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방정식 2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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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몇 해전부터 회귀물이 소설의 한 장르처럼 꽤나 많이 등장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회귀물을 좋아한다. 일종의 만능 치트키 같은 느낌이랄까. 미래를 알고 있는 것만큼 강력한 무기가 또 어딨겠는가! 최근 핫했던 드라마들도 대체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던 회귀물이였다. 
 비참하게 죽어야만했던 이들이 과거로 돌아가 하는 복수는 이보다 더 통쾌할 수 없었다. 이 책 역시 회귀물이 소재라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매들런은 자신의 죽음으로 17살로 돌아가지만, 그녀는 그때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오로지 이안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그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그런데 그 이유가 결코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가 두려워서는 아니다!

현생의 죽음으로 끝나 사교계 데뷔 이전 17살로 돌아간 매들런. 빈 곳만 쥐고 사치를 일삼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데뷔한 사교계.  그곳에서 그녀는 죽음 이전의 삶을 기억하기에 이 하잘 것 없는 이 모든 상황이 그저 귀찮다. 
 허상 뿐인 이 곳. 곧 전쟁으로 모든 것이 무너질 상황 앞에서 그저 허례허식 뿐인 이곳이. 그래서 사교계 데뷔 무대 임에도 그녀에게 춤을 청해오는 모든 이들을 거절했고, 그 행위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그 사람 이안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인연. 어쩌다 과거에서 죽었던 그의 여동생을 구하고, 그들의 삶에 우연찮게 관여한 그녀. 그렇기에 그는 그녀가 점점 흥미로워진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진도가 은근 빠름..) 하지만 그녀는 그의 청혼을 단번에 거절한다. 그런데 여전히 그녀는 그의 미래를 알기에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작된 전쟁.
당연한 듯 참전하는 그를 보며, 그토록 차갑게 거절한 청혼 대상임에도 빗속을 뚫고 그에게 간다. 전쟁터에 가지 말라고, 가지 않으면 내가 당신이랑 결혼이란 걸 하겠다고.
하지만 이안은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듯, 뚜벅뚜벅 전쟁의 포화 속으로 들어간다.
그저 곱디고운 귀족 아가씨였던 매들런은 이전의 인생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전쟁의 상흔을 똑똑히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노팅엄 백작가의 문을 열어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이안의 여동생 이사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간호사가 되기로 한 것이다. 전쟁의 한가운데로 그녀도 걸어 들어간 것이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점은 미래를 아는 것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녀가 회귀해 돌아온 현재는 그녀 스스로 한 인간으로 각성을 하며 많은 것들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 여성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기여코 해내는. 아마도 당시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신 여성 같은 느낌이랄까. 
 온갖 체면이 목숨보다 중요해, 타인의 평판에 갖혀사는 그저 철없는 귀족 영예의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을 살며 자신의 감정 표현에 진솔하고, 관계를 맺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그런 사람으로 변모했기에 그녀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바뀌면서 새로운 미래가 펼쳐져서 였을까. 
 그래서 그녀에게 미래를 안다는 것은 결국 그 때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 뿐. 치트키라기 보다 최소한의 안전망 같은 느낌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뭐 그 때도 지금도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은 똑같긴 하지만. 아유.. 답답이들.

1차 세계대전, 공산주의, 그리고 미국발 경제 대공황 등 이 이야기의 배경 시대가 사뭇 흥미롭다. 요 시대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외국 작가가 아니라 우리 작가에 의해 이토록 자연스럽게 쓰여졌다는 점이. 
배경도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인듯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닌듯한 이 이야기의 결말이였다.  뭐랄까. 누구와 누구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듯한 동화같은 결말인것 같으면서 아니랄까. 그래서 현실적인듯 동화같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결말같은..ㅋ

재밌다. 1권을 읽기시작해서 2권까지 단숨에 달렸으니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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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방정식 1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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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몇 해전부터 회귀물이 소설의 한 장르처럼 꽤나 많이 등장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회귀물을 좋아한다. 일종의 만능 치트키 같은 느낌이랄까. 미래를 알고 있는 것만큼 강력한 무기가 또 어딨겠는가! 최근 핫했던 드라마들도 대체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던 회귀물이였다. 
 비참하게 죽어야만했던 이들이 과거로 돌아가 하는 복수는 이보다 더 통쾌할 수 없었다. 이 책 역시 회귀물이 소재라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매들런은 자신의 죽음으로 17살로 돌아가지만, 그녀는 그때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오로지 남편 이안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그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그런데 그 이유가 결코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가 두려워서는 아니다!

