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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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 2024년을 달궜던 작가 중 한분. “맡겨진 소녀”나는 이 제목을 보고, 정 반대로 생각했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과 어머니의 5째 출산을 두고 먼 친척에 맡겨진 나. 낯선 곳에 아빠는 나를 두고 떠났다. 킨셀라 부부는 ‘나‘를 꽤나 반가운듯 맞이하지도, 그렇다고 귀찮은듯 맞이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첫날. 나는 실수를 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아저씨에게 습한 방에 재워 아이의 매트리스가 젖었다고 하며 모른척 한다. 
그리고 따뜻한 밥을 먹이고, 예의를 가르치고, 나의 손을 잡아주고, 내가 뛰는 것을 보며 칭찬해준다. 책을 읽어주고, 나와 함께 옷을 사러가는 여름을 보내던 중, ’나’는 아주머니, 아저씨가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날 밤 아저씨는 나의 손을 잡고 해변으로 산책을 갔고, 나는 아빠가 아저씨같이 나의 손을 잡아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아저씨는 내게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아이’라는 칭찬을 해주고, 나는 알게된다.

’맡겨진 아이‘ 라는 제목의 대상은 어디일까.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진 아이일까. 아니면 나의 집에 맡겨진 아이일까. 정서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아이를 돌보지 않는 나의 부모와 나의 부모는 아니지만 부모보다 더 아이과 교감하는 킨셀라 부부.
그리고 마지막에 “아빠”라 불렀던 나의 말은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단연코 나는 후자다.

이토록 짧은 여름의 시간속에 좋은 어른과의 교감에 어색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체득하여 성장하는 어린아이의 이야기가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작가의 담백한 글이 보여주는 묘미인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24년에 단연코 핫했던 작가였던 것일까.
묘하게 빨간머리앤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맡겨진 소녀”라는 제목 뒤에 있는 옅은 슬픔을 책의 표지에 있는 문구처럼 “찬란한 여름”으로 바꿔준다. 다만, 끝에서 다시 보여지는 슬픔이 있지만.

추천.

“바로 그때 아저씨가 두팔로 나를 감싸더니 내가 아저씨 딸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끌어안는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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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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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님의 팟케스트를 통해 알게된 책. 김영하 작가님은 이 책의 일부분만을 읽어주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와닿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궁금했다. 탐미주의가 뭘까… 싶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너무나 묘하다.

주인공 미조구치. 태어났을 때무터 말을 더듬었고, 추남이다. 아버지는 스님이다. 그래서인지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마음에 품었던 우이코. 그녀가 새벽에 일찍 등교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 앞에 나타나 마음을 표현하려했으나 대차게 말그대로 차인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 그래서 일까.. 그는 이후 만나는 모든 여자를 우이코와 동일시한다.
컴플렉스 덩어리인 그가 유일하게 집착하는 것이 있다. 금각. 아버지로부터 금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그는 모든 미의 중심을 금각으로 인식한다.
실제 아버지가 녹원사(금각사)에 대려가 금각을 보여주었지만, 사실 그는 처음 금각을 보고는 실망한다. 자신이 상상했던 그것이 아니였으니까.
그리고 그곳의 도제가된다.

그는 그곳에서 쓰루가와와 가시와기를 만난다.
두 사람은 정 반대의 위치에 서있다. 한쪽은 미조구치에게 삧이고 한쪽은 어둠이다.
열등감과 컴플렉스에 사로잡힌 미조구치가 만나는 여자는 우이코와 금각이다.
“미“를 절대적인 가치에 두는 미조구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수레바퀴 밑에서“가 생각이났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나이를 두고 뭔가 그들의 의식의 흐름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느낌이들어서.
혼란스러우면서 생각의 흐름이 극단으로 치닫는 느낌이라.
수레바퀴 밑에서의 절대적 가치는 그의 동생이였던것 같고, 이 책에서는 그것이 금각이다.
하지만, 금각사의 미조구치는 자신의 벗어날수 없는 열등감으로 가득찼던 그의 삶을 자신에게 가장 가치있는 인식으로 여겼던 금각을 불태움으로서  자신의 열등감으로부터 벗어나려한다.왜....였을까.

10,20대의 가장 혼란스러웠던 내면의 상황과 2차세계대전 직후부터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폐전국가이자 인접국가에서 일어난 전쟁의 여파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일본의 상황은  당신의 젊은이들들을 파멸로밖에 이끌 수 없었던 것일까.

