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후지와라 신야. 일본의 유명한 사진가라고 하는데 내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사진이라는 공통의 매개체를 가진 이 일본 작가의 책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아마도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라는 제목의 영향이 컸다. 일본에서 출간된 원저의 제목은 '코스모스 그림자 뒤에는 늘 누군가 숨어 있다'인데 이 역시도 무척 인상적이긴 하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읽는 스타일의 책이다. 사진을 매개로 한 일상의 삶을 관조하는 듯한 편안한 느낌의 글. 이 책에는 모두 열 네편의 글들이 실려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글들이 일본에서는 한 무가지(無價紙)에 연재되었던 글이라는 것이다. 지하철 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소 허술해 보이는 잡지나 신문에 이런 주옥같은 글들이 실려있었다는 게 어울리지는 않아 보인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거나, 혹은 내가 바로 그 사람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뭔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거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들이라는 거다. 그래서인지 열 네가지 이야기의 맨 처음에 나오는 사진들도 어둡고, 간혹 우울해 보이기도 한다.

-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타인에 대한 한없는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결코 꺼져서는 안되는 성화(聖火)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가슴 깊은 곳에 담아둔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다들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은데, 왜 유독 나에게만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일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곳에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넉넉한 품으로 안아줄 네가 있다면 지치고 힘든 일상을 버티어가는 데 큰 위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책이긴 하지만 단숨에 읽어낼 정도로 이 책은 분명 흡입력이 있었다. 열 네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배경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작가와 표현대로 '무수한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는' 인간의 일생을 살면서도 그러한 슬픔과 고통을 통해서만 구원받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하나의 진리로 귀결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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