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날
칼리 월리스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구원의 날>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에요.

우리가 사는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어 감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우주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요.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행성이 있는지, 미지의 생명체는 없는지에 대한 연구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올해 우리의 기술로 만든 누리호의 발사를 성공시킴으로써 우주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끌어올렸어요.



장기적인 과학 연구와 우주 탐사를 통해 현대 인류가 다른 별에 성큼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장 빠르고 큰 우주선인 '하우스오브위즈덤'.

그 우주선의 과학자들은 수 세기 동안 먼 우주를 돌다 귀환한 무인 탐사선 UC33-X를 인양하게 되는데요.

이후 하우스오브위즈덤의 승무원과 거주민들은 미확인 감염체에 노출되며 통제력을 잃고 환각을 보거나 망상에 빠지며, 자해로 부상을 입는 등 대부분 사망에 이르렀어요.

하우스오브위즈덤호의 탑승자 478명 중 477명이 사망하고 오직 한 사람, 당시 12살이었던 '자스'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우주여행 및 연구를 주관하는 의회 부속 기관인 우주 탐사 위원회 SPEC과 의회는 이 비극적인 학살을 자신의 업적을 위해 데이터를 빼돌리려 했던 '그레고리 라고' 박사가 벌인 짓이라고 판단하는데요.

그로부터 10년 후.

22살 대학 연구원생이 된 '자스'는 리응 펠로십 참가를 위해 선발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암스트롱시티로 가는 셔틀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가 탄 셔틀은'자스'를 타깃으로 삼은 반정부 조직의 일원들의 위장 비행선이었어요.

그들이 원한 것은 그저 가족과 함께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낼 보금자리였는데요.

그들이 선택한 곳은 10년이나 버려진 엄청난 크기의 우주선, 하우스오브위즈덤호였어요.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던 우주선을 마주한 '자스'와 아버지의 억울한 오명을 벗기 위해 반정부 조직원이 된 '자흐라'는 이 우주선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하나씩 밝혀내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만든 재앙으로 더 이상의 희망이 없던 지구는 또다시 인간으로 인해 '붕괴'되었고, 결국 삶의 터전을 우주라는 공간으로 눈 돌리게 돼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연합 의회가 만들어졌지만 언제나 그렇듯 소외되고 멸시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었죠.

이 책에서 나오는 자흐라는 의회 시민이었지만 연구원인 아빠와 의사였던 엄마를 모두 잃고 남은 쌍둥이 동생과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이 한 가지 바람으로 반정부 조직에 들어가게 돼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던 의회의 모습은 어디 가고 그전보다도 못한 인간 차별과 거짓을 일 삶았는지... 오죽했으면 시민권을 갖고도 의회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싶었거든요.

더 안타까웠던 건 그녀가 그렇게 선택한 조직 또한 독선과 거짓이 난무하는 곳이란 점이었어요.

하우스오브위즈덤호는 길이가 1킬로미터나 되는 최첨단의 가장 크고 빠른 우주선으로 나와요.

안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탑승시킬 수 있기에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최적의 장소임에 틀림없는 거 같은데요.

이런 우주선이 수년간 방치되어 온건 10년 전 그 안에서 퍼진 바이러스로 때문이었죠.

예전엔 저도 그저 sf 영화나 소설에서 볼법한 소재로 생각했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을 직접 경험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구원의 날>은 어쩌면 단순한 픽션이 아닌 멀지 않은 우리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원작이 2018년에 출간되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쓰인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느낌이었네요.

기생충 같은 이 바이러스는 인간의 뇌와 신경까지 통제해 움직이고 말할 수 있게 하는 등 환경에 빠르게 학습하는 능력을 보이는데요.

어찌나 소름이 돋고 끔찍했는지, 모습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연가시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인간을 좀먹는 끔찍한 기생충을 없애는 것과 놀라운 발견일지 모르는 외계 생명체의 연구를 두고 무엇이 인간에게 먼저일지 저도 사실 잘 모르겠더라고요.

무엇이 되었든 누군가는 인류를 멸종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누군가는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자흐라'와 '자스'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한 챕터씩 이어가는 장면들이 영화를 보는 듯하며 전개가 빨라 지루할 틈이 없었네요.

우주를 배경으로 한 호러 미스터리~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각을 본 게 아니었어. 사람들 전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신경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야. 뇌 시스템과 자율 신경계를 통제하는 거야. 자율 기능도, 숙주를 장악하고 움직이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거지. 그게 가능하기는 해? 그런 기술이 있어? 뇌와 기계 사이 소통에 관해서는 네가 잘 알잖아." - P2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염된 사람들은 마치…… 멀쩡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통제력을 잃었어. 환각을 보고 망상에 빠졌지. 있지도 않은 것들이 보인다고 했어. 라고 박사가 어디에서 바이러스를 구했는지 알 수 없었던 SPEC에서는 그 증상을 비밀에 부쳤어. 대체 어떤 실험실에서 고대바이러스를 변형해서 그런 짓을 하게 하는지 알아내지 못했어.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인지 잊었어. 서로 공격하거나 자신을 해쳤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전부 사용했어.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병들게 한 게 아니라 정신을 놓게 만들었어. 광기에 사로잡혀서 폭력적으로 변했지."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녀석의 깃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2
윤해연 지음 / 비룡소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룡소 블루픽션 시리즈 82번째 작품 <녀석의 깃털>입니다.

