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모란 마자르 지음, 김희진 옮김 / 미메시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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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독일 폴크방 예술 학교에 다니는 젊은 무용수 울리. 자유분방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울리는 실은 뮤지컬이 하고 싶다. 당시 독일의 분위기로는 뮤지컬에 대한 인식이 '가볍고 저급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베를린의 한 술집에서 우연히 뉴욕에서 댄스 공연을 하는 앤서니를 만나게 된 울리의 달라진 일상, 앤서니에게 영향을 받고, 울리는 꿈꾸었던 화려한 브로드웨이를 향해 뉴욕으로 떠난다. 울리는 가슴 떨리도록 꿈꾸었던 걸 이룰 수 있을까?

책을 읽기 전, 책 소개를 보고 나도 모르게 '열정'이란 단어가 내내 맴돌았다. 화려하고도 역동적인 그림체가 담긴 책의 모양새만으로도 난 열정 넘치는 책이라 지레짐작 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어딘가 숨어 지낼 내 열정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읽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예상치 못했던 결론을 마주했을 때 뒷통수를 한 대 쿵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응? 다시 처음으로. 흐르듯 넘겼던 페이지에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작은 디테일도 다시금 선명해지고, 서너 번 반복하여 결말을 읽은 후에야 마음이 평온해졌던 것 같다.

꿈꾸는 모든 것, 나아가고픈 열망, 선택의 기로에서 숱한 고민과 방황의 시간 속에서도 나를 지탱하고 있는 건 현실 그 자체다. 곁에 있는 친구들, 목표를 꿈꾸며 발 디딘 현실에서의 한 걸음, 사랑. 인종 차별과 동성애, 커리어의 문턱에서 수많은 좌절, 불안이 곳곳에 녹아 있는 이야기라 제목과는 다르게 밝고 쾌활한 느낌보다 묵직하고 깊이있는 이야기였다. 각양각색의 화려한 색채와 물 흐르듯 부드러운 곡선의 조화에 시선을 홀랑 뺏겼지만, 낮은 채도 덕분에 마음이 동동 뜨지는 않았던, 묘하게 차분히 몰입되는 그림들이었달까.

정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무수한 몸짓 하나 하나가 사실은 결과보다 더 소중한 양분이 되어주는 법이다. 시련이 와도 버틸 수 있는 힘은 지금 이 순간의 몸짓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안겨주는 책. 뭐 당연하고 진부한 이야기일지라도 진리는 진리다. 빠르게 읽히고 길게 남는 여운. 폭발하는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은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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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난 움직이는 육체는 시적이라고 생각해.

128. 네가 너무 격렬한 건 그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없어서야.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이해할 거라곤 전혀 없기 때문이지. 넌 예술가고, 소통을 하지. 그들은 판매자고, 너에게 꿈의 공장에서 갓 나온 따끈한 행복을 팔아. 부르주아 관객의 도피처를... 그들이 자기들의 안락함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지나치게 궁리하지 않도록 말이지. 궁리하면 할수록 그들은 소비를 덜 하거든. 그러니까 그들이 다른 걸 느끼지 못하도록 철저히 주의하는 거야. 오직 귀에 착 달라붙는 노래의 박자만 저녁 내내 그들의 머릿쇠에 박히도록.

🔖156. 가슴이 터질 듯 고동치는 심장...뺨에 핏기가 오르고 관자놀이에서 피가 팔딱거리는 느낌.

🔖157. 넌 정말로 즐거움이 저속한 거라고 여기니?

🔖184. 평생 동안 난 나 자신이 될 수 있길 기다렸어. 이제야 난 나와 닮았고, 날 이해하는 사람들 속에 있어. 그들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 내가 누구인지, 앞으로 어떤 싸움을 맞이할지를 알려 주지. 난 그걸 너와 나누려 노력해 봤지만 넌 듣지 않았어, 넌 회피하고, 이야기를 딴 데로 돌렸어. 그게 네 잘못이랄 수도 없단 걸 지금은 똑똑히 알겠어. 넌 다만 이해할 수가 없는 거야.

🔖217. 폭발하는 듯한 색채와 감정들! 그게 기교에 불과한 건지 나는 모르지만...그래도...내가 아는 건,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내 몸 전체가 떨린다는 거였어. 그게 정말로 그렇게 저속한 걸까?

#모란마자르 #댄스 #열린책들 @openbook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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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로매니악 1
이우혁 지음 / 반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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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끌리는 책은 아니었다. 사실 제목에서 약간 주저함이 있었던 것 같다.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 읽을 책도, 욕심도 많은 시기에 일이 바쁘기까지 했는데, 몇 장 읽어나 볼까 집었던 책이 이렇게 그 자리에서 마지막 장까지 내달릴 때면 그 쾌감이 말도 못한다. 너무 재미있다!! 일단 페이지터너 확실하고요! 그리고 어렵지 않아. 시간 순삭.

