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발견 - 날마다 즐거운 생활
고민숙 글.사진 / 청출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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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키우는 게 너무너무 힘들어서 미칠 것 같아!"

어느 날은 절친이 전화 와서 울먹이면서 하소연했다.

내 주변의 친구들은 다들 일곱 살 미만의 유아를 기르는 중인데

그 가슴이 터지도록 막막하고 갑갑한 육아 감옥 살이에 지쳐서 이따금씩 내게 하소연하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격하게 공감하곤 한다.

친구들의 하소연을 듣는 끝 무렵 나는 빠짐없이 잊지 않고 이렇게 조언을 해주곤 한다.

"취미를 가져 보는 게 어때?"

그럴 때 대부분은 아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취미란 거창한 혹은 돈이 많이 드는 사치 중 하나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어찌 보면

굳이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취미만을 떠올리기 때문 아닐까.

취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여러 가지라고 하기에도 무색한-

경계란 게 사실 없다.

세상 모든 일이 취미가 될 수 있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바느질, 커피, 사진, 꽃.

그런 것들을 취미로 갖고 있는 시골 낭만 생활자 콩콩님의 두 번째 책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만났다.

추석 전 예약 구매 걸어 놓고

이제나저제나 도착하려나 기다렸다 만난 책 '취미의 발견'은

표지를 처음 본 순간 시쳇말로 심쿵하였다.

 

 

당일 배송 애정론자 티니맘 생애 처음으로 예약 구매란 것을 해보았다.

덕분에 콩콩님의 포토 에세이 노트도 득템하고!

목차 페이지는 각각 섹션별 소재와 그에 따르는 간략한 설명만이 나와있다.

거추장스럽지 않아서 좋다. ^^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하며 살아가는 삶.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생활의 질과 마음가짐을 바꾸게 하는지는

비교하자면 연애할 때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나 역시 한동안 무미하고 건조하기까지 한 일상을 핸드메이드 하기 시작한 후로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도 요즘... 취미에 빠져 있다! ^^

그래서 이 책을 이심전심으로 빠져들어 읽어 보았다.

 

이 책에는 저자 콩콩님이 좋아하는 취미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취미를 갖게 된 계기나

그 취미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스토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보통의 취미들에 저마다의 메모리가 융합되어 더 가치 있고 소중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처음 손바느질을 시작했던 그 밤들이 떠올랐다.

어디 나가야 하지 않고

소음이 나는 것도 아니고

멈췄다가 다시금 시작해도 별로 무리가 없는 취미, 손바느질.

지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는 취미의 한 종류이다.

그리고 주부로 살아가며 집안 살림 하나하나 모두 내가 다듬고 이뤄가는 것임에도

하루 일과가 끝나고 한 해가 끝나고 난 뒤면

아무것도 이루어 낸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자괴감에 빠지곤 했는데

투박하지만 나만의 무언가가 완성되었을 때 그 희열,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고 스스로가 발전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느껴지는 그 성취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대단한 삶의 기쁨인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취미들이 너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다른 별의 이야기처럼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마이너스의 손(?)이라며 시도조차 못 해볼 분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개인의 여러 상황과 여건에 따라서는 일종의 사치와 여유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진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책에 나열된 일련의 취미들을 단순히 따라 해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저자 역시 지금으로부터 먼 과거 어느 때에는 지금보다 더 궁색한 취미를 가졌을 수도 있고

혹은 전혀 다른 취미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삶의 건조함에 그저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찾고 노력해서 결국에는 찾아낸 것이 지금의 취미들 아닐까.

'취미=좋아하는 것'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 꿰뚫고 있는 사람이 많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한다는 것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내는 일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아직은 얕지만 다양한 취미생활들을 하면서

나에게 이런 재능이 있었나 하고 놀랄 때가 있다.

그저 그런 잉여 아줌마로 살아가던 내가

뭔가 가치 있는 사람으로 느껴져서 스스로 뿌듯해지던 순간이

바로 취미를 발견할 때였던 것 같다.

취미의 발견은 나를 발견하는 일이고

진흙 속에 묻혀 보이지 않던 나의 가치를 찾는 일이다.

