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는 관성 - 딱 그만큼의 긍정과 그만큼의 용기면 충분한 것
김지영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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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발견하고 단련을 통해 유지하는 것.

저자는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을 요구한다. 요즘 내가 읽는 책에서 많이 보이는 말은 ‘지금, 여기’다. 나도 매우 좋아하는 말들. 지금 여기서 불행하다면, 과연 그것을 딛고 맞이한 미래를 온전히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나의 만족을 위한 기다림으로써의 고난이 아닌 맹목적인 고난과 인내라면, 이제 사양하고 싶다.

이 책은 작가가 동아일보에 연재하던 칼럼을 다듬고, 새 원고를 더해 만든 것이라 한다. 별것 아닌 일상일지라도 ‘그래도’ 발견하는 것, 내 식대로의 행복을 정의하는 것, 바로 지금 여기서의 행복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백문 백답에 대한 이야기가 친근하다. 내가 학생일 때엔, 각자의 홈피(홈페이지)가 있었고, 자기소개란에는 100문 혹은 50문에 대한 자문자답이 필수였다. 얼마 전 싸이월드가 다시 시작된다는 뉴스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흑역사를 두고 부끄럽지만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원치 않는 개인 정보의 보존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후자에 속하는 입장이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나에게 묻는 백문 백답은 신선하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나조차도 나에 대해 모르게 되는 것이 인생인가 싶을 정도로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운 요즘이므로.

작가의 ‘일상을 바로잡는 힘’은 다이어리 한쪽에 새겨 놓은 무기력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동안 나는 일상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을 개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왔는데, 일상을 바로잡아주는 힘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이른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는 것, 주기적으로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 비 오는 아침 잠시 빗소리를 듣는 것도 나에게는 힐링이자 일상을 바로잡아주는 힘이다.

작가는 혼자 여행 갈 수 있는 사람이 되면서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어른은 별게 아니지만, 자신을 어른이라고 인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혼자 밥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게 되면서 스스로를 성인이라고 인정하게 된 것 같다. 혼자 여행을 몇 번 다녀온 후 세상을 보는 눈 자체가 깊어진 것도 같고.

누구나 크고 강렬한 행복을 원한다. 언젠가 나도 로또에 당첨되리라는 암묵적인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을 누가 욕할 수 있을까. 행복이야말로 다다익선일 테니까. 그러나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믿는다. 작은 일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큰 기쁨이 다가왔을 때 온전히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삶에서 작은 기쁨을 충실히 느끼려 노력하는 편이다.

오늘도 작은 불편에 별생각을 다 하며 불만을 품었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한 저녁이다. 행복해지려는 관성에 거스르고 싶지 않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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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
오석종 지음 / 웨일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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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자는 바람을 불평하고 낙관론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길 기대하지만, 현실주의자는 바람에 맞게 돛을 조정한다.

멋진 말이다. 아마도 그 전제 조건은 인생이 너른 바다를 홀로 항해하는 일이라는 것에서 시작한 비유일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의 나는 바람이 불면 돛을 조정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앉아서 쉬는 것을 택하겠지. 아마도 예전의 나였다면 어디 한번 불어 보라는 마음으로 바람에 맞서서 버텼을 것 같다.

저자는 유통기한이 끝난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우리가 상식이라 칭하는 보편적 가치들은 앞선 시대 철학자들이 치열하게 통찰하고 사유한 결과를 담고 있어 대부분 신성하게 여겨지지만, 인류의 역사는 계속 변화를 거듭해왔고 특히나 요즘은 그 변화의 물결이 가속도까지 붙은 상황인데 그것을 고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요즘 보는 인문학, 철학 책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들이 있다. ‘지금, 여기’ 등 현실을 버리지 않는 선에서 생각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저자도 이 시대에 필요한 철학은 걸출한 철학자의 명언이 아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만드는 철학이라고 말한다. 삶에서 마주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고민을 누군가는 철학이라 부른다. 나는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사유라 생각한다.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플라톤은 사람들이 동굴에서 탈출해야 세계의 참모습을 볼 수 있으나, 빛에 비친 그림자에 몰두하느라 동굴을 탈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현실에 있는 모든 것은 이데아를 모방한 그림자일 뿐이다. 저자는 철학이 현대인에게 끼친 가장 큰 해악으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나치게 로맨틱하게 그려낸 것’을 지적한다. 인문학은 바쁜 현실을 살다가 집으로 돌아와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고독한 여행을 다니는 멋진 인간으로 묘사한다고 비판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나로서는 유쾌한 비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현실에서 벗어난 혼자만의 고군분투가 현실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면, 그것이 진정한 철학이고 인문학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요즘 읽는 책에서 ‘지금, 여기’라는 말이 자주 보이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꼭 실용성이 높아야만 우수한 학문은 아니지만, 현실을 벗어난 학문은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애정에서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흐름에 맞는 질문을 찾으려는 저자의 노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철학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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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위의 여자 - 찬란한 갱년기, 몸과 호르몬에 관한 모든 것
실라 드 리즈 지음, 문항심 옮김, 이은실 감수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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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일 뿐, 끝난 게 아냐.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아
첫머리에 스파이스 걸스의 가사가 실려 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도 참 반가운 문장이다. 저자 실라 드 리즈는 독일 산부인과 전문의로 이 책은 독일에서 46주 연속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찬란한 갱년기를 맞이하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해야 할까. 프롤로그 제목이 ‘뜨거운 담금질을 통해 더욱 강해질 당신에게’다.

