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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 어느 과학자의 탄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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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후의 삶은 이전과 너무도 달라서, 달라지지 않은 점을 찾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인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사람들을 대할 때의 태도와 마음가짐이에요.

이전에는 별생각 없이 판단하고 평가하고 비난하는 일이 많았지만
출산 후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귀하고 소중해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마음까지 들 정도인데
(저 사람이 저렇게 자랄 때까지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정성을 쏟았을까 싶어서요)
특히나 유난히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부모님이 그렇게! 궁금해져요.

"아. 이 사람은 어떤 부모님 밑에서 자랐을까?"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면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지?"

그 사람의 부모와 환경이 그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인생 전반에 걸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꼭 똑같이 따라 하고 싶어서는 아니지만 그냥 너무 궁금해서~ 알고 싶어서~
매번 기웃기웃 부모님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두곤 한답니다.

제가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학자인 동시에 뛰어난 글 솜씨를 자랑하는 베스트셀러 과학 저술가!
세상은 본디 불공평한 것이라지만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요?!
뛰어난 지성과 통찰력, 명료한 사고력까지 갖춘 과학자가 문학성까지 갖고 있다니...!!!


이러니 제가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리처드 도킨스의 부모님은 어떤 분들일까?
어떤 부모 아래서 어떻게 자랐을까?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리처드 도킨스라는 세계의 지성을 탄생시킨 육아 비법을 찾아서~~~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어슬렁어슬렁 그의 자서전에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은 1,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요,
1권은 그의 가족 계보부터 유년기와 학창기,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기적 유전자>의 탄생기까지를 다루고 있어요.


이 책은 그가 70세에 쓴 책이므로 사실은 아저씨보다 할아버지에 가까운데,
책을 읽는 동안 한 번도 그가 70대라는 걸 느끼지 못 했어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문장들이 전혀 고루하지 않고 세련될 뿐 아니라 시니컬한 유머감각까지 갖추고 있어
30-40대의 쿨내나는 훈남 아저씨로 느껴진답니다.


책에는 그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있는데,
부모님은 물론이오 조부모와 증조부모, 사촌에 팔촌까지 일가친척들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어
일부 독자들은 불필요한 사설이 많은 책으로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가 자란 환경과 가족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오히려 집중해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어요.

특히 그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정말 놀라웠는데,
2차 세계대전 직후 식민지 공무원이었던 남편을 따라 아프리카에 간 어머니 덕분에 케냐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거예요.
전쟁 중에 아프리카에서 보낸 유아기라니! 저에겐 엄청난 역사적/문화적 충격이었는데,
당시의 일상을 자세히 기록해 둔 어머니의 일기장 덕분에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어요.

 

 

 


위의 사진 중 오른쪽 하단에 있는 사자 그림은 리처드 어머니의 작품인데,
이웃집에 들어갔다가 소파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 암사자를 보고 너무 놀랐던 날을 그렸다고 해요.
실제로 리처드는 새끼 사자와 함께 놀며 자랐다고...;;;;
심지어 전갈에 찔려 죽을 뻔했던 적도 있어 아직까지도 전갈 공포증에 시달린다니-
정말 우리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스케일의 유년 시절을 보냈죠?

그의 어머니는 가족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커다란 그림을 통해 기록해 두었는데,
가족의 역사를 이렇게 멋진 그림으로 남겨둘 수 있는 그녀의 능력에도 감탄했지만
그 그림 속에 담겨 있는 리처드의 유년 시절이 참으로 경이로웠어요.

아프리카의 밀림과 정글, 호수와 바닷가를 누비고,
카멜레온과 갈라고원숭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일상이라니...
그의 부모님은 지천으로 널린 수많은 들꽃의 이름도 모두 알고 있는 분들이셨다 하니
그가 얼마나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자랐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물론 그가 계속 아프리카에서 자란 건 아니었고, 8살이 되던 해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는데
그의 아버지는 영국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셨다고 해요.
그는 기숙학교를 다녔는데, 방학이면 종일 농장 일을 거들고 짚단에서 썰매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그의 어린 시절은 '자연 자연 자연! 대자연 속에서 누린 광활한 경험'이라고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아기의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우선해서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어린 시절을 보며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부러운 마음과 함께 많은 깨달음을 얻었답니다~




하지만 정말 큰 의미를 던져준 것은 리처드 도킨스의 학창 시절이었는데요,
그는 "나를 만든 것은 옥스퍼드"라고 말하며 옥스퍼드에서의 대학 생활을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옥스퍼드만의 튜터 제도를 극찬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노예처럼 공책에 받아 적기 바쁜 강의식 수업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말해요.


