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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6월
평점 :
🖊 오래전 사회적으로 ‘내 탓이오‘ 운동이 유행했었다. 종교인들의 말씀에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얼마 안있어 ‘사람들의 입을 막는 도구‘로 사용되는 현실을 보게 되었다.
동일한 말이라도 어느 사람이 했느냐에 따라 진의와 수용 여부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평소 이중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평가해왔던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남을 비판하기 이전에 자신을 돌아보자‘는 말은 ‘현존하는 불평등 구조를 지속시키자‘는 말과 다름아니다. 자신의 발언이 오해받아 억울하다면 평소에 ‘자알‘ 살아야 한다.
📖 바라건대, 스스로를 믿지 않기를. 낯선 나와 마주치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 ‘너를 위해‘ 이데올로기는 위험하다. 진심으로 ‘너를 위한 것‘일지라도 자칫 너에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변질되기 쉽다. 자식에 대한 관심이 집착과 학대로, 사랑이 스토킹으로 변하는 건 순간이다. 너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얼마든지 무례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 한번 노예의 마음이 되면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지 않게 됩니다.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는 것만이 분노조절장애가 아닙니다. 분노가 너무 잘 조절되는 것도 분노조절장애입니다.
📖 패배를 실패로 착각해선 안 된다. 패배가 상대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라면 실패는 나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졌다면 실패한 게 아니다. 패배한 것이다. 정정당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겼다면 그건 실패한 것이다. 누구도 나 대신 실패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
📖 아버지의 시간은 지나갔다. 그와 변변히 작별도 못 했다. 그도, 나도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할지 몰랐을 것이다. 그는 맑고 욕심없는 부처님같은 사람이었다. 나는 이제 아버지를 그렇게 기억한다. 몇 해 전부터다. 거울을 보면 언뜻언뜻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그토록 부인하고 싶었지만, 그를 닮아 있고, 닮아갈 것이다. 그와 달랐던 건 이거 하나였다. 그는 운이 나빴고, 나는 운이 조금 좋았을 뿐이다. 능력도 기회가 주어질 때 생기는 것이다.
📖 ‘좋은 게 좋다‘는 규칙에는 선택과 배제의 원칙이 적용된다. 정치권력-재벌권력-검찰권력-사법권력-언론권력의 펜타곤 안에서만 유통되는 가상화폐다. 서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짬짜미다.
📖 침묵은 잠시 시간을 늦출 뿐이다. 침묵하는 자도 희생될 수밖에 없다. ˝악이 승리하려면 선한 자들이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는 것은 한 치의 틀림도 없는 진리다. 침묵은 금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나를 해치는 흉기다. 당신과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야한다. 누군가를 위해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변호한 적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건 그것만이 아니다. 혹시 내가 다른 이들을 향해 ˝금 밟았어!˝를 합창하고 있지는 않는가.
📖 직업이 전부는 아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에 직업도 있는 것이다. 직업은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방편일 뿐이다. 삶을 직업에 맞추는게 아니라 직업을 삶에 맞춰야 한다.
📖 ˝쫄지 마라. 쯜지 마. 쪼니까 만만하지.˝ 쪼니까 만만하고 쪼니까 하찮아지는 거다.
📖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다. 우린 하얀 도화지 위에서 일하는게 아니다. ‘복잡하게 나쁜 사람‘인 내가 ‘복잡하게 나쁜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이다. 원칙이 승리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은 사람들과 어떻게 일해나갈지에 관한 전략과 전술이다. ˝괴물과 싸우다보니 괴물이 됐다˝고들 한다. 지겨운 변명이다.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된 게 아니라 원래부터 괴물이었던 거다. 모든 혁명가는 원칙의 방패와 현실의 칼로 무장한 철학자다.
📖 각자도생은 거짓말이다. 각자도생해도 살길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자기 자신을 갈아넣어서 살길을 도모하려고 해도 도모가 되지 않는다. 존엄사,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이야기하면서 존엄생, 존엄하게 살 권리는 왜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너 자신을 착취하라‘고 요구하는 시대에 함께 연대해 맞서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정치요, 민주주의다.
📖 반응을 추구하며 산다면 반응 그 이상은 절대 될 수 없는 것 아닐까. 반응의 노예로 산다는 건 너무나 지겹고 끔찍한 일 아닐까.
📖 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향해야 하는 건 결과로서의 정의가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정의다. 그 토론의 과정이 바른 방향으로 이어지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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