어쩌고 다닌 거냐! 옷을 어떻게 한 거냐! 그러길래 조심하고 다녔어야지! 그렇게 될 때까지도 모르고 그냥 다녔냐!
질책하고 비난하고 야단치는 말과 표정은 조금도 없어요. 돌아온 아이를 맞이한 것은 엄마의 미소와 따뜻한 우유 한 잔이지요...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는 고소한 우유 한 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리지요?
우유를 마시는 아이 옆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뚝딱! 스웨터를 다시 만들어주는 엄마의 손은 그야말로 마법의 손!
무엇이든 뚝딱 뚝딱 만들어내는 엄마는 언제나 대단해요. 그 거대한 산 아래에서 우리는 언제나 쉴 수 있어요.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나는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
그림책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요.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지시하고 가르치고 야단치는 것도 아닌데...
저는 왜 자꾸만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걸까요~~?  ^^;

'육아의 첫걸음은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이상금 선생님의 말씀이 다시 한 번 날아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 미숙한 저는 오늘도 그림책으로 엄마 공부를 합니다.
부디 내일은 오늘보다 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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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집은 어디니?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3
김성은 글.그림 / 북극곰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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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 깜찍한 그림책을 만났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넘치는 유머 덕분에 아이와 함께 큭큭 거리며 읽었는데,
군데군데 놓칠 수 없는 재미가 많은 책이더라고요. <너희 집은 어디니?>의 재미 요소들을 소개합니다.

 


1. 친절한 악어? 무서운 악어?

 

 

'악어'하면 뾰족뾰족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무서운 동물이 그려지는 데 이 책의 악어는 남달라요.
앙증맞은 요리 모자를 쓰고 당근 케이크를 만드는 모습부터가 깜찍한데, 제일 친한 친구는 작디작은 생쥐고요~
머리 위로 쿵 떨어진 작은 새의 집을 열심히 찾아주는 친절한 악어인 듯하면서도 작은 새를 한 입에 꿀꺽 삼키고 싶어 하는 무서운 악어인 동시에~ 흐리멍텅 바보 같은 눈빛을 한 조금 모자란 동네 형아 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ㅎㅎㅎ
배가 고플 땐 잡아먹고 싶어 하는 욕망과 싸웠지만 요리가 완성되자 '함께 먹으면 좋을 텐데…'하며 아쉬워하는 이 다정한 악어!

<너희 집은 어디니?>의 악어는 '나쁜 놈', '착한 놈'으로 구분할 수 없어요.
뾰족뾰족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지만 마음은 부드럽고~ 새를 잡아먹고 싶어 하는 육식 동물이지만 당근 케이크도 좋아하고~
우락부락 덩치는 크지만 취향은 앙증맞은 '이상한 놈', '웃긴 놈', '재밌는 놈'이랄까요? ㅎㅎㅎ
'이런 사람은=이렇다'라는 생각은 우리의 편견이지요. '이런 사람도=이럴 수도 있고+저럴 수도 있고+그럴 수도 있다'라는 이해.
한 사람 안에는 참으로 다양한 면이 함께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악어가 사랑스럽습니다♡



2. 새의 집은 어디일까?


길 잃은 새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요.
작은 새가 묘사한 집의 특징은 모두 네 가지로 '알록달록 예쁜 꽃밭, 그네, 하얀 접시, 뾰족한 것'이었어요.
악어는 각각의 특징을 '냄비, 저울, 접시, 악어의 이빨'로 연결했는데요~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새의 집을 보니, 짜잔!

정답은 시계였어요~ 여기서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는데 바로 글과 그림의 조화!
글은 없어진 새를 생각하며 아쉬워하는 악어의 마음만 표현하지만 그림은 새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 새의 집이 시계였다는 걸 알려주지요?
글이 말해주지 않는 내용을 전해주는 그림 덕분에 한층 풍성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어요~

우리 집 다섯 살 꼬맹이는 이 페이지를 보면서
"아아! 이게 작은 새 집이었네! 알록달록 예쁜 꽃밭도 있고, (시계추를 가리키며) 이게 그네구나!
하얀 접시는 여기 있고, 뾰족한 건 이거 시계 바늘이다!" 이야기하더라고요.

단 한 번 읽었을 뿐인데 작은 새가 이야기한 특징을 순서대로 정확하게 기억하다니!!
아이들의 집중력과 기억력은 정말 대단하죠??

