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시인의 하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4
장혜진 지음 / 북극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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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사교육이란 걸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알아보기 시작한 건 논술수업이었다. 진학을 위한 논술이 아닌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쓰는 훈련을 꾸준히 해, 그게 아이 삶의 버팀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덕분에 아이는 자주 저혼자 동시란 걸 끄적이곤 하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우리 아이가 떠올랐다. 아니다 다를까 보자마자 꼬마시인에게 푹 빠진 녀석- 읽고 읽고 또 읽고는 오늘 나들이길에도 품고 간 <꼬마 시인의 하루>. 그림책 속 말들이 너무 어른사람 내 마음 같아 움찔했지만, 두고두고 읽다 보면 어느날은 아이에게 피식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날도 오겠지. “인생, 진짜 별 거 없다 그치? 그래도 우리 매일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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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고양이 모그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9
주디스 커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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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는 고양이를 좋아해요. 어젯밤 잠들기 전 둘이 꼭 안고 모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엉뚱하고 귀엽고 못 말리는 고양이 모그. 그런데 아이가 잠들고 난 뒤 깜박깜박 모그를 다시 읽는데 그 안에 꼭 엄마인 제 모습이 있더라구요. 사랑스런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에구 내가 못살겠다” 어른들은 말하곤 하지만 개냥이 같은 우리 아이들에겐 엄마가 집이 그리고 가족이 최고잖아요. 엉뚱하고 깜박깜박 때로는 사고뭉치지만 우리가족인 고양이를 우리가족인 고양이인 채로 보듯, 사랑하는 아이를 사랑하는 아이인 채로 보는 가운데 발견하게 되는 특별함을 오늘은 찾아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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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
임정희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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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말과 생각은 그 어떤 시인이나 철학자가 따라 하려 해도 따라할 수 없는 천진함과 무구함이 있어 때론 받아적고 메모해두고 싶은 말과 순간이 가득하다. 어른을 이따금 예술가로, 시인으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아이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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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고단하지만 다시 시간을 돌린대도 이 아이를 간절히 다시 만나고 싶을 만큼 아이를 낳기 전의 삶보다 아이를 낳고 나서의 삶이 곱절은 행복하다. 카페에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혼자 노는 일이 가장 재밌던 내게 둘이 함께하는 시간의 재미와 행복을 알려주었고, 내 희미한 유년의 조각을 선명히 맞춰준 것 또한 아이가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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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이란 말만 들어도 발걸음이 멈추는 것 또한 아이덕이다. 숲에서 아이의 마음이 되어 뛰놀 때의 희열, 말도 안되고 웃기는 말들을 주고 받을 때 아이의 얼굴에서 발견하게 되는 사랑스러움들. 그런 것들을 기대하며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를 받아들었다. 나보다 앞서간 육아 선배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내 그 마음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며 순간순간 찾아오던 깨달음과 경험의 기억이 세 남매의 이야기에 오버랩되었기 때문.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참 배울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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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좋겠다, 언제 어디라도 독수리오형제처럼 달려와줄 것 같은 오빠가 둘이나 있어서’ 책을 읽으며 가장 자주 한 생각 중 하나. 그리고 가장 좋아 꼭꼭 접어둔 에피소드는 ‘봄날의 물음 하나’. 정말이지 그러고 보니 그렇다 “엄마도 어렸을 때 너를 낳아서 키우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단다”. 그 시절 꼭 이런 예쁜 아이를 낳아야지 바라고 그리던 건 그러고 보니 모두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꼭 네 모습이었어. 그러니까 매일 내게 동심을 일깨워주는 네 존재의 고마움을 매일 기억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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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잘 퇴근했나요 - 회사와 딱 30cm만 거리두기
