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 1 - 왕좌의 옆에 서다
서자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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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왕후. 조선의 역사를 좋아했던 내게 원경왕후는 귀에 익은 인물이였다. 고등학교 때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박종화 작가님의 세종대왕에서부터 몇해 전 육룡이나르샤라는 드라마까지 조선 건국 스토리에 빠지지 않는 인물로, 조선 건국의 공신 중 한 명으로 보였으니까.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몇차 때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으나 왕자의 난 때, 덜덜 떠는 이방원에 갑옷을 입혀 내보낸 분이라는 야사가 있을 정도이니,,
 그런 원경 왕후를 주인공으로 한 책이 나왔다. 물론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임을 밝힌다.  이 소설은 조선 건국의 관점을 원경왕후를 중심으로 그리고 있기에, 그분이 가졌던 생각, 감정등이 너무나 잘 녹여져 있는 소설이다.


 아버지 민제대감의 셋째 딸로 태어난 자경은 유난히 학문도 미모도 뛰어났고,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는 의지와 추진력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여자이기에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현실에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그런 자경(원경왕후)과 방원의 어린시절 만남에서 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당시 방원을 유심히 보던 민제대감은 그를 자신의 제자로 들이고, 민제대감의 수하생으로 들어온 방원은 두살 연상인 자경을 자신도 모르게 사랑한다. 그를 문하생 정도로만 여겼던 자경은 자신의 이야기나 충고를 받아들여 발전해가는 방원을 다시 보게 되고, 그를 자신의 남자로 낙점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이 생겨버린 둘은 결혼을 결심하는데..
 하지만 자경이 택한 방원은 당시로써는 권문세가 였던 민제의 집안의 입장에서는 기우는 혼사였다. 하지만 새 국가에 필요한 무인집안이라는 점, 방원이 그 집안에서 문인으로 컸다는 점, 그리고 방원이 가진 잠재력이 자경으로하여금 그를 선택하게 했다. 모두가 갸우뚱하는 혼사였지만, 아버지 민제는 자경의 뜻을 알아, 허락했고, 둘은 행복했다. 

그리고 이후의 스토리는 조선 건국의 역사. 소설은 그 조선건국의 시나리오를 자경의 관점에서 그린다.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그자리. 여자로써 누구의 아내가 아닌 자신의 존호만이라도 남기고 싶었던 자경의 의지와 목표는 방원을 왕위에 옹립하지만, 누구를 위한 왕위 였는지조차 모르겠는 방원의 후회와 이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자경과 방원의 사이를 갈라놓는다. 자경은 방원의 여림에 방원은 자경의 목적에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된 셈이다. 

하지만 결국 가장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이자, 서로를 가장 연모했던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버텨낸다.

하지만 자경의 입장에서 조선 건국에 그녀의 지략과 그녀의 아버지 민제대감이 가지는 영향력 등이 큰 도움이 되었으나, 결국 남편 방원으로 인해 친정이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장 가까이 아꼈던 행아와 상인에게 상처가 되었다.(상인의 마지막은 너무 슬펐어요.ㅠ) 그럼에도 그녀는 그 모든 것을 기꺼이 감내하며 버텼다. 자신이  여자라 가질 수 없었던 그 시대 속에서 그녀가 가졌던 목표로 인해  그녀가 버텨야 할 시간이였으니까...그리고 결국 해내었다. 수도없는 고통스런 나날을 참아내야 했지만.
스스로의 목적을 위해 그녀는 방원을 사랑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사랑했고, 그의 사랑을 외면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목적이 아니라 그를 사랑했기에 받아들이 시간이였음을 깨닫는다.

서자영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는데, 소설인것을 알면서 읽으면서도 사실인가 싶을 정도로 역사적 사실 안에 소설의 내용을 너무나 리얼하게 녹였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놀라웠다. (역사적 사실만 놓고 보면 비약이라 할 수 있으나, 소설인데뭐!!) 하지만 생각해보면 남성중심이였던 그 시대 속에 원경왕후의 공이 축소되었는지 어찌 알겠는가. 남성우위 사회였음에도 그녀의 영향력은 알음알음 전해지고 있으니.. 사실 뭐 원경왕후가 얼마나 큰 일을 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은가! (라고 혼자 생각하는 중~.ㅎ)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스토리!
킬링타임용 소설로 추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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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원경 1~2 세트 - 전2권
서자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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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왕후. 조선의 역사를 좋아했던 내게 원경왕후는 귀에 익은 인물이였다. 고등학교 때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박종화 작가님의 세종대왕에서부터 몇해 전 육룡이나르샤라는 드라마까지 조선 건국 스토리에 빠지지 않는 인물로, 조선 건국의 공신 중 한 명으로 보였으니까.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몇차 때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으나 왕자의 난 때, 덜덜 떠는 이방원에 갑옷을 입혀 내보낸 분이라는 야사가 있을 정도이니,,
 그런 원경 왕후를 주인공으로 한 책이 나왔다. 물론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임을 밝힌다.  이 소설은 조선 건국의 관점을 원경왕후를 중심으로 그리고 있기에, 그분이 가졌던 생각, 감정등이 너무나 잘 녹여져 있는 소설이다.