현생의 죽음으로 끝나 사교계 데뷔 이전 17살로 돌아간 매들런. 빈 곳만 쥐고 사치를 일삼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데뷔한 사교계.  그곳에서 그녀는 죽음 이전의 삶을 기억하기에 이 하잘 것 없는 이 모든 상황이 그저 귀찮다. 
 허상 뿐인 이 곳. 곧 전쟁으로 모든 것이 무너질 상황 앞에서 그저 허례허식 뿐인 이곳이. 그래서 사교계 데뷔 무대 임에도 그녀에게 춤을 청해오는 모든 이들을 거절했고, 그 행위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그 사람 이안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인연. 어쩌다 과거에서 죽었던 그의 여동생을 구하고, 그들의 삶에 우연찮게 관여한 그녀. 그렇기에 그는 그녀가 점점 흥미로워진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진도가 은근 빠름..) 하지만 그녀는 그의 청혼을 단번에 거절한다. 그런데 여전히 그녀는 그의 미래를 알기에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작된 전쟁.
당연한 듯 참전하는 그를 보며, 그토록 차갑게 거절한 청혼 대상임에도 빗속을 뚫고 그에게 간다. 전쟁터에 가지 말라고, 가지 않으면 내가 당신이랑 결혼이란 걸 하겠다고.
하지만 이안은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듯, 뚜벅 뚜벅 전쟁의 포화 속으로 들어간다.
그저 곱디고운 귀족 아가씨였던 매들런은 이전의 인생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전쟁의 상흔을 똑똑히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노팅엄 백작가의 문을 열어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이안의 여동생 이사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간호사가 된 것. 그리고 그녀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다시 한번 회귀했지만, 바꿀 수 없었던 이안의 상처. 결국 또다시 무너지는 그를 맞닥뜨리고도, 결국은 그녀는 그를 떠나지 못한다. 간호사라는 의무감도 있었겠지만, 스스로 알 수 없는 감정에 그의 곁을 맴돈다.
그리고 딱 한번 이였던 이사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일에 큰 사건에 휘말리고, 사상범이라는 범법자가 되어 감옥에 구금된다. 이안이 그녀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음에도 스스로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 못했고, 외면할 수 없었던 이가 있었기에 그러했다.

그리고 드디어 떠나 새롭게 시작한 그녀의 인생. 귀족도 아니고, 감옥에 갔던 이도 아니고, 그녀. 스스로 그녀 자신으로 오롯히 설 수 있는 땅.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과 새로운 사랑이 그녀에게 다가 온다.

두근두근.
여전히 가슴 깊이 떠올리면 아픈 사람.
그녀는 정말 이전 삶과 달리 이안을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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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의 시대 - 세대론과 색깔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성장기
김시우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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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80년대 생이 보는 한국이란. 
 한참을 읽다보니, 코로나때 쓰여진 책이구나 싶었다. 80년대 생을 30대라 말하기에,, 엥.. 40대 일텐데 싶었는데, 20년도의 코로나 때가 등장하는 챕터를 보고서야 아. 싶었다.
이 책은 80년대 생들이 한국의 성장기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시각이 담겨있다.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 한국 근현대사의 전반을 각 챕터마다 저자 노트와 함께 설명한다. 어떤 부분은 어려웠고, 어떤 부분은 나의 시대와 겹쳐 흥미롭기도 했고, 어떤 부분은 그 때보다 미래를 어떻게 볼 지에 대한 시각이 아쉬웠다. (5년전이 이렇게 과거였나..싶기도 했고.)

