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감성여행 - 낭만을 찾아 떠나는
염관식.옥미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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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높아질수록 여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여행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그럴 재주와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그들의 글과 사진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정보를 토대로 실제로 여행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 에세이나 여행 정보를 담은 책들은 나름의 효용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겠다. 떠날만한 상황이 못되는 사람들에게도, 떠나고 싶지만 정작 어디로 어떻게 떠나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런 종류의 책들은 때로는 위안이 되어 주기도 하고, 훌륭한 지도나 나침반의 역할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작가들인 염관식과 옥미혜가 펴낸 <소도시 감성여행>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다. 지은이들은 이 책을 에세이와 시, 여행정보가 어우러진 구성, 그리고 도시의 로망을 일깨워 독자 스스로 여행을 디자인하는, 좀 독특한 책이라 스스로 소개하고 있다. 책의 구성과 특성을 짤막하게 잘 드러낸 소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커피 여행의 로망 강릉, 항구 여행의 로망 통영을 시작으로 사진 여행의 로망 부산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두곳의 도시들을 에세이, 시, 사진, 여행정보들로 담아내고 있다. 사실 부산을 소도시라 부르기엔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고, 펜션 여행지인 태안과 캠핑 여행지로 소개된 가평 같은 곳은 개인적으로 마땅찮지만 그게 큰 대수일까 싶기도 하다.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각각의 도시가 지닌 감성을 잘 담아내면 그만일 것이다. 독자마다의 호불호가 다 다를 것이지만, 또 어떤 계기를 통해서 미처 몰랐던 매력을 깨닫게 된다면 그것 또한 이 책을 읽는 보람이라 할 수 있겠다. 늘 가던 곳, 비슷한 분위기에만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가끔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전까지 불편했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 볼만도 한 것이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며 즐기고, 어떤 맛을 느끼고 올 수 있는 지에 대해 친절하게 소개해 두었으니 책을 읽는 독자들로서는 그저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골라 떠나면 그만이다. 몇 곳을 빼고는 거의 다 다녀온 도시라곤 하지만, 그 속속을 온전히 알 지는 못한다. 그동안 시간에 쫓겨 허투루 보아 남겼던 소도시들의 감성을 제대로 맛보러 다시 한번의 떠남을 감행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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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이 사는 맛 - 시대의 어른 채현국, 삶이 깊어지는 이야기
채현국.정운현 지음 / 비아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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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어른'이라 칭송받는 채현국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 이후로 세간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것 또한 내겐 큰 흥미로운 일이 아니었다. 채현국이 구술하고 정운현이 기록한 <쓴 맛이 사는 맛>이란 책에 끌렸던 것 역시 채현국이란 인물을 존경해서가 아니라, 이 시대에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는 것에 철저히, 그리고 전적으로 공감했기 때문이다.

 

다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들을 '팍팍한' 시대라 얘기한다. 지표로 보자면 그 이전 세대에 비해 우월한 경제적 수준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초등학생으로부터 팔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하루하루 각자의 '고(苦)'의 늪에서 허덕인다. 살림살이는 어렵고,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젊은 세대들은 연애, 결혼, 육아를 포기해 버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간사에서 삶이 고달프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대한민국 역사상 경제적으로 가장 윤택했던 1990년대의 황금기에도 누군가는 먹고 살기 힘들었을 것이고, 생활고로 삶의 끈을 놓아 버린 이도 부지기수였다. 사회적 불평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임에 틀림 없다.

 

다 같이 어려운 시대였지만, 유독 갈수록 세상살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데에는 이 책의 지은이 정운현이 지적하듯 '어른'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단순히 나이를 많이 먹어서, 이런 저런 경험을 많이 해서, 젊은 이들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많이 해서 '어른'이 아니라, 나 또한 저이처럼 나이를 먹어가야겠구나 하는 목표나 삶의 지향점이 되는 존재의 부재에서 오는 상실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사실 어른이 되기는 어렵다. 내가 살아온 길이 정답인양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주위 사람들을 가르치려만 하고, 자기가 가진 것을 잃지 않으려 수구화되는 늙은이는 어른이 아니라 '꼰대'에 불과하다. 달고 쓴 인생의 많은 경험들이 숙성되어 넓고 깊은 가르침을 줄 수 없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런 노인이 많은 사회에는 불행히도 희망이 없다.

