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햇살을 - 짧은 휴가를 떠난 엄마가 마주한 눈부신 순간들
이재영 지음 / 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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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휴가를 떠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재정의하고 육아할 힘을 키울 수 있는 엄마의 입장으로 쓴 육아 공감 여행 에세이! 제목처럼 낯선 곳에서의 따스한 햇살 한 줌으로도 눈부셨던 과거의 나와, 앞으로도 여전히 찬란히 빛날 나를 찾는 엄마의 성장기 같기도 하다.

무려 10년 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라는 사실을 책을 다 읽고 난 후 알았다. 나도 작가와 같은 연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10년은 앞서 계셨던! 내게도 딱 서른 차이가 나는 자식이 있기 때문에 대공감을 하며 읽었지만 종종(어쩌면 가끔이겠지만, '가끔'을 한 권에 모아 엮었기 때문인지 읽는 사람으로 느끼기엔 굉장히 자주)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는 작가에게 왠지 모를 시기, 질투도 느껴졌다. '아 부럽다' 뭐 이런 ㅋㅋㅋ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 여행을 떠나기란 보통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부럽기도 하고 또 떠남으로써 다시 온전히 자리를 찾아 오는 작가의 모습에 나를 빗대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육아를 해봤기에 나도 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바로 육아라는 걸. 아이들이 크면서 점점 내 몸이 이전보다는 조금 편해질 뿐 마음은 배로 힘들어지는 걸 겪고 느끼며, 역시 육아는 단 한 순간도 쉬운 게 없음을 경험으로 깨달은 바! 내 확고한 가치관과 나 자신에 대한 자아상을 반드시 뚜렷하게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절실히 알고 있다.

흔들리고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겪어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내야한다. 작가가 스스로를 찾는 방법은 여행이 주는 모든 시간들이고, 여행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시각과 풍요로운 감각을 선물해 준다. 당장에는 어디 국내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던 중에 책 제목과 같은 챕터인 2부 '나에게도 햇살을'의 여행지가 마침 통영과 거제였다.

나의 제 2의 고향, 거제도는 울산에서 태어나 춘천과 서울에서 조금씩 살다가 결혼을 시작으로 머물게 된 곳으로 이젠 진짜 고향인 울산보다 내 마음의 정이 더 깃들어 있다. 온동네 예쁜 거제를 소개하고 싶은데 작가의 글 속에서 예쁜 거제를 정말 예쁘게 표현해주어서 마음이 좋았다. 작가에겐 일상을 벗어나 '화사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게 해준 거제에서 이미 살고 있는 나. 당장 쉽게 떠나지 못할 상황이라 해도 누군가에겐 마음에 품는 여행지가 나의 일상이라면 이것 또한 나의 '행운' 아닐까.

행운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삶을 나누는 지금 이 순간.(p.194)

작가는 행복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행운을 이야기했다. 행운이 깃든 순간이 물론 행복하기도 하겠지만 아름다운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시시각각 변해서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이 그 자체로 정말 내게 큰 행운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이건 정말 굉장한 운이라고! 이미 일상을 여행처럼 누리고 있는 내 모습에 감사하며 나 역시 보통의 많은 엄마들에게 응원을 건넨다. 특별하지 않아도 나름의 일상을 궁리하며 매일을 살아내는 작가 님도, 나도, 모든 엄마들도 화이팅을 건네고 싶어지는 다정한 책이었다.

덧. 내가 누리는 거제의 면면도 함께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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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안정'이란 말이 이렇게 감미로운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안정적인 직업을, 안정적인 남자를, 안정적인 환경을 야유하며 더 불안하더라도 자유롭고 거침없는 삶을 살고 싶어하던 나였는데, 됐고, 안정적인 것만큼 안정적이고 편안한 단어는 없다고 나이 서른넷에 세상의 중요한 이치를 깨달았다.

🔖184.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향한 가진 사람들의 넘치는 동정이 얼마나 쓸데없고 짜증스러운지 모른다.

#이재영 #나에게도햇살을 #출판사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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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따는 사람들 서사원 영미 소설 2
아만다 피터스 지음, 신혜연 옮김 / 서사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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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으로 그저 평화롭고 목가적인 소설일 거라 짐작했다.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던 책이었지만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근래에 읽은 소설 중 감히 최고였다. 아만다 피터스라는 작가의 이름을 마음에 새기려고 여러 번 반복적으로 써 내려갈 정도로 좋았다.

