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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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아주 오래전 유행했던 "아프니까 xx 이다"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으나, 몇년전부터 그 책에 대한 반박의견이 쏟아지는 것을 보았는데, 고통. 우리가 소위 아프다고 말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고통을 멎게하는 강력한 진통제가 등장했다. 인간은 더이상 고통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서 무려 중독성도 없다. 마약성 진통제와 효과는 같으나, 중독성이 없는 획기적인 약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 시대,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을 통해 구원을 얻을 수 있다 주장하는 종교단체가 등장한다. 해당 약을 개발하던 제약 회사가 약을 개발하던 중간단계에서 만들어진 약은 고통을 잠시 잊게하나, 약을 멈추면 그 고통이 배가 되는 약이 등장했다. 제약회사는 그 약을 폐기했으나, 그 약은 그 단체로 넘어가 구원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하지만 그 약의 가장 큰 부작용은 그 약을 통해 통증으로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였다. 

그 종교단체는 진통제를 개발한 회사를 악으로 규정하고, 회사를 폭파한다. 더이상 진통제를 만들 수 없도록. 그 폭파로 제약회사의 경영진이였던 경의 부모님은 사망한다.

그리고 십년 후, 그 단체의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가는데..

사람들의 사망으로 십년전 테러 사건의 범인인 태가 감옥 밖으로 나온다. 수사의 지원을 위해. 그 지원은 제약회사의 경영진이였던 현의 도움이였고, 경은 수사를 돕기위해 태와 재회한다.


소설의 배경은 근미래쯤이다. 고통에 획기적인 약을 통해 더이상 인간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회. 고통을 참는 것이 정신병쯤으로 여겨지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고통은 아이러니하게도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를 낳는다. 구원인가 병인가.

인간에게 주어지는 고통은 낳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면서,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는 양가적인 측면을 지닌다. 그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과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 고통은 육체적일 수도 있고, 정신적 일수도 있다. 책은 육체적 고통을 주로 이야기하지만, 경의 고통은 두가지 모두를 품고 있다. 경은 부모님의 학대속에서 자랐으나, 부모님의 사망 이후, 회사를 떠나, 오롯한 자신으로 살아가며, 과거로부터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버텨냈다.  시간이 흘러, 다시 과거의 시간을 마주했을 때,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태는 여전히 과거속에 있는 형을 마주했고, 자신이 절대적이라 믿었던 종교를 마주하면서, 아직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분명 물리적으로는 벗어났음에도. 


나는 저자가 그린 세상 그 어느 쪽도 나는 원치 않는다. 고통이 완전히 배제된 세상도, 고통이 구원인 세상도. 너무 극단적이다. 인간에게 고통은 나의 상처가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면서 동시에 내가 살아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고통을 느낄 수 없다면, 나는 내가 나아지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고통이 끊임없이 계속된다면, 그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글쎄. 그때는 고통이 없는 세상이 필요치 않을까. 양쪽 다 어렵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선물"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느끼는 통증은 우리를 낫게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을 보면서, 통증을 다시 생각케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통증이란. 인간의 고통이란 대체 무엇일까를 또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마냥 좋은 세상은 아니다. 양쪽 모두. 늘 이런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의 삶에 모두가 보통을 누릴 수 있는 그 중간 어딘가쯤은 없는 걸까하는 생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요. 뭘 크게 믿기 때문이 아니라, 순간순간 닥치는 상황들에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의미는 그 뒤에 찾는 거죠. 절대적인 믿음 같은게 없어도 살아갈 수 있어요" p.195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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