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 나의 과학 인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580페이지의 두께에 살짝- 긴장을 했으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속도가 나서 3일 만에 클리어♡
먼저 읽고 소개해드린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권은 <이기적 유전자>를 쓰게 된 35살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정말 어마 무시한 일이 아닌가요? 겨우 서른다섯 살에 그런 책을 쓰다니...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합니다.. OTL) 2권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70번째 생일날에서 시작합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7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100명의 사람들.
그는 자작시를 읊기 위해 손님들 앞에 서고,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장면들을 떠올립니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권은 그가 일흔 살 생일에 떠올렸던 회상들을 담고 있어요.

연대기적 구성을 따른 1권과 달리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여담과 일화가 끼어 있어,
목차를 보고 흥미로운 부분을 먼저 골라 읽어도 무방합니다.



 


그가 풀어놓는 첫 번째 주제는 '옥스퍼드'입니다.
"인생에서 나를 만든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옥스퍼드였다."라고 말하는 그이기에
옥스퍼드에서 강사와 교수로 경험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어요.
그가 가르쳤던 뛰어난 제자들과 그와 함께 연구했던 빛나는 동료들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저를 가장 사로잡은 것은 신입생 선발을 다룬 부분이었어요.

옥스퍼드의 면접 질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어떤 대답을 한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는지 밝히는데, 그의 평가 기준을 통해 생물학자에게 필요한 능력과 자질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어요.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그런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꼭 한 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평소 과학을 좋아하지도, 잘 알지도 못 하는 사람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과학자들의 세계에 초대된 기분이었어요~ 사람을 초대해놓고 나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자기들끼리만 이야기를 하면 단단히 빈정이 상할 텐데, 친절한 리처드는 그런 무례를 저지르지 않아요. 
묵직하고 어려운 학문 이야기 사이사이에 가볍고 재밌는 일화와 시니컬한 유머를 선사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소리 지르며 도망갈 필요가 없었답니다.
저는 진지한 과학 이야기보다 끝없이 옆길로 새는 여담이 더 재밌었어요 ㅎㅎ

이야기 중간중간 여담이 등장하는 건 기본이오, 여담을 늘어놓다 또 다른 여담을 꺼내기도 하는데, 본인 스스로 '이렇게 잡담을 해도 되나?' 싶으셨는지 자기변명과 두둔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잠깐! 기분 좋게 떠오른 추억은 또 다른 여담으로 회상할 가치가 있다. 한 술 더 떠 여담 속의 여담으로.

 

스트레스가 가득한 인생에
한담을 늘어놓을 자유마저 없다면 어떻겠는가?
그러나 잡담을 들을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 분이라면,
다음 몇 페이지는 건너뛰는 게 좋으리."


그쵸 ㅎㅎ 한담을 늘어놓을 자유, 생각나는 대로 마음껏 이야기할 자유~! 이 얼마나 소중한 자유인가요?
자서전이니까~~ 그 정도 자유는 드리는 걸로~~ ^^


'가벼운 잡담은 싫다! 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탐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다!' 하는 분들도 걱정하지 마시라~~
12장 '과학자의 베틀에서 실을 풀며'에서는 그가 쓴 열두 권의 책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연구 주제들이 소개됩니다.
단순히 한 권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한 책에서 또 다음 책에서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를 설명하는 장이라 리처드 도킨스의 학
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내로라하는 과학계의 거장들이 숱하게 등장한다는 것인데,

피터  메더워, 니코 틴베르헌, 더글러스 애덤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존 메이너드 스미스 등의 많은 영웅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 저처럼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니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었지요 ㅋㅋ 뭐 이건... 지식과 교양이 부족한 제 탓이지만요.. ㅠ_ㅠ

