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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오재철.정민아 지음 / 미호 / 2018년 1월
평점 :
긴 여행을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기껏해야 2박 3일 정도의 짧은 여행이 전부이고, 해외 여행은 더더욱 엄두를 내지 못한다.
회사에 며칠간의 월차를 내고 떠날만도 한데 아직 그런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7년간이나 잘 하던일을 그만두고 훌쩍 여행을 떠나네요.
"여행에서 돌아온 후 잘 살고 있나요?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죠?"
저자가 서두에 적은 첫 글이다.
만약 가까운 지인이나 혹은 나 자신이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나 또한 이런 질문을 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여행을 떠나는 설레임 보다는 다녀온 후의 두려움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데, 이들에게는 여행이 무엇이기에 훌쩍 떠날 수 있었을까요.
'무언가를 넘치게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이들이 여행을 통해 얻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여러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나에게 이 말은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일 뿐이죠. 아마 여행을 떠나기전 이들에게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무언가를 넘치게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슬프게도 이 말은 마음으로 몸으로 직접 체득해야만 알 수 있나 봅니다.
아직 떠난다는 두려움이 많지만 이 책을 읽어며 작은 씨앗 하나를 마음에 품어보려 합니다.
세계로 떠난 400일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세계로 떠난 여행인데 미국과 캐나다의 여정만 담겨있네요. 그것도 후반부는 아이와 함께 떠난 여행이고요.
혹시나 하여 책을 살펴보니 두 권의 전작들이 있었네요. 게다가 전작들 중 [함께, 다시, 유럽]편은 읽었던 책이네요.
그러니까 이 책은 두 전작에 이은 마지막 여행편이군요. 아직까지는...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잔잔한 여정이 이어집니다.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여정이라 일상의 여유가 전해집니다.
여행중에 만난 인연으로 카우치서핑을 하기도 하고 친구집 한켠에 자리를 잡기도 하고 렌트카에 며칠간 이어지는 기차여행 등 일반적인 여행기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여유로움이 있네요. 그리고 부부만이 간직할만한 야외에서 누드사진을 찍는 짜릿한 경험을 하기도 하네요. 이렇게 이들의 긴 신혼 여행은 막을 내립니다.
얼마후, 이들 부부에게 소중한 딸아이가 찾아오네요.
그리고 다시 떠난 캐나다로의 여행.
전반부에서는 그리 느끼지 못했는데, 부부가 아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떠난 여행기에서는 '무언가를 넘치게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게 무엇인지 조금은 느껴지네요.
현지인들이 그들에게 보여준 조그마한 행동에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에서, 딸아이의 행복한 미소와 이를 바라보는 가족의 모습에서 소유하지 않는 행복을 느끼게 하네요.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그 곳이 어딘가이든 모두 행복을 느낄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