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
사마천 지음, 이수광 엮음, 이도헌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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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史記  >를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에게 < 사기 >는 그 저자 사마천에 대한 기억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대학시절 사마천의 사기 서문을 수업시간에 공부한 적이 있는데, 문장 구절 구절 힘이 넘치고 통분(痛憤)의 정서가 가득하였다 . 그는 사기 서문을 통하여, 긴 세월을 거쳐 이 역사서를 완성했음을 눈물로 기뻐하였다. 사기 집필은 단지, 세월을 길게 소요하였다는 데 있지 않다.  사마천이 궁형(남자의 생식기를 제거하는 형벌)이라는 치욕적인 형벌을 받은 뒤, 긴 세월을 인내하며 한자 한자 역사를 채워나간 각고의 세월이 거기에 있다. 사마천의 서문 내용은 세세히 기억하지 못하나, '피를 토하며 쓴 글' 이라는 이미지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 사기 史記>,  한 인간의 일생을 쏟아 만든 작품
  
    
사마천(BC 145?~ BC.86?)이 집필한 역사서  <사기>의 규모는 본기(本紀) 12권, 연표(年表) 10권, 서(書) 8권, 세가(世家) 30권, 열전(列傳) 70권 모두 130권 52만 6천 5백자에 이르는 방대한 저서다. 우리나라에 나와있는 <사기>는 대개 열전, 즉 인물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것을 편집해서 펴낸 것이다. 드물게는 도서출판 까치에서 사기 전편을 번역해서 출판 한 것이 있는데, 모두 7권에 이른다. 열전이외의 글들은 꽤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것이 읽은 이들의 평이다.

사마천의 아버지 사마담은  천문역법과 도서를 관장하는 태사령(太史令)으로 일했고, 사마천 역시 무제의 태사령이 되었다. 기원 전 110년, 아버지 사마담이 죽으면서 자신이 시작한 <사기>의 완성을 부탁하였고, 그 유지를 받들어 BC 108년 태사령이 되면서 황실 도서에서 자료 수집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한다. 당시 흉노를 정벌하러 간  이릉(李陵) 장군이 흉노에  부득이하게 투항하게 된 일이 있었다. 사마천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이릉(李陵) 장군을 변호하였고, 무제의 노여움을 사고만다.  사마천은 벌로 남자로서 가장 치욕스러운 궁형(宮刑:생식기를 제거하는 형벌)을 받았다. 그때 나이 48세였다.

하지만, 사마천은 옥중에서도 저술을 계속하였고, 몇년지나 황제의 신임을 회복하여 환관의 최고직인 중서령(中書令)이 되었다. 중서령은 황제의 곁에서 문서를 다루는 직책이었다. 하지만 그는 환관(宦官)신분으로 일부 사대부들의 멸시를 받았으며 운신의 폭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사마천은 마침내 < 사기 >를 완성하였다.  우리는 많은 책을 매일 만나지만 유독 <사기>를 대할 때, 좀더 경외로운 마음으로 만나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부끄러움을 알았던 사람들  

<꿈꾸는...>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 사기 열전 >의 일부다. 열전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현재 번역되어있는 책들 대부분이 인물편인 열전을 다루고 있다. 인물들의 남다른 모습들이 흥미진진하다. <사기>를 한번도 읽지 않은 나로서도 책 속에 사람들은 익히 아는 사람들이다. 편작, 동방삭, 여불위, 백이숙제... 한문시간에 고사성어를 통해 알았거나 교과서(!)에 인용되었던 사람들을 <사기>, 즉 원본에서 만나보게 되는 셈이다.  

<꿈꾸는...>에서 만난 인물들 가운데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사기 열전 첫머리에는 백이와 숙제가 나온다. 백이와 숙제는 이복형제다. 백이는 고죽국의 태자였으나 숙제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태자로 내세우기 위해 음모를 꾸며 추방한다. 숙제는 이를 부끄러이 여겨 자신도 궁궐을 빠져나와 유랑한다. 두사람은 주나라가 은나라를 멸하자 신하가 천자를 토벌한다고 반대하여 주나라 곡식을 먹기를 거부하고 수양산에서 굶어죽었다. 인간의 도리와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안위라곤 고려하지 않았다. 

