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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독서 - 2016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수상작
잔홍즈 지음, 오하나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대상으로 하는 독자는 오로지 '젊은이'뿐이다.
그래서 이번 책에 담을 몇 편의 글들을 모아, 자신의 주변에 있는 젊은이 중 의견을 물을 수 있는 아들에게 부탁을 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는 대답과 함께 너무 잡다한 것이 많다는 의견도 함께 얘기를 해 준다.
사실 이런 의견보다는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지가 더 궁금해 되물어보니...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네요.
그래서 원고의 3분의 1을 들어내 버렸다고 하네요. 그 만큼을 들어낸데다 여행기임에도 그 흔한 사진 한장 실지 않았는데도 무려 400여 페이지의 분량을 빽빽히 채우고 있네요.
저자는 왜 그렇게 자신의 여행이야기를 하면서 젊은이들의 반응에 신경을 쓰는 걸까요?
저자는 자신의 서문에 그 이유를 '낙오'라는 한 단어로 밝히고 있네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자리가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젊은이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의 능력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되고, 이로인해 세상으로부터 낙오되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담은 여행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던 것이다. 즉 자신이 능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분명 여행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하지만 통상의 여행기와는 다른 느낌이 든다.
'여행과 독서'라는 이 책의 제목에서 오는 분위기 탓인지, 아니면 저자가 나이듬에 따라 그 능력이 젊은이들의 눈높이와 차이가 있어서 그런걸까. 그렇다고 내가 젊은이라는 것은 아니다. 저자와 젊은이 사이, 그 중간정도의 세대정도로 보면 적당할 것 같다.
어째든 그 동안의 여행기와는 조금 다르고, 빽빽하게 문자로 가득채워진 책장들을 들여다 보았다.
저자의 서문을 읽다가 갑자기, 잠시의 숨돌림도 없이 여행기의 본문에 들어서게 되었다.
저자가 여행을 나서는 이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길레, 이 또한 서문의 내용이라고 여겼는데, 읽어가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여행기와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된게 아닐까 생각된다.
저자는 여행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이 사실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책에 담긴 내용을 하나하나 따라가고 그 책의 저자가 책에 담은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로, 인도로, 아프리카 초원에다, 알래스카 뱃놀이까지 여행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여행했던 곳을 직접 떠났던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과 어떤 교감을 얻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아들이 남긴 서문의 글처럼 이 책은 아마 젊은 시절의 저자 자신에게 보여주는 글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과거 젊은 시절에 독서를 통해 상상으로 나마 여행했던 곳을 직접 다니며, 그 때의 상상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