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평점 :
휴, 어렵게 읽어나간 문장들이었다. 아이가 잠이 들고 나면 애틋함이 더해진다. 이렇게 잠들 거 일 좀 미뤄두고 눈 좀 더 맞춰줄걸, 괜한 꼰대짓으로 잔소리나 늘어놓지 말고 칭찬 한마디 더해줄걸. 아직 내겐 너무 아가라 맨질맨질한 코와 이마에 입을 맞추는 밤들. 내일엔 더 잘해보자, 내일은 더 잘해줘야지 반성하고 기대하고 다짐한 밤이 벌써 8년이다. 반성하고 기대하고 다짐할 수 있는 밤이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어떤 이들의 밤은 제법 오래 어쩌면 영원히 그리움으로 캄캄하기만 한 시간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에게 생겨날 불행은 사는 내내 꿈에서조차, 만에하나조차 가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일까, 그런 소식도 사건도 이야기도 다 피해가는 편인데, 어쩌자고 이 책을 선뜻 받아버린 걸까, 하며 한문장 한문장 이어령 선생님의 책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어나갔다. 비록 딸은 곁에 없으나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회한으로 완성된 문장들 속에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주고, 어떤 집이 되어주고 또 어떤 추억이 되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가득했다. 게다가 인문, 역사, 신앙의 경계를 자유로이 뛰넘는 문장이 명불허전이다. 시대의 지성인이라 손꼽는 이어령 선생님도 딸 앞에서는 약하고 여린 아버지다. 이제는 곁에 없는 딸에게 “굿나잇 키스를 보낸다”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그 저릿함이 뭉클하게 느껴져 이어 읽지 못하고 페이지를 잠시 쉬어갔다. 책을 덮고 새삼 이 문장들을 아로새겨 공들일 수 있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게 감사했다. 그리고 회전목마를 타고 다가왔다 멀어지는 아이처럼 언젠가 홀로 꿋꿋이 세상에 서게 하기 위해 내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도. 다 읽은 책은 내일 아빠 책상 위에 올려두고 와야겠다.
.
기울지도
쓰러지지도 않는 집을
지진이 나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내 영혼의 집을 짓게 하소서
이어령,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