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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평점 :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심화된 한일 갈등이 끝날 조짐이 안 보인다. 지금도 일본 우익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혐한을 조장하고 있으며, 일본 내 반한 감정도 여전한 것 같다. 나 또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일본 여행은 꿈도 안 꿀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인 한일의 젊은 세대를 생각해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갈등을 완화하고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일본도 이 점을 직시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는 가운데 한국 국가경쟁력이 30년 만에 일본을 추월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더욱 강해져,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일본이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우리에게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기를 희망해 본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 자신도 우리의 잘못된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 주요 대상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과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 매국노가 될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 그들은 이미 가고 없으며 그들의 후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국가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애국자들의 후손이 지금도 고난과 역경을 겪는 상황을 볼 때면, 친일 청산 또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말하다.
이번에 읽어본 『친일파 열전』은 일본에 강제 병합된 1910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 35년에 이르는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만화로 풀어낸 작품으로 박시백 화백의 작품이다. 작가의 『조선왕조실록』, 『35년』을 즐겨 읽어왔기에 이번 역사만화 역시 매우 기대되었고 빨리 읽어보고 싶었다. 작가는 해방이 된 후에 친일파가 청산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친일파가 건재하다고 말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침략자에 붙어 민족을 배반했고 해방 후에도 주류가 되어 떵떵거렸던 당사자들은 이제 생물학적 수명을 다해 사라지고 없지만 그들의 혈연적, 사상적 후예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4,389명의 인물 중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150여 명의 대표적인 친일파를 가려내어 그 행적을 공개하고 있다. 책의 본문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물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 ‘친일의 역사’에서는 강화도조약부터 해방 직후까지 친일이 형성되는 과정과 역사를 제2장 ‘우리는 황국신민이다’에서는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국적 등의 국적들, 귀족 작위를 받은 친일파들, 경찰과 밀정들, 만주에서 활동한 친일파들 등을 각각 분류하여 소개했으며, 제3장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을 주름잡았던 명망가들의 친일 행위, 관리들과 군인들, 문학계, 연극계, 영화계, 음악계 등 각계각층에서 활약한 친일파들을 소개하고 있다. 부록 〈친일인물약력〉에는 이들의 대표적인 친일파의 행적을 찾아보기 편리하도록 정리되어 있다.

현재 일본의 역사 부정과 왜곡뿐만 아니라, 중국 또한 동북공정으로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 고유문화를 자신들의 문화에 흡수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힘을 합쳐 거짓에 맞서야 한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으며, 언젠가는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친일 정산은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선조들의 공로는 공로대로 인정하고, 과오는 과오대로 밝혀져야 한다. 민족대표로 독립에 몸담았다가 반민족행위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친일 행각을 시인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 최린의 모습은 다른 친일파와 구별된다.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는 용서의 시작이다. 많은 사람이 특히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역사의 정의를 세우는 일에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국가와 민족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 언제 어디서든 반역자는 항상 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애국자가 이 땅을 지켜왔고, 또한 지켜낼 것이다. 더 많은 의인과 정의를 위해 친일 청산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