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
박한평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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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요동치는 감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소한 감정에 무너지지 않는 최고의 기분 관리법을 알려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에세이의 장점은 편안하게 아무 데나 펼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서는 그냥 ‘나와 다르구나.’ 하고 넘어가면 되기도 하고.

우리네 기분과 날씨는 유사한 속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먹구름이 낄 수 있다. 폭우가 내릴 수도 있다. (중략) 내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나면, 그에 적합한 행동을 하기에 수월해진다. 화가 나더라도 누군가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충분히 소화한 후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지만, 누군가는 짜증 섞인 말을 화풀이하듯 그저 배출하기만 한다. (p. 18-19)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고 날씨와도 유사하여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배출하기보다는 감정 자체를 제어하려고 노력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마음이 흘러나갈 길도 막아버리면 배출될 방법이 없는데, 그 당시 나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작가는 스트레스에 대해 거센 비바람과 파도를 맞서서 버텨내는 게 아니라, 그 앞에서 가장 유연한 모습으로 폭풍을 비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트레스는 이겨내는 게 아니라 잘 피하는 것이라고, 스트레스로 인해 기분이 엉망이 됐다면 얼른 내려놓는 것도 용기라고.
끌어안고 있는 것이 고통이라면 그것을 내려놓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무조건 피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든 버티려 안간힘을 써 봐도 고통스럽다면 그때는 돌아 나올 줄도 알아야 한다. 나를 위해서. 다만,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각자 고민해야 할 문제다. 어느 정도는 눈을 뜨고 폭풍을 마주해야 헤쳐 나갈 길도 보이지 않을까.


위해주는 척하며 상처를 주는 말도 있다. 당신이 원한 적 없었던 조언들이 보통 그런 속성을 지니고 있다. 당신을 위한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말들이 당신에게 쏟아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말하는 사람의 만족을 위해 탄생한 문장들은 당신을 위한 말이 아니다. (p. 163)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주는 사람과의 대화는 이상하게 긴장될 때가 있다. 사람마다 상대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그를 경계하게 만드는 특정 포인트가 있다. 나는 상대의 말과 표정에서 진심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노출되면 피로감을 느낀다. 예전에는 나를 위한 조언과 위로에 의구심이 드는 나 자신을 탓했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진심을 파악하려 감정을 소모하고 에너지를 써야 하는 위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또다시 애를 써야 한다면, 그냥 흘려버려도 좋지 않을까 하는.?나를 위로한답시고 누군가의 험담이 끼어들거나 누군가의 감정 정화를 위해 나까지 불편해진다면 좋은 대화는 아닐 것이므로.


작가는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줄 좋은 문장을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같은 생각이다. 꼭 책에서 나온 문장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힘을 주는 말 혹은 볼 때마다 마음이 건강해지는 문장이라면 그것을 기록해두는 수첩이나 노트를 만드는 것도 삶을 유익하게 만드는 좋은 취미라 생각한다. 얼마 전 귀여운 수첩과 다이어리를 선물 받았는데, 이것을 채워나갈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거린다. 이것을 선물한 친구의 마음도 조금씩 행복으로 채워지길 응원하게 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은 잘못이 아니고, 바로잡아야 할 문제도 아니라 생각한다. 감정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내가 툭 내뱉은 말이 화살이 되어 다시 내게 날아오는 일은 문제다.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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