 

내가 곁에서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기에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치켜세우는 글은 솔직히 불편하다. 지은이 정운현 역시 채현국이라는 인물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보지 못했기에 그의 시선이 편향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가 지나온 길이 온전히 올바르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칭송의 끝에는 반드시 감쳐진 이면이 드러나기 마련일 것일테니 시대의 어른 채현국에 대한 검증은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쓴 맛이 사는 맛이란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쓴 것이 몸에 좋듯, 인생의 쓴 맛을 많이 본 사람이 그만큼 깊이 있는 내면을 가질 가능성은 높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수많은 일화들, 채현국이 걸어온 인생 역정처럼만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조금 더를 바라는 것 또한 욕심이겠지만, 희망의 촛불이 점점 사위어져 가는 세상에서 기댈 수 있는 넉넉한 품을 가진 '어른'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또한 잘 늙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당연한 것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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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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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에는 학생 운동을 하다 옥살이를 했고, 그 이후는 칼럼니스트와 TV 토론 진행자를 거쳐 국회에 입성했고, 진보 정권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에까지 올랐던 인물,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거친 자연인 유시민의 눈에 비친 한국 현대사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나의 한국현대사>를 통해 우리 현대사와 함께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55년을 되돌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역사학자는 물론, 역사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정의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어떤 특정 시대나 지역의 지난 기록을 최대한 객관화 시킨 역사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는 지금까지 나의 의식 내부에 강력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역사를 접하고, 공부해 왔고, 심지어는 시험이란 것을 통해 그것을 검증하기도 했다. 우리 민족의 기원은 BC 2,333년 단군의 고조선 개국이라 배워 왔고, 대륙을 지배했던 강대했던 고구려의 영화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외세의 힘을 빌어 비로소 첫 통일왕조를 건설했던 신라의 선택에 진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역사적 사실로 알고 있는 것들은 과연 '사실'일까? 사서로 기록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과거의 역사서들은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역사라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분명 왜곡되거나 조작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사의 여러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우리의 현대사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그것은 6.25라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거친 이후 수십년간 고착된 분단과 남과 북의 체제 경쟁을 통해 증폭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기 쉽지 않았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1959년 7월 어느날, 경북 경주시 북부동의 낡은 기와집에서 태어나 지금껏 이 땅에서 수많은 일을 겪으며 유시민이 보고 듣고 느꼈던 우리 현대사 55년을 담담히 읽어보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정치인 유시민이 아닌, 글쟁이 유시민은 어느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시대를 해석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아마 우리 민족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격동적인 세월을 보낸 사람들 중 한 명일 것이다. 그 엄청난 변화와 질곡의 세월은 필연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정서적 혼란을 야기했다. 특정 인물과 사안을 두고서도 극단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과도기적인 특징으로 이해해도 좋지 않을까.

 

400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유시민 특유의 글솜씨 덕분에 잘 읽혀지는 책이다. 객관적 사실에 주관적 경험을 투사시켜 우리의 현대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시키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분명 역사를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은 다를 것이지만, 그 누구도 왜곡하거나 조작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 또한 존재함을 믿는다. 그러하기 위해 우리는 현재의 사실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최대한 객관화 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그런 면에서 미래는 언제나 오래된 것이다. 내일 오는 게 아니라 우리 내면에 이미 들어와 있다. 내가 이 책에서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감정과 느낌이다. 기성세대 독자에게 묻는다. 지나온 자신의 삶과 우리의 현대사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듭니까? 그 느낌 그대로 다음 세대에 물려 주어도 좋겠다 생각하십니까? 만약 아니라면 어떤 것이 문제였고 무엇이 달랐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젊은 독자에게 묻는다. 그대는 부모 세대의 삶과 그들이 만든 역사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화가 납니까? 자랑스러운가요? 기성세대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며 스스로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우리 세대가 살았던 역사를 돌아보았다. 없는 것을 지어 내거나 사실을 왜곡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을을 선택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로 묶어 해석할 권리는 만인에게 주어져 있다. 나는 이 권리를 소신껏 행사헀다.

