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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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별 다섯 개 박아 놓고 시작하는 리뷰_⭐️⭐️⭐️⭐️⭐️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인 제이드가 딸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엄마는 항상 딸인 자신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에서 벽을 치고 스스로 갇혀 사는 듯 보인다. 어느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는 엄마의 속마음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제이드. 제이드 역시 커가면서 엄마와의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느끼며 점점 멀어진다. 엄마의 죽음 뒤에 엄마의 몇 안 되는 유품을 정리하던 제이드는 엄마가 소중히 간직하던 초록색 보석이 박힌 반지 하나와 어느 흑백 사진 속 자신의 엄마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은 동양인 남자를 발견한다. 죽을 때까지 간직한 조촐한 물건 중에 속한 것이니 엄마에게 어느 의미로나 소중한 사람일 거라 생각하고 사진 속 인물을 찾아나서기로 한다. 그 남자를 만나면 엄마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피해자이면서 생존자.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인생이자 어두운 시절 속에 많이도 희생 당했을 이름 모를 수많은 여자들의 인생 그 뒤에 서서 나는 많이도 울었다. 누군가의 삶이 자신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고 나서는 왠지 모를 억울함과 서러움으로 들썩이던 어깨를 멈추기가 힘들었다.

언제나 자신의 편이 아니었던 운명 앞에서도, 모진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그럼에도 꿋꿋히 살아가는' 모든 영숙의 삶을 떠올려 본다. 나라면, 나였다면...이라는 상상만으로도 극한 괴로움을 안겨 준 영숙의 삶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기억해야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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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극한 상황에 처하면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법이니까.

🔖199. 영숙아,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그렇게 피하지만 말고 고개 들고 당당히 맞서. 주눅들 필요 없어. 우리한테는 잘못이 없으니까. 잘못은 우리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한테 있는 거야.

🔖199. 경아의 말은 나를 향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처럼 들렸다. 나는 그때 경아가 의연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그녀의 자존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흰 알약에, 미자 언니가 담배에 의존했던 것처럼 나락으로 떨어진 경아를 그때까지 지탱해준 것은 그녀의 강한 자존심이었다.

🔖204. 때로는 경아가 내게 해준 것만큼 내가 경아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하지만 경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내게 베풀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듯이.

🔖228. 그냥 그곳에 있는 모두가 경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모두가 꿈을 짓밝히고 젊음을 유린당하다 쓸쓸하게 죽어간 경아일 거라고.

🔖284. 어둠에 몸을 맡긴 채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본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날들, 한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던 날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때로는 한 줄기 희망이 비쳤고, 지친 내게 쉬라며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디선가 진주는 조개 속에 난 무수한 상처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인생을 할퀴고 간 수많은 상처도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면, 그건 바로 내 딸 제이드다. 제이드는 내 상처투성이 인생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영롱한 빛을 발한
내 보석이었다.

#오윤희 #영숙과제이드 #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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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 - 크리스마스 명반과 홀리데이 칵테일로 즐기는 크리스마스 파티 가이드
안드레 달링턴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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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한 게 얼마나 됐더라. 12월이 성큼 다가왔는데도 전혀 연말 분위기가 안난다. 아마 그간 너무 따스하기도 했고 또.... 내가 어렸을 때는 12월에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 캐럴이 흘러 나왔었다. 거리마다 울려 퍼지며 크리스마스 시즌의 설렘과 흥을 한껏 올려주었던 음악이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고운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꼭꼭 눌러 읽은 이 책으로 나는 이미 크리스마스의 기운을 잔뜩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시즌 음악! 손이 꽁꽁 얼고 코끝 빨개지면서도 눈 내리는 거리에서 캐럴이 울려 퍼지면 추운 마음 어느새 녹아 따스한 행복이 감도는 그 기분. 사실 음악으로도 만끽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다. 거기에 음악과 어울리는 칵테일 한 잔까지 있다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바로 천국 아니겠냐고.