양현길 지음 / 마인드빌딩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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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고맙게도 내겐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이유가 절실했다. 등 떠밀어 어디든 가져다 앉히면 앉아야 하는 실정이었는데, 그 절박한 시간이 내게는 기회 같았다.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 허겁지겁 고르다 소모되고 마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괜한 고집이 앞섰다. 그렇게 만난 지금의 회사에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당장의 월급이 보장되는 곳에 가도 시원찮을 판에 이제 막 꼴을 갖춰가는 스타트업에 들어간 내게 주변에선 너희 회사는 뭘하려고 그렇게 자꾸 주는 일만 하느냐 할 때도 지금의 일이 못 견디게 재밌고 신이났다. 그럼에도 ‘밥벌이의 지겨움’은 찾아오는 법. 가시적인 성과들이 눈에 보일 땐 신이나 마냥 엉덩이가 들썩이기만 하다, 코로나로 고비가 찾아오고, 고객이 많아짐에 따라 이력에 없던 업무들까지 하다 보니 사점이 찾아왔고, 한동안 전화가 올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저림 현상이 올 때쯤 이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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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되지 않을 것, 아이로부터 무심해지지 않을 것- 이 두 가지를 우선으로 두고 고르다 보니 재택을 병행할 수 있는 것 또한 내겐 너무 감사한 처우였다. 뭐든 양면이 있는 법 그러다 보니 일과 삶의 경계가 없어졌고 잠들기 전까지 일하거나 퇴근하고도 끊임없이 휴대폰이나 앱을 확인하는 날들이 숱해 책 제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음도 잘 퇴근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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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좀 해보자는 요량은 아니었고 갑자기 찾아온 가슴떨림과 손저림 증상이 슬슬 걱정이 되던 차였기에 해답을 좀 찾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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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의 말은 예언 같았다 “2-3년 지나면 고비가 온다 그거 지나면 또 다시 할 만해, 이건 집안일 같은 거라 해도 티가 안 나는데 안 하면 티가 확 나” 같은. 책은 말 그대로 마음이 퇴근하는 법에 대한 선배의 말 같은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회사로부터 아주 멀어지기보다, 나로서의 내 모습이 찾아지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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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과 업무 과정을 통해 도출되는 회사의 평가나 결과가 곧 나 자신이 아니라는 말, 동료와의 전우애가 비단 같이 밥을 먹는 절대적 시간이나 일상의 수다 같은 것으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말들, 주어진 시간 몰입도 있게 일하는 마음의 자세 같은 것들을 읽으며 가만 초심을 생각했다. 소모되지 말 것.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모두 내 젊은날의 추억이 될 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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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프로그램 운영으로 춘천과 인천을 오갔다. 몸은 고단했지만 뭉클한 보람도 있는 시간이었다. 또 일해버리고 말았네, 라며 마음이 퇴근하지 못해 물에 축 젖은 종잇조각 같은 마음이 아니라, 가치를 경험한 덕에 가붓한 마음이었다. 완급을 조절해야 할 때를 아는 것도 노하우겠지, 생각하며 돌아와 아이와 함께갈 다음의 여행일정을 잡아보기도 했다. 지치기 전에 나로 돌아갈 시간을 숨겨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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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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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어렵게 읽어나간 문장들이었다. 아이가 잠이 들고 나면 애틋함이 더해진다. 이렇게 잠들 거 일 좀 미뤄두고 눈 좀 더 맞춰줄걸, 괜한 꼰대짓으로 잔소리나 늘어놓지 말고 칭찬 한마디 더해줄걸. 아직 내겐 너무 아가라 맨질맨질한 코와 이마에 입을 맞추는 밤들. 내일엔 더 잘해보자, 내일은 더 잘해줘야지 반성하고 기대하고 다짐한 밤이 벌써 8년이다. 반성하고 기대하고 다짐할 수 있는 밤이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어떤 이들의 밤은 제법 오래 어쩌면 영원히 그리움으로 캄캄하기만 한 시간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에게 생겨날 불행은 사는 내내 꿈에서조차, 만에하나조차 가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일까, 그런 소식도 사건도 이야기도 다 피해가는 편인데, 어쩌자고 이 책을 선뜻 받아버린 걸까, 하며 한문장 한문장 이어령 선생님의 책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어나갔다. 비록 딸은 곁에 없으나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회한으로 완성된 문장들 속에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주고, 어떤 집이 되어주고 또 어떤 추억이 되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가득했다. 게다가 인문, 역사, 신앙의 경계를 자유로이 뛰넘는 문장이 명불허전이다. 시대의 지성인이라 손꼽는 이어령 선생님도 딸 앞에서는 약하고 여린 아버지다. 이제는 곁에 없는 딸에게 “굿나잇 키스를 보낸다”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그 저릿함이 뭉클하게 느껴져 이어 읽지 못하고 페이지를 잠시 쉬어갔다. 책을 덮고 새삼 이 문장들을 아로새겨 공들일 수 있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게 감사했다. 그리고 회전목마를 타고 다가왔다 멀어지는 아이처럼 언젠가 홀로 꿋꿋이 세상에 서게 하기 위해 내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도. 다 읽은 책은 내일 아빠 책상 위에 올려두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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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지도
쓰러지지도 않는 집을
지진이 나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내 영혼의 집을 짓게 하소서
이어령,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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