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이 밀려온다 - 지금이 힘겨운 당신과 읽고 싶은 위로의 문장들
매기 스미스 지음, 안세라 옮김 / 좋은생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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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아픔을 겪었다고 세상을 흑백으로 바라보지 않기를.
눈을 떠 당신 주위에서 밝게 빛나는 색채들을 바라보라.

표지 글이 마음에 든다.
매기 스미스의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힐링 시네마라는 개념에 대해 한동안 고민하던 적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힐링은 위로와 치유 혹은 격려라는 의미인데 전혀 인정할 수 없는 내용의 영화가 그해의 힐링 영화로 추천되었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관련 자료도 찾아보고,영화평론가나 영화치료 전문가의 저서를 몇 권 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힐링이라는 말의 범위는 광대하다.
아픔을 인지하고 그것을 치유하기까지의 전 과정과 그 안에 담긴 노력까지도 모두 힐링이다. 자신의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이겨내겠다고 다짐하는 것, 고통스럽지만 지나간 일들을 기억해내고 털어내는 과정은 치유를 위한 필수 작업이다. 이 작업의 과정 또한 치유이자 힐링의 과정이다.

당신의 우주가 얼마나 광활한지,
얼마나 많은 별이 그 우주를 채우고 있는지를 기억하라.
당신의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그러니 그대, 그렇게 빛나라. (p. 112)


작가는 19년간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결혼 생활은 끝났지만, 그의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작가의 말에서 단단한 내면이 느껴진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다는 작가의 말이 묘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아직까지는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인데,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나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쓰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를 향한 분노를 가라앉히는 일은
그들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오래 가까이 두면 당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을
그만 내려놓은 일을 의미한다. (p. 218)

나의 2020년을 두 글자로 요약하자면 용서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고민은 올해 한 과제를 마치면서 끝내게 되었다. 정답은 없지만, 용서의 주체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누군가를 향한 분노는 스스로를 위해 가라앉힐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선도 아니고 용서도 아니며 단지 나를 위한 일이다.


모든 일의 기원에 대해 생각해 보라.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그것은 당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p. 239)


어디선가
에세이를 좋아하지만, 요즘 명령조로 자신의 지혜를 강요하는 느낌의 글이 많아서 불편하다는 글을 읽었다. 상당히 공감하면서도 또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일까. 내 글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이 또한 정답은 없다.
에세이의 장점은 누군가의 정돈된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이 글을 쓴 작가의 생각이 이러한가 보다 하고 인정하고 지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도 그렇다. 여백의 미와 초록의 푸르름이 읽는 내내 평온한 숲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작가가 살면서 경험한 지혜들을 적은 책이기에 누군가에게는 울림을 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읽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 각자의 매력이 있겠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의 책에서 유독 깨달음이 많은 이유는 아직 나는 겪지 못한 것을 겪은 선배만이 해 줄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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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마을 쥬브의 우주여행 쥬브와 이상한 연필 3
이승은 지음, 차유민 그림 / 동화작업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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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소중한 누군가와 영원히 헤어지게 된다면, 남은 이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에게 죽음과 이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 주면 좋을까?
갑작스러운 이별로 고통 받는 소중한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그려낸 책.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동화작업실에서 나온 책은 어른이 읽어도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전에 소금공주도 그랬고, 공룡 쥬브 시리즈들도 그렇다. 작가의 의도까지는 감히 파악할 수 없지만 내가 읽은 소금공주는 어린아이들에게 공주나 여성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히지는 않으면서도 어린이의 시선에서 인생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고 나아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데서 얻는 성취감과 그것이 주는 기쁨 그리고 희생과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기에 좋은 책이었다.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거나 누리는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에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려면 어른인 나도 한참 고민해야겠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동화의 힘일 것이다.


동화는 짧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삶과 고민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나 옛날이야기들을 어른이 되어서도 활용한다. 관용 표현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설명하기 곤란하거나 혹은 세련되게 표현하고 싶을 때도 동화를 활용한다. 동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문학이지만 어른들의 마음에는 아직 성장하지 못한 어른아이들이 하나쯤 있기도 하니까.


죽음 혹은 이별처럼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사람에게는 애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감정에도 그것을 해결하기까지 애도의 과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린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죽음과 이별은 성인들도 입에 올리기 꺼리게 되는 주제다.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인간에게는 극한의 두려움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동화작업실의 마스코트 공룡 쥬브는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 그리고 주인공 홍이와 지니는 친구 쥬브의 상실감을 위로하고 싶어 대추나무 할머니에게 부탁해 마법대추를 구해온다. 마법 대추는 쥬브를 낫게 해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단지 쥬브가 그리워하는 친구를 잠시 만나게 도와줄 뿐이다.


