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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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추리 소설은 늘 내게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은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처럼 흥미롭다. 그래서인지 요즘처럼 긴 겨울 밤에 다른 생각을 내려놓고,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은 매우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번에 읽어본 책은 시오타 다케시의 『존재의 모든 것을』이다. 무려 543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분량이지만,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내게는 그 자체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존재의 모든 것이라는 책의 제목은 어떤 존재를 다룬 이야기일까? 인간의 내면, 혹은 우리가 간과했던 어떤 진실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 보게 되었다.





소설은 1991 12월에 발생한 전대미문의 아동 동시 유괴사건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경찰의 수사망에 혼선을 주기 위해 하루 간격으로 두 명의 아동을 유괴한 범인은 두번째 피해자 아동 나이토 료의 몸값으로 현금 일억엔을 요구한다. 사건의 전개는 인질을 안전하게 구조하고, 유괴범을 검거하기 위한 경찰과 피해자 가족의 행동과 심리를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현장감 있게 묘사한다. 급박하고 긴장이 흐르는 이야기의 진행은 몰입감과 함께 이 소설에 대한 기대와 흥미를 자극한다. 하지만, 경찰의 존재를 눈치챈 범인은 사라지고, 나이토 료는 돌아오지 않으며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이 책의 저자인 시오타 다케시는 일본 효고현 출신으로 고베신문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집요하고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은 압도적인 리얼리티가 매력적이며, 작품 대부분이 영상으로 옮겨질 만큼 탁월한 대중성과 주제의식을 갖췄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반상의 알파』, 『죄의 목소리』, 『일그러진 파문』 등이 있으며, 이 작품 『존재의 모든 것을』은 책의 잡지 선정’ 2023년 베스트 10 1, 9회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941214. 미궁에 빠진 전대미문의 동시 유괴 사건의 실종자 나이토 료는 3년 만에  외할머니의 집에 제 발로 돌아온다. 네 살에서 일곱 살로 성장한 손자를 맞이한 할머니는 오열하며 반긴다. 이후 30년이 지난 2021 12. 당시 이 유괴 사건의 취재 기자였던 몬덴은 담당 형사였던 나카지마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몬덴은 나카지마의 후배 형사를 통해 잡지에 실린 나이토 료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고, 나카지마가 은퇴한 후에도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카지마의 사건 자료를 통해 몬덴은 이 미궁에 빠진 사건을 다시 취재하기 시작한다.





세 살에서 일곱 살까지는 인간 발달에서 정서적 안정감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양육 환경이 안정적인 아이가 사랑받는다고 느낄 때, 아이는 자신감 있고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유괴 당시 세 살이었던 나이토 료의 가정 환경은 엉망이었다. 료는 파탄 난 부모의 혼인 관계 속에서 그의 양육자인 어머니로부터 방치되다시피 했었다. 이 소설의 핵심 주제와 맞닿아 있을 것을 것 같은 미궁에 빠진 3년의 유괴 기간 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30년의 시간이 흐른 후 기사라기 슈라는 이름의 사실주의 인기 화가로 활동하는 나이토 료의 생활 환경과 주변 인물들과 관계를 살펴보며, 책을 읽어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여정이었다.





책을 읽고 나니 제목인 존재의 모든 것을은 많은 의미와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등장인물들, 사건들, 인간의 성장기, 일본 미술계의 명암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사실을 보도하는 신문기자인 몬덴과 사실주의 화가인 료를 통해 우리가 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전달하고,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두툼한 책의 두께와 일본 이름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지만, 분명 긴 겨울 밤을 즐겁고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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