 아버지 민제대감의 셋째 딸로 태어난 자경은 유난히 학문도 미모도 뛰어났고,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는 의지와 추진력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여자이기에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현실에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그런 자경(원경왕후)과 방원의 어린시절 만남에서 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당시 방원을 유심히 보던 민제대감은 그를 자신의 제자로 들이고, 민제대감의 수하생으로 들어온 방원은 두살 연상인 자경을 자신도 모르게 사랑한다. 그를 문하생 정도로만 여겼던 자경은 자신의 이야기나 충고를 받아들여 발전해가는 방원을 다시 보게 되고, 그를 자신의 남자로 낙점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이 생겨버린 둘은 결혼을 결심하는데..
 하지만 자경이 택한 방원은 당시로써는 권문세가 였던 민제의 집안의 입장에서는 기우는 혼사였다. 하지만 새 국가에 필요한 무인집안이라는 점, 방원이 그 집안에서 문인으로 컸다는 점, 그리고 방원이 가진 잠재력이 자경으로하여금 그를 선택하게 했다. 모두가 갸우뚱하는 혼사였지만, 아버지 민제는 자경의 뜻을 알아, 허락했고, 둘은 행복했다. 

그리고 이후의 스토리는 조선 건국의 역사. 소설은 그 조선건국의 시나리오를 자경의 관점에서 그린다.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그자리. 여자로써 누구의 아내가 아닌 자신의 존호만이라도 남기고 싶었던 자경의 의지와 목표는 방원을 왕위에 옹립하지만, 누구를 위한 왕위 였는지조차 모르겠는 방원의 후회와 이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자경과 방원의 사이를 갈라놓는다. 자경은 방원의 여림에 방원은 자경의 목적에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된 셈이다. 

하지만 결국 가장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이자, 서로를 가장 연모했던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버텨낸다.

하지만 자경의 입장에서 조선 건국에 그녀의 지략과 그녀의 아버지 민제대감이 가지는 영향력 등이 큰 도움이 되었으나, 결국 남편 방원으로 인해 친정이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장 가까이 아꼈던 행아와 상인에게 상처가 되었다.(상인의 마지막은 너무 슬펐어요.ㅠ) 그럼에도 그녀는 그 모든 것을 기꺼이 감내하며 버텼다. 자신이  여자라 가질 수 없었던 그 시대 속에서 그녀가 가졌던 목표로 인해  그녀가 버텨야 할 시간이였으니까...그리고 결국 해내었다. 수도없는 고통스런 나날을 참아내야 했지만.
스스로의 목적을 위해 그녀는 방원을 사랑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사랑했고, 그의 사랑을 외면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목적이 아니라 그를 사랑했기에 받아들이 시간이였음을 깨닫는다.

서자영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는데, 소설인것을 알면서 읽으면서도 사실인가 싶을 정도로 역사적 사실 안에 소설의 내용을 너무나 리얼하게 녹였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놀라웠다. (역사적 사실만 놓고 보면 비약이라 할 수 있으나, 소설인데뭐!!) 하지만 생각해보면 남성중심이였던 그 시대 속에 원경왕후의 공이 축소되었는지 어찌 알겠는가. 남성우위 사회였음에도 그녀의 영향력은 알음알음 전해지고 있으니.. 사실 뭐 원경왕후가 얼마나 큰 일을 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은가! (라고 혼자 생각하는 중~.ㅎ)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스토리!
킬링타임용 소설로 추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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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 -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명강의
박찬국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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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가장 유명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저자의 강의같은 책이다. 워낙 난해하고 어렵기로 유명한 니체의 사상을 이 책 한권을 통하 톺파볼 수 있는 책이랄까.

나는 개인적으로 저자의 책을 좋아한다. 어려운 철학을 나의 눈높이에서 설명해 주고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며 니체의 사상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는데, 읽고 보니 참… 어려운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말했던 인물이고, 기존의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초인, 영원회귀사상을 말했던 인물이다. 25살에 대학 교수직을 위임받았으나, 자신이 더 이상 그것을 원하지 않았을 때, 과감히 그 직위를 떨쳤고, 자신의 사상을 살아있을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고, 그의 마지막 생이는 병마와의 싸움이였다.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니체의 사상은 어떤 정신으로,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런 인간이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은 아니 헤쳐나가야 하는 세상은 어떤 것인지를 말하고 있었다. 
낙타에서 태어나, 사자를 거쳐,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고, 그럼에도 기존의 관념과 방식을 탈피하고, 몰락하는 인간을 거쳐 초극으로 나아가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떨치고, 현실에 안주하는 말세인이 될 바에는 건강한 이기심과 욕망을 가진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는 타인을 동정하지 아니하며, 서로에게 건강한 경쟁자로써 각자가 발전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발상의 전환? 생각의 놀라움을 가져온 부분이 있었는데, 동정을 받는 자에 대한 부분이였다. 동정을 받는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니체의 생각이였다. 