취미가 없는 사람은

무엇이든 취미를 찾아서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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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ook 신경옥이 사는 법 - <작은 집이 좋아>에서 못다 한 이야기 F.book 시리즈
신경옥 지음 / 포북(for boo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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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앤 내추럴 하면 떠오르는 인테리어 작가, 신경옥님의 새 책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포북의 '좋아' 시리즈들 중에서도

참 소중히 아끼는 책 '작은집이 좋아'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님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인테리어 작가?

보통은 앞의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나는 이 분을 인테리어 작가라고 부르고 싶다.
Simple is the best!
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내추럴이 최선이고 최고이다!
라는 생각을 심어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인테리어 작가!

 

인테리어 작가의 집은 대체 얼마나 예쁜지 한번 보자!

하고 두 눈 똑바로 뜨고 훔쳐본 신경옥님의 집.

사실 앞선 작은 집이 좋아!에서 봤던 터라 큰 차이는 없지만

다시금 새롭게 정리해서 보니

속속들이 활용해보고 싶은 요소들이 많다.^^

 

이 책에는 신경옥 작가의 집과 옷 그리고 자녀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사는 법이라고 하기엔 좀 카테고리가 적은 느낌이다.

그러나 시집갈 나이의 딸이 있는 중년의 작가이기에

그 사는 법을 백과사전 마냥 죽 늘어놓다가는

뭐, 신경옥이 사는 법1, 2, 3, 4....

끝도 없을 것이 분명하니 그저 신경옥이 사는 법들 중 핵심 엑기스만 뽑아 모은 책이다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책 신경옥이 사는 법은

딱 신경옥이 사는 법이라고만 이해하기보단

여자가 사는 법

혹은

어떤 여자가 특별한 자기만의 가치관 대로 살아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

 

'제발 공부 좀 그만해라' 고 말하는 엄마 신경옥에 대한 딸의 이야기이다.

 

정말 신선한 사고방식이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내 어머니도 비슷했던 것 같다.

 

학교 가기 싫어서 농땡이 치고 싶은 날엔

'그래~ 그래~ 가지 말고 오늘은 푹 잠이나 자!'

하고 친히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아프다거나 할머니 댁에 가야 해서 학교를 하루 못 나간다고 둘러대 주셨던 어머니.(^^::)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나는

그 다음날이면 '왜 하루 더 쉬지?' 하는 어머니를 뿌리치고(?)

학교엘 갔다, 서둘러서.

 

어머니 덕분에 나는 단 한 번도 개근상을 타진 못 했지만

극성스럽지 않은 어머니 덕에

모든 일은 스스로 알아서 찾고 해결하는 성향을 갖게 되었다.

 

집을 꾸미는 것에,

자식을 기름에,

생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정답이나 정석이란 것이 있을까.

 

자신의 선택을 믿고 최선을 다하는 것.

비록 그 선택이 평범하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남들 하는 대로 똑같이 하려고 애쓰면 반드시 행복해질까?

남들과 좀 다르게 살면 불행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해주었던 책 '신경옥이 사는 법'

 

이 책은 집 잘 꾸미고 유명한 중년 여성의 책이라는 편견을 한 장 접어두고

무념무상으로 읽어나가다 보면

오래 살아온 한 여성의 철학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다.

 
그리고 f.book-
 
워낙 유명하고 좋아하는 시리즈인 포북의 '좋아' 시리즈를 기획한 에프북에서
작년에 야심 차게 시작한 비정기 간행물.
 
이제 두 권 째 만나고 보니
확실히 잡지의 성격은 아니고...
 
f.book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내심 한국형 컴홈 잡지가 되어주길 바랐었다.
 
한국형 컴홈 잡지 같지 않은 것이 참 아쉬우면서도 또 뜻 모를 기대감도 있다.
 
지난 첫 호에서는 '서른 넘어 옷 입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었는데
이번 호의 주제이자 소재는 '신경옥'
 
약간 뭐랄까-
포북의 좋아 시리즈의 자기 복제물 같기도 하다.
 
제목이 '신경옥이 사는 법'이 아닌
'이상한 엄마여서 좋아'(??)나
'평범한 엄마가 아니어도 좋아'(??)
와 같은 좋아 시리즈의 신간이었어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을 법한
포맷과 느낌이었다.
 
