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미래, 극으로 치달은 자본주의로 인해 지구의 재벌들은 '영주'라는 계급이 된다. 신의 자리까지 넘보기 시작한 영주들은 인간을 개조하고 행성을 탐내며 원하는 이상향을 이루기 위해 상상 이상의 상상력이 펼쳐진다.각 단편들이 서로 연결된 연작 소설. 첫 단편의 인상은 조금 어렵고 이미지들이 동동 떠다니는 듯한 느낌에 뇌리에 확 잡히질 않았는데 표제작인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부터 눈길을 붙잡혔다. 영주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배양관에서 인간 아이를 배양하고 최고의 인간으로 키울 보모를 두고, 바라던 대로 자라지 않으면 즉, 매뉴얼을 어기게 되면 가차없이 삭제해버리고 그저 재배양만 하면 되는 미래. 삭막하고 컬러감이 전혀 없는 회색빛의 이야기였지만 누군가의 말대로 동화 같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분명 감돌았다.언젠가 도래할 미래에 우리가 계속 품고 나아가야 할 질문은 결국 인간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다. 잔혹하고 파괴적인 상상력 속에 들어와 있으면서도 개개인이 가진 힘이 겉으로는 미약하고 보잘 것 없어보이더라도 소설 속 인물 하나하나는 결코 작지 않았다. 어디에도 없던 새롭고 낯선 이야기이면서도 어딘가 친근하고 익숙한 우주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새로운 상상력의 자극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좋은 친구가 되어줄 책.⋱⋰ ⋱⋰ ⋱⋰ ⋱⋰ ⋱⋰ ⋱⋰ ⋱⋰ ⋱⋰ ⋱⋰ ⋱⋰ ⋱⋰⋱⋰ ⋱⋰🔖36. 사랑은, 삶을 견디기 위한 도구. 자신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영혼의 광을 내기 위한 기만의 시약. 얀이 습득한 사랑에 낭만이 낄 자리는 없었다. 한 명의 인간이 일생에 접할 수 있는 사랑은 한정적임에도 모든 사랑이 고귀할 수는 없다. 상위의 사랑이 있다면 하위의 사랑도 있기 마련이다. 하나의 사랑은 다른 사랑을 하찮은 것으로 전락시켜야만 지속될 수 있었다.🔖84. 빛이 스쳐 가기만 하는 어둠 속에 감춰진 행성에 꽃을 심으러 가는거야. 우리만의 정원에. 에이브가 약속한다. 그리고 꽃을 시들고, 다시 피는 걸 같이 지켜보자. 반복하는 계절 속에서. 죽을 때까지.🔖352. 경험하지 않았던 것의 매혹되기는 정말 쉽지. 가끔은 거기에 깃든 어둠마저 아름다워 보이기도 해.🔖354. 나는 그제야 내가 겁에 질렸음을 자각했다. 물리 세계에서 탐나는 부분만 본떠 취하는 것과, 익숙한 모든 것들을 빼앗기고 물리 세계로 내던져지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380. 충족되지 않는 호기심은 의혹이 되고, 의혹은 쉽게 영혼을 장악하거든.#백사혜 #그들이보지못할밤은아름다워 #허블 @hubble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