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쫓아오는 밤 (반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14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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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덜트를 위한 창비 소설Y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폭풍이 쫓아오는 밤]이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출간 전 가제본 대본집을 받아 보았는데요.

붉은빛의 표지가 제목과 어우러지며 뭔가 긴박하고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창비의 가제본 책들은 대부분 흰색인데, 유일하게 소설Y 시리즈만 그 내용에 맞춘 분위기의 표지 색상이 유독 눈에 띄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웹 소설, 웹툰의 성지인 카카오 페이지에서 영어덜트소설상을 받은 수상작이에요.

첫 페이지부터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긴박한 상황으로 시작해 궁금증을 유발하고 내용 전개가 빨라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더라고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게 된 17살의 이서는 엄마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며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요.

늘 바빴던 아빠는 그런 이서와 6살 이지를 위해 한 수련원의 펜션으로 가족여행을 갑니다.

마음의 답답함을 언제나 달리는 것으로 풀었던 이서는 펜션에 도착해서도 멈추지 않았어요.

한편,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교회 형, 누나들과 주말 캠프를 오게 된 수하는 전력 질주로 달리는 이서를 보게 되고,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게 돼요.

이들이 매점에서 마주친 그때 어디선가 찢어지는 듯한 동물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매점 주인은 근처 개 농장에서 나는 소리이니 신경 쓸 것 없다고 하죠.

그날 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더해 폭우까지 쏟아지게 되고, 통신망에 문제가 생겨 TV와 전화가 불통이 되어 버려요.

유선전화라도 써보려고 관리동으로 간 아빠를 기다리던 자매는 거실 통창 바깥쪽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요.

반사적으로 창을 닫고 숨죽여 있던 이서는 통창 너비를 다 덮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털 가죽을 가진 검은 생물체를 목격해요.

괴물은 시끌벅적한 옆 숙소로 가버렸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상황의 끔찍함을 말해주었어요.

마냥 기다릴 수 만은 없었던 이서는 동생을 엎고 아빠를 찾아 나섭니다.

뛰는 것 하나는 자신 있었던 이서가 안전하게 관리동에 도착했지만 아빠는 없었고, 아빠의 것으로 보이는 천식 호흡기를 길에서 주웠다며 가져온 수하와 마주치는데요.

이서의 이야기를 들은 관리인은 상황을 확인하겠다며 나가게 되고, 똑같이 괴물에게 습격 당하는 모습을 수하도 목격하게 됩니다.

아빠의 생사를 알 길이 없고, 괴물의 정체도 알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수하와 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 괴물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모든 시련은 꼭 한번에 몰려오는 게 국룰인듯 이 소설에서도 폭풍우, 통신 두절, 괴물의 습격, 아빠의 실종 등이 연달아 일어나요.

사실 이런 일은 어른이 감당하기에도 벅찬 일인데 고1인 주인공은 굉장히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요.


이들은 자기 안에 있던 죄책감에 대해 돌아보고 다시는 그런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고 마음을 다잡아요.

아이들의 이런 마음의 상처는 결국 어른들이 제공한 것이기에 마음이 아팠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착장 넘기기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을 페이지터너라고 하잖아요.

이 책이 딱 그랬어요. 영화 한 편을 본 듯 몰입도 최고의 K크리처물~

단순 괴물 이야기가 아닌 느끼는 바가 컸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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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고래 요나 - 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명주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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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 수상작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혼불문학상에서 수상한 작품이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혼불문학상은 故 최명희 작가님의 '혼불'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문학상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제가 이 대하소설 '혼불'을 읽어보지 못했네요.

언젠가 도전해야지요~


2011년부터 매년 꾸준히 공모전을 열어 혼불문학상을 뽑았는데, 제10회 공모전 때는 당선작이 없더라고요.

최종 5편이 본심에 올랐지만, 기존의 작품을 넘어서거나 문단의 새 바람을 일으킬만한 작품이 없어 당선작이 선정되지 못했었다고 해요.

이렇게 까다롭기에 이번 당선작인 <검푸른 고래 요나>에 대한 기대치가 한층 더 올라갔어요.



'엘퍼플'이라는 여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던 주미는 <케이팝 루키>라는 서바이벌 무대에 서게 됩니다.

외모와 실력을 모두 갖춰 우승까지 거머쥐며 자신이 속한 그룹 또한 유명해지기 시작하는데요.

멤버들과의 삐걱거림과 바쁜 스케줄 때문에 팬미팅 자리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도망치다 차 사고를 당합니다.

한쪽 다리를 절게 된 주미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한국사 선생님이었던 고모의 조언에 따라 고모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그곳에서 주미는 우연히 학교 동아리 밴드의 연주를 듣게 되고, 일렉 기타를 치는 요나에게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음악적 재능이 있었던 둘은 금방 친해지게 되었고, 요나는 자신의 비밀을 주미에게 이야기해 줍니다.

보름달이 뜨기 전날, 보름달이 뜨는 날, 보름달이 뜨는 다음날, 이렇게 사흘 밤에는 어김없이 고래가 되고, 여름방학 기간에는 긴 시간 동안 바다에서 고래의 모습으로 산다는 것이었어요.

한편, 요나는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록 페스티벌에 가는 척 속이며 속초의 바다로 사라집니다.

요나를 잡기 위해 그 주위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납치하기에 이르는데요.

이들은 누구이고, 또 요나를 왜 잡으려 하는 걸까요?