책에서 보이는 미조구치의 생각의 흐름과 가시와기의 어둠에 대한 대화를 읽다보면 인간이 가진 가장 내면의 들키고싶지 않은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지. 이 책의 묘함은.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고 난 후의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묘함도 있지만, 그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쓴 작가의 결말은 꽤나 충격이였다. 작가 자신의 결말은...주인공 미조구치의 결말이였을까.  아니면 어둠의 가시와기의 결말이였을까.

”거울을 보지 않으면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겠지만, 불구라는 사실은 언제나 눈앞에 놓여 있는 거울이야. 그 거울에 종일 내 전신이 비치고 있지. 망각은 불가능해. 그러니까 나에게는 세상에서 말하는 불안 따위는 어린애 장난처럼 보일 뿐이지. 불안은 없어.”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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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 조영래변호사 남긴 글 모음
조영래 지음, 조영래변호사를 추모하는 모임 엮음 / 창비 / 199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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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분이 누구인지 몰랐다. 최근까지. SBS의 모 프로그램을 통해 이분의 성함을 처음 들었고, 자신이 알지도 못했더 이의 평전을 쓰신분이라는 말에 이 책을 찾았다. 그리고는 이분을 추모하는 모임에서 엮은 이 분의 글과 그를 사랑했던 이들의 글이 쓰여진 책을 읽었다.

“조영래”

창비에서 출간된 이 책은 초판이 그대로 유지된 채 현재까지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궁서체로 쓰여졌고(진짜 오랜만..),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에 주로 쓰여진 글이다보니 글 속에 한자가 섞여있었다.
문득 어렸을 적 부모님이 보시던 신문이 생각났다. 순 한자로 가득해 대제목도 읽기 힘들었던 그때가.

처음의 낯섬도 잠시.. 그저 놀라웠다. 한 사람이 이런 굵직한 사건들에 모두 임해왔단 말인가. 싶어서. 
 지금은 당연하지만 당시로써는 당연하지 않았던 여성정년이 25살이 아니라, 남성과 같은 정년이라는 사실을 법적으로 증명해 낸 재판.
 부천서 성고문사건으로 유명한 문귀동을 재판장에 세워 처벌받게했던 재판.
누구도 선뜻 나설수 없었던 망원동 수해소송이 천재나 인재냐를 두고 열린 재판에서 인재임을 밝혀낸 변호사. 
 강자의 편에서 전문가들이 증언을 꺼릴 때 스스로 수년간 공부하고 연구하여 증명해낸 이 사건은 당시 법조인들 모두 조영래이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할정도 였다고 한다.

어느 사건에서든 늘 약자의 편에 있었던 분.
 이분이 찾아가 도움을 주었던 분들이 오히려 조변호사의 생계를 걱정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민청학련사건으로 7년간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끝내 소신을 버리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 그대로 살았던 인물이다.
그래서 이분의 짧은 생에 안타까움만 남았다.

 이 책을 읽으며 좀 당황스러웠던 점은 80년대 쓰여진 글임에도 이 글이 결코 오래된 글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말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어떻게 한정지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글(아마도 이 글은 지금이 아니라면 크게 와닿지 않았겠지만, 지금이기에 더 내겐 더 크게 보였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에 대한 글을 읽으며 분명 40여년 전의 글이 왜 아직도 유효하게 느껴질까.

“개를 침묵시킴으로써 유지되는 ‘질서‘ ?? 그것은 민주주의가 원하는 질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이다. 부당하게 걷어차인 개는 마땅히 시끄럽게 짖어대야 하고 그같은 소란을 통하여 신사와 개 사이의 올바른 관계가 회복되어가는 바로 그것이 민주주의가 바라는 역동적인 질서 ?- 즉 ’민주적 기본질서’이다. ” p.96

책 제목은 이 분이 “성고문 사건의 반론 요지”에 쓰인 글의 일부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야만의 시대라 불리는 7,80년대를 버텨내어,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강작가님의 
“죽은 사람이 산자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말이 깊이 와닿았다.
오래 사셨다면 우리가 좋은 어른을 만나 뵐 수 있었을텐데...


강력 추천.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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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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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방송에서 누군가 이 책 제목을 언급한 것을 듣고 읽지 않을 수 없었다.“회사 문앞에서 멈춘 민주주의” 그말이 무엇인지 제목 만으로도 알 수 있었으니까.
다만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그래도 우리회사는 이정도는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결국 원론적인 이슈를 놓고보면 그밥에 그나물...이정도까지 최악은 아니라는 것일뿐..(이 사실에 기뻐해야 하나..)