호르몬과 폐경기(요즘 폐경보다는 완경이라는 표현을 권장하고 있지만, 의학 용어이므로 이 책에서는 폐경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명시되어 있다.)에 여성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들 그리고 의학적인 설명과 조언들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의학 서적과 에세이의 중간 그 어디쯤일 듯하다.

호르몬과 월경주기, 폐경전기에 나타나는 증상, 폐경이행기 불 위의 여자가 되는 시점에 나타나는 변화와 감정 기복의 숨은 원인, 극복이 아닌 관리가 필요한 폐경기와 증상들 그리고 대처법에 대해 다룬다. 생체동등호르몬 요법, 산부인과 전문의 활용법, 대안 치료법 등이 마지막에 대처법으로 정리되어 있다. 폐경을 맞이한 여성들을 위한 정신건강 지침도 함께.

저자는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기 전에 산부인과에 들러 취침 전 복용할 프로게스테론을 처방해달라고 부탁하라고 한다. 아마도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감정 기복과 그로 인한 부부 싸움 혹은 가족 간 갈등을 두고 한 말이라 짐작된다. 그만큼 폐경기를 맞이한 여성의 고통은 강렬하다는 뜻이다. 내 책에도 썼지만, 여성들조차도 폐경기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많지 않은 경우가 있다. 나도 그랬고, 엄마에게 찾아온 폐경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감정적인 공감조차.

부제가 찬란한 갱년기, 몸과 호르몬에 관한 모든 것이지만, 사실상 현대인의 필독서로 지정해도 좋을 것 같은 책이다. 꼭 40대 후반의 여성들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에게는 언젠가 맞이하게 될 시기에 관한 것이므로 미리 배워두면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어머니나 주변 여성들의 삶의 주기에 나타나는 변화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폐경이야 여성의 일이지만, 남성들도 자신의 주변에 어머니든 가족이든 친구든 여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므로 인간의 노화와 변화에 대해 알아두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좋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가 남자 대 여자의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남성의 노화와 그에 대한 대처법도 책으로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 일반인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은 의학 서적 같아서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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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마음에 들었지만, 자주 내가 싫었다
김우석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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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다 싶은 고민에도 걱정인 자신이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하는 스스로가 좋았다는 작가는 온전하지 못한 시간 속 완전하지 못한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고, 다정한 사람보다 평범한 연애가 어려우며 새벽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지나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여정이다.

최근 에세이를 싫어한다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공감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 글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요즘 사람들은 이런 책을 왜 사는지 모르겠다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분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공감할 수 없다면 책을 안 사면 되는 것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 것은 작가의 자유이자 창작활동인데 그것에 대해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정말 공감할 수 없는 책은 안 사시는 게 맞다고 했다. 나도 작가라는 걸 잘 알면서 던진 질문이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다양한 이유를 들며 답해주는 편이다. 일단 에세이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고, 누군가의 자유로운 생각을 나 또한 자유롭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며, 옳고 그름을 굳이 따질 필요도 없거니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내 책을 읽는 사람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불편해하지 않고 그냥 무시하며 마음에 와닿는 부분만 고개를 끄덕여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생각들을 읽으며 자신만의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나는 많이 행복할 것 같다. 물론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보편적인 가치를 위협하고,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좋은 글이 아니겠지만.

이 책도 오랜만에 이것들을 다 외워야 한다는 압박이 아닌, 개인적 견해를 자극하는 책이라 반갑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첫 이야기부터 나는 괜찮다는 말의 뜻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새벽에 부고를 듣고 달려간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장에서 잔뜩 야윈 얼굴을 한 친구에게 작가는 쉽사리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고, 그 마음을 다 아는 친구는 쉰 목소리로 난 괜찮다고 먼저 대답한다. 작가는 애써 괜찮다는 말로 내 감정을 외면하고 겉으로 위장막을 쌓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가끔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괜찮다는 말은 짧지만 묵직한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괜찮냐는 그 한 마디에 누군가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묘한 위로를 받기도 하며, 그동안 괜찮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괜찮다는 말은 힘들었던 나의 시간이 이제는 어느 정도 정상궤도로 돌아왔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 시간들을 극복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며 때로는 나를 걱정할 누군가를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누구를 위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묵직한 울림을 주는 말인 것만은 분명하다. 타인이 함부로 남의 상황을 괜찮다고 표현하는 것만 아니라면.

아버지와 소녀의 자전거 연습 이야기도 눈앞에 그려진다. 넘어질까 두려운 딸과 넘어져 봐야 일어나는 법도 배운다는 아버지. 나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이라, 내가 완전하다고 느끼기 전까진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실패에서 배우는 것 또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만, 넘어졌을 때 내가 왜 넘어졌는지도 생각해 보고, 이제 나는 어떻게 일어서고 어떻게 현실을 극복할 것인지 생각하면 된다.