이 책은 1949년 빙 크로스비의 음반으로 시작해 2021년까지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총망라한다. 앨범의 구성은 '1.록, 2.웜 앤 퍼지, 3.재즈 & 클래식'의 총 3챕터로 설명한다. 앨범 한 장 한 장 정성들인 소개와 앨범마다 수록된 곡과 어울리는 칵테일, 눈이 즐거운 총천연색의 칵테일 사진들이 읽어 내려가는 손에 설렘을 안겨준다. 첫 장부터 모든 정성이 들어간 듯한 책은 쉬이 넘기기에 미안할 정도로 꼼꼼하고 친절하며 다정하다. 수많은 칵테일 만드는 방법도 쉽게 설명되어 있어 당장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를 일으킨다. 책을 읽는 내내 쌀쌀한 겨울 밤, 마음 편한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구(?) 시키고 있는 나를 상상한다. 이미 행복 ꯁ

게다가 이렇게나 다양한 크리스마스 음악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내내 같은 음악 몇 곡만 들어왔던 시간들이 살짝 아쉽기도 할 만큼 새롭게 알게 된 곡이 많았다. 사실 이 책으로 처음 알게돠 씨로 그린(CeeLo Green)이란 아티스트의 2012년 앨범 《CeeRo's Magic Moment》의 첫 곡(엘피판의 첫 곡과는 다를 수도 있겠다) "This Christmas"를 듣는 순간 소리 질렀다!! 꺅! 이런 크리스마스 음악을 이때까지 몰랐다니!!!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파티 분위기를 업 시켜줄 그런 음악.

무르익은 크리스마스 시즌,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족들과 친구들과 연말을 보낼 때 빠질 수 없는 음악과 칵테일. 이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 이 책은 크리스마스 그 자체다. 소장만으로도 마음 든든한 행복이 가득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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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난장판은 크리스마스 날 거실에서 벌어지는 난장판이다. -앤디 루니

#안드레달링턴 #크리스마스칵테일과레코드 #진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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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햇살을 - 짧은 휴가를 떠난 엄마가 마주한 눈부신 순간들
이재영 지음 / 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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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휴가를 떠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재정의하고 육아할 힘을 키울 수 있는 엄마의 입장으로 쓴 육아 공감 여행 에세이! 제목처럼 낯선 곳에서의 따스한 햇살 한 줌으로도 눈부셨던 과거의 나와, 앞으로도 여전히 찬란히 빛날 나를 찾는 엄마의 성장기 같기도 하다.

무려 10년 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라는 사실을 책을 다 읽고 난 후 알았다. 나도 작가와 같은 연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10년은 앞서 계셨던! 내게도 딱 서른 차이가 나는 자식이 있기 때문에 대공감을 하며 읽었지만 종종(어쩌면 가끔이겠지만, '가끔'을 한 권에 모아 엮었기 때문인지 읽는 사람으로 느끼기엔 굉장히 자주)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는 작가에게 왠지 모를 시기, 질투도 느껴졌다. '아 부럽다' 뭐 이런 ㅋㅋㅋ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 여행을 떠나기란 보통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부럽기도 하고 또 떠남으로써 다시 온전히 자리를 찾아 오는 작가의 모습에 나를 빗대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육아를 해봤기에 나도 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바로 육아라는 걸. 아이들이 크면서 점점 내 몸이 이전보다는 조금 편해질 뿐 마음은 배로 힘들어지는 걸 겪고 느끼며, 역시 육아는 단 한 순간도 쉬운 게 없음을 경험으로 깨달은 바! 내 확고한 가치관과 나 자신에 대한 자아상을 반드시 뚜렷하게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절실히 알고 있다.

흔들리고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겪어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내야한다. 작가가 스스로를 찾는 방법은 여행이 주는 모든 시간들이고, 여행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시각과 풍요로운 감각을 선물해 준다. 당장에는 어디 국내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던 중에 책 제목과 같은 챕터인 2부 '나에게도 햇살을'의 여행지가 마침 통영과 거제였다.