그는 강의의 목적은 결코 정보 전달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단순 정보는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는 것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으니까요.
강의를 들을 때 우리는 생각을 고취시키고 자극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강사의 말하기를 통해 '생각하는 법'과 그것을 남에게 '전달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죠.

리처드 도킨스가 말하는 최고의 비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교과서만 파고들지 않았다. 도서관에 가서 옛날 책들과 새 책들을 살펴보았다. 연구자들의 논문을 추적했다. 그래서 결국 그 주제에 관해서는 일주일 만에 가능한 한 최대한의 수준으로 거의 세계적 권위자에 가깝게 통달했다. 주 단위로 진행된 개인 지도 덕분에, 우리는 불가사리의 수관계에 대해 그냥 읽고 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주제든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동안 나는 불가사리의 수관계와 함께 먹고 자고 꿈꿨다. (중략) 보고서 작성은 카타르시스였고, 튜터의 격려는 일주일의 노력에 대한 충분한 이유였다. 그리고 다음 주가 되면 새로운 주제가 왔다. 도서관에서 수집해야 할 새로운 이미지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우리는 정말로 교육받았다. 내가 조금이나마 갖고 있는지도 모르는 글솜씨는 대체로 그때의 일주일 단위 훈련을 토해서 얻었다고 믿는다."

그가 극찬하는 튜터 제도는 교과서 중심의 강의식 학습이 아니에요.
일주일 단위로 하나의 주제를 정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를 위해 도서관의 수많은 책과 연구 논문을 찾아 읽습니다.
단순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 주제에 완전히 빠져들어 집중하는 몰입의 경험.
그리고 그 에너지를 완전히 쏟아부은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훈련을 통해 그는 과학자로서의 능력과 글 솜씨를 함께 얻습니다.

튜터 제도는 매 학기마다 다른 교수와 함께 이루어지는데,
어떤 박사는 매주 하나의 논문을 읽고 논문이 다룬 내용과 역사적 개요, 후속 연구 제안, 논문이 제기하는 이론적/철학적 논의 주제를 종합해 보고서를 써내게 했다고 해요.
또 어떤 박사는 그가 전공하고 있는 동물학 교과과정의 그 어떤 수업과도 관계가 없는 것을 시켰는데,
역사책과 철학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지요.

그는 한순간도 이러한 과제가 시험문제에 답하는 데 쓸모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저 묵묵히 노력했고, 그런 공부가 몹시 좋았으며, 그때 느꼈던 희열과 즐거움을 지금까지 기억한다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수차례 단언합니다.

그가 극찬하는 이 튜터 제도는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 독일의 교육 방법과도 참 비슷하지요?
교사와 교과서 중심의 강의식 수업을 탈피해 수많은 자료를 통해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시스템.
우리도 하루빨리 이런 교육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 시대착오적인 산업사회의 교육 방법으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고문할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읽는 내내 놀란 것은 그가 시를 매우 자주 언급한다는 점이에요.
1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용이 전개되는데, 때마다 좋아했던 시, 특히 큰 영향을 주었던 시를 언급해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이런 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고 있었으며, 그중 몇 편은 70대가 된 지금까지도 외운다는 것!

시를 즐겨 읽고 암송하는 오랜 습관이 그의 글에도 큰 영향을 주었겠구나- 싶어서,
저도 더욱 열심히 시를 읽고 외워야겠다 다짐했어요.




저는 1권을 이틀 만에 읽고, 지금은 2권을 보고 있어요. 그의 전작들은 빠르게 읽기 참 힘든 책이지만
이 책은 자서전이라는 특징 덕분에 어렵지 않게 쓱쓱 읽을 수 있어요.
지나치게 여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그게 또 자서전을 읽는 맛이 아니겠어요?

사실 저는 자서전을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자서전이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는 모르겠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는데, 툭툭 튀어나오는 그의 과학적 통찰이 특히 백미였어요.


