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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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잘 읽는 편은 아니다. 뭔가 내게 난해하달까. 심오하달까. 소설을 읽음에도 스토리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작가의 세계관에 빠져들기 힘들어서인지도.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오래만의 작품이기도 하고, 제목이 궁금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 책은 자아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시간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성장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역시나 묘했다. 뭐랄까 내게는 하루키스럽달까...

 

열 여덟의 나는 열 일곱의 그녀를 만났다. 시상식에서. 그리고 그녀와 가끔 만나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녀가 만든 세계였고, 그는 돕기만 했을뿐.  그녀를 만날 수 없던 어느날, 그는 그 세계속에서 깨어났다. 그 도시 안으로 들어가려면 성밖에 그림자를 두고 가야했다. 그렇게 어느순간 나는 내가 만든 도시에 들어갔다. 도시는 벽으로 쌓여있고, 나는 그 도시의 도서관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가 그녀의 본체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 보지 못한다. 그 도시에서 나의 역할은 도시에서 꿈을 읽는 사람이다. 꿈을 읽기위해 눈에 상처를 내야 했고,  나와 떨어진 나의 그림자는 나와 떨어져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도시의 규율을 무시하고 그림자를 연못으로 탈출 시켰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현실로 돌아와있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출판사를 떠나 지방의 도서관 관장으로 옮겨온다. 그리고 만난 전 관장 고야스씨. 그는 뭔가 묘했다. 그 도시안에서 보았던 베레모를 쓰고, 스커트를 입는 사람. 인수인계라는 명목으로 2-3일에 한번씩 문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인물. 그리고 그는 도서관에서 자신이 그녀와 만들었던 그 도시속에서 보았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어느 추운 겨울밤 고야쓰씨의 전화를 받고 간 도서관에서 그의 고백을 듣는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책상위에 그 도시가 그려진 지도 한장을 놓았다. 누굴까. 어떻게 이 도시를 아는 것일까.

 

그 도시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도시안에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 도시를 나온다는 것은? 그곳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고, 책을 읽지만 매 페이지가 같은 페이지이다.

하루키라는 작가가 그린 도시는 어쩌면 불완전한 우리의 내면일지도, 아니면 영원한 시간을 사는것 같았지만 끊임없이 불안했던 나의 청소년기인건가... 싶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현실을 잊기위해 만든 어쩌면 나만의 가상세계를 나타내는 특정한 공간인걸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책속의 나에게  현실이 그림자일까? 도시속의 내가 그림자일까? 실체는 그림자일까 본체일까. 사실 그 구분이란것이 애초부터 가능할까? 해가 비치면 그림자와 본체는 분명하지만, 빛이 없는 곳에서는 둘은 한몸이다. 애초부터 정확한 선을 그을 수 있을까? 

정말 많은 생각 속에서 책을 읽게 만든다.

 

역시나 하루키는 만만한 작가가 아니다. 책속에 마냥 빠져들지도, 그렇다고 이 책에서 눈을 뗄 수도 없게 만든다.  

도시에 대해 그리고 현실에 대해 어느쪽이 진짜일까? 진짜인 실체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한.

 도시안에 있으면, 그 바깥이 생각나고, 바깥에 있으면 도시를 떠올린다. 뭘까. 내가 생각하는 그것은. 시간 같기도, 공간같기도 한. 이 이상스런 느낌은.

 

흥미로우면서도 묘하다.

 

“나는 눈을 감고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예전에는 이를테면 내가 열일곱 살일 때는 — 시간 같은건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까웠다. 물이 가득찬 거대한 저수지처럼. 그러니 시간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 시간은 유한하다. 그리고 나이들수록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점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째거나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가니까.” p.636

 

“너희는 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설령 하나를 통과하더라도 그 너머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다. 무슨짓을 하든 결과는 똑같아.“ p.206

 

“어느세계에 속해야 할까? 나는 아직 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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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역사가 - 주경철의 역사 산책
주경철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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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걸어온 지난 길을 거닐며 역사의 풍경을 바라보다”라는 글귀가 책의 뒷 표지에 적혀있었다. 