'추론과 비교, 대조'라는 수학 원리가 담겨 있지만 이야기의 탈을 쓴 학습서가 아니라는 점도 좋았어요.
시중의 많은 책(특히 전집)들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로 수학 원리를 가르치고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게 아쉬웠거든요.
어린아이들을 위한 책은 학습이라는 목적보다는 문학 본연의 가치와 즐거움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그런 가치관에 잘 부합하는 책이에요.



3. 맛있는 식탁의 3가지 비밀은?


이 그림책에는 책 속의 책을 읽는 재미가 숨어 있는데요,
케이크가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악어의 손에는 <맛있는 식탁의 비밀 세 가지>가 들려 있어요.

펼쳐진 책 속의 내용을 살~짝 들여다보면,
첫 번째 비밀 : 튼튼한 이!
두 번째 비밀 : 신선한 재료를 골고루~
그럼 마지막 세 번째 비밀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이야기가 모두 끝난 뒤~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숨겨져 있답니다.
보이시나요? 맛있는 식탁의 세 번째 비밀을 찾아 보세요 ^-^




+ 영문 페이지

북극곰 출판사의 그림책은 본문 뒤에 영어 번역문이 실려 있어요.
(모든 책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 읽은 책들은 모두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영어 공부를 위해 만든 페이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 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해요.
세계인과 소통하는 우리 그림책, 온 세상의 부모와 어린이를 가깝게 이어주는 우리 그림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출판사의 배려와 노력이 아름답죠?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는 데 힘쓰고 아이들을 위한 진짜 그림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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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정원사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25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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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은 두 종류인데요,
1) 책장을 펼쳐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순간 맛있는 책
2) 책장을 덮고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맛있는 책입니다.

 

 

 

<한밤의 정원사>는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책으로
표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저를 사로잡은 책.
울컥- 하는 감동과 찌릿! 하는 전율이 가득했던 그림책입니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표지라니요! 청록빛이 가득한 신비로운 한밤 중♡
아름다운 달빛 아래 마주한 부엉이 나무와 소년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어 보았어요.

 

한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소년과 할아버지가 등장해요.

"창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윌리엄은 궁금해서 재빨리 옷을 입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어요."

 

 

 

 

"하룻밤 사이에 마법처럼 부엉이 나무가 나타났어요.
윌리엄은 온종일 넋을 잃고 멋진 나무를 쳐다보았어요."

윌리엄은 하루 종일 하염없이 부엉이 나무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지요.

 

다음 날부터 거리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나무 조각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고양이 나무, 토끼 나무, 앵무새 나무, 아기 코끼리 나무 …

 

매일 근사한 나무 조각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고,
조용했던 작은 마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낡은 집을 고치고, 함께 모여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
늦은 밤까지 계속된 축제를 즐기다 집으로 돌아가던 윌리엄은 낯선 할아버지를 발견합니다.

 

 

 

'혹시 저분이?'

할아버지는 윌리엄을 돌아보며 말했어요.


"이 공원엔 멋진 나무가 너무나 많단다. 네가 좀 도와주겠니?"

오호라-! 윌리엄이 만난 할아버지가 바로 한밤의 정원사였어요!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는 날, 두 사람은 밤이 깊도록 나무를 다듭어요.

그리고 탄생한 나무 조각들. 온 마을 사람들은 나무 조각을 보며 감탄했어요.


가을이 오자 나뭇잎은 색깔을 바꾸었고, 겨울이 오자 나뭇잎은 모두 떨어졌어요.
한밤의 정원사가 마을을 다녀간 흔적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윌리엄은 달라졌습니다.

 

 

*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울컥- 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한 권의 그림책이 이토록 진한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다니...!! 그림책이 가진 힘과 매력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지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했지만, 책을 덮고 난 뒤의 여운도 길게 남은 그림책이에요.

 

 

 

1.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그림

 

저는 늘 그림보다는 글에 집중을 해서 그림책을 읽는 편인데요, 이 책만큼은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표지의 환상적인 색감부터 첫 페이지의 정교한 스케치, 이어 등장하는 모든 그림들이 정말 압도적이었거든요.
그림 하나하나가 어찌나 섬세하고 정교한지!!
정원사가 완성한 나무 조각의 나뭇잎 하나하나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답니다.

이런 그림을 휙휙 넘겨읽는 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보고 또 보고, 또 보면서 음미해줘야 하는 그림. 그림책이 왜 '그림'책인지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진정한 그림책입니다.

