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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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라고 하니 사건이 전혀 안 끝났을 것 같았다. 아니라면 끝난 사건으로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려나 궁금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지하철. 그저 평온한 일상의 한 장면이 비일상으로 뒤틀린다. 한 남자가 무차별 칼부림을 일으켜 바로 옆 임산부를 공격했고 이를 저지하던 노인을 잔인하게 찔러 살해한다. 그래도 다행이랄까, 재빠르게 범인을 막아선 노인 덕분에 더 이상의 사상자는 없었다. 그렇게 사건이 끝났고 지하철 속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일상을 살아간다.

사건이 첫 장면, 피해자 한 명이 죽고 범인은 잡혔고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질 일만 남은 사건. 비극임에 틀림없지만 관련 없는 사람들 속에선 언젠가 지워질 일이다. 하지만 그 공간, 그 시간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사건의 끝은 어딜까? 작가는 사건 그후, 개개인들의 삶에 집중한다.

사건 자체보다 이후의 일상을 파고 드는 구성 자체가 신선했다. 사건 당일의 영상이 퍼지면서 범인 바로 옆에 있다가 도망친 한 남자에게 쏠린 무차별 공격들, 공격까지 당했지만 죽어간 노인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임산부, 사건 당일의 기억을 잃고 다리를 다친 촉망받던 테니스 부원의 고등학생, 또 그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하는 방송반 소녀. 그리고 범인을 막아 희생된 노인의 뒷이야기까지. 알게 모르게 모두가 얽혀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버겁게 일상을 살아간다.

관계성이 하나도 없을 것 같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고 사건과 사람을 바라보는 평면적인 시선에 대한 위험성도 깨달았다. 보여지는 사건, 범인과 희생자라는 한 단어 뒤에 숨은 복잡하고도 다채로운 면을 느낄 수 있었달까. 내가 알고 느끼는 진실만이 전부가 아닐 때, 인지하지 못한 사이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생기는 오해나 피해가 무겁게 다가왔다. 재미있고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다각적인 시선을 느끼게 해주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처음 알았지만 '후루타 덴'이라는 지은이 이름이 각각 집필과 플롯을 담당한 2인조 여성 작가 유닛이라는 점부터 새로웠다. 후루타 덴이라는 공동 필명의 소설을 찾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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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강하지도 옳지도 않았어. 순진하게도 내가 생각하는 정의만 정의라고 믿었던 신념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혼자만 안고 있을 수는 없었어.

🔖293. 이제 와서 새삼 후회해봤자 의미없다고 옳은 소리를 하기란 쉬웠지만 그 말이 이케부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304. 언론인 중에는 대게 정의감 강한 사람이 많아서 자신의 정의에 맞는 진실을 찾다 보면 때로는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 생깁니다. 노에 씨가 한 일도 그에 가까운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일을 하는 자는 누군가의 부정을 의심하는 만큼 자기 자신도 의심해야 해요.

#후루타덴 #사건은끝났다 #블루홀식스 @blueholes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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