윤해연 작가님의 6가지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인데요.

청각, 시각, 후각, 촉각이라는 우리의 감각을 독특하게 자극하는 작품들이었어요.

청소년문학으로 등장인물들 역시 모두 학생들입니다.

[전이개누공]

전이개누공은 이루공이라고도 불리며, 귓바퀴 앞쪽에 생긴 작은 구멍이라고 하는데요.

주인공 병진이는 전이개누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영하는 것을 좋아해요.

아니 잠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위생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수영을 계속하려면 수술을 하라고 의사는 권하는데요.

간단한 수술인데도 불구하고 병진이는 이 구멍이 마치 퇴화한 아가미라고 생각하며 수술을 꺼려 해요.

병진이의 수영 실력은 정말 아가미 같은 이 구멍 덕이었을까요?

[녀석의 깃털]

곧 고3으로 접어드는 녀석의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라고 해요.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작 2층짜리 건물 높이쯤을 나는 것이라니 황당하기만 한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급한 일이라며 불러내서는, 등에 무언가가 간질간질 나고 있다고 해요.

날갯죽지 밑에 빼꼼히 보이는 깃털의 모습!

뽑고 뽑아도 계속 자라는 녀석의 깃털이 그저 신기하기만 한데요.

녀석이 날고 싶다고 꿈꿔서 깃털이 생긴 건지 깃털이 생겨서 날아야겠다 결심한 건지 모르겠네요.

[페이머스 양]

16세의 어린 소녀가 공중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 사망케 한 사건이 벌어져요.

인근 편의점 알바생의 신고로 소녀는 경찰에 넘겨지는데요.

붙잡힌 소녀는 그저 양을 찾아야 한다며, 양의 울음소리 때문에 너무 무서워 살 수가 없다고 말해요.

인터넷에 이 이야기가 이슈가 되며 양은 순식간에 유명해지는데요.

그날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 걸까요?

[여섯 번째 손가락]

학교를 지각한 그날 2학년 선배 오지수와 처음 마주쳤어요.

선생님의 훈계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선배에게 내 눈에 비친 건 그의 여섯 번째 손가락이었어요.

왼손 새끼손가락 옆에 자리한 여섯 번째 손가락...

그 후 체육시간에 마주하게 된 선배는 함께 농구시합을 하자고 제안해요.

여섯 번째 손가락과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분명 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생각과 달랐어요.

설상가상으로 선배의 여섯 번째 손가락은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해요.

[야생 거주지]

이혼한 엄마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17세의 딸아이를 월세방에 혼자 두고 떠나요.

자신의 처지를 몸소 느낀 건 다니던 학원들을 못 가게 된 것도, 맛난 음식을 배불리 못 먹게 된 것도 아닌 배설을 위한 변변한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러던 중 새로 이사를 온 남자아이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번뇌를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는지 뒤를 밟아요.

그에게서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소똥으로 집을 짓는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듣게 됩니다.

[없는 얼굴]

어느 날부턴가 자신의 방에 죽은 듯 숨어 사는 사촌 동생은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요.

같은 반 해식이도 역시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아이였죠.

그저 우연히 한 한마디 말로 인해 없는 듯 살았던 해식이는 순식간에 반 아이들에게 훅 떠올랐죠.

싫다는 표현 한번 하지 못했던 해식이는 급기야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데요.

억울하면서도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사촌 동생의 방문 앞에서 쏟아내던 그때, 조용히 방문이 열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형은 사라질 거라는 쪽지를 건네 받아요.

여섯 편의 이야기에는 다소 판타지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조금씩 섞여 있어요.

꿈, 진학, 미성년 사건사고, 소외된 아이들, 학폭 등 청소년들이 마주하게 되는 세상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작품들이 모두 오픈 결말이라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어요.


"고단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깃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

지상으로 떨어질 때 한 번은 멈출 수 있는 작은 날개, 추락의 속도를 줄여줄 수 있는 그 작은 깃털 하나를 만들어 주는 건 역시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지금이 바로 서로의 이해와 소통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가장 얇은 붓에 노란 물감을 묻혀별 그림 아래에 ‘레니, 17‘이라고 적었다.
내 걸 보더니 마고도 똑같이 했다. 마고는 ‘마고, 83‘이라고 썼다.
그런 뒤 우리는 그림들을, 어둠 속에 빛나는 두 별을 나란히 놓았다.
"우리 둘 나이를 합치면 백 살이네요."
나는 마고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 P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