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잘 퇴근했나요 - 회사와 딱 30cm만 거리두기
양현길 지음 / 마인드빌딩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그 무렵, 고맙게도 내겐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이유가 절실했다. 등 떠밀어 어디든 가져다 앉히면 앉아야 하는 실정이었는데, 그 절박한 시간이 내게는 기회 같았다.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 허겁지겁 고르다 소모되고 마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괜한 고집이 앞섰다. 그렇게 만난 지금의 회사에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당장의 월급이 보장되는 곳에 가도 시원찮을 판에 이제 막 꼴을 갖춰가는 스타트업에 들어간 내게 주변에선 너희 회사는 뭘하려고 그렇게 자꾸 주는 일만 하느냐 할 때도 지금의 일이 못 견디게 재밌고 신이났다. 그럼에도 ‘밥벌이의 지겨움’은 찾아오는 법. 가시적인 성과들이 눈에 보일 땐 신이나 마냥 엉덩이가 들썩이기만 하다, 코로나로 고비가 찾아오고, 고객이 많아짐에 따라 이력에 없던 업무들까지 하다 보니 사점이 찾아왔고, 한동안 전화가 올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저림 현상이 올 때쯤 이책을 만났다.
.
소모되지 않을 것, 아이로부터 무심해지지 않을 것- 이 두 가지를 우선으로 두고 고르다 보니 재택을 병행할 수 있는 것 또한 내겐 너무 감사한 처우였다. 뭐든 양면이 있는 법 그러다 보니 일과 삶의 경계가 없어졌고 잠들기 전까지 일하거나 퇴근하고도 끊임없이 휴대폰이나 앱을 확인하는 날들이 숱해 책 제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음도 잘 퇴근했나요>
.
퇴근 좀 해보자는 요량은 아니었고 갑자기 찾아온 가슴떨림과 손저림 증상이 슬슬 걱정이 되던 차였기에 해답을 좀 찾아보고 싶었다.
.
선배들의 말은 예언 같았다 “2-3년 지나면 고비가 온다 그거 지나면 또 다시 할 만해, 이건 집안일 같은 거라 해도 티가 안 나는데 안 하면 티가 확 나” 같은. 책은 말 그대로 마음이 퇴근하는 법에 대한 선배의 말 같은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회사로부터 아주 멀어지기보다, 나로서의 내 모습이 찾아지는 말들.
.
여러 사람과 업무 과정을 통해 도출되는 회사의 평가나 결과가 곧 나 자신이 아니라는 말, 동료와의 전우애가 비단 같이 밥을 먹는 절대적 시간이나 일상의 수다 같은 것으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말들, 주어진 시간 몰입도 있게 일하는 마음의 자세 같은 것들을 읽으며 가만 초심을 생각했다. 소모되지 말 것.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모두 내 젊은날의 추억이 될 페이지다.
.
주말 내내 프로그램 운영으로 춘천과 인천을 오갔다. 몸은 고단했지만 뭉클한 보람도 있는 시간이었다. 또 일해버리고 말았네, 라며 마음이 퇴근하지 못해 물에 축 젖은 종잇조각 같은 마음이 아니라, 가치를 경험한 덕에 가붓한 마음이었다. 완급을 조절해야 할 때를 아는 것도 노하우겠지, 생각하며 돌아와 아이와 함께갈 다음의 여행일정을 잡아보기도 했다. 지치기 전에 나로 돌아갈 시간을 숨겨둔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