책은 길가메시서사시부터 68운동까지 이야기를 통해 돌아보는 우리의 역사를 열다섯개의 글로 쓰여졌다. 

 책의 목차를 보는 순간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돌아볼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길가메시 서사시. 친구 엔카두의 죽음을 통해 불멸에 대한 여정을 떠난 길가메시. 이 여정을 통해 말하는 불가능한 꿈을 향해 나아가며, 결국 현실을 깨달으며, 지혜로움을 얻는 이야기. 이것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기이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사회를 구성해가는 이야기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책은 바카이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는 딱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온갖 다양성과 양가성을 포함하고 있는 존재임을 말한다.


그리고 이븐바투타를 본 당시의 이슬람 문화권의 전성기. 그리고 이반뇌제를 통해 본 러시아. 하나는 문화권, 하나는 국가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싶었다. 어쩌면 저자가 지금 우리가 갖는 편견 중 하나인 이슬람 문화와 러시아라는 국가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는지도, 


 이제부터는 어쩌면 익숙하면서도, 우리가 한쪽의 면면만을 바왔던 서유럽 문명의 이야기이다. 아스테카 제의와 기독교의 만남. 이것은 서로 다른 문명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힘을 가졌던 한 쪽이 다른 문명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채 그저 야만이라는 명명하에 무너뜨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도 그것을 야만이라 했지만, 그것이 그 문명의 속성 그 자체를 속속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우리의 단편적인 생각은 아닌지를 말이다. 

그리고 또한 서유럽문명이 가졌던, 아니 어쩌면 당시 서유럽문명을 대표하였던 기독교가 가졌던, 아니 어쩌면 시대적 한계였었을 당시에 대해 치즈속 구더기의 비유로 당시에 메니키오의 입을 빌어 던져진 질문이기도 했다. 당신들이 믿는 것은 진실일까? 구전을 통해 현재를 이해했던 시대에서 인쇄술의 발전으로 시작된 텍스트를 문맥속에서 이해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던져진 질문은 결국 이단이라는 명명하에 화형으로 그의 인생을 끝냈지만, 그의 질문은 여전히 현재에도 유효하지 않을까. 그것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의 악의 고전. 마녀사냥의 역사까지 이어진다. 

 “문명”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말 만큼 상대적인 단어가 있을까 싶었던 위 3가지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우리에게 야만과 문명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그 차이가 결국 힘과 자본. 인간의 이기심을 덮은 단어였는데..


그리고 제일 재밌었던 계몽주의에 대한 이야기. 저자는 그 계몽주의를 사랑의 철학 ‘카사노바’를 통해 이야기한다. 대명사가 되어버린 그의 이야기. 뭐, 역시 사랑은 치정, 질투 뭐 이런게 흥미를 끄는 주제지.ㅎ 라는 생각을 하며 읽은 이 이야기는 ㅋㅋㅋ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진짜 재밌다.ㅎㅎ 카사노바의 철학은 시대를 가리지 않았달까.ㅋㅋ 진정한 사랑의 철학자이다. 사랑에 대한 철학관도 분명했고, 그의 삶은 내일이 없는 현재만을 바라보는 어쩌면 진정한 현대판 욜로의 삶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 였으니.


그리고 카사노바를 통한 잠깐의 봄(?)을 지나 근현대를 들어서 나타나는 저항문화, 자본주의의 붕괴, 사회주의, 그리고 홀로코스트(쇼어)를 통해 들어난 야만의 극대화. 그리고 과거를 성찰하고, 현대 민주화의 시발점이 된 68운동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부분을 읽으며 지금의 사회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정말 최근부터이다. 우리는 그 사회를 지켜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든다. 

