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위의 여자 - 찬란한 갱년기, 몸과 호르몬에 관한 모든 것
실라 드 리즈 지음, 문항심 옮김, 이은실 감수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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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일 뿐, 끝난 게 아냐.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아
첫머리에 스파이스 걸스의 가사가 실려 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도 참 반가운 문장이다. 저자 실라 드 리즈는 독일 산부인과 전문의로 이 책은 독일에서 46주 연속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찬란한 갱년기를 맞이하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해야 할까. 프롤로그 제목이 ‘뜨거운 담금질을 통해 더욱 강해질 당신에게’다.

호르몬과 폐경기(요즘 폐경보다는 완경이라는 표현을 권장하고 있지만, 의학 용어이므로 이 책에서는 폐경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명시되어 있다.)에 여성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들 그리고 의학적인 설명과 조언들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의학 서적과 에세이의 중간 그 어디쯤일 듯하다.

호르몬과 월경주기, 폐경전기에 나타나는 증상, 폐경이행기 불 위의 여자가 되는 시점에 나타나는 변화와 감정 기복의 숨은 원인, 극복이 아닌 관리가 필요한 폐경기와 증상들 그리고 대처법에 대해 다룬다. 생체동등호르몬 요법, 산부인과 전문의 활용법, 대안 치료법 등이 마지막에 대처법으로 정리되어 있다. 폐경을 맞이한 여성들을 위한 정신건강 지침도 함께.

저자는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기 전에 산부인과에 들러 취침 전 복용할 프로게스테론을 처방해달라고 부탁하라고 한다. 아마도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감정 기복과 그로 인한 부부 싸움 혹은 가족 간 갈등을 두고 한 말이라 짐작된다. 그만큼 폐경기를 맞이한 여성의 고통은 강렬하다는 뜻이다. 내 책에도 썼지만, 여성들조차도 폐경기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많지 않은 경우가 있다. 나도 그랬고, 엄마에게 찾아온 폐경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감정적인 공감조차.

부제가 찬란한 갱년기, 몸과 호르몬에 관한 모든 것이지만, 사실상 현대인의 필독서로 지정해도 좋을 것 같은 책이다. 꼭 40대 후반의 여성들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에게는 언젠가 맞이하게 될 시기에 관한 것이므로 미리 배워두면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어머니나 주변 여성들의 삶의 주기에 나타나는 변화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폐경이야 여성의 일이지만, 남성들도 자신의 주변에 어머니든 가족이든 친구든 여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므로 인간의 노화와 변화에 대해 알아두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좋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가 남자 대 여자의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남성의 노화와 그에 대한 대처법도 책으로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 일반인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은 의학 서적 같아서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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