이 책을 읽으며 참 독특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주미의 이야기에서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특히 그 시절에 들었던 노래와 가수를 실제로 소개해 더더욱 그 느낌이 배가 되었어요.

반면 요나의 이야기는 요나 엄마의 이야기에서부터 요나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현실적인 게 없는 판타지 그 자체 더라고요.

두 이야기가 오묘하게 섞여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새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도 독특해요.

꼭 드라마나 영화를 보듯, 현재의 장면을 먼저 보여주고 지금의 상황이 왜 벌어지게 되었는지 그 이후에 전개되는 방식을 써요.

처음엔 좀 어리둥절했는데 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추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아.. 이래서 이렇게 되었구나!'라고 감탄하며 말이죠.

다른 소설책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확실히 오더라고요.

그런데 워낙 내용이 방대해서 그런가요? 가끔 내용이 산으로 간다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갑작스러운 고래들의 자세한 설명들로 인해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는 듯도 하고, 사람들을 납치해 전개되는 내용에서는 액션 영환가 싶기도 했었거든요.

특히 납치를 한 사람과 납치를 당한 사람의 관계로 봤을 때 이 상황이 있을 수 있는가 싶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어요.

마지막에 주미가 러시아로 여행을 가 편지를 쓰며, 집 주인인 율리아 할머니의 일대기를 9장에 걸쳐 소개하는데 '이 부분이 왜 이렇게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지?'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요즘 여러모로 고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이 책에서도 끝까지 친구들을 도와주는 고래가 있는가 하면, 같은 동족인데도 끔찍하게 사냥해 잡아먹는 고래도 나와요.

사람들은 그런 고래를 끔찍하다, 비겁하다 이야기하는데 우리 인간도 그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되었네요.


마지막으로 책에 소개되었던 노래들과, 함께 보면 참고가 될 영상 자료들도 첨부해 주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듣는 노래들이 많이 보이네요.

당분간 플레이 리스트는 이 곡들로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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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은 연결되어있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띠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또 각자가 지닌 뫼비우스띠도 하나가 아니에요. 어떤 부분은 남성적이지만, 다른 부분은 여성적인 것이 평범한 인간이에요."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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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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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사실 '외사랑'은 일본에서 1999년 8월~2000년 11월에 걸쳐 <주간문춘>에 연재되었던 작품이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이야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모든것을 오픈하며 공유하는 시대라 이 글이 이해가 되지만, 20년도 훨씬 전에 이 글을 보았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의 이슈가 아니었을까 생각되었어요.

이번 이야기의 소재가 바로 '젠더'에 관한것이기 때문이예요.



데이토대학 미식축구 부원들은 졸업을 하고도 매년 11월만 되면 모여 술자리를 가졌어요.

10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그 때의 일들을 회상하며 서로를 놀려댔죠.

쿼터백이었던 데쓰로는 집에 돌아가던 중 팀 매니저였던 미쓰키를 만나게 되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작은 노트에 글을 적어 보여주며 대답하는 그녀를 보고 이상함을 감지했고,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하고 싶다는 글에 데쓰로는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의 집에 도착한 미쓰키는 드디어 말문을 열었는데, 예전의 여자 목소리가 아닌 미소년의 중성스러운 목소리가 되어 있었어요.

그 동안 자신의 겉모습은 거짓이었고 자기는 누가 뭐래도 남자의 마음이라며 남자가 되고 싶다라며 충격적인 발언을 하게 됩니다.

그뿐아니라 자신과 함께 일하는 바의 여직원이 스토킹을 당하는 것을 보고 보호해 주려다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죠.

무언가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데쓰로는 숨겨진 다른것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고, 진실을 알려하자 미쓰키는 자취를 감춰 버려요.

데쓰로는 친구를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게 됩니다.



이 소설은 10년 후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해 갑자기 나타난 미쓰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

단지 단순한 젠더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남녀를 외모로 구분짓고 판단하는 우리 사회의 사고방식을 돌아보자는 깊은 뜻이 담겨있어요.

특히 스포츠에서 모든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기를 치뤄야 함에 그 기준이 뚜렷할 수 밖에 없고, 젠더에게는 남자로도 여자로도 속할 수 없어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나타내고 있어요.

저는 젠더라는 의미를 그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로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는데요.

이 책을 읽고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데쓰로가 미쓰키를 찾기 위해 젠더들이 모인다는 가게로 가는데 그곳 주인이 해주었던 뫼비우스 띠 이야기가 인상깊었어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어떤 부분은 남성적이지만, 다른 부분은 여성적인 것이 평범한 인간이에요."

-본문 421p


그러면서 자신은 성정체성장애라는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치료해야 하는 건 소수를 배제하려는 사회라고 말하는데 너무 공감이 갔어요.

평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기준을 누가 만들 수 있으며, 소수의 사람이라고 해 그들을 틀렸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네요.

스포츠를 연관해 나온 작가의 소설이 몇편 있었지만, 남자의 스포츠로 알려져 있는 미식축구와 젠더라는 소재의 절묘한 조화가 여느 작품과 비교해 독특하지 않았나 싶었네요.


[출판사로부터 무상제공받아 체험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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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누군가는 조용히 죽었고, 누군가는 울면서 태어났고, 누군가는 저렇게 웃으며 살고 있다. 어머니가 말한 인생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루 만에 인생을 다 경험한 느낌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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