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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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주연은 자신의 딸인 소명의 친구 금태를 우연히 보게 된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 정신없이 뛰던 금태가 건물 아래로 떨어지는 걸 본 주연은 다급히 다가가는데 그곳에서 금태와 똑같이 생긴 인물이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는 걸 확인한다. 진작 사이가 틀어져 버린 금태 엄마에게 그래도 아들이 다친 소식을 전하려 급하게 금태네 집에 찾아간 주연은 이미 집안에서 금태와 똑같은 모습을 한 존재를 만난다.

인간을 붕어빵이라고 가정했을 때 붕어빵 가장자리, 붕어빵 소가 넘쳐서 제대로 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거나 부스러기 같은 존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인물, 아니 붕어빵 소! 자신은 금태에게 미처 들어가지 못한 '생각하는 능력'이라며 한시 빨리 금태와 합체하게 도와달라고 주연을 재촉한다. 한편 마을 곳곳에 금태와 같은 붕어빵 소들의 일탈(?)이 점점 늘어나게 되는데.

타투샵을 운영하며 동생을 돌보는 '결단력' 없는 시나, 공인중개사에서 일하며 변변치 못한 자신을 허울로 포장한 채 오랜 세월 '용기' 없이 살았던 박장극, 덜 구워져서 나와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지 못하는 청년, 마을에서 붕어빵을 팔다가 갑자기 사라진 할머니, 그자리에서 과일트럭을 운영하는 의심쩍은 과일 아저씨까지. 붕어빵 소들의 반란은 모두 한결 같진 않았다. 본체(?)와의 합체를 주장하기도 하고 조용히 지켜보며 스며들기도 하고. 기발하고 생생한 표현과 공감을 일으킬만한 인간의 복잡미묘한 상태 심리까지 더해져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100프로 완벽한 인간은 없다. 내가 만들어지기 전 나에게 빠진 붕어빵 소같은 능력은 뭘까. 아마 한두 개가 아니지 싶은데 (ㅋㅋㅋ) 그 능력들과 합체하는 게 좀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되는 길일까? 나도 덩달아 다양한 상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붕어빵 부스러기들이 어디에서 시작되며 흘러 들어왔는지에 대한 부분은 기대만큼 특별하거나 새롭지는 않아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내용 자체의 재미만으로도 나름 충분했던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허황되지만 드라마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비록 아직 나만의 부스러기는 등장할 기미도 없지만 내가 먼저 찾아가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내게 부족한 내 부스러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만 한다면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내 것으로 만날 수 있겠지 ^^ 그전까지는 불완전한 나라도, 못난 나라도, 완벽한 모양을 갖춘 붕어빵이 아닐 지라도 붕어빵은 붕어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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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천지신명이시여, 정말 사람을 만들 때 빼먹은 사주를 주실 수 있다면, 제발 이 할멈을 한 번 돌아봐 주십시오.

#리러하 #붕어빵이되고싶어 #한끼 @hanki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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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딩 - 그곳에 회색고래가 있다
도린 커닝햄 지음, 조은아 옮김 / 멀리깊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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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기후 전문기자로 일했던 작가 도린 커닝햄은 아이를 낳고 모든 걸 잃는다. 전 남자친구와의 양육권 문제로 모아놓은 돈을 다 써버리고, 직장까지 잃고, 친구들과도 멀어지며 완벽하게 혼자가 되어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곳보다 더한 상황이 내게 들이닥칠 때,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숨통을 조여오는 악재들 속에서 도린은 주저앉아 낙담하기보다 일어나 움직이려 한다. 도린을 강하게 사로잡은 목표는 두 살배기 아들 맥스와 회색고래의 여정을 따라 가보는 것.