지상에서 뇌가 가장 섹시한 남자의 일기장♥
살~짝 들여다보시겠어요?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만큼 짜릿한 재미가 또 없잖아요 ㅎㅎ
얼마 남지 않은 2016년. 섹시한 과학자의 시니컬한 일기장에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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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보다 따뜻하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22
이모토 요코 글.그림, 강해령 옮김 / 북극곰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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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보아도 어떤 내용일지 느낌이 팍! 오는 그림책이에요.
폭신폭신한 털장갑보다 따뜻한 건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손이라는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답니다~

책을 받은 날, 자기 책만 세 권이 왔다며 신이 나서 읽어달라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요-
이 책을 보여주며 "장갑보다 따뜻하네" 하고 제목을 읽어주니 다섯살 딸내미가 말하기를,

"장갑보다 따뜻하네?
 엄마 손??"

어머나~~~~~~~~~♡♥♡♥♡♥
이럴 때 또 우리 엄마들은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날아가며 호들갑을 떨게 되잖아요?? ㅎㅎ

"엄마 손?? 오호호호호호호호-
 우리 바윤이는 제목만 듣고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머나 어머나~~~~
 엄마 손이 장갑보다 따뜻한 것 같아?? 어머어머~~ 우리 딸 정말 최고다~~~"

표지를 넘기기도 전부터 물고 빨고 쪽쪽거리고 감탄하며 감동하며 ㅋㅋㅋ
그렇게 읽기 시작했답니다. ^^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어요. 미미와 언니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언니, 손 시려."

표지만 봤을 때는 엄마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주인공은 언니와 동생* 나이차가 제법 나 보이는데, 똑같은 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죠?

언니는 끼고 있던 장갑 한 짝을 동생에게 주었어요.
"와! 따뜻하다!"

 

하지만 다른 손은 여전히 시렸어요.
"언니, 이 손도 시려!"

그러자 언니는 동생의 손을 가만히 잡아 주어요.
"이렇게 손을 잡으니까 따뜻하지?"

 

맞잡은 두 손에 어린 온기가 보이시나요? 양 볼과 두 손의 발그레-한 온기가 참 예쁘더라고요.
그림체는 아주 단순하고 유아적이지만 이런 디테일이 세심하게 살아있는 그림이라 좋았어요~
토끼 귀에 꼭 맞는 분홍 털모자도,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빠알간 목도리도 더없이 깜찍하고요*

이 책의 매력은 이제부터 시작인데요, 장갑을 주는 대신 손을 잡아주었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손을 잡으면 장갑은 한 짝만 있어도 따뜻하다는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할머니랑 언니랑 셋이어도 서로 손을 잡으면 장갑은 한 짝만 있어도 돼요!"

 

 

"그럼 여우랑 너구리랑 고양이랑 손을 잡아도 장갑은 한 짝만 있으면 되는 거야?"
"당연하지!"

"그럼 아주 아주 많아도 서로 손만 잡으면 장갑은 한 짝만 있으면 되는 거야?"
"그렇고말고!"

여기까지 읽어주면 딸아이는 얘기해요.
"동그랗게 다같이 손을 잡으면 장갑은 하나도 없어도 돼! 모두모두 따뜻해!!"

아~~~ 이 맛에 책을 읽어줍니다♡♡

 

아이의 멘트는 그림책의 이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온 거예요~

언니가 말했어요.
"세상 모두가 서로 손을 잡으면 장갑은 없어도 돼."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장들이라 한 번만 읽어줘도 거의 다 기억을 하더라고요.
글밥이 많지 않아서 아주 어린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다섯 살인 딸아이는 손을 맞잡은 동물 친구들이 몇 명인가 하나씩 세기도 하고, 
사자가 어디 있나, 호랑이가 어디 있나 동물 친구들을 찾기도 하고-
물속에 사는 친구들만 골라보기, 날아다니는 친구들만 골라 보기, 손이 없는 친구들을 골라보기 등등
동그랗게 늘어선 친구들 그림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읽고 또 읽고 있어요♡

모든 페이지에 소복소복 내리는 하얀 눈도 예쁘고,
오동통통 아기자기한 파스텔톤의 그림이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요~
장갑이 없어도 온 세상이 따뜻해지는 마법은 서로가 맞잡은 두 손이라는 메시지가 더없이 따뜻하지요?

매서운 한파가 찾아온다는 올겨울-
가슴까지 뜨끈해지는 사랑스러운 그림책 한 권으로 월동준비를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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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루시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2
김지연 글.그림 / 북극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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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루시>를 보자마자 '독특하다'는 느낌이 확 왔어요~
표지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배경색이 참 묘~~~~하지 않나요?
연두색 같긴 한데 흔히 보는 연두색은 아니고, 이런 색은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요;
제가 미술에는 영 지식이 없어서 말이지요.

