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정원사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25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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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은 두 종류인데요,
1) 책장을 펼쳐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순간 맛있는 책
2) 책장을 덮고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맛있는 책입니다.

 

 

 

<한밤의 정원사>는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책으로
표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저를 사로잡은 책.
울컥- 하는 감동과 찌릿! 하는 전율이 가득했던 그림책입니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표지라니요! 청록빛이 가득한 신비로운 한밤 중♡
아름다운 달빛 아래 마주한 부엉이 나무와 소년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어 보았어요.

 

한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소년과 할아버지가 등장해요.

"창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윌리엄은 궁금해서 재빨리 옷을 입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어요."

 

 

 

 

"하룻밤 사이에 마법처럼 부엉이 나무가 나타났어요.
윌리엄은 온종일 넋을 잃고 멋진 나무를 쳐다보았어요."

윌리엄은 하루 종일 하염없이 부엉이 나무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지요.

 

다음 날부터 거리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나무 조각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고양이 나무, 토끼 나무, 앵무새 나무, 아기 코끼리 나무 …

 

매일 근사한 나무 조각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고,
조용했던 작은 마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낡은 집을 고치고, 함께 모여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
늦은 밤까지 계속된 축제를 즐기다 집으로 돌아가던 윌리엄은 낯선 할아버지를 발견합니다.

 

 

 

'혹시 저분이?'

할아버지는 윌리엄을 돌아보며 말했어요.


"이 공원엔 멋진 나무가 너무나 많단다. 네가 좀 도와주겠니?"

오호라-! 윌리엄이 만난 할아버지가 바로 한밤의 정원사였어요!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는 날, 두 사람은 밤이 깊도록 나무를 다듭어요.

그리고 탄생한 나무 조각들. 온 마을 사람들은 나무 조각을 보며 감탄했어요.


가을이 오자 나뭇잎은 색깔을 바꾸었고, 겨울이 오자 나뭇잎은 모두 떨어졌어요.
한밤의 정원사가 마을을 다녀간 흔적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윌리엄은 달라졌습니다.

 

 

*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울컥- 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한 권의 그림책이 이토록 진한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다니...!! 그림책이 가진 힘과 매력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지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했지만, 책을 덮고 난 뒤의 여운도 길게 남은 그림책이에요.

 

 

 

1.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그림

 

저는 늘 그림보다는 글에 집중을 해서 그림책을 읽는 편인데요, 이 책만큼은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표지의 환상적인 색감부터 첫 페이지의 정교한 스케치, 이어 등장하는 모든 그림들이 정말 압도적이었거든요.
그림 하나하나가 어찌나 섬세하고 정교한지!!
정원사가 완성한 나무 조각의 나뭇잎 하나하나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답니다.

이런 그림을 휙휙 넘겨읽는 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보고 또 보고, 또 보면서 음미해줘야 하는 그림. 그림책이 왜 '그림'책인지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진정한 그림책입니다.

 

 

 

2. 감동과 위로, 희망을 주는 이야기

 

그림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글과 이야기가 따라오지 못하면 좋은 그림책이 될 수 없죠.
<한밤의 정원사>는 압도적인 그림만큼이나 진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매일 밤 환상적인 나무 조각을 완성해 마을을 변화시킨 한밤의 정원사를 만난 순간-
저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노인이 떠올랐어요.

 


 


 

 

황량한 바람만 부는 폐허의 땅에서 매일매일 나무를 심는 사람.
아무도 살지 않는 버림받은 땅에서 그는 나무를 심습니다. 꾸준하게, 흔들림 없이...

그렇게 40여 년이 지나자 마침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드넓은 황무지가 거대한 숲으로 뒤덮이게 된 것이지요.
메말랐던 땅에는 물이 다시 흐르고, 수많은 꽃들은 다투어 피어나고, 새들은 돌아와 지저귑니다.
생명이 찾아온 땅에는 사람들도 모여들어요.