돈도, 직장도 다 잃은 그녀는 실직을 숨기고 은행에서 최대치로 대출을 받아 북극으로 떠난다. 책 초반부 그녀의 움직임을 보고 너무 무모한 행위가 아닌가 지레 겁부터 먹었던 나. 미래에 대한 어떤 준비도 없이 저렇게 무작정, 게다가 어린 아들까지 둔 사람의 행동으로 올바른가 나혼자 별별 생각을 다했다. 세상의 눈이 두렵고 겁이 많은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녀의 도전에 새삼 의아하고 두려우면서도 막연히 설레기도 했던 것 같다.

도린은 기자로 일하던 7년 전에도 고래를 쫓는 이들과 함께 나눈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며 아마 바닥을 치는 힘든 상황 속의 무의식이 그녀를 고래에게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까지 함께 한 고래와의 여정에서 만난 원주민들, 눈으로 보고 느낀 기후위기의 적나라한 순간, 여성으로 마주하는 고난과 역경, 놓지 못할 모성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그저 묵묵하고 담담하게 늘어 놓는다. 목놓아 소리치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으며 차분하고 잔잔하게. 16000km의 여정을 떠난 도린의 하루하루를 옆에서 지켜보며 묵직하게 다가오는 메시지들을 느낀다. 자연, 모성, 기후위기를 멋지게 묶고 엮어서 한 편의 아름답고 찬란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작가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역경이 몰아쳐 멀리 어딘가로 내던져질 것만 같은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도린의 여정을 떠올리면 마음 한 켠이 뜨끈하게 아려오는 것 같다. 무엇을 두려워 했나, 뭐가 그렇게 겁이 났던가 되새기게 되는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힘든 순간에 분명한 위로가 되어주는 책.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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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맥스는 내가 실패라고 여기는 것에 동요하지 않고 나보다 더 나를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 기대에 맞춰 성장하고 있다. 도대체 실패라는 게 무엇인가? 그것은 나 혼자만의 판단일 뿐이다.

🔖349. 내 기억에 고래들은 희망이나 절망에 흔들리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그들은 삶과 매 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혼자의 힘으로 어린 자식을 데리고 세상 끝까지 헤엄쳐 간다.

#도린커닝햄 #사운딩 #멀리깊이 @murly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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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백사혜 지음 / 허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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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미래, 극으로 치달은 자본주의로 인해 지구의 재벌들은 '영주'라는 계급이 된다. 신의 자리까지 넘보기 시작한 영주들은 인간을 개조하고 행성을 탐내며 원하는 이상향을 이루기 위해 상상 이상의 상상력이 펼쳐진다.

각 단편들이 서로 연결된 연작 소설. 첫 단편의 인상은 조금 어렵고 이미지들이 동동 떠다니는 듯한 느낌에 뇌리에 확 잡히질 않았는데 표제작인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부터 눈길을 붙잡혔다. 영주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배양관에서 인간 아이를 배양하고 최고의 인간으로 키울 보모를 두고, 바라던 대로 자라지 않으면 즉, 매뉴얼을 어기게 되면 가차없이 삭제해버리고 그저 재배양만 하면 되는 미래. 삭막하고 컬러감이 전혀 없는 회색빛의 이야기였지만 누군가의 말대로 동화 같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분명 감돌았다.

언젠가 도래할 미래에 우리가 계속 품고 나아가야 할 질문은 결국 인간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다. 잔혹하고 파괴적인 상상력 속에 들어와 있으면서도 개개인이 가진 힘이 겉으로는 미약하고 보잘 것 없어보이더라도 소설 속 인물 하나하나는 결코 작지 않았다. 어디에도 없던 새롭고 낯선 이야기이면서도 어딘가 친근하고 익숙한 우주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새로운 상상력의 자극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좋은 친구가 되어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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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랑은, 삶을 견디기 위한 도구. 자신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영혼의 광을 내기 위한 기만의 시약. 얀이 습득한 사랑에 낭만이 낄 자리는 없었다. 한 명의 인간이 일생에 접할 수 있는 사랑은 한정적임에도 모든 사랑이 고귀할 수는 없다. 상위의 사랑이 있다면 하위의 사랑도 있기 마련이다. 하나의 사랑은 다른 사랑을 하찮은 것으로 전락시켜야만 지속될 수 있었다.