여하튼 중심이 되는 배경색이 굉장히 특이했는데,
한가운데에 떡- 하니 앉아있는 루시는 무채색. 루시가 앉아있는 지붕도 무채색!

크레파스의 질감이 나는 제목과 고양이, 그런데 지붕은 또 동양화 느낌이 나지 않나요?
수묵화 같기도 한 지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책장을 넘겨보니 단순하고 담백한 그림이 펼쳐집니다.
가로로 긴 판형의 그림책이라 널찍한 풍경을 볼 수 있어요.

지붕이 하나 있었어.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었지.

어느 날, 루시는 그 지붕 위에 올라갔어요. 그리고 감탄합니다.
정말 멋지다!

루시의 친구들도 지붕에 올라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루시는 말합니다.
이 지붕은 내 거야!

친구들은 루시가 내려오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루시는 내려올 생각이 없어요~
기다리던 친구들은 공놀이를 하기 시작합니다.

루시는 공놀이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말합니다.
난 공 안 좋아해!

밥을 먹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는 이렇게 말하죠.
난 배 하나도 안 고파.


 

 

낮잠을 자는 친구들을 보면서는 이렇게~ ^^ 

이거 참...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고집쟁이지요?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요.

친구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는데, 여전히 지붕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루시.
하염없이 비를 맞던 루시는 결국 지붕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음 날 아침, 노오란 해님이 방긋 떠올랐어요.

오늘은 누가 먼저 지붕 위에 올라가게 될까요??
루시와 고양이 친구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요??


뭐, 제가 굳이 보여드리지 않아도 뒤에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느낌이 확 오시죠?

어찌 보면 참 뻔한 내용, 너무 흔한 주제인데- 뻔한 내용을 뻔하지 않게 표현했다는 점이 참 좋았어요.
소개해드린 페이지를 살짝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그림책은 글이 정말 최소한으로 담겨 있어요.
두 페이지에 한 문장씩! 두 문장 이상 적힌 페이지가 아예 없을뿐더러 단 한 마디의 말도 없는 페이지도 많습니다.

절제된 것은 비단 문장뿐만이 아니에요. 루시와 루시의 친구들 역시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데요,
지붕 위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는 루시를 기다리는 친구들의 감정이나 생각은 전혀 엿볼 수 없고,
루시 역시 입매와 눈, 팔의 움직임 정도로만 감정을 표현합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집은 또 어찌나 단순한지-!
'이런 집은 나도 그릴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요?
해님과 나무, 배경 역시 참 간단하게- 수수하다 못해 단조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밋밋한 느낌, 민숭민숭한 맛이었어요.
강렬하게 확! 가슴에 꽂히는 무언가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책을 덮고 돌아서 보니, 아이와 함께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어보니,
담백해서 더욱 빛나는 그 맛을 알겠더라고요. 읽을수록 더 여운이 길게 남는 책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지붕 위의 루시를 보며 청와대를 떠올립니다.

저 견고한 성벽 뒤, 지붕 위에서 "내 자리!"를 외치며 내려올 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붕 아래에는 그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요.

웃지 못할 진풍경,
안타까운 대 막장,
아름다운 새역사..

아픔과 감동,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모순의 현장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지붕'이란 무엇일까? 거기에는 대체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그곳을 어느 한 사람이 제 마음대로 독점할 수 있는 걸까?

    

세상은 우리에게 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더 많은 돈, 더 높은 지위, 더 강한 힘과 권력을 쫓아 달리라고 채찍질하지요.

부모들은 소원합니다.
내 아이가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면... 더 큰 회사에 취직했으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갔으면...

지붕 위에 올라간 루시는 행복했을까요? 즐거웠을까요?
거기에 앉아 있는 순간들이 정말 의미가 있었을까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홀로 앉아 맞고 있는 루시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보다 우리
혼자보다 함께
경쟁보다 협력임을..
제발 나에게 가르쳐 달라고요.

    

한 나라의 가장 높은 곳을 1인 농성장으로 전락시킨 그녀에게...
이 책을 보내드려야겠어요. 그리고 이야기해야겠죠?
"내려오세요. 이제 그만, 내려오세요."

