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 Wind of Isla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시종 조용하고 아주 느리다. 대사 한마디 없는 흑백의 이 영화는 어떤 특별한 사건에 대해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어린 여인이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천천히,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이 어쩌면 아주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어린 여인의 감정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아주 진중하게 빠져들 수 있다. 시종 켜켜히 묻어나는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의 초점도 특별히 주인공이나 인물에 가닿지 않은 체 사물과 사물 사이에 흐릿하게 혹은 불안정하게 잡고는 보여준다. 이로 인해 어린 여인 말고도 그가 지내는 집과 집의 문, 바람, 풀 등 모두가 이 영화를 지탱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모든 것은 엔딩 10가량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영화는 우리의 마음을 가만히 다듬어놓고는 있는대로 헤집는다. 나로서는 엔딩이 주던 충격이 컸고, 이로 인해 이 영화를 잔잔한 영화로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잔잔한 호수에 던지 돌 하나에 커다란 파문이 일 듯, 이 영화는 슬픈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