이 책의 가장 큰 점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어떤 이분법적 사고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것 이였다. 그렇지 명암이 고루 존재하고, 그 때는 그것이 옳았겠지만, 지금에서는 아닐 수도 있는 점은 분명히 있다. 그 때가 다 옳았다는 것도, 틀렸다는 재단이 틀린 것이지. 결국 하나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지금 극우를 스피킹을 통해 가장 선명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벌써 5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이 책에 담긴 일부 담론은 현재 진행형이다. 개인적으로 정치는 당시보다 훨씬 더 극과 극으로 나뉘고, 국민들의 시각도 그러하다. 중도가 사라진 느낌. 그냥 느낌일 뿐일 수도 있지만..

1,2장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측면의 발전을 다루고 있다. 독재정권 하의 속도전은 한국을 잘살게 만든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오로지 먹고사니즘을 해결한다고 해서 만족하는 한국인은 없었다. 먹고 사는 문제와 생명. 나의 삶의 질과 연관된 사회적 이슈는 박정희식 개발과 베트남 전을 거치면서 드러난 한 인간으로써 가지는 존엄을 생각하게 했고, 그것이 민주화 세력의 탄생을 만들어 냈다. 그 세력이 만든 민주주의는 결국 현재의 2024년 빛의 혁명까지 이어지며, 일본의 민주주의를 추월하고,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보게 하는 발판이 된 셈이다.


"경제성장도 하면서 최소한의 자유도 달라고, 더 이상 이렇게 억압하지 말라고 했다. 일관성의 세계를 사는 이들에게 이것은 땡깡이었고(군부 독재 측에서 볼 때), 아니면 충분히 계몽되지 못한 무지몽매함이였다.(민주화운동 세력에서 볼 때).
하지만 결국 이들만이 세상을 바꾸면서 균형을 맞추는 사람들이었고, 그 요구가 실제로 세상을 바꾸었다. 그것은 땡깡이나 무지몽매함이 아니었다. 다만 삶이었다. 삶은 일관적이지 않다." p.79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4장. "한국의 청년세대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에서 나는 요즘의 소위 20대에서 나타나는 극우 현상에 대해 궁금했지만, 이 책이 쓰여진 때에는 이토록 뚜렷함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저출산과 시장경제+복지국가를 선택했다는 담론을 다루고 있다. 이 부분에서 이 책의 후속편에서는 이런 주제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다.(후속편 내주세요!)

포스트 코로나:추격에서 추월의 시대를 다룬 부분에서는 ㅋ 

이미 포스트 코로나를 사는 한 사람으로, 그리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우리가 가진 한계와 장점을 제대로 보았던 한 사람으로 PASS. 추월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지정학 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전세계 절반 이상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국에게 어쩔 수 없이 당해야하면서도, 협상의 대상자로써 원하는 것의 일부를 이끌어 내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과 박수를 함께 보냈다.
 
 그리고 7장. 개인적으로 미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조선업의 위상이 새삼 놀라웠는데, 이 책에서 등장하는 한국식 발전의 근간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것이 지금 미국에서도 유효하다는 사실. 오호라. 선진국도, 후진국도 아닌 선망국. 이제는 선진국으로 합시다.ㅎ
 '한국식 오프쇼어링'의 성공은 분명 일장 일단은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주요 기술을 잃지 않은 상태로 현재까지 이끌었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장점이 좀 더 많은 것으로. 

그리고 일자리 문제. 이것은 공정이라는 화두와도 묶여가며, 중소, 대기업등의 일자리. 그것은 나아갈 곳 없고 선택할 곳 없는 청년 세대의 삶의 질과도 엮인다. 이 파트는 사실 이 책 한 권정도의 분량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챕터.

2025년의 지금에서는 AI 시대에서 "양질의 일자리"라는 것은 허울 뿐 아닐까. 5년 만에 확 바뀐 일자리 생태계를 보며, 1년 후가 가늠되지 않는 현재에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글쎄. 공정성에 대한 화두,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화두. 이 모든 것이 AI라는 단어 아래서 과연 유효한 것 인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은 경제성장의 측면을 바라본다. 이것은 우리의 식민 사관과도 연계되어 있고, 그것은 곧 1000년동안 이뤄져온 조금은 비굴한(?) 의미의 사대 외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부터 설명한다.  하지만 일본의 식민지를 거쳐 미국의 원조를 받으면서도, 유사한 길을 밟아온 수많은 나라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으로 빠르게 추격에서 추월의 시대로 넘어온 한국의 힘은 배운 것을 넘어서는 한국인만의 저력이 있었다는 점.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단순한 비관론으로 바라보는 이는 25년 한국에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없을 듯. 현명한 낙관론을 시민들 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 아닐까. 합리적 선택을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여 지금에 이르렀으니까.