 사실 책의 중간에 나오는 바타비아를 읽고 있다보면, 인간의 본성은 어떤 것일까? 로빈슨크루소의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힘에 의해 유지되는 정말 한쪽에서 가져온 평화일뿐.  어쩌면 파리대왕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본성이 진짜일지도 모른다.

 표면적이나마 평화가 유지되는 현대사회 속에서 점점 정치, 사회, 모든 면에서 양극화되어 혐오의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지금, 우리는 야만의 시대일까? 문명의 시대일까?


한권으로 읽는 역사는 열다섯편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통해 결국 현재를 다시 생각케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란 그것이니까.

재밌었고, 흥미로웠지만, 아주 먼 미래에서 지금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역사책을 읽다보면 이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굿.


‘ ”계몽과 빛“의 시대에는 어둠이 함께 존재했다. 고매한 지식인과 신앙심 깊은 종교인이 심원한 연구와 사회적 실천을 통해 만들어낸 고전이 어둠의 토대를 제공했다”’. p.179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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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법정 -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곽재식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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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를 읽기 쉽게 쓰는 작가님. 정도로 알고있는 곽재식 작가의 신작. 궁금했다. “미래법정”? 책 소개 글을 보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다른 책에서 미국의 상위 1%의 자녀들은 철학을 꼭 필수과목으로 배운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AI시대. 지금 사람들이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을 자동화 기계가 대신하는 사회 속에서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곧 사유. 철학이며, 그것은 AI와 공존하게 될 미래사회에서 일어난 사소한것부터 큰 분쟁까지를 어떻게 처리하고 판단할 것인지와도 맞물려 있기에 그 과목이 필수가 되었다고 써있었다. 그래? 대체 어떤 논쟁이 있을까? 기껏 나의 짧은 지식으로 생각하기에는 레벨 5 완전 자율주행차가 나왔을때, 사고가 난다면 그 책임은 운전자일까? 그 자율주행모드를 만든 회사 책임일까? 뭐 이정도? 운전자와 보행자 중 자율주행차는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뭐 이정도? 였는데,, 이 책의 소개글을 보며 아! 싶었다. 곽재식 작가가 던지는 물음표는 앞으로 우리가 치열하게 인간으로써 인간이기에 해야하는 질문이였기에 그러했다.



50가지 질문은 짧은 관련 주제에 관한 에피소드와 그 주제와 관련있는 책이나 영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문의 명확성을 위해 에피소드는 다소 과격하게 그려지고 있었으나, 책을 읽다보면 그 중간 어디쯤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미래를 말하지만 어떤 주제는 현재와 맞물려 있고, 그 현재를 사는 우리는 그 고민을 그저 회피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주제중 하나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원자력발전, 핵무기 등과도 연결되어 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친환경이다 아니다부터 시작해, 유지/중단, 위치, 안전성, 비용 등등등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사실 아직 뚜렷한 결과를 보이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양극단에 있다기 보단, 바뀌는 정권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느낌이 더 강해서 일까. 뭐 개인적인 생각.


내나라의 안전을 위해서 시작한 군비경쟁은 지금 당장 지구가 명망한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핵무기를 양산하게했고, 그렇다면 모두가 갖지 않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당신이 가졌기에 나도 있는게 맞는 것일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있어야 하는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없어야 하는지. 정말 답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모두를 위해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미래의 다른 행성의 외계인을 만난다면, 지구연합은 핵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아닐까?


환경. 지금의 기후변화는 사실 19-20세기 지금의 선진국에서 만들어낸 각종 오염물질로 촉발되어 악화되어 왔다. 이제와서 기후협약등을 내세워 이미 발전할 대로 발전한 선진국과 화석연료에 의존해서 발전을 해야만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신기술이 나와 안전한 연료대체제가 있어, 협약으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지시킨 후, 선진국은 신기술을 후발국가들에게 비싸게 팔아 이익을 챙긴다면 그것은 옳을까? 그 기술을 싼값에 인도하는 것은 그런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회사의 이익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그것이 그런 기술들의 발전을 막는다는 이유라면.