 

 

 

2. 감동과 위로, 희망을 주는 이야기

 

그림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글과 이야기가 따라오지 못하면 좋은 그림책이 될 수 없죠.
<한밤의 정원사>는 압도적인 그림만큼이나 진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매일 밤 환상적인 나무 조각을 완성해 마을을 변화시킨 한밤의 정원사를 만난 순간-
저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노인이 떠올랐어요.

 


 


 

 

황량한 바람만 부는 폐허의 땅에서 매일매일 나무를 심는 사람.
아무도 살지 않는 버림받은 땅에서 그는 나무를 심습니다. 꾸준하게, 흔들림 없이...

그렇게 40여 년이 지나자 마침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드넓은 황무지가 거대한 숲으로 뒤덮이게 된 것이지요.
메말랐던 땅에는 물이 다시 흐르고, 수많은 꽃들은 다투어 피어나고, 새들은 돌아와 지저귑니다.
생명이 찾아온 땅에는 사람들도 모여들어요.

마을은 되살아나고,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기쁨의 땅이 됩니다.

 

저는 원작 소설과 그림책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요, 두 권 모두 매번 감동하며 읽는 작품이에요.
<나무를 심은 사람>의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는 위대한 영웅, 진정한 위인이 누구인지를 가르쳐주어요.
참으로 큰 사람은 높은 권력과 많은 재산, 명성과 인기와 상관없이 우직하게 묵묵하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 어떤 대가가 없을지라도 세상을 위해 뜻을 품고 실천해나가는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저에겐 나무를 조각하는 한밤의 정원사가 <나무를 심은 사람>의 부피에와 닮아있었거든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하게 나무를 조각해 그림로치가를 변화시킨 한밤의 정원사는
부피에와 같은 또 한 명의 영웅이자 위인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참 이상하죠? 정원사 할아버지는 부피에처럼 특별하고 대단한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마을을 변화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바쳐 노력한 것도 아니고, 모두가 잠든 밤에만 잠깐 다녀갈 뿐이고~
뭔가 좀 허술하고 소소한 느낌? 훨씬 더 평범하고 인간적인 느낌이랄까요?


<나무를 심은 사람>의 부피에는 위인전에서나 만날 법한 사람인데, 한밤의 정원사는 생활의 달인에서 만날 것 같더라고요.
왠지 모를 만만함과 친숙함이 강하게 들었는데, 그런 할아버지가 마을에 끼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다는 것-!!

 

 

 

"회색빛의 황량한 거리를 다채로운 색의 활기찬 거리로 바꾸는 힘."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보랏빛 석양이 아름답게 내린 마을이 저에게 말했어요.

"세상을 바꾸는 힘은 대단하고 특별한 영웅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야.
평범한 사람의 작은 실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단다."


띠로린!!!!!!!!!!!!!!!!!!!!!!!!!!!!!!!!

울컥ㅜㅜㅜㅜ 가슴이 찡- 눈물이 핑-~~돌았답니다.

 

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이 따라가지 못 했어요.
그리는 꿈은 크지만 그걸 실현해갈 능력도 기반도, 상황도 여의치가 않았지요.
한없이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내가 싫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한밤의 정원사>가 이야기하는 거예요~

"거창하고 대단한 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야.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 지금 네가 잘 하는 일을,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 없이 모두 사라진대도 괜찮아. 
네 안에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단다. 그 힘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어흑... 이런 위로와 응원이라니!!! ㅜㅜㅜㅠㅠㅠㅠㅠ

ㅜㅜㅠ 네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가 가진 힘을 믿고 신나게 갈게요!!

연말에 이 책을 만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격한 감동으로 내년을 기다립니다. 더욱 힘차게! 행복하게~ 알찬 한 해를 보낼 것 같아요♡

 

 

 


3.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런 감동을 저만 받을 수 있나요??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은 책 속의 윌리엄을 통해 저보다 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윌리엄은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외로운 소년이에요. 풀 죽은 표정으로 혼자 앉아 부엉이 그림을 그리던 꼬마 아이죠.
하지만 그는 정원사를 만났고, 함께 나무를 다듬는 경험을 합니다. 윌리엄은 마을을 변화시킨 정원사의 힘을 체험했어요.
이제는 윌리엄의 차례에요. 정원사가 남겨준 가위를 가지고, 윌리엄은 자기 안에 숨겨진 나의 힘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치킨 한 마리 값이면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평생 소장할 수 있으니, 참으로 착한 예술이지요?
그림책 한 권이 뭐 얼마나 대단하냐고요? 애들이 그걸 읽어서 뭘 알겠냐고요?
아름다움은 머리로 읽지 않아요. 감동은 가슴으로 느끼지요.
훌륭한 작품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정원사의 나무 조각처럼요~