나의 제 2의 고향, 거제도는 울산에서 태어나 춘천과 서울에서 조금씩 살다가 결혼을 시작으로 머물게 된 곳으로 이젠 진짜 고향인 울산보다 내 마음의 정이 더 깃들어 있다. 온동네 예쁜 거제를 소개하고 싶은데 작가의 글 속에서 예쁜 거제를 정말 예쁘게 표현해주어서 마음이 좋았다. 작가에겐 일상을 벗어나 '화사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게 해준 거제에서 이미 살고 있는 나. 당장 쉽게 떠나지 못할 상황이라 해도 누군가에겐 마음에 품는 여행지가 나의 일상이라면 이것 또한 나의 '행운' 아닐까.

행운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삶을 나누는 지금 이 순간.(p.194)

작가는 행복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행운을 이야기했다. 행운이 깃든 순간이 물론 행복하기도 하겠지만 아름다운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시시각각 변해서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이 그 자체로 정말 내게 큰 행운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이건 정말 굉장한 운이라고! 이미 일상을 여행처럼 누리고 있는 내 모습에 감사하며 나 역시 보통의 많은 엄마들에게 응원을 건넨다. 특별하지 않아도 나름의 일상을 궁리하며 매일을 살아내는 작가 님도, 나도, 모든 엄마들도 화이팅을 건네고 싶어지는 다정한 책이었다.

덧. 내가 누리는 거제의 면면도 함께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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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안정'이란 말이 이렇게 감미로운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안정적인 직업을, 안정적인 남자를, 안정적인 환경을 야유하며 더 불안하더라도 자유롭고 거침없는 삶을 살고 싶어하던 나였는데, 됐고, 안정적인 것만큼 안정적이고 편안한 단어는 없다고 나이 서른넷에 세상의 중요한 이치를 깨달았다.

🔖184.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향한 가진 사람들의 넘치는 동정이 얼마나 쓸데없고 짜증스러운지 모른다.

#이재영 #나에게도햇살을 #출판사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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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따는 사람들 서사원 영미 소설
아만다 피터스 지음, 신혜연 옮김 / 서사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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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으로 그저 평화롭고 목가적인 소설일 거라 짐작했다.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던 책이었지만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근래에 읽은 소설 중 감히 최고였다. 아만다 피터스라는 작가의 이름을 마음에 새기려고 여러 번 반복적으로 써 내려갈 정도로 좋았다.

1962년 캐나다 원주민 가족이 블루베리 따는 일을 하려고 미국 메인주에 도착한다. 넷째 조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는 부모님, 두 형 벤과 찰리, 누나 메이, 막내동생 루시까지 가진 것 없이 서로의 존재만으로 행복했던 어느 날, 루시가 사라진다. 당시 6살이었던 조는 루시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자신이라는 죄책감을 한평생 안고 살아간다.

또 다른 이야기는 노마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무언가 숨기는 듯한 부모님, 집밖으로 전혀 나갈 수 없이 감옥처럼 갑갑하게 지낸 어린 시절의 노마. 부모님과 자신의 피부색이 다른 것 이상으로 궁금한 점과 의아한 점이 많았던 노마는 자신의 부모님과 이모에게 여러 차례 질문을 하지만 속시원한 답을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다. 그속에서 무참히 짓밟혔을 자신의 정체성. 유별나고 과한 보호 안에서 트라우마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가는 노마. 노마의 첫 챕터부터 노마가 바로 루시라는 걸 독자는 알 수 있다.