”그런데 니체는 동정받는 다도 타인들의 동정심을 일으키면서 그들로 하여금 고통을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힘을 확인한다.“ p.203

이 부분은 지금의 미디어가 가난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가난을 가진자의 권력이라기보다는, 
사실 약한자에 대해 갖는 인간의 감정조차 너무나 왜곡된 권력감정으로 보는 부분에서는 살짝 불편함이 있긴했다. 우리가 지금 너무나 무한 경쟁사회 속에 놓여있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지금만큼 없던 시기가 있었나 싶은 지금이기에 이런 불편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에서 만큼은 기독교적 동정심이나 공감에 좀더 마음이 가는 것은 사실. 어쩌면 이또한 니체는 건강한 동정심을 말할 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일어날 힘으로써의 동정심을 말이다. 사실 둘중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시기이니까. 둘다 필요한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부분.

니체의 사상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긴 했지만(나치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사상이라는 점에서 더 그러했는지도) 하지만 결국 니체가 말한 것의 중심에는 ”중용“이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뭐든 적당한 것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삶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그러했다. 동정에도 이로운것이 있고, 해로움이 있으며, 초극적 인간이 되기위한 욕망, 육욕, 이기심에도 이로움이 있고 해로움이 있었다. 그 자체가 옳다는 것이 아님을 니체는 분명히 말하고 있었고, 저자도 그 부분은 분명히 짚고 있기에.
결국 그 속에서의 균형은 스스로잡아야 하는 것이며, 과거를 떨치고 나아가는 것도 자신이고, 그 나아감속에서 잡아야하는 균형도 나의 몫인 셈.

아.. 나는 사자로 가다가 낙타로 주저앉아 말세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 근데 영원회귀사상 속에서 나는 지금을 다시 살아도 그닥 나쁠것 같진 않고, 
어렵네. ㅎ

그래도 이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읽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한 챕터 한 챕터를 읽으며, 많은 부분을 곱씹으며 읽게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드라마와 책이 떠올랐다. 신에 대한 부분도, 선과 악에 대한 부분도, 결국 인간사 속에 녹아있는 사상이니까.

추천! 추천!!

”귀족은 혈통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성취한 정신적 고귀함에 의해서 규정됩니다.“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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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0
안네 프랑크 지음,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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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었드랬다. 그런데 중년이 된 지금 다시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다니. 내 인생의 유일한 책일 듯. 두번을 읽고, 두번 다 그 감상을 쓰게된. 당시에 어떤 감정이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어린 여자아이의 일기를 읽는 느낌 외에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이 일기의 주인공인 안네가 끝내 발각되어 끌려간 수용소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는 충격, 슬픔만이 기억될 뿐.

중년이 된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된 이유는 궁금했다. 내게 이 책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가.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다시피, 유대인인 안네의 가족이 나치를 피해 은신처에 숨어있는 2년동안 이야기이다. 안네의 눈으로 쓰여진.  

 안네는 그곳 은신처에서 지내던 사람들 중 가장 막내 고작 열 다섯살이였다. 어렸을 때는 안네의 관점에서 이 일기를 읽었지만, 지금은 이 일기를 책으로 펴내었던,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아버지의 심정으로 읽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저 아이의 일상으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그 일상을 이토록 밝게 버텨내던 안네가 16살, 17살을 맞이하지 못한 결말이 계속해서 떠올라 일기를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바깥에서 풀내음, 나무내음을 한번이라도 맡고픈 그저 작은 소망을 가졌던 아이. 사춘기를 보내며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면서도, 부모님의 얼굴을 더 살폈던 아이, 같은 은신처의 페터와 첫사랑으로 행복했던, 그래서 어른이 된 안네는 어떤 사랑을 하게될지 살짝 나를 설레게 했던 아이. 썩은 감자와 냄새나는 음식, 매번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것마저 감사했던 아이, 대수학은 너무나 싫지만, 역사와 문학을 사랑했던 아이.