광장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촛불들이 우리들 가슴속의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중요한 진리를 밝히는 촛불, 정말 중요한 가치를 빛내는 촛불, 정말 중요한 교육을 지피는 촛불.

책은 우리가 밝혀야 할 또 하나의 촛불이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그림책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고, 글과 그림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어찌 소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을 던져주고, 읽고 난 뒤에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을 저는 참 사랑합니다♡

<지붕 위 루시>는 네이버 그라폴리오와 와우책예술센터가 공동 주최한 2016 창작그림책 챌린지의 당선작이라고 해요.
신인 작가의 책이라 북극곰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쉽게 만나보지 못 했을 텐데.. 이렇게 맛볼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앞으로도 더 다양한 문이 열려서 새로운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그림책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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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이와 원더마우스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1
조승혜 글.그림 / 북극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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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누워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오리의 모습이 범상치 않죠?
'요거요거~~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은데~~~' 궁금한 마음을 가득 안고 책장을 넘겨 보았습니다~

동동아, 학교 가야지.
네, 갈게요!

동동아, 일어나야지.
네!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일상이죠? ㅎㅎ
그래도 동동이는 착해요~~
우리집 아가씨는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는...... ㅜㅠ 



그런데요,

 

허어어억!
동동이의 입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동동이는 입을 따라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입은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하고 있네요 ㅎㅎ
동동이는 수건에 물기를 닦고 있는 입을 간신히 잡아 장착~!

하지만 입은 자꾸만 도망을 가요~ 혼자 식탁으로 달려가 밥을 먹고, 학교에도 먼저 가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축구도 입이 나서서 동동이를 대신하지요.

심술이 난 동동이는 입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끈으로 꽉 묶어두고는 말합니다.
"쳇, 내가 공만 차 봐라. 바르셀로나도 간다."

그리고 잠이 든 동동이.
동동이의 입은 이제 얌전히 동동이 얼굴에 붙어 있을까요?

다음 날 아침,
눈을 번쩍 뜬 동동이는 알아챕니다.

'입이 또 없어졌어!'


동동이는 없어진 입을 찾아 여기저기를 뒤져보지만 입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아요.
입이 없는 동동이는 말을 할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지요. 
아무것도 먹지 못한 동동이는 영양주사를 맞으며 소파에 누워 있는데,

뚜둔!!!! 동동이의 입은 바르셀로나 경기장에 있다네요!!!

동동이는 비행기를 타고 입을 잡으러 가요~
축구 경기장을 누비고 있는 입을 잡느라 한바탕 대소동!

고생 끝에 겨우겨우 입을 찾아온 동동이는 말합니다.
"네가 달나라에 가 봐라! 내가 못 잡나…"

다음에 전개될 내용은 설명드리지 않아도 상상이 되시죠? ^^
동동이가 어떤 모험을 겪게 되는지 책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저는 이 책이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요,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그걸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좋았어요.

아이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오로지 무언가를 가르치고 훈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들이 많은데,
목적성과 계몽 의식만 두드러진 책은 좋은 어린이책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책일수록 더 깊은 상징과 은유, 해석의 자유가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요?

<동동이와 원더마우스>는 얼핏-
'말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는 건 나쁘다, 늘 말 조심을 해야 한다'를 가르치는 책 같아 보여요.

"동동이처럼 대답만 하고 엄마 말 안 들으면 입이 뚝 떨어진다!"
"그러니까 말만 하지 말고 실천을 해야 하는 거야~"
"항상 입조심, 말조심을 해야 해.

이 책을 읽어준 뒤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부모님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는 절대 그렇게 하지 마시라! 부탁드리고 싶어요.
왜냐,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해석의 가능성을 막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동동이와 원더마우스>의 제목을 다시 한 번 읽어보세요.
이 책의 주인공은 동동이 하나가 아니죠? 동동이'와'  원더마우스 2명의 주연이 존재합니다.
동동이의 입은 '원더마우스'라는 엄연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동동이와 구별되는 또 다른 대상으로 독립성을 갖고 있는 것이죠.

'동동이'의 입장에서 보면, 위의 주제가 도출될 수 있을 거예요.
'아, 네네 대답만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입이 없어져서 밥도 못 먹고 말도 못 하는구나. 다음부터는 재깍재깍 움직여야지.'
'아, 아무 말이나 그냥 했다가는 큰일 나는구나. 말조심해야지.'

그런데 '원더마우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원더마우스의 행동과 성격, 특징을 생각해보세요. 원더마우스에게 초점을 맞춰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보일 거예요.

