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선영 옮김 / 새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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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는 인간 심성의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어보는 심리적 통찰력으로 영혼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20세기 소설 문학 전반에 심오한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무명작가이던 도스토옙스키를 단숨에 러시아 문학의 총아로 떠오르게 한 그의 등단작이다. 그의 작품은 가난하고 학대 받는 인간들에 대한 강렬한 애정과 깊은 연민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아마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작가의 삶이 그의 작품에도 녹아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 가난한 사람들은 ‘사실주의적 휴머니즘’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다시 읽어볼 기회가 되어서 매우 기뻤다.

 


가난한 사람들』은 매우 가난한 두 사람, 마카르와 바르바라가 주고받은 편지 형식의 소설로 전부 54통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조금 낯선 서간체의 소설이기에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기까지 초반부에 다소 많은 양의 편지를 읽어야만 했다. 처음에는 지루하기만 했던 편지가 하나, 둘 읽어나가면서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두 주인공의 관계와 미래를 짐작하다가 어느새 눈물로 끝을 맺게 되었다. 서로 이웃해 살면서도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자신을 희생해 상대에게 도움을 주지만, 결국 이별하게 되는 그들의 사랑을 무어라 말해야할 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가진 것 없고 억눌리고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사람들,

그들의 선량하고 아름답지만 불행한 사랑에 러시아가 울었다!

 

서양의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왜 고흐의감자 먹는 사람들’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속의 배경은 가난한 시골이 아니라 대도시의 초라한 뒷골목이다. 이 작품에서는 화려한 대도시의 초라한 뒷골목을 배경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다양한 군상이 그려져 있다. 마카르는 30년 동안 근무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무시 받고, 놀림 받으며 살아온 37세의 하급 관리이며, 그와 편지를 주고받는 소녀 바르바라는 고아 신세로 온갖 고난을 겪으며 살고 있다.

 


편지 속에 등장하는 주변의 사람들도 매우 가난한 사회적 약자들이다. 하숙집 하녀 테레자와 노파 페도라는 몸이 닳도록 일하는 하층민이다. 아픈 몸으로 일자리를 구하려 돌아다니다 병에 걸려 죽은 대학생 포크롭스키와 그의 아버지의 사연은 비통함에 눈물이 난다. 특히, 하숙집 구석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살며 억울한 일로 소송 중인 고르시코프의 가족과 그나마 장래가 촉망되던 아홉 살 된 아들의 죽음은 그들의 삶에 어떠한 희망도 없을 만큼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책을 읽고 나니, 두 사람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과 그 이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과 같이 가난과 고통의 삶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행복의 방향은 아마 제한적일 것이다. 바르바라가 비코프와 함께 떠난 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지 매우 궁금하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 책의 결말을 따지는 것이 무가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삶이 불행이든 행복이든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그대로 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무한한 연민이 느껴졌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불황과 소비 위축으로 많은 분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듣곤 한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은 더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은 항상 우리의 곁에 존재해 왔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들이 사회 복지 시스템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로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의 뒷면 역주에는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고골의 단편 ‘외투’의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다. 단편이니 만큼 시간이 될 때 꼭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마지막에 도스토옙스키의 연보를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부분도 작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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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힘 - 복잡한 세상을 푸는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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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어렵다고 생각되었던 미적분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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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힘 - 복잡한 세상을 푸는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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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과 적분은 어떤 대상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할 때에 사용하는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고등학교에서 배우게 된다. 그런데 그 때 나는 그 의미나 개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단지 시험을 보기 위해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이를 했었다. 그러면서 미적분은 실생활에 별로 쓸 일도 없는 그저 막연히 어렵고 힘든 학문이라는 생각만 가득했었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수학을 잘 못해서 그런 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진보하며 최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신기술의 결과물들을 보고 사용하고 느끼다 보니 미적분에 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실제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미적분을 사용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우리가 누리는 여러 가지 물질문명의 혜택은 분명 미적분을 통해 이루어지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적분을 다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에 이번에 “이해하기 쉽게 쓴 수학의 걸작”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미적분의 힘』을 보고는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기회를 가지게 되어 기뻤다.

 

 



세계 최고의 수학자가 들려주는 미적분 이야기

 

이 책의 저자는 하버드 대학교와 MIT를 거쳐 코넬 대학교의 제이콥 굴드 셔먼 응용수학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스티븐 스트로가츠 박사이다. 저자는 카오스와 복잡계 이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수학자 중 한 명이라고 한다. MIT, 프린스턴 대학교, 케임브리지 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우수 강의상을 받았고 백악관의 젊은 연구자 대통령상, 미국수학협회 오일러 도서상을 수상하는 등 학계, 교육, 과학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뉴욕 타임스>에 연재한 수학 칼럼으로 “영화 코너보다 더 인기 있는 수학 칼럼”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저서로는 『동시성의 과학, 싱크』와 『x의 즐거움』이 있다.

