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마음에 들었지만, 자주 내가 싫었다
김우석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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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다 싶은 고민에도 걱정인 자신이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하는 스스로가 좋았다는 작가는 온전하지 못한 시간 속 완전하지 못한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고, 다정한 사람보다 평범한 연애가 어려우며 새벽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지나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여정이다.

최근 에세이를 싫어한다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공감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 글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요즘 사람들은 이런 책을 왜 사는지 모르겠다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분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공감할 수 없다면 책을 안 사면 되는 것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 것은 작가의 자유이자 창작활동인데 그것에 대해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정말 공감할 수 없는 책은 안 사시는 게 맞다고 했다. 나도 작가라는 걸 잘 알면서 던진 질문이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다양한 이유를 들며 답해주는 편이다. 일단 에세이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고, 누군가의 자유로운 생각을 나 또한 자유롭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며, 옳고 그름을 굳이 따질 필요도 없거니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내 책을 읽는 사람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불편해하지 않고 그냥 무시하며 마음에 와닿는 부분만 고개를 끄덕여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생각들을 읽으며 자신만의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나는 많이 행복할 것 같다. 물론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보편적인 가치를 위협하고,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좋은 글이 아니겠지만.

이 책도 오랜만에 이것들을 다 외워야 한다는 압박이 아닌, 개인적 견해를 자극하는 책이라 반갑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첫 이야기부터 나는 괜찮다는 말의 뜻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새벽에 부고를 듣고 달려간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장에서 잔뜩 야윈 얼굴을 한 친구에게 작가는 쉽사리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고, 그 마음을 다 아는 친구는 쉰 목소리로 난 괜찮다고 먼저 대답한다. 작가는 애써 괜찮다는 말로 내 감정을 외면하고 겉으로 위장막을 쌓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가끔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괜찮다는 말은 짧지만 묵직한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괜찮냐는 그 한 마디에 누군가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묘한 위로를 받기도 하며, 그동안 괜찮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괜찮다는 말은 힘들었던 나의 시간이 이제는 어느 정도 정상궤도로 돌아왔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 시간들을 극복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며 때로는 나를 걱정할 누군가를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누구를 위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묵직한 울림을 주는 말인 것만은 분명하다. 타인이 함부로 남의 상황을 괜찮다고 표현하는 것만 아니라면.

아버지와 소녀의 자전거 연습 이야기도 눈앞에 그려진다. 넘어질까 두려운 딸과 넘어져 봐야 일어나는 법도 배운다는 아버지. 나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이라, 내가 완전하다고 느끼기 전까진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실패에서 배우는 것 또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만, 넘어졌을 때 내가 왜 넘어졌는지도 생각해 보고, 이제 나는 어떻게 일어서고 어떻게 현실을 극복할 것인지 생각하면 된다.

한동안 자존감이라는 말이 홍수처럼 쏟아지더니 이제는 자기효능감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자주 보인다. 한 심리학자는 이런 현상을 출판계에서 사람들의 불안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온전함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이제 자신을 덜 미워하게 되었다고 한다.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신을 덜 미워하고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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