생각해보면 조금씩 양보하고, 적정선을 찾으면 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들지만 깊이 짚어보면 그 적정선을 찾는 과정이 곧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들이 고려되어야하고, 그래서 어렵고 골치가 아픈 질문들이다. 근데 50가지라니. 사실 책속에서 언급하시는 시대에 들어서면 50가지는 기본이고, 100가지 케이스면 100가지 질문이 쏟어질텐데, 와.우.


ChatGPT의등장으로 2023년은 술렁였다. 그 기술의 놀라움과 함께 GPT의 거짓말부터, 편향, 지적재산권 이슈까지 다양한 말들이 오고갔지만, 아직 그 어떤 뚜렷한 답은 없었다. 여전히 논쟁중이고, 계속해서 발전해가는 AI, 생명공학, 우주공학 들의 발전 그 자체를 늦출 수는 없다. 기술은 파편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다른 하나를, 또다른 하나를 끌어안으면서 복합적으로 융합되어 그 기술을 개발하는 이들조차 상상할 수 없는 방향과 속도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이제 정말 인간이 인간으로써 해야 하는 생각을 해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발전해가는 기술과 접목되는 현실 속에서의 딜레마를 해결할 기준을 만들기 위한 생각.


그 생각에 책은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생각하라고.


굿!


ps. 편집자님… 에피소드 다음 책이나 영화 소개 글이 너무 회색이라 빛반사 때문에 잘 안보여요. 흑.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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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추억의 힘 - 탁현민 산문집 2013~2023
탁현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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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라는 책을 통해 먼저 접해보았다. 탁현민이라는 분을 유튜브를 통해 많이 보았는데, 글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들릴줄이야.

미스터 프레지던트는 문재인 정보 5년동안 그가 기획했던 연출에 대한 기록이라면, 이 책은 그의 생각에 대한 기록이다. 그래서 더 탁현민이라는 사람이 더 도드라져보이는 책이였고, 읽으며 내내 유쾌했다. 

정말 그의 목소리가 그대로 내 귀에 들리는 느낌이랄까.(아마 탁현민씨의 말을 많이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말이 무슨소리인줄 알듯.ㅋ)

 

무대연출가, 청와대 전 의전비서관 정도로만 알고 있던 내게, 탁현민씨의 어린시절은 꽤나 놀라웠다. 올~ 문학소년이셨다니. 문학을 따라, 스승을 따라 성공회대까지 신영복 선생님께 공부하기 위해 찾아간 그의 여정은 어쩌면 그의 그토록 꼼꼼한 무대 연출은 역시 본성이였어..라는 생각이 들게했달까.ㅋ 집요하면 집요하고, 하고자하는 것에 집중할 때 그의 말과 글, 생각은 빛났다.

그래서 더 지금과 그때가 더 비교되는 것이겠지.

다른 이야기지만, 요 부분에서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다시 읽어야 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스치듯 읽었던 그분의 글이 이 에세이 속에서 이토록 강렬하게 다가오다니...

 

분명 어이없었을 것이고 화가 났을 법도 한데, 어쩌면 지나고(?) 쓰는 글이여서 그런지, 김건희 여사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경찰조사를 받을 때의 에피소드는 버스에서 책을 읽던 내게 빵터지는 웃음을 안겨주었다.ㅋ

"만약 김건희 씨의 명예를 웨손한 것이 아니라면, 혹시 베어질 수도 있다는 내 생각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된다면 그 누군가는... 그럼 나무의 명예를 웨손한 것인가요?" p.102

저자가 이토록 진지하게 물었을 때, 조사관의 표정이 사뭇 궁금해졌다.ㅋㅋㅋ( 조사관의 표정에 대한 얘기가 안나와 완전 궁금해짐..)