 

다가오는 성탄절. 사랑하는 이들에게 멋진 그림책 한 권을 선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사랑하기 좋은 날, 함께하기 딱 좋은 겨울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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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 나의 과학 인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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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페이지의 두께에 살짝- 긴장을 했으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속도가 나서 3일 만에 클리어♡
먼저 읽고 소개해드린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권은 <이기적 유전자>를 쓰게 된 35살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정말 어마 무시한 일이 아닌가요? 겨우 서른다섯 살에 그런 책을 쓰다니...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합니다.. OTL) 2권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70번째 생일날에서 시작합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7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100명의 사람들.
그는 자작시를 읊기 위해 손님들 앞에 서고,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장면들을 떠올립니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권은 그가 일흔 살 생일에 떠올렸던 회상들을 담고 있어요.

연대기적 구성을 따른 1권과 달리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여담과 일화가 끼어 있어,
목차를 보고 흥미로운 부분을 먼저 골라 읽어도 무방합니다.



 


그가 풀어놓는 첫 번째 주제는 '옥스퍼드'입니다.
"인생에서 나를 만든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옥스퍼드였다."라고 말하는 그이기에
옥스퍼드에서 강사와 교수로 경험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어요.
그가 가르쳤던 뛰어난 제자들과 그와 함께 연구했던 빛나는 동료들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저를 가장 사로잡은 것은 신입생 선발을 다룬 부분이었어요.

옥스퍼드의 면접 질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어떤 대답을 한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는지 밝히는데, 그의 평가 기준을 통해 생물학자에게 필요한 능력과 자질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어요.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그런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꼭 한 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평소 과학을 좋아하지도, 잘 알지도 못 하는 사람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과학자들의 세계에 초대된 기분이었어요~ 사람을 초대해놓고 나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자기들끼리만 이야기를 하면 단단히 빈정이 상할 텐데, 친절한 리처드는 그런 무례를 저지르지 않아요. 
묵직하고 어려운 학문 이야기 사이사이에 가볍고 재밌는 일화와 시니컬한 유머를 선사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소리 지르며 도망갈 필요가 없었답니다.
저는 진지한 과학 이야기보다 끝없이 옆길로 새는 여담이 더 재밌었어요 ㅎㅎ

이야기 중간중간 여담이 등장하는 건 기본이오, 여담을 늘어놓다 또 다른 여담을 꺼내기도 하는데, 본인 스스로 '이렇게 잡담을 해도 되나?' 싶으셨는지 자기변명과 두둔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잠깐! 기분 좋게 떠오른 추억은 또 다른 여담으로 회상할 가치가 있다. 한 술 더 떠 여담 속의 여담으로.

 

스트레스가 가득한 인생에
한담을 늘어놓을 자유마저 없다면 어떻겠는가?
그러나 잡담을 들을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 분이라면,
다음 몇 페이지는 건너뛰는 게 좋으리."


그쵸 ㅎㅎ 한담을 늘어놓을 자유, 생각나는 대로 마음껏 이야기할 자유~! 이 얼마나 소중한 자유인가요?
자서전이니까~~ 그 정도 자유는 드리는 걸로~~ ^^


'가벼운 잡담은 싫다! 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탐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다!' 하는 분들도 걱정하지 마시라~~
12장 '과학자의 베틀에서 실을 풀며'에서는 그가 쓴 열두 권의 책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연구 주제들이 소개됩니다.
단순히 한 권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한 책에서 또 다음 책에서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를 설명하는 장이라 리처드 도킨스의 학
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내로라하는 과학계의 거장들이 숱하게 등장한다는 것인데,

피터  메더워, 니코 틴베르헌, 더글러스 애덤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존 메이너드 스미스 등의 많은 영웅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 저처럼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니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었지요 ㅋㅋ 뭐 이건... 지식과 교양이 부족한 제 탓이지만요.. ㅠ_ㅠ

