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데어라 혼 지음, 서제인 옮김, 정희진 해설 / 엘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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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라는 제목이 뭔가를 탁 치게 만들었다. 제2차세계대전으로 인해 학살당한 유대인과 지금 서양에서 유대인을 바라보는 시선. 그 모순이 이 책의 제목을 통해 드러난다.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만'을 사랑하는 것일뿐이라는 저자의 말들.

나는 동양인이기에 유대인에 대한 역사나 현재 서양에서 유대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소 좋지 않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으며, 아주 오래전 캐나다 어학연수를 갔을 때가 떠올랐다. 나의 한글이름이 발음이 어려우니, 다른 이름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호스트 아주머니의 말에 내가 '쥬'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했었다. 그 때 아주머니가 하던 말. '나는 편견이 없다. 오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은 유대인을 싫어해. 쥬라는 발음은 그들을 연상시킬 수 있어서, 니가 위험해질 수 있단다'라고 했었다. 그 때 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이상의 대화가 어려웠(...?)던 관계로 그 이상을 묻지는 못했다.
이 책은 아주 오래전 그 때 나의 질문에 답을 주고 있었다.

안네 프랭크. 누구가 아는 인물. 13살의 소녀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었다. 그녀가 나치를 피해 숨어들었던 곳은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해마다 어마어마한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하지만 그곳에 젊은 직원이 유대인이 쓰는 모자(야물커)를 쓰려고 하자, 고용주는 그 모자를 야구모자 속에 보이지 않게 쓰라고 했단다. 박물관의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안네프랭크의 집에서 유대인의 정체성을 숨겨야 한다? 대체 왜? 물론 4달의 심사숙고 끝에 그 박물관의 입장은 철회되었지만, 왜 그것이 4달이나 걸려야 했을까.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유대인이 유대인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 말한다. 홀로코스트 앞에서 눈물짓는 이들이 실제 유대인 앞에서는 그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본다고. 
그것은 유럽의 역사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 예중 하나로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예로 들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유대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 속에서도 같은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역사속에서 죽어야했던 수많은 이들에 대한 애도에 눈물지으면서, 생존자들이 벌이는 사투에는 국가이익이니,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손가락질을 말이다. 왜 우리는 이런 모순적 행위를 행하는 것일까. 나와 '타인'을 구분함으로써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공감이라는 말 뒤에 혐오가 함께 따르는 지금. 내가 공감하는 대상이 그저 누군가 쳐놓은 울타리속만은 아닌지. 죽은자에게 한없이 관대한 것은 그들이 그저 죽었기에 더이상 타자로써도 존재하지 않기에 그저 관대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길.

개인적으로 저자의 글이 그저 내게 '아! 그렇구나'라는 생각만을 하게 하지는 않는다. 살짝 불편함이 느껴졌달까..저자의 글속에서 유대인은 한없는 피해자로만 그려지는 모습이.. 그러했다.  지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행하는 가해행위는 그저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보여지지는 않기에 그러했다.

뭔가 뜨뜨미지근함이 남지만, 그래도 읽어볼만하다.


"홀로코스트는 사랑의 부족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 일은 전 세계 모든 사회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거부하고, 그 대신 자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즉 책임을 대변하는 - 이 세계에 '명령받음'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한 이래 언제나 그것을 대변해온 -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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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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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누구의 추천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내 장바구니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가 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기에 얼른 주문한 책. 상받은 책은 읽어줘야지. 싶어서.
그리고도 꽤 오랫동안 내 책장에 꽂혀있다가 문득. 눈에 들어와 읽었다.

작가의 책을 읽은 이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뭔가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진것 같다라는 말.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하며, 작가의 흐름을 잘 따라가보자...하며 읽었는데, 대체 뭐지? 무슨 이야기인거지?하면서 알쏭달쏭하던 순간 어느 순간부터인가 앞의 내용이 사-악..하며 다가오고, 책의 말미에서 다시 첫 페이지를 펴게 만들었다.