이 책을 읽으며 재벌 2,3세의 갑질, 권력자 또는 재벌의 왕자님, 공주님 영접이 하루 일과가 되어버린 인사팀, IT의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불렸던 구로의 등대, 간호사의 태움 등등 10여년동안 기사로 보았던 내용들의 총합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문득 바뀐 것이 뭐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국가에 대한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식은 꽤나 발전한 느낌인데,, 직장은?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10여년동안 일어났던 그 일들, 그 일들이 여전히 산재하고 있는 장소가 지금의 대한민국 회사라는 것, 물론 아닌 회사도 있다(매우 소수..) 대부분은  보여지기 식의 민주주의를 택한 대기업들, 민주주의 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답이 없다는 회사 등등(실명이 책에는 밝혀졌음..) 


문득 나는 무서워졌다.
재벌의 기업 사유화 + 효율에 묶인 기업. 재벌의 사유화는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강요되는 잘못된 방식의 기업 경영 및 기업 문화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깨부숴야 하지? 

 그 모든 것에 비정규직이 있고, 태움이라는 문화가 있고, 군대식 상명하복의 위계가 팽배하다.
"기업은 이익집단이다."
그렇기에 일제치하 이후 남았던 일본의 군국주의의 잔제를 기반으로 군사정권 하 군대식 기업경영이 효율적이다라는 인식에 대해 저자가 유럽, 우리나라 의 민주주의 기반 기업들을 통해 반박하고 있지만, 글쎄...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 집단인 기업이 민주주의 체계를 갖추기 쉽고, 그냥 하면되고,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말하지만, 그럴까? 그것은 직원의 입장일텐데. 오너는 그냥 하기 싫고, 상대적으로 그들의 비용은 당장은 더 들어갈테니.. 안하겠지. 그리고 효율,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성과급을 표방하며 내부 분열이나 가져올텐데.... 싶어서...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길어진 수명과 발전된 의료덕에 예전보다는 건강해진 노년은  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시간이 예전보단 연장되었다. 

 노동 인구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성별, 여러 인종들로 구성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 인력 간에 업무의 차이만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차별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내가 어떤 직급을 가지던, 어떤 일을 하던 마찬가지다. 그래야 결국 발전이 있고, 그런 기업의 발전은 국가의 발전과 함께 한다.

책을 읽다보니 쉽네? 그리고 다 알고 있는 사실이네? 싶은데..

왜 이리 더딜까.

슬프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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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 부 에디션, 양장)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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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해를 달궜던 베스트 셀러. 영화평론가 이동진님의 추천이 있었고, 제목과 함께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 이야기”
그냥 이 책의 내용 자체가 궁금했다. 

주인공 나는 나의 결혼식이 열렸어야 하는 날, 형의 장례식을 치르고, 미술관에 취직했다. 경비원으로.
이 책은 그런 내가 경비원으로 메트로폴리탄에 근무한 10년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왜 미술관이 여야 했을까.
가장 사랑했고, 존경했던 형을 잃은 내가 그 상실감을 어찌할 수 없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싶었던 그때 왜 미술관이였을까. 그것은 그의 이런 시절과 함께 했다. 어머니와 형과 함께 했던 추억. 그 추억 속으로 숨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수천년간 인간이 이뤘던 수많은 기록들을 지키며 돌아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그 작품 자체에. 때로는 그 작품을 만들어내야만 했던 예술가의 고뇌에, 때로는 그 미술 작품을 보러오는 수많은 관객들에 의해. 그는 어쩌면 그의 슬픔을 회복할 가장 적당한 장소를 선택한 것.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저자이자 주인공이 작품을 보는 눈을 엿볼 수 있다. 지식이 아닌. 그 작품 자체에 대한 그 시선. 예술에 ‘ㅇ’도 모르는 나는 전혀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평에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 가면 브링리가 작품을 소개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나도 그말에 절대 찬성.
중국의 두루마리 그림을 보며, 두루마리를 차례로 펼치며 시선을 천천히 움직여 풍경사이로 유유이 산책을 가고 싶다는 느낌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거지? 
그림은 2차원의 평면인데, 저자는 그림 속의 시간에 있는 느낌이다.
 벤조라는 악기를 보며, 그것을 연주했던 이의 해방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니.

작품이 이토록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는 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생전 관심 없었던 미술관에 가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한다.

“혼자 생각에 잠긴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처럼 세계적으로 장대한 곳에서 얻는 깨달음치고는 좀 우습긴 하지만, 바로 의미하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p.302

이제 그는 더 이상 숨어들지 않았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 브링리 자신으로 다음 걸음을 향해 나아간다.
가장 위대한 공간에서 인생의 가장 큰 슬픔을 위로 받은 이가 나아갈 다음 걸음을 응원한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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