참 동화작업실다운 이야기라 생각한다.
마법의 도구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한 게 아니다. 마법의 도구 대추를 이용해 잠시 시간이라는 환상 같은 일을 경험하는 것이다. 헤어진 친구를 부활시키는 대신 동화작업실은 쥬브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잠깐이지만, 애도의 시간을 통해 쥬브와 친구는 비로소 제대로 이별한다.
그리고 이들은 더 멋진 내일을 기약한다. 이별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것이다.


방카쿠쿠타.
나에게는 어떤 친구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어린이들과 함께 어른도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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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
라미 현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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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쳐 무언가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알려지면 사람들의 칭찬과 존경을 받게 되고 운이 좋으면 명예와 부를 누리기도 하지만, 사후에 그 업적을 평가받는 사람도 많다. 그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이 정말 많다. 나는 엄두조차 낼 수 없어 존경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정도.


유퀴즈를 보면서 저게 가능한가? 하고 놀랐던 적이 있다.
어느 사진작가의 참전용사 기록 프로젝트가 그것인데,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사진을 찍고 있으며 당신이 찍은 사진이 다음 세대에 전해지길 바란다고 한다. 기록이 곧 역사가 되고, 다음 세대의 자부심이 된다는 믿음으로. 먼 나라 한국전쟁에 참전해 준 사람들도,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그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책 제목의 유래를 방송에서 직접 들었기에 괜히 뭉클하다. 사진값을 지불하겠다는 참전 용사에게 사진작가가 감사 인사와 함께 건넸던 말이라고 들었다. 당신은 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다고. 감사하다고.
그 말을 듣고 내가 다 울컥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현은 그 어떤 말보다 근사한 보상이 아닐까.


얼마 전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을 자세히 분석할 일이 있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책인데, 실재했던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고통 그 자체이지만 동시에 살기 위해 그것을 토해내야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갑갑해졌다. 제주 4.3 사건은 1948년에 발발했지만, 그것이 국가폭력에 기인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받기까지 무려 7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피해자는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 고통받았을 것이고, 슬프게도 생존 피해자는 그 수도 현저히 적다.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 의문이 들었던, 무지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도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기까지 50여 년이 걸렸다고 한다. 잊힌 전쟁에 참여했던 잊힌 용사들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몇 년 전, 어느 비디오그래퍼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하고 그것을 DVD로 제작해서 500달러를 받고 판매했다고 한다. 충격적이게도 실제로 한국전쟁 참전용사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및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이런 식으로 사기를 당하는 일이 꽤 있다고 한다.
엉뚱한 소리지만, 사기죄는 처벌이 왜 그렇게 가벼운지 모르겠다. 피해자는 인생을 송두리째 훼손당하기도 하고, 그 충격이 평생 올가미처럼 괴롭힐 텐데 고작 몇 년의 수감 생활로 그 피해와 고통을 보상할 수 있을까. 하물며 참전용사들에게 사기를 친 것은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우리가 국군 참전용사로서 나라를 지켰지만, 그 대우를 못 받았다고 생각해 서럽고 한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근데 이렇게 사진으로 찍힌 내 모습을 보니까 되었어! 난 우리나라 지켰으니까 된 거지. 앞으로는 너희가 잘하면 돼. 애 역할은 거기까지였던 거야. 고맙네! 자네 덕분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한이 풀린 것 같아. 고마워. (p. 205)

슈퍼에서 귤을 훔치다 적발된 국군 참전용사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난다.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치고, 평생을 가난과 고통 속에 사는 국군 참전용사들의 힘든 현실을 우리 모두가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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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
박한평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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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요동치는 감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소한 감정에 무너지지 않는 최고의 기분 관리법을 알려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에세이의 장점은 편안하게 아무 데나 펼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서는 그냥 ‘나와 다르구나.’ 하고 넘어가면 되기도 하고.

우리네 기분과 날씨는 유사한 속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먹구름이 낄 수 있다. 폭우가 내릴 수도 있다. (중략) 내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나면, 그에 적합한 행동을 하기에 수월해진다. 화가 나더라도 누군가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충분히 소화한 후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지만, 누군가는 짜증 섞인 말을 화풀이하듯 그저 배출하기만 한다. (p. 18-19)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고 날씨와도 유사하여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배출하기보다는 감정 자체를 제어하려고 노력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마음이 흘러나갈 길도 막아버리면 배출될 방법이 없는데, 그 당시 나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작가는 스트레스에 대해 거센 비바람과 파도를 맞서서 버텨내는 게 아니라, 그 앞에서 가장 유연한 모습으로 폭풍을 비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트레스는 이겨내는 게 아니라 잘 피하는 것이라고, 스트레스로 인해 기분이 엉망이 됐다면 얼른 내려놓는 것도 용기라고.
끌어안고 있는 것이 고통이라면 그것을 내려놓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무조건 피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든 버티려 안간힘을 써 봐도 고통스럽다면 그때는 돌아 나올 줄도 알아야 한다. 나를 위해서. 다만,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각자 고민해야 할 문제다. 어느 정도는 눈을 뜨고 폭풍을 마주해야 헤쳐 나갈 길도 보이지 않을까.