🔖84. 빛이 스쳐 가기만 하는 어둠 속에 감춰진 행성에 꽃을 심으러 가는거야. 우리만의 정원에. 에이브가 약속한다. 그리고 꽃을 시들고, 다시 피는 걸 같이 지켜보자. 반복하는 계절 속에서. 죽을 때까지.

🔖352. 경험하지 않았던 것의 매혹되기는 정말 쉽지. 가끔은 거기에 깃든 어둠마저 아름다워 보이기도 해.

🔖354. 나는 그제야 내가 겁에 질렸음을 자각했다. 물리 세계에서 탐나는 부분만 본떠 취하는 것과, 익숙한 모든 것들을 빼앗기고 물리 세계로 내던져지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380. 충족되지 않는 호기심은 의혹이 되고, 의혹은 쉽게 영혼을 장악하거든.

#백사혜 #그들이보지못할밤은아름다워 #허블 @hubbl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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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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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라고 하니 사건이 전혀 안 끝났을 것 같았다. 아니라면 끝난 사건으로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려나 궁금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지하철. 그저 평온한 일상의 한 장면이 비일상으로 뒤틀린다. 한 남자가 무차별 칼부림을 일으켜 바로 옆 임산부를 공격했고 이를 저지하던 노인을 잔인하게 찔러 살해한다. 그래도 다행이랄까, 재빠르게 범인을 막아선 노인 덕분에 더 이상의 사상자는 없었다. 그렇게 사건이 끝났고 지하철 속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일상을 살아간다.

사건이 첫 장면, 피해자 한 명이 죽고 범인은 잡혔고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질 일만 남은 사건. 비극임에 틀림없지만 관련 없는 사람들 속에선 언젠가 지워질 일이다. 하지만 그 공간, 그 시간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사건의 끝은 어딜까? 작가는 사건 그후, 개개인들의 삶에 집중한다.

사건 자체보다 이후의 일상을 파고 드는 구성 자체가 신선했다. 사건 당일의 영상이 퍼지면서 범인 바로 옆에 있다가 도망친 한 남자에게 쏠린 무차별 공격들, 공격까지 당했지만 죽어간 노인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임산부, 사건 당일의 기억을 잃고 다리를 다친 촉망받던 테니스 부원의 고등학생, 또 그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하는 방송반 소녀. 그리고 범인을 막아 희생된 노인의 뒷이야기까지. 알게 모르게 모두가 얽혀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버겁게 일상을 살아간다.

관계성이 하나도 없을 것 같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고 사건과 사람을 바라보는 평면적인 시선에 대한 위험성도 깨달았다. 보여지는 사건, 범인과 희생자라는 한 단어 뒤에 숨은 복잡하고도 다채로운 면을 느낄 수 있었달까. 내가 알고 느끼는 진실만이 전부가 아닐 때, 인지하지 못한 사이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생기는 오해나 피해가 무겁게 다가왔다. 재미있고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다각적인 시선을 느끼게 해주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처음 알았지만 '후루타 덴'이라는 지은이 이름이 각각 집필과 플롯을 담당한 2인조 여성 작가 유닛이라는 점부터 새로웠다. 후루타 덴이라는 공동 필명의 소설을 찾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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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강하지도 옳지도 않았어. 순진하게도 내가 생각하는 정의만 정의라고 믿었던 신념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혼자만 안고 있을 수는 없었어.

🔖293. 이제 와서 새삼 후회해봤자 의미없다고 옳은 소리를 하기란 쉬웠지만 그 말이 이케부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304. 언론인 중에는 대게 정의감 강한 사람이 많아서 자신의 정의에 맞는 진실을 찾다 보면 때로는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 생깁니다. 노에 씨가 한 일도 그에 가까운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일을 하는 자는 누군가의 부정을 의심하는 만큼 자기 자신도 의심해야 해요.