노마가 사랑받지 않고 컸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애초에 시작부터 노마는, 아니 루시는 자신의 모든 걸 빼앗긴 채였다. 더이상 자식의 상실을 마주할 수 없었던 부부의 이기적이고 악랄한 범죄라고밖에는 더 할 말이 없다. 루시를 잃고 계속된 악재만 겹치는 조의 가정에 제발 평온의 빛이 깃들길 읽는 내내 바랐다. 비극적인 가족의 상실로 빚어지는 수많은 일들이 현실감 넘치게, 하지만 극도로 담담하게 전개되어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백인들은 여러 세기에 걸쳐 우리에게서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빼앗아 가려고 했어.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해. 하지만 이제 알았으니까,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느끼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 개자식들이 승리하게 둘 순 없어. 빼앗긴 걸 되찾아야 해. 우리 모두 그래야 해." (p.393)

마지막 순간, 메이가 루시에게 하는 말이 뜻깊게 다가온다. 백인들이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빼앗고 짓밟아온 시간들이 어쩌면 그들에게서 루시를 뺏고 노마라는 정체성을 덧씌우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한평생을 속여 살아온 레노어 부부와 겹쳐졌다. 루시는 원주민을 대변하고 레노어 부부는 백인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 가족 상실의 비극과 원주민 차별과 착취, 그속에서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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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그녀는 나를 부서지기 쉬운 도자기 인형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대해 준 최초의 어른이었다.

🔖163. 희망은 깨지기 전까지는 그렇게나 멋진 것이다.

🔖241. 일은 항상 일어난 직후가 가장 최악처럼 느껴지지.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늘 그렇듯이.

🔖354. 분노는 때로 의도치 않은 말을 하게 만든다. 자신이 상처받은 만큼 남에게 상처를 주고 싶게 만든다. 게다가 완전히 진심도 아니었다.

🔖366. 자연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좋았다. 그건 바로, 놓아 줄 건 놓아 주고 계속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아만다피터스 #베리따는사람들 #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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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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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같은 악인들이 넘쳐나는 통에 지옥의 문을 지키는 엘리트 악마 '베스탄'은 칼퇴는커녕 매일이 야근의 반복이다. 더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지옥의 신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천국의 천사까지 꾀어 내 지옥으로 일하러 오게 만든 유능한 악마 베스탄. 지옥의 신 앞에 끌려 가도 당당하기만 하다. 천계를 어지럽힌 죄로 베스탄을 벌하긴 해야 하는 지옥의 신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베스탄을 인간세계로 내려 보낸다.

말그대로 악인 갱생 프로젝트! 지옥불에 떨어질 예정이지만 개선의 가능성이 있는 인간을 지옥에 오지 못하게(?) 천국으로 보내 버리는 거대 프로젝트. 워낙 유능한 악마였던 베스탄은 콧방귀 끼며 바로 콜을 외친다. 성공시 한 달 간의 휴가를 약속받으며.

그렇게 문을 연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정신과 원장으로 변한 베스탄의 현실은 속시끄럽기만 하다. 한 달 내 미션을 끝내고 지옥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던 꿈은 헛된 희망이 되는데. 사사건건 얽히고설킨 인간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나마 정신줄 붙들게 해주는 건 비서 선애. 우당탕쿵탕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이없는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온다. 나도 모르게 최고의 악마 베스탄을 조용히 응원하게 되는 묘한 감정. 우리의 베스탄은 과연 무사히 업무를 마치고 지옥문지기로 돌아갈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생각보다 복잡했던 등장인물들의 관계들로 이야기의 재미를 만들고 그로써 색다른 결말에 다다랐던 것 같다. 기발하고 흥미로운 소재로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완독! 웹툰을 한 편 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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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아무에게도 종속되고 싶지 않은 악마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이해 최선을 다해요. 악마의 신님도 아시잖아요? 사랑이 제일 강력한 마약이라는 걸. 인간들이 지옥에 오게 되는 이유의 대부분이 사랑 때문이라는 것도요.

🔖107. 악마도 당연히 약점이 있어요. 절대 지워지지 않는 검은 실타래 같은 과거의 기억들이 그들의 약점이죠. 보통 천국에 가는 사람들과 천사들은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이 하얗게 백지처럼 지워져요. 전생에 있었던 고통과 행복했던 기억들까지 말이죠.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망각은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114. 선애는 자신이 영원히 이곳에 출근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보다 지철이 지옥에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야초툰 #악마의귀라도빌려드릴까요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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