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보푸리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
다카하시 노조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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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저는 가급적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 읽으려고 노력하는 데요,
웬만해서는 잘 읽지 않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육아서예요.

물론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초보 엄마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런저런 육아서를 읽었지요.
육아서를 통해 배우게 된 것도 많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엄마'라는 틀이 내 목을 죄여오는 답답함을 느꼈어요. 
책을 읽다 보면 내 아이라는 개별성보다는 8개월 아기, 12개월 아기, 만 3세 아동이라는 평균적인 특징에 집중하게 되는 데,
그게 오히려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더라고요.

'지금 개월 수면 이 정도의 발달이 된다는 데 얘는 왜 이러지? 내가 뭘 잘 못 한 건가?'
'이렇게 교육을 시키면 혼자서도 잘 수 있다는 데 얘는 왜 이러지? 내가 잘못 키운 탓인가?'

우리 모두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아이들 또한 제각각의 성향과 속도를 가지고 있는데-
존재하지도 않는 평균의 아이나 저자의 아이와 비교하며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게 되는 게 영 불편했어요.
아이가 정상적으로 발달을 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확인할 필요는 있지만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평균치와 비교할 필요는 없잖아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하지만 불가능한 이상을 목표로 죄책감을 쌓아갈 필요도 없지요.

안 그래도 하루 종일 아이 엄마로 사느라 지치고 힘든데 책 읽는 시간까지 육아에 얽매여야 하나!
책 읽는 시간만큼은 자유롭게 나를 찾으리~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책을 읽으리~~ 외치며 실천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양육에 관한 배움을 아예 등질 수는 없으니 아동 발달과 심리에 관한 공부도 하고 있어요.
정말 많은 육아서를 섭렵하신 선배님께서 [육아서는 이 책 단 한 권이면 충분하다] 말씀 주신 <에밀>도 읽고 있고요.
더불어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그림책 읽기랍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로 역임하며 아동 문학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신 이상금 선생님의 책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에는 이런 말이 나와요.

아이 기르기의 첫걸음은 어린이 이해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어린이 이해에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어요.
하나는 어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방법,
다른 하나는 어린이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는 방법이지요.


어른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방법전문가의 강의를 듣거나 육아서를 읽는 것이에요.
때마다 돌풍을 일으키는 책들은 많지만 그 책을 그대로 따라 한다 한들 결과는 기대와 다른 경우가 많은데요,
선생님께서는 그러한 이유를 "아이의 개인차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채 어른의 입장만 강조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세요.
아이 기르기는 요리하는 것과 달라 소금 몇 그램 넣고 몇 분 끓이라는 식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이마다 개성이 있고 아이들은 살아서 움직이고 시시각각 변하니
우리는 어른의 입장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럼 어린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선생님께서 제일 확실하고 좋은 방법으로 소개한 것이 바로 '그림책 함께 보기'에요.
그림책을 함께 보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어린이를 좀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하세요?" 묻는다면,
저는 "아이들의 행동과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는 책"이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을 거예요.
좋은 그림책의 조건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있지만 이것만은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내 아이의 모습, 나의 어릴 적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내 친구 보푸리>도 이런 기준에 잘 부합하는 책이에요.
아이의 마음이 보이는 책,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좋은 그림책'이요.

내용을 살짝 소개해드릴게요~ 뽀글뽀글 빨간 머리가 사랑스러운 우리의 주인공을 만나 보아요♡

 


꼬마 아가씨에게는 '보푸리'라는 친구가 있답니다.
아이는 노란 스웨터에 달린 보푸리와 함께 먹고 놀아요.
보푸리는 아이의 가장 소중한 친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꼬마 아가씨는 심부름을 다녀오라는 엄마의 말씀에 집을 나서요.
그런데 이를 어쩌나요! 울타리 밖으로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보푸리가 걸려버렸어요!!
아이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마을을 빙~~ 돌아 빵과 우유를 사서 돌아옵니다.

"앗, 큰일 났다!"
집에 돌아와보니 노란 스웨터가 흔적 없이 사라져버렸어요.
아이는 깜짝 놀라 뛰어나가요. 보푸리를 찾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아이는 보푸리가 걸린 곳에 도착했지만 보푸리는 없었어요. 대신 노란 털실 뭉치만 한아름이 되었지요.


엄마는 털실 뭉치를 들고 온 아이에게 향긋한 우유 한 잔을 건네고, 바로 뜨개질을 뜨기 시작!
눈 깜짝할 사이에 노오란 스웨터를 다시 만들어 주십니다.