방화광, 불 지르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방화벽(pyromania)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제목답게 난 또 어떤 미친놈이 나오는가 초반부터 기다렸다. 일명 PM이라 불리는 테러범들, 동훈, 영, 희수는 초반부터 드론을 이용해 잔인하고 계획적으로 사람을 죽인다. 초반부터 이들이 죽인 사람이 여섯 명. 하지만 자기들은 살인마면 살인마지, 테러범으로 불리는 것에 동의를 못한다. 이게 또 무슨 어불성설인가 싶은데 사실은 이 셋이 히어로라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나라도 팔아 먹을 '높으신 분들'에 의해 생존조차 보장 받지 못하고 숨어 지내며 복수를 꿈꾸는 다크히어로들... 1권은 이 셋의 만남과 복수의 계기가 된 그날의 사건이 펼쳐지다가 끝이 난다. 아 이렇게 끝이 나면 2권 당장 사야지 뭐.

1999년 미완결 상태로 연재가 중단되었다가 25년여 만에 대대적으로 개정하여 드디어 완결로 돌아온 파이로매니악. 화약과 첨단 기술을 이용한 차갑고도 뜨거운 복수의 현장에 일단 발을 들이면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게 된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를 향해, 어떤 복수를 꿈꾸는지, 복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드라마 한 편을 본 듯 순식간에 흘러가는 시간! 이미 영상화가 확정되었다니 그전에 발빠르게 완결까지 읽어야지.

⋱⋰ ⋱⋰ ⋱⋰ ⋱⋰ ⋱⋰ ⋱⋰ ⋱⋰ ⋱⋰ ⋱⋰ ⋱⋰ ⋱⋰⋱⋰ ⋱⋰

🔖58. 우리나라 법이 정말 제대로 판단해 줍니까? 길 가는 사람 열에 아홉은 절대 아니라고 할 텐데요? 솜방망이 처벌에 가해자만 인권 챙기고 판사님은 아주 너그럽게 온갖 감형을 해주시잖아요. 이 또한 역시나 착한 네가 참으라는 거 아닌가요?

🔖61. 복수조차 못 해주는 법을 뭐에 쓰나요? 억울함도 충족 못 시켜 주는 법이 법인가요? 무력한 법이면 범죄는 뭐로 막고 정의는 뭐로 지키죠? 복수를 사사로이 못 하게 하려고 법이 만들어졌다면 최소 제구실은 해야죠!

🔖64. 공권력이 위예요, 진실과 정의가 위예요? 심지어 국가라고 해도 진실이나 정의를 지키지 못하는 나라라면 가치가 있을까요?

#협찬 #이우혁 #파이로매니악 #반타
@vantabook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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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팝니다 - 사랑받는 매장의 여섯 가지 리테일 전략
김용일 지음 / 시공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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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어쨌든 살아남는 게 최대의 목표가 되는 순간이 있다. 잘되는 것 같다가도 안 되는 순간이 오면 버텨야 하고, 오르락 내리락 요동치는 시간들 속에서 애초에 목포했던 모습과는 다르더라도 '버텨내기'가 목적으로 바뀌는 순간이 종종 온다.

직장인 생활도 해보고(간호사) 본의 아니게 자영업을 꾸려 보기도 하면서(1년차 사장) 이 세상에 쉬운 일은 단연코 없구나, 뼈저리게 깨닫는 중인데 뼈만 저리게 고민만 할 수는 없지 않나. 뭐 방법을 찾아야지. 수많은 매장이 있음에도 잘되는 곳은 언제나 잘되고, 사라지려면야 언제 생겼냐는 듯 금세 문을 닫는 매장도 정말 많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임팩트 있고 강렬한 재미, 단숨에 고객을 사로잡을 이벤트 같은 마케팅도 물론 중요하고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겠지만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잠시 잠깐 스쳐가는 매장이 아닌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꾸준히 되새길 수 있는 매장이 되어 오랜 시간 묵묵히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 그거 아닐까. (그래, 내 꿈이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의미있고 유익한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대부분의 사장들이 하기 쉬운 오해, 공간이 완벽하면 매출이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거나, 구체적인 설명을 장황히 곁들이면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거나, 핫한 포토존을 만들고 이벤트를 열어 유입을 늘리면 또 결국 매출로 이어질 것이라거나...이런 생각 안해본 사장님 있음 나와보시라구 해...단연코 없을 거다. 생존의 문턱에서 살아남기의 방안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모색하고 있지만 명확한 해답이 없어 전전긍긍했던 시간을 조금은 보상받은 기분도 든다.