1장이 요하네스의 탄생이였다면, 2장은 요하네스의 노년이다. 그러다 문득 노년의 요하네스가 다시 젊은 시절의 모습이기도하고, 다시 노년의 모습이기도 하다. 요하네스의 친구인 페테르 역시 그의 곁에 있다가, 없다가. 그가 한 때 좋아했던 페테르센의 모습도 그러했다.
아내 에르나와 함께 했던 부엌. 그녀가 끓인 뜨거운 커피한잔과 담배 한대. 그리고 그녀와의 소소한 대화들.
그리고 그와 그녀의 막내딸 싱네의 모습.

이 이야기는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제목같이 요하네스의 시작과 요하네스의 죽음을 말하면서도, 그의 죽음은 다시 삶과 맞닿아있다. 그래서 책 속 문장엔 마침표가 없다. 그 마침표가 없음이 처음엔 굉장히 생소했음에도 문득 요하네스라는 '나'의 삶에는 마침표가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것일 뿐. 어디서부터 시작, 어디가 끄읕이라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누군가를 기억할 때 그들 만났던 마지막이 아니라,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나의 할머니의 마지막보다, 나와 함께 했던 할머니의  훨씬 젊었을 때를 기억하고, 또한 나의 친구를 이미 20년이나 흘렀지만 중년의 모습이 아니라 처음 만났던 교복입은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었던 모습으로 상대를 추억한다는 사실. 그렇기에 우리 삶은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모습, 그대로 말이다.
(조금 다른 결이지만, 제 5도살장에서 외계인이 모든 시간을 알고 있지만, 그렇기에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계속해서 본다는 말. 그 말은 우리의 추억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욘 포세가 그리는 인간의 노년은 삶의 끝, 곧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 아니라 나에게도, 나를 기억하는 이에게도 저녁이면서도, 깊은 밤을 지나 다시 아침, 새벽이 함께 느껴진다.

요하네스 역시 가장 사랑했던 이들을 그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회하고, 그의 막내 딸 싱네 역시 아버지 요하네스를 죽음이아니라, 자신이 사랑했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추억하니까.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지....

여운이 길게 남는다.
죽음을 삶으로 다시 생각케하는 이야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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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남자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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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전작도 유명한 작품인줄은 알았는데, 제목에 거식증인가.. 식이장애에 관련 소설인건가 싶어서 읽었는데, 정말 '못'먹는 사람의 이야기라니.

어렸을 적 아버지 공장의 사고로 인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제영은 먹을 때마다 아는 이의 죽음을 본다. 그것도 너무나 생생하게. 그로인해 그는 먹는 행위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아는 사람 또한 만들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음식, 최소한의 사회생활로만 겨.우 살아가는 중이다.
영양실조로 인해 응급실에 실려오는 것도 다반사. 그는 응급실의 단골고객인셈. 그런 그를 솔지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제영이 다니는 조그만 인테리어 회사의 사장은 말그대로 갑질의 대명사인 사람이다. 제영은 어느날 그의 죽음을 보았다. 
처음 제영이 죽음을 본 후부터 알게된 사실은 '사'를 멈출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즉 죽는 사실 그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는 것.
그가 보았던 첫번째 죽음을 막고자했던 그는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는 순간 그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사장의 죽음을 알려줄 수도, 막을 수도 없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 시간에 사장은 죽지 않았다. 
사장 대신 그 사고로 죽은 인물은 뜻밖의 사람이였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사장의 전화 통화를 엿듣게 된 그는 중개인이라는 사람을 알게된다.

중개인은 죽음을 중개한다. 즉 죽을 사람을 대신해 대리자를 셋업하고, 대리자에게 돈을 주고, 대리자를 죽게 함으로써 원래 죽을 사람을 살리는 것. 대리자는 자신의 생을 댓가로 돈을 받고, 원래 죽을 사람은 돈으로 생을 산다. 중개인은 그 중개의 댓가로 역시 돈을 번다.
제영은 그 사실이 역겹다. 중개인의 논리가 일부 수긍가는 점이 있지만, 그는 사장 대신 죽었던 이의 장례식을 통해 그가 가졌던 역겨움의 이유를 찾았다. 