마을은 되살아나고,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기쁨의 땅이 됩니다.

 

저는 원작 소설과 그림책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요, 두 권 모두 매번 감동하며 읽는 작품이에요.
<나무를 심은 사람>의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는 위대한 영웅, 진정한 위인이 누구인지를 가르쳐주어요.
참으로 큰 사람은 높은 권력과 많은 재산, 명성과 인기와 상관없이 우직하게 묵묵하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 어떤 대가가 없을지라도 세상을 위해 뜻을 품고 실천해나가는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저에겐 나무를 조각하는 한밤의 정원사가 <나무를 심은 사람>의 부피에와 닮아있었거든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하게 나무를 조각해 그림로치가를 변화시킨 한밤의 정원사는
부피에와 같은 또 한 명의 영웅이자 위인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참 이상하죠? 정원사 할아버지는 부피에처럼 특별하고 대단한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마을을 변화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바쳐 노력한 것도 아니고, 모두가 잠든 밤에만 잠깐 다녀갈 뿐이고~
뭔가 좀 허술하고 소소한 느낌? 훨씬 더 평범하고 인간적인 느낌이랄까요?


<나무를 심은 사람>의 부피에는 위인전에서나 만날 법한 사람인데, 한밤의 정원사는 생활의 달인에서 만날 것 같더라고요.
왠지 모를 만만함과 친숙함이 강하게 들었는데, 그런 할아버지가 마을에 끼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다는 것-!!

 

 

 

"회색빛의 황량한 거리를 다채로운 색의 활기찬 거리로 바꾸는 힘."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보랏빛 석양이 아름답게 내린 마을이 저에게 말했어요.

"세상을 바꾸는 힘은 대단하고 특별한 영웅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야.
평범한 사람의 작은 실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단다."


띠로린!!!!!!!!!!!!!!!!!!!!!!!!!!!!!!!!

울컥ㅜㅜㅜㅜ 가슴이 찡- 눈물이 핑-~~돌았답니다.

 

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이 따라가지 못 했어요.
그리는 꿈은 크지만 그걸 실현해갈 능력도 기반도, 상황도 여의치가 않았지요.
한없이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내가 싫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한밤의 정원사>가 이야기하는 거예요~

"거창하고 대단한 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야.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 지금 네가 잘 하는 일을,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 없이 모두 사라진대도 괜찮아. 
네 안에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단다. 그 힘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어흑... 이런 위로와 응원이라니!!! ㅜㅜㅜㅠㅠㅠㅠㅠ

ㅜㅜㅠ 네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가 가진 힘을 믿고 신나게 갈게요!!

연말에 이 책을 만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격한 감동으로 내년을 기다립니다. 더욱 힘차게! 행복하게~ 알찬 한 해를 보낼 것 같아요♡

 

 

 


3.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런 감동을 저만 받을 수 있나요??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은 책 속의 윌리엄을 통해 저보다 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윌리엄은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외로운 소년이에요. 풀 죽은 표정으로 혼자 앉아 부엉이 그림을 그리던 꼬마 아이죠.
하지만 그는 정원사를 만났고, 함께 나무를 다듬는 경험을 합니다. 윌리엄은 마을을 변화시킨 정원사의 힘을 체험했어요.
이제는 윌리엄의 차례에요. 정원사가 남겨준 가위를 가지고, 윌리엄은 자기 안에 숨겨진 나의 힘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치킨 한 마리 값이면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평생 소장할 수 있으니, 참으로 착한 예술이지요?
그림책 한 권이 뭐 얼마나 대단하냐고요? 애들이 그걸 읽어서 뭘 알겠냐고요?
아름다움은 머리로 읽지 않아요. 감동은 가슴으로 느끼지요.
훌륭한 작품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정원사의 나무 조각처럼요~

 

다가오는 성탄절. 사랑하는 이들에게 멋진 그림책 한 권을 선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사랑하기 좋은 날, 함께하기 딱 좋은 겨울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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