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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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인생』김애란 - 보통의 기적, 우리들의 인생 

 

 

  김애란의 여전한 재치와 위트, 꾸밈 없는 웃음이 가득 묻어나는 소설이었다. 그녀의 첫 장편인 이 소설은 그간 단편에서 보여주었던 비극에서 희극을 찾아내는 재주를 더욱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읽다보면 슬픈 상황에서도 끝까지 울 수가 없다. 울다가도 곧바로 웃음이 터지게 되어버린다. 비극 속에서 희극이라는 보석을 찾아낼 줄 아는 그녀의 능력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문학이든 영화든 그것이 현실을 그리되, 그 안에서 희망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슬픈 걸 슬프다고 하는 것에는 영 감흥이 없다. 

   

  조로증에 걸린 18살 소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엄마와 아빠의 만남부터 자신이 생기기 까지의 일들을 세세하게 이야기해주며 소설은 시작한다. 17살에 자신을 낳은 부모. 철없고, 어리고, 많은 것을 모르던 그 청춘들은 자신들이 만든 생명을 지키고 낳아서 키우며 함께 자라간다. 그렇게 준비 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식이 생긴 두 사람은 어느새 부모가 되어간다. 그리고 18살이 된 아들 아름이는, 80세의 나이로 늙게 되고 터무니없지만 자연스럽게도 이별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이별까지의 시간이 그들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이야기가 끊임 없이 이어지고, 그렇게 수다스럽고, 즐겁고, 유쾌하고, 엉뚱하게. 이 책은 마지막부분의 소설 속 소설처럼 마치 아름이가 들려주는 두 부모의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소년 아름이를 통해 서술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소년의 부모 둘이 성장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적이고 에피소드적인 이야기의 재기와 위트에 비해 전체적인 스토리나 짜임에는 아쉬움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오래만에 밝고 경쾌한 소설을 읽어, 슬픈 이야기였음에도, 중간중간 참 울컥울컥하기도 했음에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제 막 서른을 넘긴 그녀의 재능이 매번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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