한동안 자존감이라는 말이 홍수처럼 쏟아지더니 이제는 자기효능감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자주 보인다. 한 심리학자는 이런 현상을 출판계에서 사람들의 불안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온전함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이제 자신을 덜 미워하게 되었다고 한다.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신을 덜 미워하고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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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만드는 사람들 (한국어판 스페셜 에디션) - 2019 볼로냐 사일런트북 대상 수상작
곽수진 지음, 김지유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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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으로만 들어 보았던 사일런트북을 직접 보게 되었다.
침묵의 책.
책은 늘 조용하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대화 상대이자 스승이니까.
사일런트북은 글이 없는, 그림으로만 보는 그림책이다.이 책은 볼로냐 도서전 사일런트북 대상을 수상한 책이라고 한다.

그림체가 참 좋아서 찬찬히 보다가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 처음으로 고민했다. 엄청난 서평가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서 남기는 독서기록인데, 조용한 책을 나는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나만의 동화를 만들어봤다.
자유롭게 상상하라고 존재하는 책이 사일런트북일 테니까.
그림 동화책인데 책을 다 찍어서 공개하는 것은 좀 아닌 듯하여 순서를 섞어 몇 장만 두고 이야기를 상상해보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누군가 떠오르기도 하고.


오늘밤도 트럭씨의 짐이 한가득입니다. 하루 종일 차곡차곡 실린 상자들이 언덕을 올라갑니다.

- 스노우맨 쉬엄쉬엄 하라구!
- 아 오셨어요?
오늘은 별을 좀 많이 켜야 하거든요!

스노우맨은 눈사람이에요.
어느 멋진 겨울밤, 마음 착한 튤립이가 눈사람에게 빨간 모자와 바지를 선물했어요. 늘 외로웠던 눈사람은 너무나 기뻐서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었습니다. 나도 저 아이처럼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요.

그날 새벽, 걱정의 언덕을 날아가던 어둠 요정이 눈사람에게 말을 걸었어요.

- 얘, 너는 왜 혼자 웃고 있니?
- 한 친구에게 근사한 모자와 바지를 선물 받았거든요. 처음이었어요.
- 그것 참 이상하네. 그런데 왜 너의 별은 슬픈 빛일까?
- 난 눈사람이니까요. 보답하고 싶어도 움직일 수도 없는걸요.
-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둠 요정은 눈사람에게 멋진 선물을 해줄 수 있다며 자신만 믿으라고 큰소리쳤어요. 마침 별 가루가 조금 남아있었거든요. 하지만 눈사람은 고민에 빠졌어요. 어두운 밤, 달님이 흰옷을 입고 외출 준비를 하는 한 시간 동안만 사람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별 가루의 양이 적어 이 멋진 일을 겨울이 끝날 때까지만 할 수 있다니요.

- 이제 얼마나 남았다고 했지?
- 한 달이요. 그래서 오늘은 별을 왕창 달아둘 거예요.
- 튤립이에게 그냥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그래.
- 에이, 아직 시간이 남았는걸요. 며칠만 더 고생하면 곧 성공할 것 같아요.

스노우맨은 튤립이를 위해 은하수를 만들고 있어요. 다시 눈사람으로 변하기 전에 근사한 튤립밭을 하늘에 수놓고 튤립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요.

소식을 들은 눈사람 친구들이 스노우맨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스노우맨! 네가 홀로 별을 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고마운 친구를 만났다니 정말 부러운걸. 그래서 우리도 힘을 보태줄까 해. 마침 이번 주에 우리 회사는 휴가를 떠나게 됐거든. 너에게 도움을 받았던 친구들끼리 예쁜 별을 만들어서 보내줄게. 사장님도 먼 곳에서 꿋꿋이 눈사람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우리의 자랑 스노우맨을 응원하고 싶다고 전해달라셨어. 별도 1000개나 사주셨어.

고마운 친구 스노우맨!
우리는 네가 자랑스럽지만, 걱정되기도 해. 곧 봄이 올텐데 네가 기한 내에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이야. 얼른 돌아와서 맛있는 빙하를 먹어야 하지 않겠어?
잊지마. 너는 보름 내로 출발해야 해. 벌써 너의 별이 흐려지고 있어.
네가 돌아오는 날, 우리 모두 마중 나가 있을게.

- 건강하게 돌아와서 함께 얼음 비빔밥을 먹을 날을 기다리며 너의 친구 눈사람 일동)

스노우맨은 제법 큰 별도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헤어드라이어로 말려주면 더 예쁜 노란 별빛이 살아나지요. 별빛이 반짝이는 만큼 스노우맨의 몸이 녹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튤립이에게 꼭 노란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여주고 싶어요.

스노우맨이 튤립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스노우맨은 무사히 친구들에게 돌아가 그리웠던 얼음 비빔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역시 동화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그림이 다양하고 꽤 많아서 골라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아주아주 근사한 책. 이번 학기에 여러번 꺼내 펼치게 될 것 같다. 소중한 튤립이가 별빛 환한 밤에 걱정 없이 잠드는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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