이 점은 f.book의 특징이고 장점이자
또 한 편으로는 약간의 맹점이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감히.
 
그래도 f.book의 창간호와 2호를 모두 읽었고
앞으로 출간될 3호, 4호 모두 애정 하며 읽어볼 독자이기에
어떤 점들은 점점 더 농익어 가고
또 어떤 점들은 조금씩 바뀌어 가는...
그런 변화 과정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애정 하는 f.book의 두 번째 독후감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아 참!
깜박할 뻔했는데... (ㅋ)

 

 

 

그래서 신경옥이 사는 법이 뭐냐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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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더 빨리 달리라고 해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조금만 쉬어가는 게 어떨까?’
하고 물 한 잔 건네는 게 도리인 것 같습니다.
눈뜨면 달려 나가는 남편,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처럼 학교를 향해 가는 아이들, 자꾸 기력이 약해지는 부모님...
그들 모두는 지금 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조금 부족하고, 완성되지 않은 삶이어도
그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서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여자로 사는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애쓰지 마십시오.
충분히 달려왔고, 지금도 그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것이.....
제 눈에는 다 보이는 군요.

 

 

-신경옥이 사는 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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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옥 작가의 이 글을 읽었을 때(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뭔가 왈칵하고 올라왔다.

 

세월을 온전히 살아본 인생 선배만이 해줄 수 있는

가짜 아닌 진짜 조언이라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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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자수 수업 - 계절을 수놓는 시간 꽃 자수 수업 시리즈
이연희 지음 / 나무수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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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고 수수하고 일상이 평온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어여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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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자수 수업 - 계절을 수놓는 시간 꽃 자수 수업 시리즈
이연희 지음 / 나무수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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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디. 어.

나왔다.

 

 (아직은 엉터리지만)나의 자수 선생님이신 수수님의 첫 자수 책.

 

2010년-

첫아이 낳고 산후우울증이 너무나 심해서

하루 종일 젖먹이 아이 기르면서도 틈틈이 했던 수놓기.

 

하얀 천과 가지각색의 실로 그려내는 그림들.

그 수많은 시간들이 가져다준 소소한 행복감을 아직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넘쳐나는 것이 자수 실용서이고

간단히 검색만 해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내가 처음 수를 놓기 시작한 2010년에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가 딱히 없는 탓에

수입 일서를 펼쳐놓고 남편에게 번역을 부탁해서 독학하며 익혔더랬다.

 

그 당시 얼마나 자료가 부족했냐면,

내가 자수 연습을 좀 많이 해서 실용서를 출간하면 대박(?) 날 것 같다는 생각마저 했을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

 

여하튼 그 무렵 내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블로그가 있었으니-

수수님!

바로 수수님의 블로그를 보며 기초부터 시작하고 익혔더랬다.

 

자수나 뜨개질이나 바느질 등...

이런 취미들이 독학할 때 가장 막막한 게 뭐냐면

책을 보고 습득해도 꼭 한 두 개 씩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생기는데

그럴 때면,

아... 이래서 다들 돈 주고 선생님께 배우는구나-

라는 생각-

 

그렇지만 젖먹이 아이에, 형편도, 시간도...

정식 수강을 하는 것이 내게는 참 사치였더랬다.

 

그때 나를 이끌어주신 분이 바로 수수 선생님.

 

단 한 번도 뵌 적 없고

수수님이 나를 기억하실는지 못 하실는지도 확신할 수 없지만.

 

여하튼 수수님의 블로그는 내가 맨 처음 혹은 두 번째? 정도로 구독한 블로그였다. ^^

 

 

1~2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자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내심 수수님도 책 내실만 한데 왜??

하며 궁금했더랬다.

 

적어도 내게는 수수님이 자수 세계에서의 원조나 다름없었기에!

 

핸드메이드를 하다 보면

나 부터도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만든 것들, 내가 쓴 글귀, 무심코 남긴 댓글...

 

그런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나와 닮아 있다.

나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나의 성격과 성향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타인에게서 그런 점들을 발견했을 때-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은.

나는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하고 있는가-

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된다.

