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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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과거의 사건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시간 여행을 하며 특별한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지난해 경주에 가서 신라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매우 인상깊게 보았었는데, 이번에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금성을 배경으로 한 소설 『설자은, 불꽃을 쫓다』를 발견하고는 매우 큰 기대와 흥미를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소설가 정세랑 작가는 인간애와 유머를 바탕으로 현실을 초월한 독창적인 설정과 세계관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데, 넷플릭스 드라마로 많은 사랑은 받은 명랑 환타지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으로는 『덧니가 보고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시선으로부터』 등이 있다.





이 책은 역사 추리소설 설자은 시리즈’ 2번째 편으로 2023 1『설자은, 금성에 돌아오다』를 시작으로 현재 3권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를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가는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한 이 시리즈를 신문왕부터 성덕왕까지 10권을 쓰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역사 추리의 재미와 함께 당시 통일신라시대의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엿보고 그들의 고민과 꿈을 함께 상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 설자은은 설씨 가문의 여섯째 딸 '미은'이 당나라 유학을 앞두고 죽은 오빠 '자은'의 삶을 대신 살게 된 인물이다. 남장여인으로 기구한 운명을 살게 된 자은은 당나라에서 유학 마치고 신라에 돌아오는 도중에 백제의 유민인 목인곤을 만나 함께 신라의 수도 금성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목인곤과 함께 살인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고, 신문왕으로부터 집사부 대사로 임명 받는다.   

 


만약 네가 베지 말아야 할 것을 급히 베며 칼날을 매일 피로 적셨다면, 오히려 거두었을 것이다.” 왕은 말했고 거둔다는 것이 검이나 관직이기를, 자은의 목숨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 너는 무엇을 베어야 할지 보는 순간 알 것이다. 아직 보지 못했기에 베지 못했음이야.” P17

 




왕으로부터 매를 새긴 검을 하사 받고, 부하를 거느리게 된 자은은 금성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본격적으로 해결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그 첫번째 사건은 어느 밤 금성의 한곳에서 불길이 솟아 잿더미가 된 집안에서 어린아이 둘을 포함한 네 구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었다. 이어서 두번째 화재가 일어난 집안에서 여섯 구의 시신이 발견되고 금성을 정화하기 위해 불귀신 지귀가 돌아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신라 사람들에게 공포와 신비로 전해지는 지귀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소문인지 설자은과 목인곤이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듯이 긴장감을 더해 준다. 특히 통일신라시대 고구려, 백제, 말갈 등 복잡하고 다양한 신분의 사회 구조를 역사 고증과 함께 상상력을 조화롭게 결합시켜 과거를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점이 매우 놀랍게 다가왔다.


두번째 사건인 「탑돌이의 밤」에서는 설자은의 인질 사건을 그리고 마지막 사건인 「용왕의 아들들」에서는 의문투성이인 산적 떼의 기이한 행각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모든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반전은 매우 놀라우면서도, 마치 당시의 상황들이 눈앞에 펼쳐지듯이 생생하고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주인공을 둘러 산 가족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는 벌어지는 사건을 더욱 복잡하고 흥미롭게 집중시키며, 주인공인 설자은이라는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자은에게는 자은의 사람들이 늘었지만, 잠이 들었을 때는 홀로였다. 매가 새겨진 칼을 들고 조원전 앞에 서 있을 때의 꿈을 되풀이해 꾸곤 했다. 촉감까지 느껴지는 유난한 꿈들이었다. 칼은 자은의 손안에서 서늘했다가 뜨거웠고, 깃털 같았다가 무거웠다. 비명으로 가득한 꿈을 꾸고도 자은은 언제나 조용히 눈을 떴다.  P162


통일 직후 혼란한 시대상황에서 설자은과 목인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활약은 당시의 역사적 배경 뿐만 아니라 신라인의 삶과 문화, 풍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역사 소설의 재미와 추리소설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이들의 활약이 더욱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을 배경으로 한 조선명탐정 시리즈처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서두에 이 이야기를 680년 후반 통일 신라를 배경으로 기록과 유물의 빈틈을 파고들어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로 없었던 사람들의 없었던 사건이라 명확히 밝히고 있다. 통일신라 초기의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상상력이 조화를 이루는 이 책을 역사, 추리와 관련된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특히 신라의 문화와 전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와 사건 해결의 재미는 청소년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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