1962년 캐나다 원주민 가족이 블루베리 따는 일을 하려고 미국 메인주에 도착한다. 넷째 조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는 부모님, 두 형 벤과 찰리, 누나 메이, 막내동생 루시까지 가진 것 없이 서로의 존재만으로 행복했던 어느 날, 루시가 사라진다. 당시 6살이었던 조는 루시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자신이라는 죄책감을 한평생 안고 살아간다.

또 다른 이야기는 노마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무언가 숨기는 듯한 부모님, 집밖으로 전혀 나갈 수 없이 감옥처럼 갑갑하게 지낸 어린 시절의 노마. 부모님과 자신의 피부색이 다른 것 이상으로 궁금한 점과 의아한 점이 많았던 노마는 자신의 부모님과 이모에게 여러 차례 질문을 하지만 속시원한 답을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다. 그속에서 무참히 짓밟혔을 자신의 정체성. 유별나고 과한 보호 안에서 트라우마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가는 노마. 노마의 첫 챕터부터 노마가 바로 루시라는 걸 독자는 알 수 있다.

노마가 사랑받지 않고 컸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애초에 시작부터 노마는, 아니 루시는 자신의 모든 걸 빼앗긴 채였다. 더이상 자식의 상실을 마주할 수 없었던 부부의 이기적이고 악랄한 범죄라고밖에는 더 할 말이 없다. 루시를 잃고 계속된 악재만 겹치는 조의 가정에 제발 평온의 빛이 깃들길 읽는 내내 바랐다. 비극적인 가족의 상실로 빚어지는 수많은 일들이 현실감 넘치게, 하지만 극도로 담담하게 전개되어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백인들은 여러 세기에 걸쳐 우리에게서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빼앗아 가려고 했어.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해. 하지만 이제 알았으니까,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느끼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 개자식들이 승리하게 둘 순 없어. 빼앗긴 걸 되찾아야 해. 우리 모두 그래야 해." (p.393)

마지막 순간, 메이가 루시에게 하는 말이 뜻깊게 다가온다. 백인들이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빼앗고 짓밟아온 시간들이 어쩌면 그들에게서 루시를 뺏고 노마라는 정체성을 덧씌우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한평생을 속여 살아온 레노어 부부와 겹쳐졌다. 루시는 원주민을 대변하고 레노어 부부는 백인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 가족 상실의 비극과 원주민 차별과 착취, 그속에서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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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그녀는 나를 부서지기 쉬운 도자기 인형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대해 준 최초의 어른이었다.

🔖163. 희망은 깨지기 전까지는 그렇게나 멋진 것이다.

🔖241. 일은 항상 일어난 직후가 가장 최악처럼 느껴지지.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늘 그렇듯이.

🔖354. 분노는 때로 의도치 않은 말을 하게 만든다. 자신이 상처받은 만큼 남에게 상처를 주고 싶게 만든다. 게다가 완전히 진심도 아니었다.

🔖366. 자연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좋았다. 그건 바로, 놓아 줄 건 놓아 주고 계속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아만다피터스 #베리따는사람들 #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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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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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같은 악인들이 넘쳐나는 통에 지옥의 문을 지키는 엘리트 악마 '베스탄'은 칼퇴는커녕 매일이 야근의 반복이다. 더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지옥의 신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천국의 천사까지 꾀어 내 지옥으로 일하러 오게 만든 유능한 악마 베스탄. 지옥의 신 앞에 끌려 가도 당당하기만 하다. 천계를 어지럽힌 죄로 베스탄을 벌하긴 해야 하는 지옥의 신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베스탄을 인간세계로 내려 보낸다.

말그대로 악인 갱생 프로젝트! 지옥불에 떨어질 예정이지만 개선의 가능성이 있는 인간을 지옥에 오지 못하게(?) 천국으로 보내 버리는 거대 프로젝트. 워낙 유능한 악마였던 베스탄은 콧방귀 끼며 바로 콜을 외친다. 성공시 한 달 간의 휴가를 약속받으며.

그렇게 문을 연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정신과 원장으로 변한 베스탄의 현실은 속시끄럽기만 하다. 한 달 내 미션을 끝내고 지옥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던 꿈은 헛된 희망이 되는데. 사사건건 얽히고설킨 인간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나마 정신줄 붙들게 해주는 건 비서 선애. 우당탕쿵탕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이없는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온다. 나도 모르게 최고의 악마 베스탄을 조용히 응원하게 되는 묘한 감정. 우리의 베스탄은 과연 무사히 업무를 마치고 지옥문지기로 돌아갈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생각보다 복잡했던 등장인물들의 관계들로 이야기의 재미를 만들고 그로써 색다른 결말에 다다랐던 것 같다. 기발하고 흥미로운 소재로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완독! 웹툰을 한 편 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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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아무에게도 종속되고 싶지 않은 악마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이해 최선을 다해요. 악마의 신님도 아시잖아요? 사랑이 제일 강력한 마약이라는 걸. 인간들이 지옥에 오게 되는 이유의 대부분이 사랑 때문이라는 것도요.

