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평점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때때로
수산 자원의 고갈에 관한 뉴스를 대할 때면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과거에 흔했던 명태가 무분별한 남획으로 동해안에서 사라진지 오래이고, 올해에는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오징어가 사라져 안 잡혔다고 한다. 어민들은 이제 흔한 도루묵과 양미리도 갑자기 자취를 감출까
걱정이라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수산물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이 번에 읽은 책 『대구』는 대구에 관한 어종과 어구의 명칭에서부터 역사와 지리를 망라한 매우 흥미로운 책으로 수산자원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 생각되어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다.
전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논픽션 명저의 귀환
무한한 인류의 탐욕에 관한 날카로운 보고
이
책의 저자인 마크 쿨란스키(Mark Kurlansky)는 세계적으로 역사 분야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으며 역사와 환경, 그리고 음식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글은 주제를 단순히 정보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적,
사회적 맥락을 통해 생생하게 풀어내는 데 매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의
다른 저서로는 『대구』 외에도 『소금』, 『연어의 시간』, 『우유의
역사』 등이 있으며, 전 세계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구라는 특정 어종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구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 예를 들어 대구 튀김과 대구 스튜와 같은
전통 요리법을 상세히 기술하며, 대구가 단순한 경제 자원이 아니라 문화적 상징이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1997년에 발표되어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best book)’에 올랐으며, 음식 관련
명저에 주어지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James Beard Award)를 수상했다.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책에서
작가는 대구라는 물고기가 단순한 어종이 아니라, 역사와 경제, 그리고 문화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처음 책을 펼치고
책의 앞머리에 있는 ‘대구로 보는 세계사 연대표’를 꼼꼼히 읽으며 전체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있었는데, 책을 읽을수록 작가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깊은 역사적 이해에 감탄이 나왔으며,
대구와 관련된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설명한 것이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대구는 10개 과에 걸쳐 200개 이상의 종으로 분류된다. 그 대부분은 북반구의 차가운 바닷물 속에 살고 있다.
대구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발달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억2000만년 전에 테티스 해에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P065
책에서는
대구가 유럽과 북미의 식문화에 끼친 커다란 영향과 그에 따른 경제적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16세기 북대서양 어장에서의 대구 남획이 유럽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으며, 대구가
19세기 뉴펀들랜드 경제의 중심이 되었던 사례, 20세기 단순한 어업 분쟁을 넘어
국가 간 자원 경쟁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인 아이슬란드와 영국 간의 "대구 전쟁"에 관한 이야기 등 대구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라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남획과 자원의 고갈이 가져온 파괴적 결과를 경고하며 지속 가능한 어업과 환경 보전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책을 읽으며 이러한 사실들이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발생되고 있는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
국경을 넘어선 중국어선의 무분별한 남획과 산업화로 인한 해양오염으로 인해서 연안의 바닷속 생물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수산 자원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런데 실상은 이랬다. 우선 어획량이 늘어난 것은 물고기가
풍부해서가 아니라 현대식 트롤선 선단이 워낙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P244
“우리는 대구 몇 마리 발견하고는 그 놈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간주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빙산 전체가 겨우 그 몇 마리에 불과할 수도 있는 거예요.” P245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대구를 염장하거나 말려서 저장식품으로 활용하고, 대구를 중심으로 한 요리법의 발달과 문화적 교류에 관한 사항이었다. 오래전 북해를 지배한 바이킹이
말린 대구로 인해 긴 항해가 가능했다는 사실과 대구가 중세 유럽에서 가톨릭 금육일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쓰였다는 내용은 흥미로웠다.
또한, 대구와 명태가 다른 생선인줄 알았는데, 명태가 대구과 어종으로 폴락대구라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대구에 대한 우리나라
요리법도 소개되었으면 어떨까 하며,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생태탕, 대구탕, 동태탕의 요리법 차이가 무언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흥미로우면서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대구라는 물고기를 통해 세계사를 들여다보는
독특한 시각은 매우 신선했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반성하게 했다.
또한, 책에서 소개된 대구를 활용한 요리법들을 보며 대구가 유럽인들의 일상식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는지 알게 되었다. 물고기의 한 어종인 대구가 종교적, 사회적 문화를 형성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책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재미있는 일이죠. 예전에만 해도 이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만드는 요리 중에서도 최고급이 되었으니까요.” P362
이
책은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에게 유익할 것 같다. 특히, 해양 자원의 소중함을 배우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역사적 사건과
환경 문제를 함께 연결 지어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전해줄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새로운 관점에서
본다면 ‘대구’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바꾼 생물인 소,
말, 후추, 감자 등등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진진할
것 같다. 작가의 다른 저서인 ‘소금’에 대한 내용 또한 매우 기대되고 궁금하다. 이 책도 찾아서 꼭 읽어 보아야겠다.
#마크쿨란스키 #세계사
#교양서 #주제로보는역사 #대구역사
#최재천추천 #최태성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