사실을 많이 담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잘 알려진 사실들에 대한 생각을 말하려고 노력했다. 과거를 회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  서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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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1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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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 시를 읽게 될까? 문학적 감성이 샘처럼 솟아 오를 때이거나, 괜한 허세를 부리고 싶을 때일 수도 있다. <광수생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박광수는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에 시를 읽는단다. 사람이 그리운 날, 외롭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시를 읽었다고 한다. 시는 깊이 가라앉아 있는 이들을 토닥여주며 숨을 불어 넣어주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운 사람이 꼭 연애상대이거나 이성일 필요는 없다. 힘들 때 생각나는, 문득 그리워지는 사람은 몹시 많다. 그것은 어머니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친구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그리워진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 무언가 결핍이 생겼다는 방증일 거다. 현재의 부족함을 과거의 추억 속에서 채워 보려는 애잔함이라면 또 어떤가.

 

그래도 그리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행복했던 시절과 그 때의 느낌과 사람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함께 흥얼거렸던 노래에도, 늘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사진 속에도 늘 사람이 함께 한다.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큰 성공을 거뒀던 박광수는, 또 그만큼의 실패를 겪고 깊은 시련에 빠지기도 했다. 그 어려웠던 시절 그는 시를 읽으며 잠깐 동안이나마 행복을 느꼈다고 털어 놓는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란 책에 담긴 100편의 시는 박광수의 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인 것이다.

 

시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짧은 글귀 하나로 어떤 이들은 새로운 삶의 의욕을 얻기도 한다. 나보다 더 힘들고 처절하게 버티고 있는 시인의 언어를 통해 세상은 좀더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란 사실을, 각자의 인생이 그리 비루하기만 한 것은 아니란 것도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는, 시인은 위대하다. 이름난 명의는 의술을 통해 병든 몸을 치료하지만 따뜻한 심성을 지닌 시인은 정제된 언어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고 힘을 북돋워준다. 문득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생각해 보니 그들은 모두 멀리 있는 것 같아 외로워 진다. 어딘가 그들이 모르는 곳에서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처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그대들이여. 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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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운 것은 늘 멀리 있는 걸까? -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 따뜻한 기억들
박정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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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가운데 가장 평화롭고 여유로운 금요일 저녁 시간. 모처럼 책이나 좀 읽어볼 요량으로 일부러 퇴근을 조금 늦췄다. 사무실에 불은 하나둘 꺼져가고, 창문 밖은 불밝힌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다들 바쁜데, 나만 여유를 부리는 것 같아 뭔가 특혜를 받은 느낌마저 든다. 이런 것이 소소한 일상 속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며칠 전 사뒀던 몇 권의 책 중에 무작정 손에 잡히는 한권을 집어 들었다. 일러스트 작가 박정은의 일러스트 에세이 <왜 그리운 것은 늘 멀리 있는 걸까?>는 쉬지 않고 단숨에 읽을 정도로 편한 책이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그림과, 간결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 글들이라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녀의 글들이 심도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거나, 철학자나 성인의 글처럼 큰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글은 지극히 일상적인데다 평범하다. 어떤 글은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평범함과 특출나지 않음이 나는 좋다. 많이 아는 체, 잘 난 체 하지 않아서 불편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글을, 정감있는 그림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많이 공감할 수 있었고, 비슷하게 닮은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서 따스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자주 펴보게 될 것 같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박정은 작가를 나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사람이 세상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소하지만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조용한 카페에서 마주한 이에게 조곤조곤 속삭여주는, 그런 사려깊은 오래된 친구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게다가 그녀가 가진 그림 솜씨는 부럽기만 하다. 어떤 것이나 재주 없기는 매한가지지만 특히나 그림에는 소질이 전혀 없는 나로선 샘이 날 정도다. 일러스트 박정은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위안을 얻었던 많은 독자들처럼 나 역시도 마음이 따뜻해져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글에서처럼, 그림에서도 그 사람의 성품과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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