그래도 중간에 아는 사람이 등장하면 눈이 번쩍! 뜨였는데,
칼 세이건 아저씨가 나오면 너무 반갑고~~~~~~~ 재레드 다이아몬드와 만난 이야기는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나는 1987년 로스앤젤로스에서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처음 만났다. (중략)
그가 자기 차로 나를 애플 사무실 앞에서 태워가기로 했다. 그가 쓴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였기에, 나는 모퉁이에서 기다리면서 꽤 괜찮은 차를 기대했다. 번드르르한 차까지는 아니라도 있어 보이는 차를. 똑바른 길 저 멀리서부터 털털거리고 휘청거리며 느릿느릿 내 쪽으로 다가온 낡아빠진 폭스바겐 비틀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 차가 끽 섰고, 그 안에는 다이아몬드 박사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나는 차에 탔다. 접착제가 떨어지는 바람에 천장에서 늘어져내린 천 조각을 피하려고 애쓰면서 함께 타고 갔다. 그가 어떤 식당으로 데려갈지 나는 전혀 몰랐다. 매력적인 폭스바겐에서 감을 잡았어야 하는 건데 말이다."


<총 균 쇠>의 저자로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유명한 그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털털거리는 낡아빠진 폭스바겐을 타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점심 식사를 레스토랑이 아닌 강둑 풀밭에서, 큼직한 천으로 둘둘 말아 가지고 온 치즈 한 덩이와 바삭한 빵으로 먹었다는 것이~~~~~ 우와..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이토록 검소하고 소탈할 수 있다니요! 그의 성품에 매료되어 안 그래도 감명 깊었던 <총 균 쇠>가 한층 더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이 책의 백미는 역시, 과학과 종교계를 왈칵 뒤집어버린 <만들어진 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는 자서전을 통해 이 책을 처음 계획한 게 언제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출간되었는지 밝히고 있는데요-
이 책이 미국에 출간되고 유명세를 치르는 데에 조지 부시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놀라운 사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

"<조상 이야기>가 출간된 직후였던 2005년 초, 존 브록먼이 예전에 <만들어진 신>을 미국에서 내자는 내 제안에 반대했던 입장을 이제는 버렸다고 알려왔다. 조지 W. 부시가 신권정치로 기운 것이ㅡ부시는 문자 그대로 신이 그에게 이라크를 침공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ㅡ존의 전폭적인 입장 전환에 분명 관계가 있었다."


조지 부시가 신권정치로 기우는 바람에 유신론을 거침없이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는 이 책을 통해 신을 믿음으로써 벌어지는 전쟁과 기아, 빈곤 문제를 비판하며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학적 논리로 증명해갑니다.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
저는 올해 <코스모스>를 읽으며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시작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는데,
세상에나!!!!!! 이건 정말 너무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창이더라고요.
내가 이 책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더 일찍 읽어보지 못한 게 너무도 아쉬웠는데,
리처드 도킨스 역시 진화론의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대단히 강력하지만 대단히 단순한 다윈의 이론은 인류가 떠올린 가장 아름다움 생각 중 하나인데, 그 이론을 모르는 자들은 그 아름다움을 놓치는 셈이다. 더구나 만일 그들이 자신의 오해를 아이들에게도 전달한다면, 그들은 아이들로부터도 그 극치에 달한 지성적 아름다움을 빼앗는 셈이다."

 

 

 

 

 



중간중간 '아...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머리가 멍~~~해지면서
[까만 건 글씨오, 하얀 건 종이니라] 하는 순간도 찾아와요. (저는 그의 책 열두 권과 연구 주제를 다룬 12장이 힘들었어요.) 
과학책을 즐겨읽는 분이라면 더욱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겠지만 저처럼 과학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기도 한데요, 그런 부분은 과감하게 넘기면 그만!!
모든 책에 있는 내용을 어찌 100%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겠어요~ 지금 이 순간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먹으면 되지요*

수다쟁이 리처드 할아버지께서는 그녀의 세 번째 아내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듬뿍 드러내기도 하시고, 둘째 부인 사이에서 낳은 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딸바보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십니다. 출판과 방송, 강연에 얽힌 비하인드스토리도 담겨 있어 책의 분량만큼이나 풍성한 책이에요.

주변의 흔한 남자들 말고, 뇌가 섹시한 남자들과의 색다른 데이트 어떠세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훈남 과학자가 안내하는 세계로 들어가 보세요~
저는 그의 또 다른 책 <만들어진 신>으로 놀러 갑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