위해주는 척하며 상처를 주는 말도 있다. 당신이 원한 적 없었던 조언들이 보통 그런 속성을 지니고 있다. 당신을 위한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말들이 당신에게 쏟아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말하는 사람의 만족을 위해 탄생한 문장들은 당신을 위한 말이 아니다. (p. 163)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주는 사람과의 대화는 이상하게 긴장될 때가 있다. 사람마다 상대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그를 경계하게 만드는 특정 포인트가 있다. 나는 상대의 말과 표정에서 진심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노출되면 피로감을 느낀다. 예전에는 나를 위한 조언과 위로에 의구심이 드는 나 자신을 탓했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진심을 파악하려 감정을 소모하고 에너지를 써야 하는 위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또다시 애를 써야 한다면, 그냥 흘려버려도 좋지 않을까 하는.?나를 위로한답시고 누군가의 험담이 끼어들거나 누군가의 감정 정화를 위해 나까지 불편해진다면 좋은 대화는 아닐 것이므로.


작가는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줄 좋은 문장을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같은 생각이다. 꼭 책에서 나온 문장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힘을 주는 말 혹은 볼 때마다 마음이 건강해지는 문장이라면 그것을 기록해두는 수첩이나 노트를 만드는 것도 삶을 유익하게 만드는 좋은 취미라 생각한다. 얼마 전 귀여운 수첩과 다이어리를 선물 받았는데, 이것을 채워나갈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거린다. 이것을 선물한 친구의 마음도 조금씩 행복으로 채워지길 응원하게 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은 잘못이 아니고, 바로잡아야 할 문제도 아니라 생각한다. 감정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내가 툭 내뱉은 말이 화살이 되어 다시 내게 날아오는 일은 문제다.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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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꿈꾸는 너에게 - 열심이 답이 아닐 때 읽는 책
우쥔 지음, 이지수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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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우쥔은 중국과 미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성공한 사업가로 구글 초창기 엔지니어 출신이라고 한다. 한중일 검색 부문을 최초로 개발하고, 사용자의 복잡한 질문에 자동으로 응답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람.


이 책은 그가 실리콘밸리에서 온 편지라는 이름으로 정기 칼럼을 연재했던 글을 보충한 내용이다. Part1에서는 일과 직장, Part2에서는 투자와 경영, Part3에서는 인생과 식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공한 투자자이자 개발자로서의 시각이 담긴 생각들이지만 엔지니어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사람의 사려 깊음이 곳곳에 녹아 있다.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의 군주였던 진효공과 정치가였던 상앙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상앙에 대한 평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었다. 이전에는 위대한 개혁가라는 평을 들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너무 성급하게 개혁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상앙의 잘못이 아니라 진효공의 선택이었다.


그는 진효공에게 임용되기 위해 세 번의 만남을 가진다. 진효공을 경시하거나 상앙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 각기 다른 모습을 선보인 끝에 마음을 얻은 것이다. 진효공은 결국 상앙을 불러들였고 공리적인 성격이 강한 법률을 제정하게 한다. 단기간에 효과를 보였지만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상앙의 예상대로 진나라는 중국 통일 후 20년 만에 멸망하고 효공의 종실은 멸족을 당한다. 단기간의 노력으로 성공하고자 했던 효공의 어리석은 선택의 최후를 보여주는 일화다.


저자는 여기서 인문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당장은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지만 묵묵하고 꾸준하게 뒷심을 발휘하기 위한 힘, 그것이 인문 교육이라는 것이다. 내실을 다지고 미래를 내다보며 묵묵히 한걸음씩 다져나갈 수 있는 힘이 인문 교육에 있다는 것. 어쩌면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으나, 나도 같은 생각이다. 모든 학문이 중요하지만, 내가 인문학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인간이 인간을 연구하는, 그 목적조차도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학문이므로.


수박과 참깨의 비유도 한참 생각하게 만든다.
살다보면 수많은 수박과 참깨를 만나게 되는데 수박 하나의 무게는 참깨와 비교할 수 없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의식중에 참깨를 줍기 위해 허비하는 시간들을 지적한다. 시간이 비효율적인 것도 문제지만 추구하는 것의 가치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어디 있겠냐만 작은 것을 무시하기보다는 정말 중요한 순간을 지나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니까.


저자는 책임, 긍지, 여유, 우아, 침착이라는 다섯 개의 단어를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며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성공과 성장을 끊임없이 이루어내는 중인 누군가의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라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 생각의 깊이가 조금은 넓어진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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