🔖107. 악마도 당연히 약점이 있어요. 절대 지워지지 않는 검은 실타래 같은 과거의 기억들이 그들의 약점이죠. 보통 천국에 가는 사람들과 천사들은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이 하얗게 백지처럼 지워져요. 전생에 있었던 고통과 행복했던 기억들까지 말이죠.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망각은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114. 선애는 자신이 영원히 이곳에 출근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보다 지철이 지옥에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야초툰 #악마의귀라도빌려드릴까요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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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라는 감옥 - 우리는 왜 타인에게 휘둘리는가
야마모토 케이 지음, 최주연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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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다각적인 관점에서 속속들이 파헤쳐 보는 책. 사실 인문학 책이 막막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데 표지부터 재미있던 게 끝까지 재미있다.

●우리는 왜 타인에게 휘둘리는가
●고대 그리스부터 오늘날 SNS까지 당신의 삶을 뒤흔드는 질투에 관한 모든 것

궁금해, 안 궁금해?! 읽지 않고 못 베길 책이라 몇 챕터만 읽어볼까 했던게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게 된다.

이 책을 쓴 야마모토 케이의 전공 분야는 현대 정치이론, 민주주의론이라는데 심리학도 아닌 이런 전공을 가진 사람이 이야기하는 질투라니, 처음엔 의아했었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질투'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했다. 질투라는 사전적 정의부터 질투를 부추기고 불러일으키는 사회의 모습, 질투의 진정한 메시지까지 여러 책들의 인용과 적절한 예시를 곁들인 설명에 쉴 새 없이 흥미롭다.

질투라는 감정이 죄악시 되던 사회가 존재했고 질투의 적절한 표출을 위한 출구가 되었던 '도편추방제'에 대한 이야기도 놀랍고 신기했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시대에 따라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진 질투가 요즘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 역시 깊게 생각해볼 만하다. 요즘은 질투를 부추기기를 넘어 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과시를 하고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 하는지 들여다 본다. 여러 대목에서 공감하며 무릎을 친 건 두말 할 것 없고. 나부터도 질투하고 질투받는 상황에서 온전히 자유롭다 말할 수 없을 테니까.

초반 의아했던 작가의 전공 분야가 빛을 발하는 부분은 후반부다. 여러 이야기들을 버무리고 요리하여 질투와 민주사회를 엮어 이야기할 마무리 단계에 오면 작가의 의도를 약간은 간파한 것도 같다. 민주주의 사회를 이뤄온 감정의 일부인 질투는 영원히 없앨 수도 없는 감정이며 질투의 과잉이 민주주의를 파괴할 정념인 것도 아니라는 점. 여러 관점에서 이로울 거 하나 없는 해악으로만 여겨졌던 '질투' 역시 소비 경제 사회와 물질주의의 밑바탕이 된 감정인 것도 확실해 보인다.

여러 이야기를 했음에도 질투라는 감정은 찝찝하고, 타인에게 들켜서도 안 되는 마음이라 판단되어 숨기기 쉬워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기를 꺼리는 마음이 들 수 있다. 여타 다른 책들처럼 질투에 매몰되어 자신을 낭비하지 말고 건전한 삶을 꾸리라, 질투를 없애자는 등의 허황된 말은 일절 없다. 깊이 고심하고 비교해보고 판단을 내리며 진지하게 마주해볼 것을 권하는 책. 나에게 슬쩍 제안한다. 질투를 없앨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면 좋을지를.

다원적 가치관을 허용하는 사회를 만들면 평가 축이 다양화될 테니 한쪽으로 치우친 서열 자체가 의미 없을 것이고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자신감과 개성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다. 그리고 제일 크게 와닿았으면서 독특하다 느꼈던 방법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사람은 100이면 100 모두 다르고 누군가가 내가 부러워할 어떤 점을 지니고 있음이 확실하더라도 다른 어떤 부분에서는 분명 나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거지. 질투를 해보겠다하면 속속들이 끝까지 비교를 해보라는 이야기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꽤 좋은 방법이고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할 수 없는 감정인 질투. 즐기는 것까지 못하겠다면 휘둘리지는 않도록, 건강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인생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오늘도 누군가의 일상이 부러운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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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사람은 왜 무언가를 자랑하고 싶어할까? 이에 대해서는 인정 욕구나 자신감 결여의 표출 등 다양한 설명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인정에 대한 끝없는 욕구가 과시와 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갈증을 해소하려고 바닷물을 들이켜는 것처럼 인간은 과시하면 할수록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게 된다.