이 아이가 은신처에서 살아남아 무사히 탈출해 사랑을 했다면,

이 아이가 은신처에서 살아남아 그 해 학교를 갔더라면,

이 아이가 은신처에서 살아남아 풀내음과 꽃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면,

그리고 어른이 되어 원하는 기자가 되었다면,

일기를 읽는 내내 이런 가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의미한 일이지만,,


일기를 읽으며, 안네는 은신처 속에서도 참 밝은 생각을 했구나.. 싶다가도 문득문득 삶보다 죽음을 생각하고, 자신의 끝을 생각하는 듯한 글귀 속에서는 나의 마음을 써내는 일기 속에서 조차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의 현실을 그 현실속에서 느껴지는 불행과 슬픔을 숨겨야 했던 그녀의 열다섯 어린마음이 쓰리게 다가왔다.


다시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누구나 누려야 할 평범한 일상을 뺏겨야 하는 시간이 절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죽은 후에도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어! 그래서 내게 이런 재능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해. 글을 쓰고 내 자신을 표현하면서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주셨으니까" p.283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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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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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잘 읽는 편은 아니다. 뭔가 내게 난해하달까. 심오하달까. 소설을 읽음에도 스토리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작가의 세계관에 빠져들기 힘들어서인지도.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오래만의 작품이기도 하고, 제목이 궁금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 책은 자아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시간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성장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역시나 묘했다. 뭐랄까 내게는 하루키스럽달까...

 

열 여덟의 나는 열 일곱의 그녀를 만났다. 시상식에서. 그리고 그녀와 가끔 만나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녀가 만든 세계였고, 그는 돕기만 했을뿐.  그녀를 만날 수 없던 어느날, 그는 그 세계속에서 깨어났다. 그 도시 안으로 들어가려면 성밖에 그림자를 두고 가야했다. 그렇게 어느순간 나는 내가 만든 도시에 들어갔다. 도시는 벽으로 쌓여있고, 나는 그 도시의 도서관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가 그녀의 본체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 보지 못한다. 그 도시에서 나의 역할은 도시에서 꿈을 읽는 사람이다. 꿈을 읽기위해 눈에 상처를 내야 했고,  나와 떨어진 나의 그림자는 나와 떨어져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도시의 규율을 무시하고 그림자를 연못으로 탈출 시켰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현실로 돌아와있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출판사를 떠나 지방의 도서관 관장으로 옮겨온다. 그리고 만난 전 관장 고야스씨. 그는 뭔가 묘했다. 그 도시안에서 보았던 베레모를 쓰고, 스커트를 입는 사람. 인수인계라는 명목으로 2-3일에 한번씩 문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인물. 그리고 그는 도서관에서 자신이 그녀와 만들었던 그 도시속에서 보았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어느 추운 겨울밤 고야쓰씨의 전화를 받고 간 도서관에서 그의 고백을 듣는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책상위에 그 도시가 그려진 지도 한장을 놓았다. 누굴까. 어떻게 이 도시를 아는 것일까.

 

그 도시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도시안에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 도시를 나온다는 것은? 그곳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고, 책을 읽지만 매 페이지가 같은 페이지이다.

하루키라는 작가가 그린 도시는 어쩌면 불완전한 우리의 내면일지도, 아니면 영원한 시간을 사는것 같았지만 끊임없이 불안했던 나의 청소년기인건가... 싶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현실을 잊기위해 만든 어쩌면 나만의 가상세계를 나타내는 특정한 공간인걸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책속의 나에게  현실이 그림자일까? 도시속의 내가 그림자일까? 실체는 그림자일까 본체일까. 사실 그 구분이란것이 애초부터 가능할까? 해가 비치면 그림자와 본체는 분명하지만, 빛이 없는 곳에서는 둘은 한몸이다. 애초부터 정확한 선을 그을 수 있을까? 

정말 많은 생각 속에서 책을 읽게 만든다.

 

역시나 하루키는 만만한 작가가 아니다. 책속에 마냥 빠져들지도, 그렇다고 이 책에서 눈을 뗄 수도 없게 만든다.  

도시에 대해 그리고 현실에 대해 어느쪽이 진짜일까? 진짜인 실체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한.

 도시안에 있으면, 그 바깥이 생각나고, 바깥에 있으면 도시를 떠올린다. 뭘까. 내가 생각하는 그것은. 시간 같기도, 공간같기도 한. 이 이상스런 느낌은.

 

흥미로우면서도 묘하다.

 

“나는 눈을 감고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예전에는 이를테면 내가 열일곱 살일 때는 — 시간 같은건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까웠다. 물이 가득찬 거대한 저수지처럼. 그러니 시간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 시간은 유한하다. 그리고 나이들수록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점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째거나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가니까.” p.636

 

“너희는 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설령 하나를 통과하더라도 그 너머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다. 무슨짓을 하든 결과는 똑같아.“ p.206

 

“어느세계에 속해야 할까? 나는 아직 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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