 

어느 때 파리에서 저자는 때로는 잠못드는 밤이 있기도 했고, 모르는 상대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싫었던 시절도 있었고, 하릴 없이 흐르는 시간을 그저 보내고만 있었던 시절도 있었는 줄은 몰랐다. 그럼에도 그 시절을 이렇게 글로써 표현하신걸 보면, 놀랍다...워낙 자신의 일에서 만큼은 능력있는 분이기에 어느 편에서 일을 했다는 것과 상관없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았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저자의 글에서 정파가 느껴지진 않았다. 이해가 되는 일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 것이지.. 

 

그래도 지금은 잘 보내고 계신것 같아 보여(?)서 좋네요.... 그러신거죠..?

미스터 프레지던트 2권을 쓴다고 하시던데, 기대할께요!

아, 그리고 그 100유로는 아마도 아줌마가 밥 사주고 싶었지만 꺼려하니까 밥 사먹고 힘내라고 주신 걸꺼에요! 뭘 어째요. 밥 한그릇 맛있게 드시고 힘내면 됬죠. ㅎㅎ 그 아주머니가 이 책을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ㅋ

 

굿굿!

 

"나는 여러 날 거기서 해 저무는 시간을 보냈다. 해가 떨어지면서 동시에 찾아오는 어둠도 보았다. 그러나 해가 뜨고, 해가 진다고 해서 하루가 가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이 그대로인 날의 하루는 날이 밝거나 혹은 해가 지거나와 상관없이 며칠이 하루처럼 가고, 하루가 며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날들은 아무리 늦게 집에 들어가 잠자리에 들어도 뒤척인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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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국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의 세계를 탐험하다
칼 짐머 지음, 이석인 옮김 / 궁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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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목을 보고서 영화가 생각난건 나뿐이였을까.ㅎㅎ 기생충이라는 영단어도 영화 때문에 알았던 사람중 하나..ㅎㅎ  어떤 책에서 이 책을 언급한 것을 보고 궁금했다. 기생충에 제국이 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국이다. 으아.. 이렇게 많을 줄이야.(책에서 언급하는 기생충도 아~주 일부일뿐, 사실 밝혀지지 않은 기생충이 훨~씬더 많을 듯.) 책 한권이 전부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이다. 참고로 다 다르다.. 읽다가 지칠만큼. 그런데 굉장히 흥미롭다. 기생충이라는 존재가.


책은 수단의 저스틴이 걸린 수면병으로 시작한다. 수면병은 체체파리를 통해 인간에게 침입하며, 그 유충은 파동편모충이라 불린다. 이 기생충은 인간의 여러 장기를 침범하여, 뇌까지 퍼지면, 생체시계가 고장나 낮과 밤이 바뀌는 현상을 경험한다. 그리고 몇 주안에 인간은 사망한다. 이 기생충이 만약 뇌까지 퍼졌다면 치료약은 비소가 20%가량이나 함유된 치료제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약은 정말 독해 정맥주사용 튜브를 녹여버릴 정도이다. 그래서 테플론으로 된 튜브를 써서 정맥주사를 통해 놓는데, 만약 이 약이 정맥 주위로 퍼져나와 주위 조직으로 퍼지면, 최악의 경우 팔을 잘라내야 한다. (살기위해 놓은 약으로 인해 내가 죽을 지도, 인체 일부를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니..) 이러한 처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저스틴은 이 약을 통해 파동편모충을 다 제거 했지만, 그 사체가 뇌안을 꽉 채워, 그 사체들을 몰아 내기 위한 자신의 격렬한 면역 반응으로 뇌가 초토화 되었고, 염증 등으로 인해 뇌가 부어올라 스테로이드를 통해 면역 반응을 낮추는 약을 쓰고나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무섭다. 그저 촌충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만들수 있다니.. 


