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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이 종교의 위기에 대해 말하며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한다고 말한다. 특히나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일부 종교인들의 비상식적인 행태와 방역지침 위반은 안전을 우선시하는 국민 정서에 반하여 집단 감염을 일으키며 그런 우려와 걱정을 크게 불러일으켰고 종교에 대한 불신도 더욱 커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는데, 믿음이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된다. 어찌 보면 종교 지도자들의 잘못을 탓하기에 앞서, 믿는 자로써 자신의 종교에서 말하는 근본 가르침을 이해하며, 그 가르침에 따라 살고 있는지 자문해볼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읽어본 책은 “믿음이 사라져가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믿는 사람에 대하여』이다. 이 책의 저자는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의 저자인 한동일 작가이다. 이 책의 부제는 ‘라틴어 수업의 두 번째 시간’이다. 저자는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로서 가톨릭 사제였으며, 대학교수로 라틴어 강의 및 ‘유럽법의 기원’과 ‘로마법 수업’을 강의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라틴어 수업』, 『법으로 읽는 유럽사』, 『로마법 수업』, 『한동일의 공부법』, 『카르페 라틴어 종합편』, 『카르페 라틴어 한국어 사전』 등이 있다.

작가는 이 책을 쓰기에 앞서 종교의 무겁고 어두운 내용을 미디어를 통해 많이 접하는 상황에서 굳이 ‘신앙’이나 ‘종교’를 주제로 글을 써 피로감을 줄 필요가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에 대한 인간의 믿음과 종교는 인간의 삶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오랜 세월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으므로, 그것을 통해 우리 삶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고 나누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긴 고민의 흔적이자 나름의 답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를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드러난 믿음과 종교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유럽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교양을 넓혀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되었다.
책의 본문에서는 19가지의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본문에 앞서 ‘별을 바라보며 걷는 우리를 위하여’라는 작가의 친필 문구와 첫 장을 시작하기 전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반짝이는 별 아래 ‘신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라는 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의 내용은 다소 어렵고 난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는 달리 재미있는 문화 강의를 듣는 듯이 쉽게 읽혔다. 하지만, 모든 문구가 가볍지 않게, 때로는 마음속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삽입된 사진과 그림 그리고 라틴어 풀이와 인용된 성경 문구, 문헌들 또한 매우 쉽게 다가왔지만,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모든 장이 주옥같았지만, 특히 기억나는 장은 2장 같음을 찾고 차이를 만든다, 3장 신이 있다면 신의 큰 뜻은 ‘작은 것’에 있다, 9장 수도복이 수도승을 만들지 않는다, 10장 종교의 절대적 자유 Vs. 상대적 자유, 15장 나이 길잡이가 되어 주는 별은 무엇인가?, 17장 신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 18장 천국과 지옥의 차이는 존재의 태도에서 온다 등이었다. 13장에서 구마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각 장을 마치며 저자는 독자에게 때때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여러분은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눈에는 무엇이 보입니까? 나는 종교적 가르침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을 행할 때 나와 내 공동체에는 어떤 이득이 있는가? 여러분은 무엇을 바라보며 걷고 있나요? 거기서 나아가 여러분은 어떤 별이 되시겠습니까? 지금 여기를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등등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질문이며, 곰곰이 되새겨 생각해볼 일이다.

갈수록 종교를 가진 인구의 비율이 줄고 있다는 언론의 조사 결과를 보면 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시대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종교와 믿음의 의미는 찾을 수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종교가 헛된 희망과 거짓된 기대로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으려면, 지금 신앙을 가진 모든 믿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을 성찰하며 진실한 말과 행동으로 타인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 책은 신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되돌아보고 종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오늘부터라도 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모든 것은 ‘바라봄(visio)’에서 시작됩니다. 개인의 고통도, 사회의 아픔과 괴로움도 그 해결을 위한 첫 단계는 ‘보는 것’에서 시작하지요. 여기가 모든 이해의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국적, 성별, 나이, 종교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인간이기에 분명히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 바라봐야 하는 것은 ‘차이’가 아니라 ‘같음’입니다. p.41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