그렇기에 제영은 누구든 죽을 이의 생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그가 보았던 은파기술의 최중묵 대표가 아닌 대리자의 죽음을 막는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

이 책을 보며, 트롤리 딜레마가 생각이 났다. 한명의 죽음과 다섯명의 죽음 그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나는 그 딜레마를 들으며, 그것이 '선택'의 문제일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 역시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죽음에 경중의 가치를 감히 측정 할 수 있을까. 


'맞아요. 사람은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어요. 하지만 누구든 정해진 생을 살아내야 해요." p.135


삶은 불공평 할 수 있으나,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래서 작가는 전제를 '아는'사람의 죽음만이 보인다는 전제를 두었다. '아는'이라는 범주가 그저 얼굴만 아는 사람일 수 있으나, 내 삶속에 깊숙히 들어와있는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라면.
아.. 정말 너무 어렵다... 그래서 '못'먹는 거였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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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유럽 도시 기행 2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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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1권을 읽고서, 뭔가 다른 여행관련 책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와. 지식소매상이 유럽을 여행한다는 것은 이런 맛이군..했는데, 오랜만에 출간된 2권을 보고서도 비슷한 생각이 다시 들었다.ㅎㅎ 이런 느낌이였군.
다만 개인적으로는 1권보다는 2권이 좀더 좋았다. 1권은 내용과 사진이 조금 따로노는 느낌이였는데, 2권은 내용과 사진이 함께인데다가, 궁금했던 헝가리와 프라하가 있어서 였을까.

2편은 지식 소매상이면서 역사에 대해 굉장히 해박한 유시민 작가가 유럽 중세의 중심이였던 빈, 그리고 동유럽인 헝가리, 아무곳에서나 찍어도 화보가 된다는 프라하, 그리고 독일의 조그만 도시 드레스덴에 대한 여행기이다. 
"빈" 나에게는 더 익숙한 단어 비엔나(요즘 20대는 모르겠지만, 우리 때는 비엔나 커피가 유일했던 시절이라..ㅋㅋ, 빈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대요!).  이곳은 중세의 중심이였다(딱 요정도만 알고 있었음ㅋㅋ). 오스트리아의 도시. 개인적으로 시씨라는 인물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는데, 오호라. 이런 분이계셨군 싶다가도, 중세 유럽의 문물이 오롯이 남아있는 사진을 보면서 굉장히 화려한 도시이면서, 독일에 함락당해 나치의 과거에 대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그들의 상흔이 도시의 외관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덮었음에 편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어쩌면 유일한 도시이지 않을까. 싶었다.(과거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그들의 역사가 문득 우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도시.)

그리고 개인적으로 뭔가 미지의 느낌을 주는 나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 챕터는 너지 총리 편이 와 닿았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공산당원으로 총리까지 되었지만,  이념에 사로잡힌 사라이 아니라, 힘들어하는 시민 그 자체를 보아 서방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강제수용소를 폐쇠했던 총리. 하지만 소련의 침략으로 결국은 소련에 의해 죽임을 당한 총리. 그리고 그를 기리기 위한 너지 총리의 동상은 그저 돌탑위에 누군가를 우러러 보는 모습이 아니라, 시민과 눈맞추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여서 책속의 사진이 가슴에 콕 박혔다. 그리고 친푸틴세력의 현 정권으로 이해 너지 총리의 동상이 옮겨졌다는 사실로 인해 개인적으로 헝가리를 가게 된다면, 너지총리 동상만큼은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했던 챕터.

어디서나 아무나 막 찍어도 화보가 된다는 프라하. 프라하의 도시에 흠뻑 빠져들려나~하며 읽었던 이 챕터에서는 "얀후스의 종교개혁"과 역시... 봄을 맞지 못했던 "프라하의 봄"의 역사가 와닿았다. 프라하라는 도시의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아픔의 역사는 그저 이곳 또한 아름다움만 남는 도시는 아니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했달까. 짧든 길든 역사를 가진 곳에서 모든 시간이 모든 장소가 그저 좋은 역사만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현재는 남은 건축물을 보며 그저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그 장소가 가지는 시간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면, 그저 외관이 주는 단순한 아름다움에 더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진 것이 무엇인지 그 나라의 시민성, 이념, 관용 등 보이지 않는 것들을 깊이 느끼게 한다.