흥미롭고 재밌는 책이였다.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한국사회의 성장기를 다뤘으니,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해 한번 더 뭉쳐주시길 바라며.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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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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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단후쿠가 뭔지 몰랐다. 제목의 의미를 알고나서는 알고싶지 않아졌다. 늘 우리의 가장 고통스러운 과거를 이야기하는 김숨작가님이 아니였다면, 아마 나는 외면했을 것이다. 이 책을.하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그분들의 말씀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나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라 해야하나. 책의 말미의 추천사를 쓰신 박소란 시인에 따르면 책의 첫 문장을 읽으며 이 것은 시라 하셨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그런가?
보통의 소설은 기승전결로 이야기가 흐른다. 하지만 이 책 간단후쿠는 이야기 라기보다 열두살. 아니 엄마와 헤어지고 다른 것을 세느라 자신의 나이 세는 것을 잃어버린 한 여자아이의 나래이션이다. 간단후쿠를 입고, 간단후쿠가 되어, 간단후쿠에 누워, 나와 나의 몸을 분리시켜버린.
 죽는 것도, 살아있는 것도 무엇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요코, 나나코, 미치코 내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하루를 그저 버티는 아이의 말이다. 진짜 요코도, 나나코도, 마치코도 심지어 내 이름도 잊어버린.
스즈랑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곳을 집구석이라 말하는.
이야기의 전개가 아니라, 한 아이의 끝없는 말을 듣는 것이 이토록 고통스러울 수 있을까. 그저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가 이토록 황폐할 수 있을까.읽는 내내 고통스러웠지만, 책을 덮을 수는 없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고,어디선가는 또다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 일 수 있기에 그러했다.

 “위문은 군인을 위로하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그리고 돌림노래.” p.218

바늘 공장에 그릇 공장에 총알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해 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에 팔려온 아이가 주소도 모른 채 글자도 모른채 엄마에게 쓰고 싶은 편지의 마지막 한 줄이 그저 "답장은 하지 마세요" 라는 이 책의 말미에서 나는 앙 다물었던 입에서 새어나오는 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내가 이 책을 숨을 참으며 읽고있음을 알았다.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을 자세한 묘사도, 어떤 역사적 사실이나 이야기의 배경을 다 제외하고도 가슴을 답답하여 내 가슴을 치게 만드는 역사라니.

이 이야기를 김숨 작가님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10년동안 듣고서야 글로 옮길 수 있었다고 한다. 10년동안.. 이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 수 있었을까. 아.. 하지만 할머니는 자신들에게 가해진 이 사실을 90년 100년동안 끊임없이 되새겨야 하셨겠구나.. 그리고도 어떤 보상보다도 그들의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를 기다리시는 그 마음이 어떨지 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

정말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가끔은 펼쳐보게 되겠지....
그리고 또 매번 숨을 참아가며 읽게 되겠지.....

추천.
진짜 추천.