원더마우스는 이름처럼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원더우먼처럼 빠르고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다니지요.
원더마우스는 뭐든지 척척 재빨리 해낼 뿐 아니라 축구 실력도 엄청납니다.
원더마우스는 일단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그 말이 무엇이든 단박에 현실로 이뤄내요.
바르셀로나 경기장에 가는 것도, 달나라에 가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원더마우스의 능력은 무궁무진해 보여요. 말하는 대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으니 말이에요*
그러니 이런 원더마우스의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말 조심'이 아니라 '말의 힘'이 아니겠어요?
무엇이든 말만 하면, 내가 말로 내뱉은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전해주는 희망의 메시지요.



이 글을 쓰며 표지를 다시 보니, 동동이보다는 '원더마우스'에 포인트가 퐉!! 들어간 것이-
작가가 보다 강조하고 싶었던 핵심은 동동이가 아닌 원더마우스쪽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요 ㅋㅋㅋ 


이 책의 표지에는 또 하나의 힌트가 담겨 있는데요, 왼쪽 상단을 보시면 '동동이와 원더마우스1'이라고 적힌 문구가 보이시죠?
오호라-! 1이 있다는 것은 2도 있다는 말씀! 앞으로 나올 후속작이 기대가 됩니다♡

내용도 재밌었지만,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 (신경질 내는 동동이가 특히 매력적! ㅎㅎ) 작가 이름을 봤는데,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작가였어요. 책 정보를 찾아보니 이 그림책이 데뷔작인 신예 작가더라고요.
인지도가 전혀 없는 신인 작가의 책을 출판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선택인데, 북극곰 출판사의 용감한 선택이 참 멋있어요.

어른 책도 그렇지만, 그림책 시장에서는 특히나 우리 작가들의 입지가 정말 작거든요.
다양한 지원과 경로를 통해 보다 많은 작가들이 우리의 글과 그림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그림책이 전 세계에 위상을 드높이는 그날까지~~~!
열심히 사고 + (리뷰를) 쓰며 응원하겠습니다. 우리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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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TH 더 패스 :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 하버드의 미래 지성을 사로잡은 동양철학의 위대한 가르침
마이클 푸엣.크리스틴 그로스 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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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철학을 좋아하시나요? 철학책! 즐겨 읽으시나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분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철학'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들..

소크라테스와 두꺼운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난해한 질문들이 아니던가요?

우리에게 철학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나와는 상관없는 존재,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밥 벌이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비주류 학문쯤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동양 철학'은 전근대적이고 전통적인 것으로 지금 우리 시대에는 맞지 않는 학문 취급을 받기도 하는데요, 철학을 연구하고 탐구하는 학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모두 잘못된 편견! 철학의 진가를 모르고 하는 착각이라고요~

그들은 이러한 착각이 우리의 서양 중심적 시각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서양과 근대화를 우월하다고 전제하는 우리의 관점이 철학과 동양 철학의 참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엥? 그게 무슨 소리?

갑자기 웬 서양 중심적 사고 타령인가~ 싶으시죠?

잠깐 생각해 볼까요?

여러분은 '철학'하면 아래 두 단어 중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철학 = Philosophy? 道?

 

道보다는 Philosophy가 먼저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우리는 '철학'이라하면 자연스레 Philosophy, 서양의 철학을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서양은 철학을 Philosophy라고 부르는데, 이는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뜻이에요.

과학과 종교를 중시하는 서양 문화에서 철학이란 '진리'와 '선'을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반대로 동양에서는 철학을 道라고 부르는데, 이는 '걸어가며 생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종교적이고 현실주의적인 동양 문화는 '일상적인 경험의 축적'을 중시하며 추구하는 학문을 '철학'이라 말합니다.


"이 책에 소개한 철학자들은 자신의 가르침을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모습으로 설명하려 했고, 이것이 그들의 강점이다. 그들은 삶을 바꾸는 커다란 변화와 충만한 삶은 다름 아닌 일상에서 시작된다고 믿었다. "

동양에서의 철학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삶. 일상에서 시작되는 삶의 변화라는 것인데,
내가 평소 생각해왔던 '철학'의 개념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죠?