 

 

내가 수수님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수님의 라이프 스타일,

패션,

가구나 인테리어,

글...

 

그 어느 것도 수수님의 자수와 이질적인 것이 없다.

 

하나같이 은은하고 수수하다.

가짜가 아니고 좋아하는 척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어도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수수님의 자수를 보고 있으면

수수님의 블로그에 가면

수수님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평온해지는 느낌.

차분해지는 느낌.

 

전혀 튀지 않는데 그런 느낌들이 차~암....

 

 

중독성이 있다.^^

 

 

 

 책 출간 소식을 전해 듣고 언제 나오려나~

기다리고 기다렸다 출간되자마자 얼른 사서 펼쳐본 선생님의 책. 

아...

좋다-

 

 

 

 

 

조바심 내지 마세요-

마음을 비우는 시간-

 

수수님의 자수 철학.

 

비단 자수뿐만 아니라 바느질이나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나...

모든 핸드메이드가 다 그러한 것 같다.

 

 

 

 

 

수수님의 은은한 자수와 함께

고즈넉한 소품들 구경하는 것이 이 책을 보는 재미 중 하나.

 

 

 

이 책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 무심히 피어 있는 들꽃을 수놓은 책이다.

봄, 여름, 가을에 피는 갖가지 야생화들.

 

나는 보통 장미나 수국, 히아신스 등과 같은 꽃이 크고 색이 화려한... 꽃을 좋아하는 편이라

처음 수수님의 자수를 통해 접했던 우리 꽃들이 심심하게 느껴졌었다.

 

차를 마셔도 초콜릿이나 캐러멜 시럽이 잔뜩 든 커피를 마시지 녹차는 맹숭맹숭해서 잘 안 마셨는데,

그런데 한 해 두 해 시간이 가고 보니 이제는 취향도 점점 변해간다.

 

그냥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연적인 것, 수수한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고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

 
수수님의 자수는 전통 자수를 기초로 한다.

수수님 역시 독학으로 자수를 익히셔서 초창기 국내에 자료가 별로 없는 탓에

한국 전통 자수 책을 보고 많이 공부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은 아우트라인 스티치, 새틴 스티치, 롱 앤 숏 스티치 등으로 표현되는 기법들이

이 책에는 이음수, 자련수 등의 용어 되어 있다.

 

 

개나리만큼 흔한 봄꽃이 있을까.

지금 창밖의 들에는 이 개나리들이 몸을 풀기 위해 한껏 멋을 내고 있겠지.

너무 흔해서 그 아름다움을 차마 모르고 사는 개나리꽃이

봄꽃으로 가장 먼저 소개되어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참 좋았던 부분이 자수 도안 부분이었다.

그냥 라인으로만 되어 있는 일반 도안과는 달리 실제 크기 그대로 어여쁜 일러스트로 되어 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인 듯~^^*

 
여름꽃으로 무얼 소개할까 생각하다가

채송화를 보고 바로 콜! 했다.

어릴 적 담장 밑에는 어느 곳에나 채송화가 피어있었다.

정말 흔했다.

그래서 채송화가 얼마나 예쁜지를 몰랐었다.

작년 여름 운전면허학원을 다니면서 길가에 한가득 피어있는 채송화를 보았는데

아... 얼마나 반갑고 예쁘던지.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색연필로 채색한 듯한 야리야리한 일러스트는 정말 마음에 쏙 든다.

 

 

 

아마도...

들꽃 중 가장 좋아하는 꽃이지 싶은 벌개미취.

이사 오기 전 살던 동네에서 선릉 산책을 자주 했었는데

길목마다 이 벌개미취가 정말 한가득 피어 있었다.

해질 무렵이면 약간 형광스럽게(?) 빛나던 연보랏빛-

늘 어려웠던 자련수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예전에 자련수 놓을 때 각도 맞추기 어려워서 혼자 고생했었는데

그때도 수수님께 여쭤봤더니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

 

이 자련수 하나면 꽃이나 잎 모두 어떤 도안이든지 다 놓을 수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자수 기법들-

굳이 필요치 않다. ^^

 

수수 선생님의 첫 책, 꽃자수 수업 

은은하고 수수해서 더 정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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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낭만 생활 - 농가에서 일상을 화보처럼 살아가는 콩콩 씨
고민숙 지음 / 청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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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 콩콩... 콩콩...

