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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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책들을 몇권이나 사 모았으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 처음으로 펴 든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순서대로 한다면 세계 각국의 오지를 다녀온 이야기들을 먼저 읽는 게 맞겠지만 우리 땅 구석구석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내게는 왠지 이 책에의 끌림이 확실히 더 강했던 것 같다.

사실 한비야 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세계의 오지들을 탐험하고, 국제 NGO 단체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정도.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무릎팍 도사'라는 TV 토크쇼에 출연한 그녀가 들려줬던 경험들은 꽤나 흥미롭고, 또 한편으로는 나같은 사람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던 것 같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비야가 전라남도 땅끝 해남에서 동쪽 육지의 끝(현재 우리가 발로 닿을 수 있는)인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약 800km의 거리를 1999년 3월 2일부터 4월 26일까지 49일간 걸었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 우리 땅 구석구석의 숨겨진 풍경들은 늘 볼 수 있는 흔한 것들이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늘 허투루 지나쳤던 것들이기도 하다.


나 역시 시간이 날 때마다 카메라 하나 둘러매고 우리땅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을 즐기곤 한다. 살다보면 내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 새로운 풍경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일이란 걸 느끼게 된다. 때로는 시간이 부족하고, 때로는 차비나 기름값이 부족하거나, 결정적으로 건강이 허락되지 않는 억울한 경우도 있는 법이다.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돈이 없으면 또 없는대로 많이 다니고, 그 속에서 많이 느껴봐야 한다. 늘 대하게 되는 풍경, 만나는 사람들도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지만 누군가 말했듯 '세상은 넓고' 보고 느낄 것도 많기 때문이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새로운 곳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나를 좀더 강하게 단련시키고, 또한 정신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비타민과도 같다.

한때 자전거 전국 일주를 꿈꿔 본 적은 있었지만 도보로 우리나라를 종단해 보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가녀린 여자 몸으로 그 멀고 힘든 여정을 소화해 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머뭇거리지 않고 일단 몸으로 부딫치며 이뤄낸다는 것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늘 생각에만 머물고, 주저하다 시간만 보내는 사람에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는 것이 무얼까를 생각해 본다.

한비야가 우리 땅을 두 발로 걸었던 1999년 3월에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봤다. 세상에 나갈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IMF 사태의 직격탄을 받은 그때의 나는, 돌아보면 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 조차 없었던 것 같다. 뭘 해서 먹고 살아가야 하는 말그대로 '밥벌이의 고민'이 사고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으리라.

무려 십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린 지금. 그때 한비야가 밟았던 땅들과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또 한참의 시간이 흘러 내가 걷게 될 이 땅의 풍경들도 그리되겠지. 그 땅들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고 골프장으로, 도로로 바뀌기 전에 조금이라도 일찍 그 여행의 출발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

어제는 모처럼 의성 고운사에 들렀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쳐 광덕당 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땀을 식히고 있었는데 맞은편에 풍만한 젖가슴같은 등운산과 그 위를 쉼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니 우리네 인생이 또 저 구름처럼 덧없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남은 인생은 덧없는 구름이 아니라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산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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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시키는 일 - 꿈과 행복을 완성시켜주는 마음의 명령 가슴이 시키는 일 1
김이율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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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지 서너달은 지난 책이다. 작정하고 읽으니 한시간 남짓이면 충분한데 왜 그동안 먼지만 쌓이게 두었는 지 참 모를 일이다. 꿈과 행복을 완성시켜주는 마음의 명령이라는 부제를 지닌 '가슴이 시키는 일' 이란 책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평생을 두고 좇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한 일이 아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故 이태석 신부, 잘 나가던 아나운서 생활을 정리하고 열정의 나라 스페인으로 떠난 손미나로 부터 세계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 마가렛 버크 화이트까지. 모두 우리 눈에는 평범하지 않게 보이는 사람들일 수 밖에 없다.

'가슴이 시키는 일'이란 말은 참 매력적이다. 사실 이 책에 끌린 것도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을 것이다. 흔히들 남녀의 연애사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아닌가 싶다. "머리로는 안된다고 하는데 가슴이 네게로 가라고 시켜." 가슴이 시키는 일이 진짜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 길을 무작정 따라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말합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풍요하다고 말합니다.
하늘이 주신 지금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항상 절망이 아닌 희망의 편에 섭니다.