🔖278. 질투에 무언가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이 감정이 '나는 누구인가'를 가르쳐 준다는데 있을 것이다. 대부분 나의 질투는 타인은 공감하지 못하는 나만의 것이다. 내가 누구의 무엇을 질투하는지, 왜 그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는지 들여다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 나는 누구와 자신을 비교하는지, 난 어떤 준거집단 안에서 나를 찾고 있는지가 보인다. 확실히 그것이 객관적인 자기상은 아닐지 몰라도 때로는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는 또 하나의 자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야마모토케이 #질투라는감옥 #북로망스 #북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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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일 - 11년간의 모든 기록이 담긴 29CM 카피라이터 직업 에세이
오하림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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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 깊은 취향 셀렉트숍》29CM의 카피라이터 오하림의 일과 일상 밖 이야기.

다양한 어플이 많아져 폰을 뒤덮는 게 싫은 인간인 나도 진작에 깔아 놓은 쇼핑 어플 29CM. 패션과 잡화부터 디자인 리빙 제품까지 없는 게 없으며 신선하고 특별한 브랜드가 많아 구경하다 보면 정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허우적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힙'한 셀렉트숍 29CM의 카피라이터 오하림의 직업 에세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하진 않았지만 눈길이 머무는 카피만 쓰는 줄 알았던 직업의 숨어 있는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새로웠다. 문맹률 0프로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글을 가지고 먹고사는 일은 아마 예상보다 더 숨막히지 않을까? 작가의 불안, 권태, 번아웃의 시절들의 이야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고 넘어서게 하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배너를 쓰고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문구를 만들어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기에 오히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와 수많은 광고 속에 우리는 어쩌면 보는 듯이 보지 않고 아는 듯이 제대로 알지 못하며 지나치는 순간들이 많다. 지나칠 순간에서 고객이 '감각적으로 의식'할 그 찰나를 위해 미세한 완성도를 포기할 수 없는(p.59) 그녀의 열정이 책밖으로 고스란히 뿜어져 나온다. 같은 뜻을 포함하는 단어들이라도 고심하여 선별하고 사소해 보이는 문장 부호 하나에까지 공을 들이는 직업. 크. 카피로 먹고살아온 작가의 11년 내공과 노하우에 감탄 또 감탄.

글이 끝난 마지막 장, 동시대 동료 직업인들의 진심이 담긴 Q&A가 담겨 있는데 그 재미 역시 쏠쏠하다. 아니 이렇게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답변한다고? 키득키득. 다들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한 문장 한 문장에 어째 깊이가 있는 것 같다. 글맛이 참 좋았다.

흐름출판의 직업 에세이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데 다양한 직업종이 계속 생겨나고 없어지는 시기에 자리 단단히 잡고 서게 할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다음 직업 에세이는 어떤 일을 다룰까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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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달라는 어느 가사처럼 뻔하지 않은 표현으로 브랜드만의 목소리를 찾아주고 매체에 맞춰 말과 글에게 적당한 옷을 입혀주는 일. 사진이나 영상보다는 존재감이 미미해 많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또 그만큼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한 어느 카피라이터의 일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28. 카피라이터는 이렇듯 사소한 '굳이'에 담긴 이야기를 발견하고 세상의 큰소리로 대신 외쳐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처럼 '굳이'에는 애정이 담겨 있고,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힘을 발휘합니다. 이 '굳이'에 담긴 이야기만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형태로 비친 사랑을 보는 거죠. 그리고 보는 사람을 미소 짓게 하고 또 행동하게 만들고요.

🔖31. 같은 것을 같지 않게 이야기를 붙이고 눈에 그려주는 기술. 다소 과장될지는 몰라도 들으면 즐겁고 재미있는 표현을 써내려가는 카피라이터를 다른 말로 이야기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08. 자신의 단점만 보인다면 그것을 뒤집어 생각해 보세요. 단점은 밉게 보는 장점과도 같아서 사실은 하나의 재능인데 너무 그늘진 면만 보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조금만 더 예쁘게 바라봐 주세요.

🔖129.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선택의 문을 열어갈 텐데, 이왕 그런 인생이라면 내가 결정한 것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옳게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오하림 #카피라이터의일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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