그래도 중간에 아는 사람이 등장하면 눈이 번쩍! 뜨였는데,
칼 세이건 아저씨가 나오면 너무 반갑고~~~~~~~ 재레드 다이아몬드와 만난 이야기는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나는 1987년 로스앤젤로스에서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처음 만났다. (중략)
그가 자기 차로 나를 애플 사무실 앞에서 태워가기로 했다. 그가 쓴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였기에, 나는 모퉁이에서 기다리면서 꽤 괜찮은 차를 기대했다. 번드르르한 차까지는 아니라도 있어 보이는 차를. 똑바른 길 저 멀리서부터 털털거리고 휘청거리며 느릿느릿 내 쪽으로 다가온 낡아빠진 폭스바겐 비틀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 차가 끽 섰고, 그 안에는 다이아몬드 박사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나는 차에 탔다. 접착제가 떨어지는 바람에 천장에서 늘어져내린 천 조각을 피하려고 애쓰면서 함께 타고 갔다. 그가 어떤 식당으로 데려갈지 나는 전혀 몰랐다. 매력적인 폭스바겐에서 감을 잡았어야 하는 건데 말이다."


<총 균 쇠>의 저자로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유명한 그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털털거리는 낡아빠진 폭스바겐을 타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점심 식사를 레스토랑이 아닌 강둑 풀밭에서, 큼직한 천으로 둘둘 말아 가지고 온 치즈 한 덩이와 바삭한 빵으로 먹었다는 것이~~~~~ 우와..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이토록 검소하고 소탈할 수 있다니요! 그의 성품에 매료되어 안 그래도 감명 깊었던 <총 균 쇠>가 한층 더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이 책의 백미는 역시, 과학과 종교계를 왈칵 뒤집어버린 <만들어진 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는 자서전을 통해 이 책을 처음 계획한 게 언제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출간되었는지 밝히고 있는데요-
이 책이 미국에 출간되고 유명세를 치르는 데에 조지 부시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놀라운 사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

"<조상 이야기>가 출간된 직후였던 2005년 초, 존 브록먼이 예전에 <만들어진 신>을 미국에서 내자는 내 제안에 반대했던 입장을 이제는 버렸다고 알려왔다. 조지 W. 부시가 신권정치로 기운 것이ㅡ부시는 문자 그대로 신이 그에게 이라크를 침공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ㅡ존의 전폭적인 입장 전환에 분명 관계가 있었다."


조지 부시가 신권정치로 기우는 바람에 유신론을 거침없이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는 이 책을 통해 신을 믿음으로써 벌어지는 전쟁과 기아, 빈곤 문제를 비판하며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학적 논리로 증명해갑니다.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
저는 올해 <코스모스>를 읽으며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시작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는데,
세상에나!!!!!! 이건 정말 너무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창이더라고요.
내가 이 책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더 일찍 읽어보지 못한 게 너무도 아쉬웠는데,
리처드 도킨스 역시 진화론의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대단히 강력하지만 대단히 단순한 다윈의 이론은 인류가 떠올린 가장 아름다움 생각 중 하나인데, 그 이론을 모르는 자들은 그 아름다움을 놓치는 셈이다. 더구나 만일 그들이 자신의 오해를 아이들에게도 전달한다면, 그들은 아이들로부터도 그 극치에 달한 지성적 아름다움을 빼앗는 셈이다."

 

 

 

 

 



중간중간 '아...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머리가 멍~~~해지면서
[까만 건 글씨오, 하얀 건 종이니라] 하는 순간도 찾아와요. (저는 그의 책 열두 권과 연구 주제를 다룬 12장이 힘들었어요.) 
과학책을 즐겨읽는 분이라면 더욱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겠지만 저처럼 과학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기도 한데요, 그런 부분은 과감하게 넘기면 그만!!
모든 책에 있는 내용을 어찌 100%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겠어요~ 지금 이 순간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먹으면 되지요*

수다쟁이 리처드 할아버지께서는 그녀의 세 번째 아내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듬뿍 드러내기도 하시고, 둘째 부인 사이에서 낳은 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딸바보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십니다. 출판과 방송, 강연에 얽힌 비하인드스토리도 담겨 있어 책의 분량만큼이나 풍성한 책이에요.

주변의 흔한 남자들 말고, 뇌가 섹시한 남자들과의 색다른 데이트 어떠세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훈남 과학자가 안내하는 세계로 들어가 보세요~
저는 그의 또 다른 책 <만들어진 신>으로 놀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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