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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국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의 세계를 탐험하다
칼 짐머 지음, 이석인 옮김 / 궁리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기생충” 제목을 보고서 영화가 생각난건 나뿐이였을까.ㅎㅎ 기생충이라는 영단어도 영화 때문에 알았던 사람중 하나..ㅎㅎ 어떤 책에서 이 책을 언급한 것을 보고 궁금했다. 기생충에 제국이 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국이다. 으아.. 이렇게 많을 줄이야.(책에서 언급하는 기생충도 아~주 일부일뿐, 사실 밝혀지지 않은 기생충이 훨~씬더 많을 듯.) 책 한권이 전부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이다. 참고로 다 다르다.. 읽다가 지칠만큼. 그런데 굉장히 흥미롭다. 기생충이라는 존재가.
책은 수단의 저스틴이 걸린 수면병으로 시작한다. 수면병은 체체파리를 통해 인간에게 침입하며, 그 유충은 파동편모충이라 불린다. 이 기생충은 인간의 여러 장기를 침범하여, 뇌까지 퍼지면, 생체시계가 고장나 낮과 밤이 바뀌는 현상을 경험한다. 그리고 몇 주안에 인간은 사망한다. 이 기생충이 만약 뇌까지 퍼졌다면 치료약은 비소가 20%가량이나 함유된 치료제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약은 정말 독해 정맥주사용 튜브를 녹여버릴 정도이다. 그래서 테플론으로 된 튜브를 써서 정맥주사를 통해 놓는데, 만약 이 약이 정맥 주위로 퍼져나와 주위 조직으로 퍼지면, 최악의 경우 팔을 잘라내야 한다. (살기위해 놓은 약으로 인해 내가 죽을 지도, 인체 일부를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니..) 이러한 처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저스틴은 이 약을 통해 파동편모충을 다 제거 했지만, 그 사체가 뇌안을 꽉 채워, 그 사체들을 몰아 내기 위한 자신의 격렬한 면역 반응으로 뇌가 초토화 되었고, 염증 등으로 인해 뇌가 부어올라 스테로이드를 통해 면역 반응을 낮추는 약을 쓰고나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무섭다. 그저 촌충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만들수 있다니..
무시무시한 기생충의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식물에 사는 기생충, 각종 동물에 자리잡는 기생충, 갑각류, 어류, 파충류 등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기생충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는데, 재밌던 부분 중 하나는 ‘성’이 구분되게 된 이유중 하나가 기생충 때문이라는 가설이였다. 남과 여라는 말그대로 성별이 왜 구분되어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연 속에서는 무성생식이 가능한 종들이 있는데, 왜 인간에게는 대입시켜보지 않았을까? 물론 책에서 언급하는 이론은 물론 가설이다.
가설은 ’제비뽑기‘와 ’뒤섞은 은행‘ 두가지로 나뉜다. 그 중 ’뒤섞은 은행‘이 흥미로웠다. 성은 곧 후손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각 종이 자신의 종족을 번식하고 생존에 필요한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데, 유성생식은 유전자 카드를 섞어서, 서로 다른 자원을 사용하게 하는 것과 같다. 무성생식은 그런 카드를 섞을 이유가 없다. 한 유전자 속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여기서 기생충의 역할이 드러난다. 유성생식은 어쩌면 개체를 더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건강한 암컷이 기생충에 감염된 수컷을 만나면, 암컷은 물론 그 다음 세대도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기생충은 암,수를 가리지 않고, 각종 환경에 따라 노출되는 종류도 그 범위도 다르다. 그렇기에 더 건강한 개체를 분별하는 능력을 서로가 갖게 되고, 환경으로부터의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그 개체 내부에서 기생충으로부터의 면역에 대한 진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렇다고 체내의 기생충은 죽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증상이나 활동이 약하질뿐. 기생충의 입장에서는 퇴화인것 같아 보이지만, 그들도 숙주가 죽으면 자신들 역시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공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그 목적을 바꾸어 존재한다는 점이다.
머리도 없이 생존을 위한 입만 가진 존재들이 대부분이고, 입도 없이 그 몸통 자체로 영양분을 흡수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 이렇게 진화할 수 있다니. 무성생식을 통한 종족번식보다 유성생식을 통한 종족 번식이 그래서 더 우세해졌고, 그래서 남은 종이 유성생식인 것 뿐. 훔. (타임머신이 필요해..)
생각해보면 기생충은 인간의 역사보다 더 오래되었다. 식물에도 기생충이 있다니. 지구의 역사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생충은 다 나쁠까? 크론병은 백인에게는 있으나, 흑인들에게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병이였다. 또한 지구상의 가난한 지역에서는 그 병들이 거의 보고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난에서 급속하게 부를 쟁취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이 병이 크게 유행이며, 이젠 흑인들에게도 발생한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어떤 질병이 장내 기생충을 박멸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내 기생충과 면역반응이 적정선을 유지하며 상호작용으로 지켜온 장내 환경이 일부 기생충이 박멸됨으로써, 면역체계가 이상동작을 하여, 자신의 면역 체계를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라는 의견.
뭔가가 없어진다는 것은 이런 의미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역시 인간이 자연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생각 그 자체는 말그대로 허상인 것.
보이지도 않는 기생충이 자연속에서 어떻게 숙주와 살아가며, 변형 되었고, 때로는 기생충으로 인해 새로운 종이 출현하기도 했다. 고립된 환경속에서 자연적으로는 그런 종의 출현이 가능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의 결론은 기생충은 박멸시켜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의 입장에서 우리도 기생충일 수 있다는 것. 지구라는 숙주에 묻혀사는. 그렇기에 숙주가 죽으면 우리도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짚는다. 맞는 말이지. 인간의 편리함에 대한 이기심으로 숙주가 망가지면, 결국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옴을 지금 보고 있으니.
흥미로운 책이다. 보이지도 않은 어떤 ’충‘들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읽다보면 무시무시하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연가시‘가 떠오른건 나뿐이였을까.ㅋ
재밌다. 무엇보다 진짜 신기한 책!!!
추천추천!!!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숙주가 죽어버린다면, 결국 기생충도 죽고 말기 때문이다. 성숙하면서 얻은 지혜가 온건함을 가져온다.” 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