“향수병은, ’망상병‘과 함께 오곤한다. 부모님은 벌써 날 잊었을 거라는, 아무도 날 기다리지 않을 거라는 망상병이 더해지면 향수병은 약도 없는 고질병이 된다. 고질병에 걸린 나는 집에 돌아와 있는 굼을 꾼다. 나는 집에 있으면서 집에 돌아가고 싶어 애를 태우다 욺며 깨어난다. 집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스즈랑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트럭을 타고도, 기차를 타고도 돌아갈 수 없다. 걸어서도.”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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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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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기에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눈을 뗄 수 없었다. 처음에는 고구마 백만개를 먹는 듯. 마치 카프카의 소송이 떠오르는 전개였으나, 해학으로 넘어가 슬픔으로 끝나는 전개랄까. 
책 한권에서 감정이 온갖 감정이 오고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장은 그저 은행에서 존재감 없는 과장 일 뿐이다. 본부장의 눈밖에 나 전국의 담 보물건을 보러다니는 중, 본부장의 전화를 받았다. 요직에 넣어주겠다는. 별다른 기쁨보다는 왜?라는 의문이 들던 어느날, 뉴스에서 서해안에 떠내려온 말뚝들을 언급한다.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차에 놓여진 메모 한장을 들여다 보다 알 수 없는 이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트렁크에 갖힌 채 만 하루를 끌려 다닌다. 트렁크를 열고 나왔을 때는 납치범들은 이미 도주하고 없었다.
스스로 납치 신고했지만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CCTV도 없고, 차에는 어떤 흔적도 없었고, 자신이 트렁크에 납치된 동안 들었던 뉴스는 어디에도 나온 적이 없다. 마치 나 조차도 나의 납치를 의심하게 만드는 전개라니.

하지만 다시 돌아온 곳에서 장은 이전과는 다르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행동한다. 이전의 장과 다르게. 주변인들이 왜저러지.. 싶을 정도.
그러던 중 대한민국 곳곳에서 등장하던 말뚝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위기는 고조된다. 바다 어디에서 발견되던 말뚝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 건물 안 등등 사방 곳곳에서 등장한다. 결국 알 수 없는 현상에 국가는 감추기 급급하고, 기여코 계엄령을 선포한다. 그리고 끝없이 쏟아지는 포고령.
사회 곳곳에 등장하는 군인들. 총알을 장전하고 그들은 곳곳에서 검문검색을 시작한다. 군인이 통제하는 세상.
그리고 장의 집에도 말뚝이 나타났다.
언젠가 그의 집을 찾았던 경찰이 말한 최초의 말뚝임을 장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누구인지도. 다만 이름은 끝내 기억하지 못한채.

이 책은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도하고,
어느 현장에서 이름없이 죽어가야만 했던 노동자를 떠올리게도 하고,
세월호를, 이태원 참사를 생각나게 한다. 그 모든 일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같은 상황이 이 책속에서 펼쳐진 느낌.
우리가 수많은 사회적 재난을 어떻게 잊었는지, 그리고 국가는 그 사실을 어떻게 감추기에 급급했었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 장 앞에 나섰던 말뚝은 어쩌면 내가 아니였을 때 0%의 상황이지만, 나일 때는 100%일 수 밖에 없는 사회의 무관심에 대한, 장의 양심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말뚝은 우리가 외면했던 것에 대한 우리의 마지막 양심이 표상되어 보인 것 아니였을까. 그래서 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내게는 다르게 보인 말뚝들.
그리고 그 앞에 섰을 때 표정없는 그 말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슬픔은 우리가 가슴 저편에 감춰뒀던 양심이라는 이름의 죄책감의 발로이지 않았을까...
그리서 책의 서두에 전개된 장의 납치 역시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 대해 말그대로 타자일 때 0이였던 것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100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듯 했다. 그러니 사회적 재난에 눈감지 말라는. 언제까지나 나에게 0일 수는 없다고 말뚝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뭘까.
고구마 100개를 먹는듯한 답답함으로 읽었던 이 이야기는 어느새 말뚝의 의미가 드러나면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식의 사이렌이 묵직한 슬픔으로 들린다.
사회적 참사에 함께하는 연대, 애도가 있어야, 그 다음을 나아갈 수 있음을, 같은 아픔을 겪는 이가 더 이상은 없게 해야 함을 말뚝들은 말하고 있다.
외면하지 말자. 외면하는 순간 나의 집 한가운데에 말뚝이 내 가슴 한가운데 말뚝이 박힐 수 있음을.

진짜 추천!


"목소리를 들었으니 서로 안부는 확인한 셈이었다. 다시 또 해주의 전화를 받는 날이 있다면 좀 더 밝게 통화할 수 있도록 농담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삼십 초 정도 깔깔거리며 배를 잡고 웃을 만큼 재밌는 농담이 필요했다."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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