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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어머니들
홍은희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국어사전(동아연세초등국어사전 참고)을 찾아보면
'훌륭하다'는 "매우 좋아서 칭찬할 만하다"고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이 '좋다'라는 것에 딱히 정해진 기준이 있는게 아니어서
사람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듯 하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훌륭한'이라는 단어에 우선 긴장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부모교육이나 자녀교육서들에 등장하는 부모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평범한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늘 '깨달음'과 '실천'의 어려움을 느끼곤 했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수미, 이세돌, 정운찬, 박원순, 이명박, 정동영, 박근혜. 김정태, 오연호...
그 이름만으로도 자신의 분야에서 일정 부분 인정을 받은 인사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인물 선정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아직 젊은 나이의 이세돌씨가 선정되어 있는 것도 그러하지만
너무 많은 정치인들이 섞여 있는 것도 개운하지 못한 부분이다.
물론 개인에 대한 선호도를 떠나서
그 어머님들의 '희생'과 '인내', '열정'에 대해서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자녀들을 키워내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삶을 일구신 분들임을 잘 안다.
그런데 묻고 싶다.
그분들이 가진 패러다임이 과연 지금의 시대에도 유효한가 하는 점이다.
만일 자녀들이 흔히 말하는 일정 정도의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면
어머니들이 다른 자녀들을 희생시켜 가면서 일궈낸 삶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물론 시대적인 상황이 그러한 선택을 하게 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가부장적인 시대(남아선호사상을 포함한)에 순응하면서 인내와 희생으로 일궈낸 자식의 성공을
이 시대의 '육아'와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받아들여도 되는지 묻고 싶다.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고들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어머니들 역시 위대하다.
다만 그 위대함이 '시대'와 '사상'을 초월한 위대함이라 할지언정
받아들이지 않아야 하는 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인 홍은희씨도 이 점을 알고 있는 듯 하다.
군데군데 이런 부문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지금의 젊은 엄마층에 속하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은 다른 또래의 엄마들이
이런 스타일의 책들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평범함에 기죽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는 변화하고 낡은 것은 속도가 더딜 지언정 새로운 것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삶의 원칙과 철학에 따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공한 자녀 교육의 시작이다!'는 말은 우리가 분명히 배워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여기까지가 이 책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사족 하나... 은색 펄이 이토록 가독성이 떨어지리라고는 정말 몰랐다.
책이 아무리 고급스러워 보이면 무엇하는가? 본문이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데 말이다.
디자인의 차별이 곧 책의 고급스러움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