 

인류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위대한 통찰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행

 

처음 책을 받고 표지를 흩어보면서 “당신이 언제가 미적분학을 배우고 싶었다면, 그 언젠가는 바로 지금이다”라는 조던 엘렌버그의 한줄 평이 눈에 쏙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막연하고 어렵게만 인식되었던 미적분학을 조금이나마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독서에 대한 의욕이 솟아났다. 저자는 미적분을 처음 배우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적분학을 사랑했고, 그 사랑과 즐거움을 모든 사람과 함께 더 많이 나누기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미적분학의 위대한 개념과 이야기를 모든 사람에게 쉽게 이해시키려는 의도였다. 문득 괴짜 같으면서도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되었다.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라 일컬어지는 파인만은 미적분학을 ‘신이 사용하는 언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언어 비유는 불완전하며, 미적분학은 단지 언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놀랍도록 강력한 추론 체계라고 말한다. 인류는 이 미적분학을 사용해 계속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왔다. 왜냐하면 미적분학은 어려운 문제를 단순하게 만들 수 있으며,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부분들로 쪼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미적분학이 복잡해 보이는 이유는 복잡한 문제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사실 미적분학은 지금까지 인류가 맞닥뜨렸던 가장 어렵고 중요한 문제들을 풀어왔다”라고 말한다. 이 미적분학을 성공으로 이끈 수수께끼 세 가지는 곡선, 운동, 변화의 수수께끼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고, 모든 변화는 이 미적분으로 설명할 수가 있다. 변화를 정확히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인류가 생각해 낸 가장 위대한 개념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책은 전체 1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540 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책의 두께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책에서는 아르키메데스, 제논,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이, 케플러, 페르마, 데카르트, 뉴턴, 라이프니치 등 수 많은 수학의 지성들과 보잉787, 전자레인지, CT 스캐너, 컴퓨터 애니메이션 등 수학이 현실과 만나는 곳에 있는 미적분학에 대해 그림과 비유와 일화를 적절히 사용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수학적 기본 지식이 뛰어나거나, 문장 이해력이 뛰어나게 높지 않아 책이 술술 읽히지는 않았지만,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처음 미적분을 배우거나 개념 이해가 필요한 학생들이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단순함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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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기도가 될 때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수녀 지음 / 파람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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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의 말보다 한 점의 그림은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해 주는 것 같다. 그림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때때로 그림을 한창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과 더불어 위로와 감동을 느낄 때가 있다. 아마도 그림은 말로 설명하고 표현하기 힘든 더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성경과 관련된 성화는 그 배경지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으면, 더욱더 풍부한 생각과 감동을 느낀다. 그래서 예전에 글을 몰라 성경을 읽지 못하던 신자들이 그림을 통해 많은 영감과 은총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그림이 기도가 될 때』를 매우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이 책의 저자는 트라피스트 봉쇄수도원의 장요세파 수녀님이다.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은 11세기 프랑스에서 창설된 ‘시토회’ 소속으로, 새벽 3시 30분 기상해 밤 8시 불이 꺼질 때까지 기도와 독서, 노동으로 수도를 한다고 한다. 저자인 수녀님이 봉쇄수도원에서 수도에 정진하면서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지 어떤 그림이 실려 있을지 매우 궁금하게 생각되었다. 수녀님이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와 그림 에세이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수녀님, 화백의 안경을 빌려 쓰다』가 있다.

 

처음 책을 받아보고 책 표지 그림이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부드럽고 따스한 촛불 아래 묵주를 들고 기도서 또는 성경을 읽고 있는 고귀해 보이는 여인의 모습에서 성모 마리아의 온화하고 온유한 인품이 드러나는 듯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그림의 제목을 바로 확인해보니 마리안 스토크스(Marianne Stokes)의 Candlemas Day이다. Candlemas(성촉절)은 2월 2일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기념하는 날로 주님 봉헌 축일이다. 옛날에는 이날에 신자들이 촛불을 켜고 행렬을 했다고 한다. ‘그림이 기도가 될 때’라는 책의 제목과 일치하는 매우 경건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이라 생각됐다.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1장 ‘상처 입은 치유자’, 2장 ‘감돌아 머무는 향기’, 3장 ‘불꽃이어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장 ‘상처 입은 치유자’는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 헨리 나우웬 신부님의 책 이름과 동일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첫 번째와 네 번째에 소개된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는 익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보면 볼수록 감동을 주는 그림이었다. 자비하신 아버지와 모든 것을 탕진하고 나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는 아들의 모습에서 속세의 이익에만 집착해 살아가는 어리석은 내 모습과 회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책에는 49점의 그림이 실려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갈릴리 호수의 폭풍’, 밀레의 ‘만종’, 뭉크의 ‘절규’, 고호의 ‘씨뿌리는 사람’, ‘낡은 구두 한 켤레’ 등과 중세의 이콘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최종태(요셉) 조각가의 작품 등도 실려 있다. 특히,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여러 점이 실려 있는데, 수녀님의 묵상 글과 함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책에 실려 있는 작품하나하나는 익히 알던, 처음 보던 마음 깊이 와 닿는다. 수녀님의 깊이 있는 해석과 시는 그림을 보는 시야를 더욱 더 넓게 해준다.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에게는 영성의 깊이를 더하며, 그림을 통해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책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단순히 종교적 관점을 떠나서 독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위로와 공감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며, 앞으로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그림, 명화가 주는 감동은 모든 인류에게 보편타당한 진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같이 답답하고 우울한 코로나19 시기에 읽기 좋은, 삶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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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기도가 될 때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수녀 지음 / 파람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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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깊은 울림을 받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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