 

우리에게 '철학'은 딱 이런 ▲ 느낌으로, 턱을 괴고 앉아 미간을 찌푸리며
"진리란 무엇인가?", "무엇이 진정한 선인가?"와 같은 질문의 답을 찾는 학문이니까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서양 철학'에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것!
동양에서의 철학은 '일상'과 '경험', '삶의 순간순간 중시하는 학문입니다.

그러니 '철학'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서양 중심적이었는지 깨달음이 팍! 오시죠?
우리는 그동안 동양 철학의 진가에 대해서, 동양 철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너무도 몰랐던 거예요~

하지만 빛나는 것은 언제든 제 진가를 발휘하기 마련-!
최근에는 그동안의 무지에서 벗어나 동양 철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서양에서의 관심이 뜨거운데요,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동양철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지식인들이 많다고 해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을 쓴 마이클 푸엣 교수 역시 그런 지식인 중 한 명입니다.

마이클 푸엣 교수는 하버드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인기 강의로 유명한데, 이 강의가 다름 아닌 동양철학 강의랍니다.
'어떻게 좋은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동양 고대 철학가들의 사상을 통해 해결하는 그의 강의는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뛰어난 강의'라는 평가를 받으며 하버드 최고 교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고 해요.

하버드의 학생들이 극찬하는 인기 강의!

하버드의 지성이 해석하고 설명하는 동양 철학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더 패스>는 그의 강의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책입니다. 

 

우리는 왜 동양 철학을 공부해야 할까요?
동양 철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그는 말합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동양의 철학자들은 혁신적인 시각을 선사한다고요. 우리는 이들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생각에 의문을 품을 수 있고,
어떻게 타인과 관계를 맺고,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가르침을 받을 수 있냐!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3장에서부터 8장까지~ 그는 공자와 맹자, 노자, <내업>과 장자, 순자를 다루는데
단순히 동양 철학의 개념과 사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철학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요.
먼 옛날 춘추전국 시대에 살던 사람들을 위한 <논어>가 아니라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논어>를 이야기하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과거의 시대에 갇혀있는 죽은 철학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들을 위한 살아있는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제일 먼저 공자를 다루는데, '가상 의식'의 의미를 해석한 이 장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공자는 특히나 '제례'를 강조했는데요, 저자는 이 제례의 의미가 죽은 자가 아닌 산 자에게 있음을 지적합니다. 죽은 자에게 정말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가족들에게 필요한 의식이라는 거예요. 조상이 그곳에 정말 있는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그들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제례는 산 사람들 사이의 감정도 변화시킨다. 죽은 자는 남은 자들의 관계도 변화시키게 마련이다. 두 형제 사이에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어린 시절의 경쟁 심리가 다시 불타오르기도 하고, 제멋대로 굴던 아들이 갑자기 명목상 집안의 가장이 되어 식구들 사이에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례를 치르는 동안에는 마치 불화가 전혀 없는 것처럼 가족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해낸다. (p.64)"

저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안에서 나고 자란 탓에 시댁의 제사 문화를 이해하기가 참 힘들었어요. 맛있게 먹지도 않는 음식을 구태여 만들어서 차리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제사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알 수가 없었지요. 그저 시대착오적인 답습이라고,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제례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아. 돌아가신 조상의 혼이 정말 와서 음식을 먹고 가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구나.
혼의 존재 여부와는 상관없이 마치 돌아가신 분이 다시 여기에 돌아온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변화. 일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감정, 각자가 새롭게 하고 있는 역할. 그 '단절'이 지니는 가치를 중시하는 거였구나. 처음으로 이해와 깨달음이 오더라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사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전보다 훨씬 의미 있는 마음으로 제사 준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전히 하기 싫은 일이긴 하지만 아무 의미도 모른 채 억지로 해치우듯 하던 때와는 분명 다른 마음이니까요.

 


4장의 맹자를 읽으면서는 한숨만 나오는 지금의 시국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얻었어요.

 

"우리는 내면의 더 나은 모습을 키우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과 마주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 또는 "인생을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가?" 같은 거창한 질문을 던지는 것과 사뭇 다르다. 그보다는 부단한 노력으로 일상에서 사소한 것을 바꾸면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멋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뒤에도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p.134~135)"

일상의 사소한 것을 바꿔 나의 내면을 더 나은 모습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고, 노력하면서도 또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가슴에 새기고 새겨야 할 가르침이지요?

 

 

노자를 다룬 5장에서는 '영향력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데,
구구절절 가슴에 사무치는 말뿐이었답니다.

