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 자수 수업 - 계절을 수놓는 시간 ㅣ 꽃 자수 수업 시리즈
이연희 지음 / 나무수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드. 디. 어.
나왔다.
(아직은 엉터리지만)나의 자수 선생님이신 수수님의 첫 자수
책.
2010년-
첫아이 낳고 산후우울증이 너무나 심해서
하루 종일 젖먹이 아이 기르면서도 틈틈이 했던 수놓기.
하얀 천과 가지각색의 실로 그려내는 그림들.
그 수많은 시간들이 가져다준 소소한 행복감을 아직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넘쳐나는 것이 자수 실용서이고
간단히 검색만 해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내가 처음 수를 놓기 시작한 2010년에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가 딱히 없는 탓에
수입 일서를 펼쳐놓고 남편에게 번역을 부탁해서 독학하며
익혔더랬다.
그 당시 얼마나 자료가 부족했냐면,
내가 자수 연습을 좀 많이 해서 실용서를 출간하면 대박(?) 날 것
같다는 생각마저 했을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
여하튼 그 무렵 내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블로그가
있었으니-
수수님!
바로 수수님의 블로그를 보며 기초부터 시작하고 익혔더랬다.
자수나 뜨개질이나 바느질 등...
이런 취미들이 독학할 때 가장 막막한 게 뭐냐면
책을 보고 습득해도 꼭 한 두 개 씩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생기는데
그럴 때면,
아... 이래서 다들 돈 주고 선생님께 배우는구나-
라는 생각-
그렇지만 젖먹이 아이에, 형편도, 시간도...
정식 수강을 하는 것이 내게는 참 사치였더랬다.
그때 나를 이끌어주신 분이 바로 수수 선생님.
단 한 번도 뵌 적 없고
수수님이 나를 기억하실는지 못 하실는지도 확신할 수 없지만.
여하튼 수수님의 블로그는 내가 맨 처음 혹은 두 번째? 정도로
구독한 블로그였다. ^^
1~2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자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내심 수수님도 책 내실만 한데 왜??
하며 궁금했더랬다.
적어도 내게는 수수님이 자수 세계에서의 원조나 다름없었기에!
핸드메이드를 하다 보면
나 부터도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만든 것들, 내가 쓴 글귀, 무심코 남긴 댓글...
그런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나와 닮아 있다.
나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나의 성격과 성향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타인에게서 그런 점들을 발견했을 때-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은.
나는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하고 있는가-
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된다.
내가 수수님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수님의 라이프 스타일,
패션,
가구나 인테리어,
글...
그 어느 것도 수수님의 자수와 이질적인 것이 없다.
하나같이 은은하고 수수하다.
가짜가 아니고 좋아하는 척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어도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수수님의 자수를 보고 있으면
수수님의 블로그에 가면
수수님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평온해지는 느낌.
차분해지는 느낌.
전혀 튀지 않는데 그런 느낌들이 차~암....
중독성이 있다.^^
책 출간 소식을 전해 듣고 언제 나오려나~
기다리고 기다렸다 출간되자마자 얼른 사서 펼쳐본 선생님의
책.
아...
좋다-
조바심 내지 마세요-
마음을 비우는 시간-
수수님의 자수 철학.
비단 자수뿐만 아니라 바느질이나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나...
모든 핸드메이드가 다 그러한 것 같다.
수수님의 은은한 자수와 함께
고즈넉한 소품들 구경하는 것이 이 책을 보는 재미 중 하나.
이 책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 무심히 피어 있는 들꽃을 수놓은
책이다.
봄, 여름, 가을에 피는 갖가지 야생화들.
나는 보통 장미나 수국, 히아신스 등과 같은 꽃이 크고 색이 화려한... 꽃을 좋아하는 편이라
처음 수수님의 자수를 통해 접했던 우리 꽃들이 심심하게 느껴졌었다.
차를 마셔도 초콜릿이나 캐러멜 시럽이 잔뜩 든 커피를 마시지 녹차는 맹숭맹숭해서 잘 안 마셨는데,
그런데 한 해 두 해 시간이 가고 보니 이제는 취향도 점점 변해간다.
그냥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연적인 것, 수수한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고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
수수님의 자수는 전통 자수를 기초로
한다.
수수님 역시 독학으로 자수를 익히셔서 초창기 국내에 자료가 별로 없는 탓에
한국 전통 자수 책을 보고 많이 공부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은 아우트라인 스티치, 새틴 스티치, 롱 앤 숏 스티치 등으로 표현되는 기법들이
이 책에는 이음수, 자련수 등의 용어 되어 있다.
개나리만큼 흔한 봄꽃이 있을까.
지금 창밖의 들에는 이 개나리들이 몸을 풀기 위해 한껏 멋을 내고 있겠지.
너무 흔해서 그 아름다움을 차마 모르고 사는 개나리꽃이
봄꽃으로 가장 먼저 소개되어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참 좋았던 부분이 자수 도안 부분이었다.
그냥 라인으로만 되어 있는 일반 도안과는 달리 실제 크기 그대로 어여쁜 일러스트로 되어 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인 듯~^^*
여름꽃으로 무얼 소개할까 생각하다가
채송화를 보고 바로 콜! 했다.
어릴 적 담장 밑에는 어느 곳에나 채송화가 피어있었다.
정말 흔했다.
그래서 채송화가 얼마나 예쁜지를 몰랐었다.
작년 여름 운전면허학원을 다니면서 길가에 한가득 피어있는 채송화를 보았는데
아... 얼마나 반갑고 예쁘던지.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색연필로 채색한 듯한 야리야리한 일러스트는 정말 마음에 쏙 든다.
아마도...
들꽃 중 가장 좋아하는 꽃이지 싶은 벌개미취.
이사 오기 전 살던 동네에서 선릉 산책을 자주 했었는데
길목마다 이 벌개미취가 정말 한가득 피어 있었다.
해질 무렵이면 약간 형광스럽게(?) 빛나던 연보랏빛-
늘 어려웠던 자련수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예전에 자련수 놓을 때 각도 맞추기 어려워서 혼자
고생했었는데
그때도 수수님께 여쭤봤더니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
이 자련수 하나면 꽃이나 잎 모두 어떤 도안이든지 다 놓을 수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자수 기법들-
굳이 필요치 않다. ^^
수수 선생님의 첫 책, 꽃자수 수업
은은하고 수수해서 더 정 가는...