무시무시한 기생충의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식물에 사는 기생충, 각종 동물에 자리잡는 기생충, 갑각류, 어류, 파충류 등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기생충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는데, 재밌던 부분 중 하나는 ‘성’이 구분되게 된 이유중 하나가 기생충 때문이라는 가설이였다. 남과 여라는 말그대로 성별이 왜 구분되어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연 속에서는 무성생식이 가능한 종들이 있는데, 왜 인간에게는 대입시켜보지 않았을까? 물론 책에서 언급하는 이론은 물론 가설이다. 

 가설은 ’제비뽑기‘와 ’뒤섞은 은행‘ 두가지로 나뉜다. 그 중 ’뒤섞은 은행‘이 흥미로웠다. 성은 곧 후손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각 종이 자신의 종족을 번식하고 생존에 필요한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데, 유성생식은 유전자 카드를 섞어서, 서로 다른 자원을 사용하게 하는 것과 같다. 무성생식은 그런 카드를 섞을 이유가 없다. 한 유전자 속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여기서 기생충의 역할이 드러난다. 유성생식은 어쩌면 개체를 더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건강한 암컷이 기생충에 감염된 수컷을 만나면, 암컷은 물론 그 다음 세대도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기생충은 암,수를 가리지 않고, 각종 환경에 따라 노출되는 종류도 그 범위도 다르다. 그렇기에 더 건강한 개체를 분별하는 능력을 서로가 갖게 되고, 환경으로부터의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그 개체 내부에서 기생충으로부터의 면역에 대한 진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렇다고 체내의 기생충은 죽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증상이나 활동이 약하질뿐. 기생충의 입장에서는 퇴화인것 같아 보이지만, 그들도 숙주가 죽으면 자신들 역시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공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그 목적을 바꾸어 존재한다는 점이다. 

머리도 없이 생존을 위한 입만 가진 존재들이 대부분이고, 입도 없이 그 몸통 자체로 영양분을 흡수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 이렇게 진화할 수 있다니. 무성생식을 통한 종족번식보다 유성생식을 통한 종족 번식이 그래서 더 우세해졌고, 그래서 남은 종이 유성생식인 것 뿐. 훔. (타임머신이 필요해..) 


생각해보면 기생충은 인간의 역사보다 더 오래되었다. 식물에도 기생충이 있다니. 지구의 역사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생충은 다 나쁠까? 크론병은 백인에게는 있으나, 흑인들에게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병이였다. 또한 지구상의 가난한 지역에서는 그 병들이 거의 보고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난에서 급속하게 부를 쟁취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이 병이 크게 유행이며, 이젠 흑인들에게도 발생한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어떤 질병이 장내 기생충을 박멸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내 기생충과 면역반응이 적정선을 유지하며 상호작용으로 지켜온 장내 환경이 일부 기생충이 박멸됨으로써, 면역체계가 이상동작을 하여, 자신의 면역 체계를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라는 의견. 

뭔가가 없어진다는 것은 이런 의미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역시 인간이 자연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생각 그 자체는 말그대로 허상인 것.


보이지도 않는 기생충이 자연속에서 어떻게 숙주와 살아가며, 변형 되었고, 때로는 기생충으로 인해 새로운 종이 출현하기도 했다. 고립된 환경속에서 자연적으로는 그런 종의 출현이 가능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의 결론은 기생충은 박멸시켜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의 입장에서 우리도 기생충일 수 있다는 것. 지구라는 숙주에 묻혀사는. 그렇기에 숙주가 죽으면 우리도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짚는다. 맞는 말이지. 인간의 편리함에 대한 이기심으로 숙주가 망가지면, 결국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옴을 지금 보고 있으니.


흥미로운 책이다. 보이지도 않은 어떤 ’충‘들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읽다보면 무시무시하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연가시‘가 떠오른건 나뿐이였을까.ㅋ


재밌다. 무엇보다 진짜 신기한 책!!! 

추천추천!!!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숙주가 죽어버린다면, 결국 기생충도 죽고 말기 때문이다. 성숙하면서 얻은 지혜가 온건함을 가져온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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