스쳐가는 많은 정보와 자극들, 오히려 넘쳐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기억에 남기는 어려워지는 시대다. 현 제일기획 리테일 디렉터인 저자의 15년간 글로벌 경험에서 액기스만 뽑아서 모은 게 이 책이다. 결국 기억에 남는 매장이어야만 살아남는다는 팩트를 여러 이론과 가설,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으로 증명한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자주 들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만큼 확실하게 강조한다는 게 와닿았다. 마지막 자영업자의 실전 체크리스트 요약본도 좋았다. 살아남는 매장의 공통점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아주 살짝 설레기도 한다. 적용해볼 차례니까. 사실 1년차, 무사히 1년을 넘긴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상이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방문해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은 추억으로 함께 자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열심히 공부하고 움직이게 할 힘을 준 책.

아 그리고 진짜..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미친듯이 존경을 보내고 싶다. 진심으로(나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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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리테일에는 정답이 없다. 오직 상황에 맞는 해답만 존재한다. 브랜드의 위치, 시장의 분위기, 소비자의 감정, 공간의 제약. 이 모든 변수가 바뀔 때마다 해답도 달라진다. 그래서 리테일 마케팅은 흔히 감각의 영역이라 불리지만, 동시에 가장 치열한 사고와 계산이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54.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더 넣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로. 요소를 늘리면 정보는 많아지지만 기억은 흐려진다. 덜어내면 대비가 생기고, 시선이 멈추고, 감정이 붙고, 의미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리테일에서 가장 비싼 설계는 가장 많이 지운 설계다.

🔖330. 매장을 설계한다는 것은 주목을 끄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어디서 멈추고, 무엇을 이해하고, 언제 결정을 내리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 설계는 사진 한 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동선, 정보, 접점, 운영, 그리고 '다음 행동'까지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결론적으로 전략 없는 디자인은 인스타그램에서는 주목을 받지만 손익에서는 버티지 못한다. 예쁜 매장은 이제 넘쳐난다. 그러나 잘 작동하는 매장은 여전히 드물다. 매장을 설계한다는 것은 공간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행동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반복될 때 매장은 비로소 기억되는 장소가 된다.

#김용일 #기억을팝니다 #시공사 @sigongs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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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든 두려움
알렉스 핀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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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이라고? 정말 깜짝 놀랐다. 출판사의 책 소개는 한 치의 과장도 없었다. 화려한 수식어도, 작가 소개도 없이 576 페이지를 단숨에 증발시키는 속도감과 재미로 증명하겠다며 자신만만 하시더니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576 페이지가 그냥 순삭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또 데뷔작인 거다. 이 책을 읽고 작가의 이름을 새긴 것만으로도 나의 수확은 충분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대학생 맷에게 이른 아침 FBI 요원이 찾아와 가족의 죽음을 알려준다. 아빠, 엄마, 여동생 매기, 막내 토미까지, 멕시코 여행에서 가스 누출 사고로 보이는 원인으로 모두! 사망했다고. 일정이 맞지 않아 함께하지 못했던 맷은 가족 중 혼자 살아남게 되었다. 아니 한 명이 더 있다. 7년 전 여자친구를 죽인 혐의로 교도소에 복역 중인 형 대니.

무죄를 주장하던 대니는 정말 억울하게 옥살이 중인가? 대니가 무죄라면 잔혹했던 샬럿의 죽음은 누가 벌인 일일까? 비극적인 사고로 여겨지던 가족의 몰살은 누군가 주도적으로 계획한 자살인가, 타살인가? 타살이라면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까지 치밀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가?

가족들의 죽음 전의 시간을 각각 인물의 시선으로 표현하여 누구 한 사람의 감정에 몰입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간과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초반부터 빠져드는 이야기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폭발하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 어디선가 분명 있을 법한 이야기, 짧게 이야기 하자면 흔할 수도 있는 교훈이지만 빠져들어 허우적대게 만드는 글은 분명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두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야기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과거를 되짚다 보니 모두에게 따스한 정이 들었다. 첫 장면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은, 책장을 덮고 난 후 다시 첫 장면을 떠올릴 때의 감정과 판이하다. 여운이 길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들 각각이 서로를 생각하는 애정과 신뢰, 마지막의 모든 두려움까지도 직면하며 끝까지 용기를 낸 모습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거 영화화 되나요? (서둘러, 넷플!) 요새 미국에서 제일 핫한 작가고 나오는 작품마다 여기저기 언급이 된다고 하니 이 작가의 책을 나는 계속 읽을 수 있겠지?! 이미 나온 책만 4~5권은 되던데!!! 국내에도 얼른, 몽땅 출간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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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인생이 신 레몬을 안겨주면 레모네이드나 만드는 거야. 그럼 그걸 여자애들 꼬시는 데 쓰라고.

