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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카피하다 - Certified Cop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은 참 빨리도 흘러갔다. 엔딩 크래딧이 오를 때 살짝 당혹스럽기까지 했던 것 같다. 특별한 사건 없이 시간의 흐름대로 잔잔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중반 고개를 갸우뚱하게도 했지만, (결국 그 이유나 의미는 준요치 않게 되어버렸단 생각이지만) 둘이 나누던 대화 자체로 영화는 마치 소설처럼, 우리에게 인생을 들려준다.
영화는 한정되고 제한 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길다면 긴 인생으로 치자면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하루도 채 지나지 못한 시간 속에서 그와 그녀가 짧은 시간 이동하는 공간과, 둘이 나누게 되는 대화들, 그것을 밀착하여 보고 있자니 마치 그들의 인생을 전부 들여다본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아주 먼 사이였다가, 혹은 아주 오래된 부부였다가, 티격태격 감정 싸움을 했다가 또 다시 추억에 물들어 행복해하다가. 영화는 특별한 기승전결 없이 알 듯 말듯 흘러가지만 거기에 담겨진 순간은 마치 삶의 영원을 보여주는 듯 했다. 어쨋든 순간들이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꽤 많은 영화들이 그러하 듯, 나이가 조금 더 든 후, 더 많은 사랑을 해보고 또 더 많은 시간 인생을 살아보았을 때에 더욱 깊이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그들의 대화를 영화 전체를 전부 느껴내지 못한 것 같다. 그래, 조금은 어려운 영화였다. 하지만, 그래서 두고 두고 회자 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할 것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