 


분명 이 책은 고달픈 현실 속에서 뭔가 새로운 출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그런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현실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까닭은 그네들이 '가슴이 시키는 일'을 몰라서라기 보단 지금 당장 양 어깨에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너무 크고 중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 역시도 십여년전 평생의 밥벌이를 시작하려 할 때 같은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분명 가슴이 시키는 일은 달리 있었지만 이런저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다보니 지금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도 십여년 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슴이 시키는 일'이 분명 존재하지만 가장이라는 어줍잖은 책임감이 그 꿈을 늘 다음으로 미루게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그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비록 조금은 초라한 모습일 지는 몰라도 가슴이 시키는 그 일, 그 꿈을 잊지만 않고 살아간다면 죽기 전에 마침내 그 꿈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없다면 현실이 더 고달파질테니까.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말할 수는 없어도 내 방식대로 내 진짜 삶을 찾는 노력은 계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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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 -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산책과 위로의 시간들, 개정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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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오지 않을 땐 우리가 그것을 만나러 가야지'  지난 2009년에 나온 최갑수의 포토 에세이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에 나오는 글귀인데 무언가 사람을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말이다. 2년전에 이 책을 읽고 꽤나 감동을 받았었던지 책 리뷰에도 이 글귀를 써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글귀를 제목으로 삼은 최갑수의 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이라는 책을 시작으로 지금껏 최갑수의 포토 에세이는 섭렵한 나로서는 어느새 팬 아닌 팬이 되어 버렸다. 신작 소식이 궁금해 최갑수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니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의 개정판이라는 짤막한 소개가 나온다.

원체 흥미있게 읽었던 까닭에 별다른 고민없이 책을 카트에 담았던 것이 나의 실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책이 도착하고도 한참이나 지나 책을 펴보게 됐는데 뭔가 이상했다. 이상한 느낌에 '목요일의 루앙프라방'과 이 책을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봤다. 아뿔싸~ 똑같은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글이며 사진이며 뭐하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표지 뿐이다. 도대체 뭘 보고 이 책을 개정판이라고 내놨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정판이라면 최소한 내용이 추가, 보완되었다거나 새로운 사진으로 바뀌었다거나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조금의 기대를 가지고 책을 넘기다 어느 순간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드니 기대는 불쾌감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아쉽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게 최갑수라는 사람의 글과 사진은 모범이 되어 주었었고, 그래서 어느 먼 장래에는 나도 그를 따라가길 희망했었는데. 2009년 이후에도 그는 여러차례 루앙프라방을 다녀왔을 것인데 새로운 루앙프라방에 관한 글과 사진이 없는 새 책을 펴낸 그에게서 더 이상의 진심을 느낄 수 없게 됐다면 지나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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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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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와라 신야. 일본의 유명한 사진가라고 하는데 내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사진이라는 공통의 매개체를 가진 이 일본 작가의 책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아마도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라는 제목의 영향이 컸다. 일본에서 출간된 원저의 제목은 '코스모스 그림자 뒤에는 늘 누군가 숨어 있다'인데 이 역시도 무척 인상적이긴 하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읽는 스타일의 책이다. 사진을 매개로 한 일상의 삶을 관조하는 듯한 편안한 느낌의 글. 이 책에는 모두 열 네편의 글들이 실려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글들이 일본에서는 한 무가지(無價紙)에 연재되었던 글이라는 것이다. 지하철 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소 허술해 보이는 잡지나 신문에 이런 주옥같은 글들이 실려있었다는 게 어울리지는 않아 보인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거나, 혹은 내가 바로 그 사람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뭔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거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들이라는 거다. 그래서인지 열 네가지 이야기의 맨 처음에 나오는 사진들도 어둡고, 간혹 우울해 보이기도 한다.