그럼 보푸리는요???
물론 보푸리도 돌아왔답니다 ♡


 

참 귀여운 그림책이죠? 크기도 어찌나 앙증맞은지- 일반 그림책보다 작은 사이즈라 보기만 해도 깜찍한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저에게도 소중한 친구가 있었거든요~
꼬마의 보푸리처럼 소중했던 나만의 친구를.. 참으로 오랜만에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었답니다.


1. 아이들의 세계, 상상의 세계

6살? 7살? 아마도 그 즈음-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었을 거예요. 어디를 가든 데리고 다니던 곰돌이 인형이 있었답니다.
유난히 복슬복슬- 부드러운 털에 포근한 옷까지 입고 있던 곰돌이는 쿵쾅쿵쾅 심장 뛰는 소리도 들리는 마법의 인형이었어요.
저는 그 인형을 꼭 끌어안고 누워야만 잠을 잘 수 있었는데, 그 버릇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도 지속되었으니 정말 오래된 친구죠?
꼬마의 보푸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 친구는 아니었지만, 곰돌이 역시 저에겐 더없이 소중한 나만의 상상 친구였어요.

매일 밤 침대에 누워 곰돌이에게 속닥속닥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곤 했어요.
속상했던 일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잔뜩 흥분해서 열을 올리기도,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지요.
그때마다 곰돌이는 토닥토닥 저를 위로해주었고 따뜻하게 제 마음을 감싸주었어요.
저는 분명 곰돌이와 대화를 나눴고- 곰돌이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이러한 '상상 친구'가 아동기의 주요한 특징이며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에 사는 존재라고 해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물, 이성적인 사고가 가득한 우리들과 달리
아이들의 세계는 상상과 환상이 가득하죠. 아이들에게 일상은 그저 상상을 위한 소재에 불과할 뿐이라고 합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능력도 없어 답답한 아이들은 상상을 통해 욕구를 충족시켜요.
현실의 불만을 견디는 힘! 불가능한 소망을 이루는 힘! 이 모든 것은 상상을 통해 발현되지요.

<내 친구 보푸리>의 꼬마는 밥을 먹을 때도, 놀이를 할 때도, 심부름을 갈 때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보푸리가 있어요.
이 꼬맹이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다른 옷을 마다하고 노란 스웨터만 고집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으시나요?

짤막한 그림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우리는 느낄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상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이들이 특정한 물건에 왜 애착을 하는지..
열 마디의 설명 보다 강렬하지 않은가요?
그림책은 잊고 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되살려주고, 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드라이기로 곰돌이 인형을 말려주시던 친정 엄마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곰돌이 없이는 잠자리에 들지 못 하는 딸내미를 위해 빨래를 한 날이면 늘 드라이기로 인형을 말려주셨지요.
스무 살이 될 때까지도 곰돌이 인형에 집착하는 딸내미에게 싫은 소리 한 번을 하신 적이 없으세요.

성인이 된 후로는 곰돌이의 존재를 아예 잊고 살았는데, 요즘은 곰돌이를 자주 만납니다.
제 딸아이와 함께 친정집에 놀러 갈 때마다 등장하거든요~
엄마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곰돌이는 이제 딸아이의 장난감으로 활약하고 있어요.

<내 친구 보푸리>의 엄마 역시 아이를 향한 사랑과 배려, 이해가 가득해요.
도대체 어쩌고 다닌 거냐! 옷을 어떻게 한 거냐! 그러길래 조심하고 다녔어야지! 그렇게 될 때까지도 모르고 그냥 다녔냐!
질책하고 비난하고 야단치는 말과 표정은 조금도 없어요. 돌아온 아이를 맞이한 것은 엄마의 미소와 따뜻한 우유 한 잔이지요...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는 고소한 우유 한 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리지요?
우유를 마시는 아이 옆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뚝딱! 스웨터를 다시 만들어주는 엄마의 손은 그야말로 마법의 손!
무엇이든 뚝딱 뚝딱 만들어내는 엄마는 언제나 대단해요. 그 거대한 산 아래에서 우리는 언제나 쉴 수 있어요.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나는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
그림책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요.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지시하고 가르치고 야단치는 것도 아닌데...
저는 왜 자꾸만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걸까요~~?  ^^;

'육아의 첫걸음은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이상금 선생님의 말씀이 다시 한 번 날아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 미숙한 저는 오늘도 그림책으로 엄마 공부를 합니다.
부디 내일은 오늘보다 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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