드레스덴의 역사는 살짝 다른 곳에서 들어보긴했으나, 이 작은 도시가 당했던 그 어마무시한 폭격을 고스란히 안고 재건해가는 현대의 과정은 그저 놀라웠다. 그리고 종교적 심성이 '없는' 유시민 작가의 눈에도 특별했던 성모교회. 뾰족함이 없고,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종교의 가장 낮은 자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는 점이 나를 궁금케했다. 내가 본 교회, 성당들은 언제나 비슷비슷했기에. (사실 유럽 성당이나 교회는 본적이 없어서;;) 내게 독일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로 등극!

역사덕후의 유럽기행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하는 책이다. 유럽을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ㅎㅎ 간다면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기행을 다시한번 정!독!하고 가리라~마음먹으며.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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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속에 8 + 1~8권 수납 박스 세트 - 아크릴 디오라마 1종
강경옥 저자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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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추억속 만화. 2016년도인가 지인에게 선물한 뒤로, 나도 소장용으로 가져야지 하면서 장바구니속에 넣어뒀었는데, 절판된 사실을 알고서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꼭 샀었어야 했는데, 하며.
그래도 지인이 너무나 재미있었다는 한마디에 내가 이 만화를 얼마나 좋아했었는지가 새삼 떠올랐다. 
그리고 재출간 소식. 
최근 나의 추억속 만화들이 하나씩 재출간을 하기에 강경옥 작가님의 다른 어느 만화보다 "별빛속에"의 출간을 기다렸다.
출간 되자마자 한권씩 주문하며, 완결이 나기를 기다린지 어언 4개월째, 드디어 완결이 났다.

평범했던 지구소녀 신혜는 친구 동훈의  부탁으로 초능력자 소녀사라와 레디온이라는 청년과 임시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알고 보니 그녀는 카피온이라는 행성에서 오래전에 지구로 도망온 제1왕녀 시이라젠느이고, 그녀를 찾으라는 여왕의 지시로 레디온은 왕녀를 찾아 지구까지 온것. 왕녀라는 증표는 1차성징시기에 나타나는 푸른 색 피. 하지만 가장 강력한 후보인 그녀에게서 아직 그 증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카피온의 황위 다툼 및 이권으로 또다른 추격자들은 사라를 살해하기 위해 지구로 온다.
그리고 벌어지는 일들.

사라를 보호하기 위해 곁에 있던 신혜에게서 흐르는 푸른 피. 그녀가 레디온이 찾던 황녀였던 것.
그리고 신혜 주변의 인물들이 하나씩 살해되어 가고, 분노하던 신혜는 결국 카피온의 왕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지구를 떠나 카피온으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역시 그녀는 이방인인 셈.  누구도 신혜를 따뜻하게 맞이하기는 커녕 경계의 눈빛만을 보내는데..

오래전에 읽었던 SF 만화이지만, 다시 읽으며 든 생각은 꽤나 철학적이라는 느낌이였다. 카피온이라는 행성에서 보여지는 신이라는 존재, 그리고 한발자국 떨어져 바라본 지구라는 곳이 주는 느낌. 1999년 이전 작품에서 느껴지는 세기말의 풍경등등. 진화론, 창조론 등도 등장하고, 무엇보다 과학이 그토록 발전하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상황 속에서도 신이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그 의미 속에서 인간으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꽤나 광범위하게 내포하고 있는 만화였다. 

20년도 훨씬 전에 학창시절 읽었던 만화를 중년이 되어 다시 읽음에도 여전히 나는 왜 이리 즐겁고, 슬프고, 재밌는지.
명작은 명작이군.이라는 생각을 다시하게 했던 나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를 드디어 소장했다는 뿌뜻함이 그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한다.

굿굿.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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