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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윤영수 지음 / 열림원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무인간.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환타지 소설에 선보인 나무인간들의 모습을 보면 그냥 말 그대로 나무다.
그저 나무에 눈, 코, 입을 구분하는 형상이 있고 뿌리는 다리가 되고 가지는 손이 되는 정도인데, 이 책에 소개된 나무인간은 어떤 모습일지 소개하는 글만으로는 감이 안 온다.
소개하는 글을 보면 이 책에 등장하는 나무인간들은 어른이족이라고 부르는데 맑은이라고 소개하는 종은 몸이 투명하고 하얀이는 흰 몸에 반투명이고 황인은 누런빛을 띈다는 정도로만 소개되어 있어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되지 않는데, 그나마 햇빛족은 인간과 다름없이 보인다고 하니 맑은이와 하얀이, 황인도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을거라는 상상을 해 본다. 그리고 이들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땅옷족은 하반신이 땅속에 묻힌 인간의 모습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이처럼 어른이족들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 책의 내용이 시작되는데, 아마 나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나무인간의 모습을 먼저 상상해보라는 의미로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등장 인물들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는것 같다. 앞으로 이어질 본격적인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할 목적이 아닌가 여겨진다. 만약 이런 의도라면 저자의 목적은 달성된 것 같다.
본문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무인간이 어떤 모습일지 머리속에 그려가면서 이야기에 빠져들어가게 되는데, 만약 초반부에 이런 설명이 없이 바로 본 글에 들어갔다면 시작부터 등장하는 알송달송한 단어들의 등장에 당황했으리라 여겨진다. 물의세월이나 버섯달, 느우나무, 어미산 등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물론 환타지소설이니 우리가 그 동안 접하지 못했던 단어들이 등장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이전까지의 환타지 소설에서도 보지못한 단어들이라 약간의 당혹감에 책을 읽는 진도가 나아가지 못했을 거라 여겨진다. 그리고 초반부 내용 또한 이야기의 배경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몰입감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지는데, 이 부분에 대한 보완으로 본문에 들어가기전에 진행된 사전 설명으로 인해 이런 약점은 어느정도 보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단풍동에 닥칠 위험에 대항하는 이들의 모험이 그려진다.
한 때 땅 속 세계의 단풍동을 거침없이 다녔던 나무인간.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지상세계에 뿌리가 박혀 다시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 연토라는 운휼집안이 자식이 전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시작은 운명의 존재를 만나면 몸이 스스로 알아보게 될 거라는 무녀 영기의 말에서 시작된다. 어느날 그 앞에 나타난 검은머리짐승 준호. 자신이 만날 운명의 존재가 한낱 짐승이라니... 창피함과 자괴감에 빠져들었는데, 정말 운명이었는지 준호는 연토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시작은 한낱 가축으로서 말이죠. 이렇게 해서 묘한 이들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나무인간과 가축의 운명이 시작된거죠.
숨은골짜기에 뿌리내린 단풍나무 한 그루가 전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어른이족 연토의 눈에 비친 인간 준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의미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