"현인이 된다는 것은 사람들을 잘 파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현인이라면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누군가를 마주칠 때마다 부드러움과 융통성으로 내 주위를 하나의 세계로 만든다.

진정한 영향력은 눈에 띄는 힘이나 의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무척 자연스럽게 느껴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세계를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이것이 노자식 현인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노자'에 따르면 힘이나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단단함이 아니라 부드러움으로, 사람들을 지배하기보다 서로 연결하면서 무한히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p.169)"

지금 우리의 지도자와 딱! 반대되는 이야기만 등장하죠?
노자의 현인이, 진정한 영향력을 가진 지도자가 너무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내업>을 다룬 6장에서는 활력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데,
호흡과 운동, 음악과 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칠 수 있었답니다.
읽어보시면 활력 있는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데 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장자를 다룬 7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관점'에 대한 지적이었어요.

"다른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끊임없이 살펴보면서, 우리 시각만이 유일한 시각은 아니라는 사실을 늘 떠올린다. 장자의 가르침처럼 삶을 새롭게, 열정적으로 경험하려면 사물을 다르게 보는 원칙, 관점 이동 원칙을 따라야 한다. (p.231)

우리의 의식적인 사고는 '당위성', 즉 옳다고 여겨지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크고, 무엇이 고결하고, 무엇이 유용한지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의존하는 단어나 가치가 얼마나 자의적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p.232)

우리에게 어떤 관점이 있다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 관점이 보편적이라 단정하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사물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지나치게 고정된 범주와 가치를 만들어 낸다. (p.234)"

나의 시각만이 유일한 시각이 아님을 깨닫자!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자의적으로 생겨난 하나의 관점임을 깨닫자!

관점 그 자체를 깨라고 말하는 장자의 말이 참으로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철학자는 순자인데요, 순자의 '작위' 개념은 제 뒤통수를 턱! 하고 때렸다지요~
"우리가 스스로를 자연스럽다거나 '진짜'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 모습은 선택된 것이며, 따라서 일종의 작위(꾸며낸 행동)다."

작위란 꾸며낸 행동으로 인위적인 것인데, 순자는 이 작위를 좋은 것이라고 봤어요.
굉장히 의외지요? 우리는 보통 자연스러운 것, 꾸미지 않은 행동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잖아요~
순자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는 생각, 세상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러한 생각이 가질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는데요,
이런 순자의 관점을 적용한 저자의 분석에 저는 또 한 번 뒤통수를 턱!!!

환경 오염과 줄기세포 연구,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문제를 순자의 관점에서 해석했는데,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인간 개입의 최소화로 생각하곤 했던 저의 한계를 여실히 깨닫는 순간이었죠. 자연적인 것과 작위적인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맛볼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세상이 분열되었다면 그만큼 새로운 것을 만들 기회도 많은 법이다. 그것은 우리 삶에서 아주 사소한 것, 모든 것을 바꿀 단초가 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거기서 출발한다면 모든 것은 우리 손에 달렸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 기회는 우리 삶의 가장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모든 것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

 


최순실과 박근혜, 그저 나는 몰랐다로 일관하는 그들 곁의 수많은 참모들은 국민들의 불같은 비난을 받는 것이 마땅하며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질문 또한 던져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연 이 사태가 그들만의 잘못일까?"


그들이 그토록 활개를 치고 다니며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농락을 하는 동안...
우리는 무얼 하고 있었나요? 민주 시민으로서의 나는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고 있었을까요?

저는 지금이 대한민국에 다시 오지 않을, 정말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이 엄청난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제2의 최순실, 제2의 박근혜가 등장하겠죠.

한 사람 한 사람의 국민이 달라지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반복될 거예요.

<더 패스>의 저자는 말합니다.
"모든 것을 바꿀 단초는 아주 사소한 것에 존재한다."

우리가 여전히 하루하루 먹고사는 데에만 급급해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등한시한다면
우리의 대한민국은 지금의 모습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새로운 세상을 만들 기회는 우리 삶의 가장 사소한 것에서 출발합니다.
먹고 자고 일하는 틈틈이 책을 읽고 공부하며 생각하는 시민으로 깨어있는 것.
모든 것은 우리의 이 작은 실천에서 시작됨을... 우리 모두가 깨닫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깊어가는 가을~~
동양 철학의 위대한 가르침에 빠져 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책과 함께 생각하며 성장하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함께 해요~~~  책 읽기 딱 좋은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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