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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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님이 최근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신간에 대한 추천이 꽤 많았다. 다만 김연수 작가님 책을 아직 읽어본 적이 없어, 신간보다 기 출간된 책 중 한권을 읽어보고싶어 선택한 책이 이 책이다.  책은 북한의 시인 기행의 이야기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기행은 시인 백석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백석이라는 인물을 잘 몰라서, 마지막에 백석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도 백석 시인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런 무지랭이..ㅠㅠ)


사실 북한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당시 남한이라고 다를 것이 있으랴 싶었다. 그저 내 안의 말들을 꺼내놨을 뿐인데, 사상 검열이니 뭐니 하면서 자백위원회에 사람을 불러다놓고 고백이 아니라 자백을 강요하던 시절의 시인은 너무도 혼란 스러웠다. 그 시대 누군들 그러지 않았으랴. 무엇이 왜 이 것이 잘못인지 조차 알 수 없던 시대인데.. 그 시대에 러시아 번역가이면서 시인 기행은 어떤 글도 번역할 수도, 내안의 글도 써내려갈 수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이념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한다. 이념이란 무엇일까. 여전히 우리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있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그 때의 이념으로 싸운다. 서로를 적으로 대하며.


이념 :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이나 견해-네이버 사전


 그렇다면 이념은 개인마다 다른것이 아닌가. 모두의 이상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자유의지라는 것을 가졌다는 사람이니까. 같은 이념을 가지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것 또한 사람이기에 다 다르다. 경중도 다를 것이고 말그대로 문자로 표현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하나의 사상으로 만들려는 것. 그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 아닌가. 우리모두가 로봇으로 똑같이 프로그래밍 된 기계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하나의 사상을 부르짖던 시기, 시인 기행은 삼수까지 밀려나 결국 자신의 글을 쓰고, 그 글을 불태운다. 그리고는 자신의 자유를 찾는다. 그리고 독골까지 밀려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동시를 읽는 것 뿐. 


 당시의 일반인들은 시대에 동조하는 척을 했거나 , 그저 모른척 입 다물고 살아야 했었다. 하지만 시인은 작가는 무엇이든 써야했기에…. 지금을 사는 김연수 작가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했던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고뇌를... 이 소설을 통해 풀어내고 싶었던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더 먼 미래의 지금의 인물을 소설로 쓴다면 그 배경은 어떤 모습일까. 다만 누군가가 숨죽여 글을 쓰는 시대는 아니였기를 바래본다.



“하루에 일만 톤에 가까운 네이비팜탄과 칠백 톤이 넘는 폭탄이 떨어지는 등 종일토록 불비가 쏟아져 평양 곳곳이 불타오르던 순간에도 기행은 적개심 가득한 문장을 통해서만 그 잔인한 참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살던 집도 불타버리고, 빼곡히 꽂혀있던 책이며 은은하게 풍기던 커피 향내 같은 것도 모두 사라지고, 아내와 어린것들과도 떨어져 지내는 동안에도 그는 문자의 세계를 떠나지 않았다. 그 문자들을 스거나 읽을 수 있어 그는 전쟁이 끝난 뒤 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전쟁의 광기로 가득한 이 세계 속에서 자신을 구원한 그 언어와 문자들의 주인은 누구일까? 기행은 궁금했다. 그것은 자신의 것인가, 당의 것인가? 인민들의 것인가? 아니면 수령의 것인가?”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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