마치 내게는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박동처럼 느껴지는_

 

행복한 핸드메이더 콩콩님의 첫 책이 나왔다.

그동안 '리넨이 좋아!'처럼 미술로 따지면 기획전 같은 책을 내기도 하셨는데

이번에는 개인전처럼 혼자 책을 내셨다.

 

믿고 사보는 책? ㅎㅎ

그간 콩콩님의 블로그를 들락날락하면서 꿈에 그리던 데크룸, 아름다운 핸드메이드 작품들 봐왔던 터라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가 사시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녹아있을 이 책을 만나볼 기대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일단 뜸들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관계로!

 

이 책 정말 소장 가치 있다!

라는 결론부터 훅 내질러놓고~

 

 

 

이 책을 기획하신 코티지님께서 손수 한 필 한 필 그려서 만드셨다는 예쁜 그리고 빈티지한 꽃 표지.

하드커버 책 좋아하는 내겐 소장가치 쭉쭉 올라가는 북디자인이다.^^*

 

 

 

어느 한적하고 소박한 시골길.

365일 수없이 많고 평범한 나날들 중 어느 하루일 뿐인데도

이렇게 멋스럽다.

이야기가 있다.

 

이래서 자연이 좋다.

 

 

이 책을 처음 사서 혼자 아이들 재워놓고 새벽에 맥주 한 잔 하면서 읽어보는데,

여기 이 파릇파릇 봄의 기운이 내려앉은, 보기에도 따뜻하고 평온해 보이는-

마당 한편에 무심히 널어놓은 새하얀 빨래를 보면서

주책맞게도 울컥했더랬다...

 

당장 한 시간만 달려가도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고

더 가까운 곳에도 이런 곳을 만날 수 있을 텐데.

 

내게 평화로운 시골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지의 차원인 듯도 하다.

그래서 울컥했다 보다.

 

8년 전 서울에서 이곳 이천의 시골로 내려가시면서

콩콩님도 뜻 모를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셨겠지.

 

나도 언젠가는 용기 내어 볼 수 있기를-

 

 

 

 

자두꽃을 양산 삼아 초록 풀을 융단 삼아

시시각각 자태를 바꾸는 따스한 봄햇살을 음악 삼아...

 

 

매일 매일, 계절 계절 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시골 낭만 생활.

 

 

콩콩님을 처음 알게 된 환상적인 데크룸.

핸드메이더들 치고 이런 작업실 안 가져보고 싶은 사람 있을까?

(데크룸은 콩콩님댁 낭만 시골집의 거실이기도 하다.) 

뭐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대도 표현되지 않는,

핸드메이더들에게만 있는 뉴런 어디쯤인가의 공통분모로 인해~

 

그녀가 좋은 것은 뭐든 다 좋다.

이거 좋아?

라고 묻지 않아도 그냥 대답부터 할 수 있는...

 

취향이 비슷한 우리-

 

콩콩님의 부군이신 꽁지님은 티니맘식 표현으로 한다면

'레알 도예인'이시다.

 

묵직한 소울이 느껴지는 깊이가 있는 그릇들.

아마도 콩콩님이나 꽁지님은 서로가 서로에게 무한 영감을 주고 받는 소울 메이트이실 듯~

 

개인적으로 이렇게 예술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부가 참 부럽다.

 

 

콩콩님의 아름다운 도자기 샵_ 가마가 텅 빈 날.

 

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볕이 길 위를 데워주는 계절이 올 때 쯤-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

한 겨울에 봄을 기다리며 설렐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세상을 보는 마음의 속도가 여유로워졌다는 것이 아닐런지.

 

나도 응달에 쌓인 하얀 눈을 보며 한 걸음 또 성큼 다가와 있을 봄을 기다리게 되었다...

 

 

행복한 사람 콩콩님의 살구 향내 폴폴 나는 어여쁜 책, '시골 낭만 생활'

 

책을 읽으며 내내 자연을, 핸드메이드를, 여유를, 행복을...


함께 음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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