🔖559. 사람들은 내가 집착한다고, 광적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기적인 바보라고. 하지만 당신 아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떨 것 같습니까? 그 아들이 남은 평생 교도소에 갇혀 살아야 하고 당신은 아들이 무죄라는 걸 온몸으로 알고 있다면? 그것 때문에 당신 가족이 무너졌다면 어떨까요? 그런 맨 끝에 남은 마지막 두려움까지 직면한다면,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포기하거나, 끝까지 죽도록 싸우거나. 그리고 난 마지막 숨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대니를 위해, 리브, 맷, 매기, 토미를 위해, 그리고 샬럿을 위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울겁니다.

#알렉스핀레이 #마지막모든두려움 #현대문학 @hdm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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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임시 보관 중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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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63세 마사미는 어느 날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 차트에 꽂힌다. 이미 고등학생 시절부터 인생의 목표를 세워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나간 오타니를 보며 자신의 인생이 덧없었음을 느끼고 울적해진다. 자신은 그때 도대체 뭘 했을까? 흘러간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남편에게 이런 얘길 했더니 빈정거림과 무시만 돌아올 뿐. 무심코 종이에 만다라 차트를 끄적여 보던 마사미는, 만약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인생을 설계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 순간 몸이 만다라 차트로 휩쓸리며 타임슬립을 하게 되는데 !!!!

정신을 차려보니 중학생 시절, 모든 기억을 가진 채 중학생 시절로 돌아온 마사미. 내내 잊지 못하던 첫사랑 아마가세까지 만나게 된다. 금세(?) 과거로 온 자신에게 적응하며 일상을 보내다, 말 실수로 던진 '스마트폰'이라는 단어에 과하게 반응하는 첫사랑 꽃미남 아마가세. 혹시... 너도? 타임슬립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라 아마가세 역시 63세에서 중학생으로 돌아온 것. 오마갓. 이렇게 둘이 이어지게 되는 러브 스토리인가요.

라고 생각했던 건 모두 내 착각이었다. 중학생 시절로 돌아와 고등학생, 대학생, 취업까지 모든 걸 새롭게 누리게 마사미는 그 시절 남존여비 사상에 치를 떨게 된다. 그 당시 느꼈든, 느끼지 못했든, 어디서나 만연해 있던 남녀 차별적인 시선을 다시금 마주하고 자주 분노하게 된다.

새롭게 맞이한 두 번째 인생이니 만큼 바꿀 수 있는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마사미는 음악이든 CF든 남녀 차별적인 시선이나 문장이 쓰여 있다면 주저 않고 컴플레인을 건다. 스스럼없는 모습에 은근히 통쾌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 씁쓸하기도 했다. 요새야 많이 좋아졌다지만 예전에만 해도 정말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찮은 대우를 받던 여성들의 모습이 생각나 왈칵 분노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금은 정말로 완벽하게 남녀가 평등한 세상일까?!

지나친 비약인 건 아닐까 싶은 기분도 종종 들긴 했지만 상황마다 세세하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장면을 얹어 일상 속 비일비재한 차별 속에 나 역시 가차없이 내던져지는 느낌도 들었다. 한편 어찌 헤쳐 나가려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과거에 머무는지도 걱정된다. 돌아가긴 하냐고? ㅋㅋㅋ

곰곰이 질문을 던져볼 만한 사안들, 무겁지만 부드럽게 풀어내는 작가의 글솜씨, 첫사랑과의 재회로 둘의 관계의 진전에 대한 궁금증까지 더불어 책장이 휘리린 넘어간다.

현재의 기억이 사라진 채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마 나는 또 지금과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현재의 기억을 모두 가진 채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후회스러웠던 선택을 줄이려고 마사미처럼 고군분투하지 않을까.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시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지금을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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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많은 아내가 불만을 입밖에 내지 않고 참으며 살고 있다. 50살이 넘어갈 무렵부터 그 고뇌가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사람을 몇 명이나 봤다. 신체에 이상이 생긴 아내도 적지 않다. 아내들은 젊을 때 수차례 입 밖으로 내어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해봐야 소용없었다. 아내의 심정을 헤아려 이해하려고 하는 남편은 거의 없다. 그러면 아내는 두 번 다시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자신의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기 위해서.

🔖332. 우에다가의 존속을 위해서 타인의 감정과 기분은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좋은 대로 끌고 가려고 한다. 취업도 하지 못하는 여자를 며느리로 삼아 준다고 은혜라도 베푸는 듯한 말투와 오만한 태도를 전무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좋은 시어머니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371. 남자들은 진짜 여자를 우습게 보고 있어. DNA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 나도 예전 인생에서는 그런 걸 깨닫지 못했어. 우리 아버지도 그렇고 친척이나 동급생들도 전부, 한사람도 예외 없이 여자를 아래로 받고 그걸 당연하게 여겼어. 하지만 여자들은 오랜 옛날부터 공평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매일같이 상처받으면서 살았던 거야.

#가키야미우 #인생임시보관중 #문예춘추사 @moonch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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