-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타인에 대한 한없는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결코 꺼져서는 안되는 성화(聖火)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가슴 깊은 곳에 담아둔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다들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은데, 왜 유독 나에게만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일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곳에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넉넉한 품으로 안아줄 네가 있다면 지치고 힘든 일상을 버티어가는 데 큰 위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책이긴 하지만 단숨에 읽어낼 정도로 이 책은 분명 흡입력이 있었다. 열 네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배경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작가와 표현대로 '무수한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는' 인간의 일생을 살면서도 그러한 슬픔과 고통을 통해서만 구원받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하나의 진리로 귀결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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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최갑수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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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를 생각하면 늘 루앙 프라방이 떠오른다.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고, 2년쯤 전에는 지구상에 그런 도시가 있는 줄도 몰랐지만 '목요일의 루앙 프라방'을 시작으로 최갑수의 책을 여러권 읽고나서는 '최갑수 = 여행 = 루앙 프라방' 이라는 등식이 저절로 성립하는 듯한 착각을 느끼곤 한다.

아마도 지금 그는 우기의 루앙 프라방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 밥을 먹어야 하는 치욕과, 밥을 벌어야 하는 숭고함 사이에서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자신을 위로하면서. 그리고 삶이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메콩강가에 지는 붉은 노을의 끝을 바라보고 있을 그에게서 나의 또다른 모습을 찾는다.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라는 제목이 독특하다. 설마 구름 그림자의 속도가 시속 3km에 불과할까만은 그만큼 느리게 움직임으로써 우리는 반대로 더 많은 것을 바라볼 수 있고, 또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속도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한다. 나 역시도 가끔은 차를 두고 온전히 두 발로 걸으며 세상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실행이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이도 부럽고, 사진을 잘 찍는 사람도 부럽긴 매한가지다. 그 어떤 능력도 제대로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못했기에 두가지 재주를 모두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 것일까 하는 불편한 마음도 든다. 최갑수 보다 좋은 글과 사진을 남길 순 없겠지만 먼 훗날 내가 책을 쓰게 된다면 아마도 최갑수의 아류로 시작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게 치장되지 않은 문장들, 겉멋이 들지 않은 사진들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오랫동안 가슴 한켠에 자리잡는다. 아마도 그것은 꾸며지지 않은만큼 진실된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럴싸한 수사로 마음의 빈곤함을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최갑수의 책들은 각각이 개별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구석구석에서는 또 일관된 무엇인가가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모퉁이를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모퉁이를 만나면 괜히 어슬렁거린다.
모퉁이를 돌면
내가 간절히 사랑했던, 잊고 있었던, 찾고 싶었던, 만지고 싶었던 당신과 부딪힐 것만 같다.
모퉁이. 당신과 나의 삶이 기적처럼 겹치는 곳.


이 글귀들을 읽으면 최갑수의 골목산책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으면 좋을텐데' 라는 책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곤 한다. 어차피 그가 살아오면서 축척된 기억들이 책과 사진 속에 녹아 들어있을테니 어찌보면 그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나도 모퉁이를 좋아한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누군가 나타날 것만 같은 골목길의 모퉁이 말이다.

그리고 분명히 이건 글을 잘 쓴다는 것,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겠지만 좀더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것, 로디아 노트를 하나 장만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처럼 느껴진다. 뭔가 타당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꼭 그래야 할 것만 같다. 이왕이면 담배도 있는 편이 더 어울리겠지만 이건 십여년전에 어렵게 끊었으니 다시 시작할 필요는 없겠지.

최갑수의 책들이 좋은 이유는 언제든 다시 꺼내 읽어도 지겹지가 않다는 데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볼 수 없다면 다음의 짤막한 글이라도 가끔 되뇌어보면 좋겠다. 이 밖에도 더 좋은 글이 많지만 일일이 다 적는 것은 무리다. 그냥 잊혀지는 것들은 또 그저 잊혀지는 대로 그냥 놔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행은 포옹과 같아요"

"가끔은 여행자의 망막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져요"

우리는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서로가 꿈꾸는 포옹 같은 여행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세월은 가고 꽃은 진다더라. 슬퍼하지 말 것" - 79쪽

"더 이상 찾지 마라. 모든 것이 거기, 사진 속에, 시간 속에 있다" - 104쪽

1박2일은 좀 아쉽고
3박4일은 어쩌면 지루할 것 같고
2박3일
딱 좋아
너 없이 떠나는 여행
너 없이도 그럭저럭 즐거운
너를 그리워하기에도 충분한 시간 - 107쪽

봄날은
그냥 조용히 흘려 보내는 것 - 121쪽

다행이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 있다는 건
분명
다.행.이.다. -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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