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 시절에는 학생 운동을 하다 옥살이를 했고, 그 이후는 칼럼니스트와 TV 토론 진행자를 거쳐 국회에 입성했고, 진보 정권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에까지 올랐던 인물,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거친 자연인 유시민의 눈에 비친 한국 현대사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나의 한국현대사>를 통해 우리 현대사와 함께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55년을 되돌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역사학자는 물론, 역사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정의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어떤 특정 시대나 지역의 지난 기록을 최대한 객관화 시킨 역사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는 지금까지 나의 의식 내부에 강력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역사를 접하고, 공부해 왔고, 심지어는 시험이란 것을 통해 그것을 검증하기도 했다. 우리 민족의 기원은 BC 2,333년 단군의 고조선 개국이라 배워 왔고, 대륙을 지배했던 강대했던 고구려의 영화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외세의 힘을 빌어 비로소 첫 통일왕조를 건설했던 신라의 선택에 진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역사적 사실로 알고 있는 것들은 과연 '사실'일까? 사서로 기록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과거의 역사서들은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역사라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분명 왜곡되거나 조작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사의 여러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우리의 현대사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그것은 6.25라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거친 이후 수십년간 고착된 분단과 남과 북의 체제 경쟁을 통해 증폭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기 쉽지 않았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1959년 7월 어느날, 경북 경주시 북부동의 낡은 기와집에서 태어나 지금껏 이 땅에서 수많은 일을 겪으며 유시민이 보고 듣고 느꼈던 우리 현대사 55년을 담담히 읽어보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정치인 유시민이 아닌, 글쟁이 유시민은 어느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시대를 해석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아마 우리 민족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격동적인 세월을 보낸 사람들 중 한 명일 것이다. 그 엄청난 변화와 질곡의 세월은 필연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정서적 혼란을 야기했다. 특정 인물과 사안을 두고서도 극단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과도기적인 특징으로 이해해도 좋지 않을까.

 

400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유시민 특유의 글솜씨 덕분에 잘 읽혀지는 책이다. 객관적 사실에 주관적 경험을 투사시켜 우리의 현대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시키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분명 역사를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은 다를 것이지만, 그 누구도 왜곡하거나 조작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 또한 존재함을 믿는다. 그러하기 위해 우리는 현재의 사실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최대한 객관화 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그런 면에서 미래는 언제나 오래된 것이다. 내일 오는 게 아니라 우리 내면에 이미 들어와 있다. 내가 이 책에서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감정과 느낌이다. 기성세대 독자에게 묻는다. 지나온 자신의 삶과 우리의 현대사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듭니까? 그 느낌 그대로 다음 세대에 물려 주어도 좋겠다 생각하십니까? 만약 아니라면 어떤 것이 문제였고 무엇이 달랐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젊은 독자에게 묻는다. 그대는 부모 세대의 삶과 그들이 만든 역사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화가 납니까? 자랑스러운가요? 기성세대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며 스스로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우리 세대가 살았던 역사를 돌아보았다. 없는 것을 지어 내거나 사실을 왜곡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을을 선택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로 묶어 해석할 권리는 만인에게 주어져 있다. 나는 이 권리를 소신껏 행사헀다.

사실을 많이 담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잘 알려진 사실들에 대한 생각을 말하려고 노력했다. 과거를 회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  서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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