책의 < 복숭아 두개로 세명의 장수를 죽인 천재 재상, 안평중>을 보면, 세명의 난폭한 장수를 손하나 까닥하지 않고 제거한 안평중의 계략이 나온다. 세명의 난폭한 장수 앞에 안평중은 2개의 복숭아를 두었다. 가장 뛰어난 사람이 이 복숭아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첫번째, 두번째 장수가 자신의 용맹함과 공을 말하고 먹는다. 그런데 세번째 장수의 공적을 들어보니, 앞의 두 장수는 비길바가 못되었다. 세번째 장수는 자기가 인정받지 못함이 분하여 자결했고, 한사람은 복숭아를 먼저 먹어버린 경솔함이 부끄러워서, 한 사람은 이들과 의형제를 맺었으니, 자신이 살아있는 것이 부끄럽다며 자결했다.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아는 시대였기에 이야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시대라면 얼씨구나 좋은 자리 차지하고, 내 명예 내세우며 호의호식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이 시대를 버티고 있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의외의 사람들  

어릴 적 교과서를 통해서, 이런 저런 글을 통해서 만난 역사속의 사람들을 원전을 통해 가까이 보니, 지금껏 알 던 것과 다른 사람도 있었다. 동방삭이 그렇다. 동방삭은 꽤가 많은 사람, 3천갑자, 즉18년만년을 산 사람의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었으나, 원전에선 색다른 인물 전해진다.
 
한무제는 인재를 얻기 위해 천하에 포고하여 상서를 올리라고 한다. 많은 학자들이 치국책을 올렸는데, 동방삭은 무려죽간 3천개에 빽빽하게 써서 자신을 알리고자 하였다.많은 부분 자화자찬이 있었는데, 이를 본 무제는 "이놈은 미친놈 아니면 천재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무제는 동방삭이 올린 상서를 읽는데 거의 두달이나 걸렸다. 내용이 길기도 길지만, 글이 포복절도할 정도로 재미있어서 아껴 읽었기 때문이다.어쨌든 그는 한무제에게 인재로 발탁되었고 높은 봉급을 받았다.

하지만 동방삭은 늘 가난했다. 술을 마시고 돈을 물쓰듯 썼으며, 젊은 여자만 보면 1년쯤 사귀다가 버리고, 또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했다한다. 끝없는 기행을 일삼아 신하들은 그를 미치광이라고 무제에게 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무제는 " 그에게 일을 맡기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하며 그를 감쌌다. 한문제는 동방삭을 신임하여 수십년간 측근으로 데리고 있었으며, 동방삭은 높은 벼슬을 누렸다. 

오래산 사람 동방삭, 알고 보니 괴이한 천재였던 거다. 원전을 읽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다. 짧은 몇줄로 알았던 사실을 전과 후를 알게 된 것이다.


20대에 어필하려면
 

사기는 국내에 출판된 것만해도 20여종이 넘는다. 어린이 만화까지 범위를 넗힌다면 그 숫자는 더 많아질 것이다. 사기의 본전에 충실하게 나온 것은 까치출판사의 것으로 전부 7권에 이른다. 대개는 흥미진진한 열전, 즉 인물이야기에 촛점을 두고 현대적으로 편집한 것이다.

추수밭에서 나온 <꿈꾸는 20대, 사기에 길을 묻다>는 20대를 겨냥하고 만든 것 같다. 내용은 구어체로 전달되어 읽기 쉽다. 별 무리 없이 이야기 책 읽듯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책은 6장으로 여섯 갈레로 내용을 편집하였다. 1장 ,꿈꾸는 20대, 내 인생의 사람만들기, 2장, 꿈꾸는 20대, 내 안의 열정 깨우기, 3장, 꿈꾸는 20대 신념에 충실하기... 등으로 엮어진다. 하지만 1장, 2장, 3장, 4장 등의 분류가 흔쾌하지는 않다. 테마별로 묶기는 했는데,  그 이야기가 각각의 테마에 잘 들어맞는지 공감이 안간다. 

20대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일러스트를 과하게 썼다. 예쁜 책이 트랜드인 시대에 일러스트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과한 색감이 마치 무협지를 연상케해서 책 읽는 내내 불편하다. 어떤 면, 책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생각마저 든다.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편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한번 느낀다.

20대에 어필하려면, 내용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테마의 분류가 적절하기 위해선 현실에 맞게, 혹은 편자의 철학을 가미해서 썼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역사를 편저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문득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로마인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시오노 나나미 만의 독특한 해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 

20대에 어울리는 사기'라고 하기엔 20대에 보내는 메시지가 약하다. 원문 해설에서 나아가 20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덧붙여줘야 하지 않을까? 3~4줄 코멘트 식으로 달아놓기는 했는데, 공감도 가지 않고, 내용은 너무 짧다. 이 책은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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