#후루타덴 #사건은끝났다 #블루홀식스 @blueholes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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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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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들이 호평이 올라오는 책을 나도 읽었다. 읽는 며칠 동안 마음이 무거웠고 괴로웠음에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범죄소설이라기엔 전개가 빠르지 않고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스릴도 없다. 30년 전 한 사고로 인한 절망이 개개인에게 남기는 상처와 회한이 얼마나 묵직하고 참담한지 소설 전개보다는 각각의 인물들의 심리에 압도 당했던 경험이었달까.

평온할 것만 같았던 아름다운 마을 케이프 헤이븐에서 우정과 의리를 나눈 친구들. 빈센트, 워크, 마사와 스타. 빈센트 킹과 스타 래들리는 이성의 감정을 가지고 데이트를 하던 중 우연하고도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로 스타 래들리의 동생 시시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차량 사고였지만 사망 사건이었고 빈센트는 지우지 못할 죄책감을 안고 감옥에서 30년을 복역한다.

워크는 경찰 서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30년 전 그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억눌리는 삶을 살고 스타 래들리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며 망가진 삶을 그저 연명하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인 작은 무법자는 스타 래들리의 첫째 딸 열세 살 '더치스'. 본 적도 없는 시시 이모의 죽음 이후 모든 게 망가진 엄마의 밑에서 엄마도 지켜야 하고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남동생 로빈까지 자신이 보호해야 함을 깨달은 어린 더치스는 태어나서 단 한순간도 어려본 적이 없었다. 스스로늘 세뇌하듯 자신을 늘 무법자라 여기고 가족을 지키려 절벽 끝에서도 애쓰는 모습에 가슴이 짓눌리고 작은 소녀의 고통에 눈물이 앞을 가려 책을 몇 번 덮어두기도 했다.

빈센트가 30년 만에 출소하며 다시 마을로 돌아온 후 더치스가 동생 생일 선물을 사려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엄마인 스타 래들리가 살해당하고, 그 당시 집에 함께 있던 빈센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는데. 복수를 결심하는 더치스와 계속 발생하는 의문의 사건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속속들이 나타나는 반전들.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일상 속에서 곳곳의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경험은 읽는 나에게도 눈부심을 선사했다. 조건 없이 사랑을 주던 핼 할아버지, 더치스를 한 인간으로 이해해 준 돌리, 풋풋한 첫사랑의 힘으로 강해진 토머스 노블, 아이들을 지키기로 결심한 워크.

감정을 쥐락펴락해서 읽기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책을 덮는 순간은 그런 비극 속에서도 반짝거리는 삶의 희망을 암시한 부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실수에 관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이야기"라는 작가의 말에 박수를 치고 싶다. 많이 어긋났고 돌이킬 수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우리 작은 무법자는 나아갈 것이다. 더치스와 남은 모두의 앞날을 온 마음음 다해서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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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그냥 중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사는 데는 거기니까요. 꼭 이쪽 아니면 저쪽일 필요는 없잖아요...... 가라앉거나 아니면 헤엄치거나,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물을 헤치고 걸어가고,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어머니가 가라앉으면 우리까지 같이 끌고 들어가니까요.

🔖184. 죄는 일을 저지르기 한참 전에 이미 정해지는 거야. 사람들이 깨닫지 못할 뿐이지.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나간 일을 돌아보면서 다르게 해보고, 이런저런 문을 열고 닫아보지. 하지만 사실 선택 같은 건 없었던거야.

🔖220. 희망은 세속적인 거요. 삶은 쉽게 깨지는 거고. 그리고 우리는 이따금 너무 꽉 매달리지, 부서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253. 내일이 진짜인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요. 그때도 핼이 여기 있을 거고 우리도 여기 있을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요.

🔖278.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거라, 더치스.

🔖488. 우리는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될지 고를 수 없는 건지도 몰라. 어쩌면 그건 미리 정해진 건지도 몰라. 어떤 사람은 우리처럼 무법자야. 어쩌면 그런 사람들은 서로를 찾아내는 건지도 몰라.

#크리스휘타커 #나의작은무법자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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