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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마지막 그림 - 삶의 마지막 순간, 손끝에서 피어난 한 점의 그림
이유리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6월
평점 :
별점:★★★★★
한줄평: 그 작가를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들의 생의 마지막 작품을 보고 느껴라.
'자신의 묘비명'과도 같았던 예술가들의 마지막 작품을 살피는 것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인간의 영구 생존율은 0%'라는 이 자명한 사실
앞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화가의 마지막 그림만큼 잘 알려주는 것이 또 있을까?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는 이 아이러니, 인간은 결국 죽음에 패배할 것이라는 걸 알지만, 최선을 다해서 져보자는 마음...
이 책 속에 담긴 '백조의 노래' 들은 어쩌면 겨울나무가 봄나무에게 보내는 엽서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는글 중
흙장난님의 서재 8cats에서 책 번개가 있었다. 명절 연휴 끝자락인 오늘. 일요일의 책모임은 처음이었는데 느낌이 꽤 좋았다. 내일 다시 주부의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래서 더 안온했던 시간.
이유리 작가는 취미를 전문성으로 끌어올려 책을 출간했다. 런던에서 보고 느꼈던 그림들이 단초가 되어 미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 나도 가고 싶어라,,내셔널갤러리...ㅠㅠ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사랑, 그토록 간절했던
2장 부상당한 희망
3장 예민한 영혼에 드리워진 덫
4장 화려한 성공, 뜻밖의 최후
그리고 각 장안에 4-5명의 화가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이 책의 장점은 가독성이 좋고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딱딱한 미술사를 논하거나 작품을 구체적으로 파헤쳐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한 글이 아니다. 미술가 개개인의 삶의 시작과 그 마지막을 넓게 다루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모임에 오신 모든 분들 역시 내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고대부터 현대미술까지, 동서양 화가들의 이야기를 함께 묶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정신없이 많은 작품을 수록하지 않았고 화가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과 작품이 실려 있기에 실속도 있다. 미술 입문서로 적당할 것 같다는 나의 의견에 화가의 전성기 때의 작품을 접하는 것이 아닌 죽음을 목전에 두고 그렸던 것을 모아놓은 책이라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가지신 분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아무래도 '죽음'과 관련된 작품이 가지는 의미는 밝지는 않을 테니까.
사랑, 희망, 덫, 최후.
이 단어들을 조합해보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이다. 결국 그 안에서 돌고 돌다가 생은 끝나는 것이니까. 사랑을 하고, 희망을 꿈꾸게 되고, 삶의 덫인 슬픔과 상처를 안고 결국 최후를 향해 걸어가는. 슬픔과 기쁨이 교차되는 순간을 맛보면서 강해지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이중섭의 마지막에서는 곁에 있는 가족에 대한 감사를 생각했고,
반 고흐의 마지막에서는 희망을 엿보았다.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에서는 강인함을 배웠고,
카라바조와 렘브란트의 마지막에서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타인을 위해 더 나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웠으며,
미켈란젤로의 마지막에서는 열정을 배웠다.
살아가면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나와는 관계가 아주 먼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읽어내려가면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평소보다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좋은 삶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걸까?
비난받아 마땅한 삶이 과연 있을까?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의지와 신념으로 순간순간을 살아간다. 그 의지 자체를 어떤 잣대를 두고 옳다 그르다는 판단을 한다는 것이 슬프게 느껴졌던 시간. 이 책 속의 화가들의 마지막이 추하지 않았던 까닭은 단 한 가지다. 그들은 각자의 마음의 소리에 진실로 귀 기울였다는 것. 적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충실했다는 것이다. (도덕적 판단은 일단 뒤로하고)
오늘도 나는 나의 마지막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 순간들이 모이면 내 마지막도 조금은 가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생은 내가 풀지 못할 여러 문제를 던져줄 것이다. 그리고 불가항력의 사건들 속에서 허우적댈 것이고. 하지만 저자의 말을 다시 새겨 넣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져 보자는 마음.. 그 마음을 말이다.
http://blog.naver.com/doumi81/220814958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